태그 보관물: 범죄

Body Heat

어렸을 적 이 영화의 포스터가 동네에 붙여져 있었을 때 당연히 ‘야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다. 어설픈 영어솜씨라도 Body 라는 단어와 Heat 라는 단어의 뜻은 대충 알았고 ‘몸이 뜨겁다는’ 것이 무엇을 은유하는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터의 스틸도 제법 야했다.

사실 야한 영화이긴 하다. 스릴러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끈적끈적한 날씨와 치명적인 매력의 캐서린터너가 결합되면서 묘한 에로틱한 분위기가 영화 전편에 걸쳐 뿜어나기 때문이다.

영화의 플롯은 스릴러 고전 Double Indemnity 와 흡사하다. 팜므파탈 캐릭터의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의 지적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접근하여 음모를 꾸민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찌 보면 Double Indemnity 의 오마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로렌스캐스단은 무슨 배포로 Double Indemnity 를 리메이크 혹은 오마쥬 하였을까? 자칫 반전이 묘미인 스릴러를 어설피 베끼다가는 본전도 못 건질 텐데 말이다. 그는 자신의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캐서린터너의 능력을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믿음은 성공적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우리는 비록 이미 Double Indemnity 를 감상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아무런 저항감이나 지루함 없이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박진감 넘치고 그만큼 묘한 Body Heat 만의 매력이 있다. 그 당시 막 연기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윌리엄허트와 캐서린터너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호연으로 인해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달콤, 살벌한 연인

영화는 크게 달콤한 부분과 살벌한 – 그다지 살벌하지는 않지만 –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하디흔한 스크루볼 코미디에 살인이라는 소재를 가미해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기에 그나마 TV 쇼의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문득 ‘그래서 나는 도끼부인과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소재다. 도끼부인에서는 연인이 살인자일 것이라는 상상이 헛된 것임이 밝혀졌지만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그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물거품이 – 아련한 추억이 – 되어버렸다. 남자로서는 도저히 실정법에 ‘매우’ 심하게 위반되는 살인을 용인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정법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 연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로는 마이클더글러스 주연의 ‘Romancing The Stone’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에는 최강희의 살인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하다. 최강희가 그렇게 귀여운 캐릭터로 – 상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듯한 – 묘사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엄연히 냉혹한 남편 살인자이다. 이미 그러한 설정이 둘의 사랑은 지속될 수 없으리라는 뻔한 결말로 이어진다.

만년조연으로 처음 주연을 맡지 않았을까 싶은 박용우의 고군분투 덕에 나름 코믹함이 돋보인 영화이고 소재의 신선함(?)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겠지만 극장개봉용 영화로 걸기에는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듯한, 뒷맛이 그리 개운치만은 않은 영화다.

p.s. 여러장의 포스터 중 하나인 위의 포스터도 비슷한 류의 잔혹코미디 ‘친절한 금자씨’를 노골적으로모방했다.

Freaks

실제로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감독 Tod Browning이 잡지에 개제되었던 Todd Robbins 의 Spurs 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서커스 단원들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세상을 그들을 ‘기형인간(Freaks)’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구경거리로 삼는다.(어쩌면 그렇기에 그들이 그나마 돈을 벌고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조롱거리로 삼는다.(심지어 직장동료라 할 수 있는 같은 서커스 극단의 사람들까지도) 그래도 그들 역시 인간이기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서로 다름’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편견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결말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편견 없이 대하는 이들은 오직 서커스 단원인 프로소 – 감독 자신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 와 비너스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을 그들을 조롱하거나 심지어 이용하려 한다. 영화는 이러한 추한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그러나 외모만은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가 어떻게 타락해 가는가를 보여준다. 막판에 그를 따라가는 Freaks 들의 분노에 찬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다.

영화리뷰 : http://www.brightlightsfilm.com/32/freaks.html

구타유발자

이런 저런 잔가지들이 많으나 요는 폭력은 세습(?)된다는 내용의 영화. 이문식, 오달수 등 때려주고 싶게 생긴 배우들이 나와서 예상대로 엄청 얻어터진다. 그들이 얻어터지는 이유는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시작은 존부어맨 감독의 Deliverance(우리나라 비디오 출시명 : 서바이벌게임)를 연상시킨다. 도시 놈들이 촌놈을 깔보다가 된통 당한다는 딜리버런스의 설정처럼 촌놈들을 깔보던 대학교수가 촌놈들에게 붙들려 요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 와중에 왕따를 당하던 고등학생이 끌려와 아랫도리를 벗는 등 치욕을 당하다가 골뱅이(이문식)가 교수와 고등학생을 싸움을 붙이면서 극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최소의 로케이션과 배우들로 폭력의 사회학을 파헤치고 한 감독의 의도는 어느 정도 호소력이 있으며 반전 역시 나름의 기대치에 부합한다.

His Girl Friday

잘 나가던 기자 Hildy Johnson 이 어느 날 전남편이자 전 직장 Morning Post 의 사장인 Walter Burns(Cary Grant)에게 내일이면 새 약혼자 Bruce Baldwin 과 결혼하여 도시를 떠난다고 통보하러 간다. 야비하고 야심만만한 월터는 그런 그녀를 그냥 보내지 않고 무슨 수든지 써서라도 신문사에 남겨놓으려고 한다. 때마침 정신이상자 Earl Williams 의 살인사건으로 인한 사형이 개시되려 하는 판이고 월터는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기에 그를 집행유예 시키려고 맘먹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 출신의 주지사는 유색인종의 표를 의식해 – 우연히도 얼은 흑인경찰을 살해했다 – 그를 사형시키려 한다. 힐디의 호기심을 교묘히 자극하여 마지막 기사를 위해 기자실에 올려 보낸 월터는 새 신랑 브루스를 야비한 술수로 감옥에 처넣어버린다. 그 와중에 얼은 탈옥하여 기자실로 숨어들고 이를 발견한 힐디는 특종을 잡으려는 욕심에 신랑의 존재도 까맣게 까먹고 일에 집중하게 된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저널리즘의 하이에나적인 습성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 대의민주주의의 교묘한 패러독스 등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스크루볼 코미디의 정석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감독의 공력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케리그란트의 과장된 코믹연기도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볼거리. The Thing, The Big Sleep, Scarface 등을 만든 거장 하워드혹스의 1940년 작.

예쁜 금자씨, 이제는 평안히 쉬소서

어제 모처럼 주말에 쉬었던 관계로 영화 한편 감상하였습니다.

감상한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 영화 제목 자체가 심상치 않아 인구에 회자되고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건방진 금자씨’로 패러디되기까지 했던 영화라 왠지 감상 전부터 이미 친숙해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니 입소문에 비해 대중의 코드와는 괴리가 있는, 즉 흥행요소가 별로 없는 영화였다는 심증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장르를 표현하자면 ‘잔혹 여인극장 코미디 버전’이라고 할까요? 소싯적 오전 시간 라디오나 TV에서 종종 들려오던 목소리 기억하시죠? “금자씨는 제니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더욱 저며 오는 모성애를 부둥켜안고 울어야만 했다” 뭐 이런 유의 신파조의 읊조림 말이죠.

시대배경은 2004년 임에도 의도적으로 펼쳐지는 과장된 복고풍의 미장센, 화장, 그리고 의상은 비정상적인 캐릭터, 그리고 줄거리와 함께 영화를 더욱 비현실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줄거리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볼까요? 이 영화는 줄거리를 이야기해봤자 특별히 스포일러랄 게 없을 만큼 처음부터 패를 까놓고 진행됩니다. 올드보이 식의 반전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크실 겁니다. 다만 영화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의외의 장면에 대한 당혹감으로 극적 긴장감을 채워가고 있죠. 복수심의 원천이 올드보이가 까닭모를 구속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면 금자씨에서는 모성애입니다. 복수심이 이성이 아닌 본능에서 연유하는 것이라면 모성애야말로 가장 큰 복수심의 원천이겠죠.(복수는 나의 것은 부성애였죠? 아마?)

그러나 역시 이 영화에서 줄거리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스타일’입니다. 이영애가 어떻게 변하였는가?, 권총은 왜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야 했는가?, 복수를 끝낸 이들은 왜 핏빛 케익을 즐겼는가?(일종의 카니발 의식?) 등등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유머코드는 사실은 대중성을 의식한 감독의 타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존 문명세계에서는 인간의 죄악을 사법체계에 의존하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끊임없이 사적인 복수극에 유혹을 느낍니다. 더티해리 시리즈에서는 크린트이스트우드가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법이 아닌 총에 의존하여 복수극을 감행하고,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같은 초능력자들도 법이 아닌 자신의 초인성을 수단으로 복수를 감행합니다. 금자씨 역시 감옥에서 다져진 냉철하고 초인적인 의지로 상황을 돌파해내죠.

결국은 복수를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그 카타르시스는 배트맨의 복수극처럼 허망합니다. 복수를 끝낸 후 빨간 아이섀도를 지우면서 자신의 복면을 벗어버리지만 관객인 저로서는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아쉬움이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절대 악인 한 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슈퍼맨 있다고 세상이 평화로워지지 않듯이 금자씨가 복수를 했다고 유괴라는 범죄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남는 것은 배트맨이나 슈퍼맨에서 볼 수 있는 스펙타클 정도일 텐데 금자씨가 그나마 기대고 있는 것은 스타일과 블랙유머일뿐이죠. 금자씨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보여줬던 막가파적 액션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예뻐서일까요?

Frontline: Ghosts of Rwanda

“르완다 분쟁은 소수파로서 지배층을 형성해 온 투치족과 다수파 피지배계층인 후투족간의 정권 쟁탈을 둘러싼 갈등이다. 양 부족은 외모 및 문화관습상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투치족은 15세기 나일강 유역에서 남하한 호전적인 유목민 출신으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온순한 성향을 보유한 후투족을 지배하여 왔다. 양 부족은 외모 및 문화관습에 뚜렷한 차이점으로 갖고 있다. 벨기에의 식민통치를 거쳐 소수 투치족에 의한 다수 후투족의 지배는 고착화되었다. 1962년까지 르완다를 위임통치한 벨기에는 소수부족인 투치족(14%)을 우대하여 지속적으로 지배계급으로의 위치를 공고히 하였고, 다수부족인 후투족(85%)을 통치시켰다.

1962년 7월 독립후(초대 대통령 G. Kayibanda)에도 투치족은 후투족을 강압 통치해 오면서 1963년 12월 후투족에 의해 약 2만명의 투치족이 희생당한 학살사건을 계기로 양대 부족간의 갈등이 심화 되어왔다. 1973년에는 후투족(J. Habyarimana 소장)이 쿠데타에 의해 정권을 인수, ’75년에 <국가발전혁명운동당, MRND>를 설립하여 일당독재 정부를 구축하였다. Habyarimana는 MRND 주도에 의해 ’78, ’83, ’88년에 일당독재 체제하에서 대통령으로 선임되어 소수 투치족을 억압해 왔다. ‘90.6월 하비야리만다 대통령은 다당제 민주주의 실천의도를 선언하였으나, 10월부터 난민화된 투치족은 RPF(르완다 애국전선)을 조직하고, 주변국인 우간다, 탄자니아를 거점으로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개시함에 따라 내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시작하였다.

1993년 8월 UN과 아프리카단결기구(OAU)의 중재로 약 2년에 걸친 내전 종식과 과도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아루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양 부족간에 구성된 잠정정부가 성립되었다. 1993년 10월 UN은 동협정의 이행 감시를 위해 2,500명의 평화유지군(UNAMIR)를 파견하였다. 1994년 1월 과도정부의 구성과 관련 아루샤 협정상 총리직에 투치족을 임명하도록 약속하였으나, 후투족 출신의 하비야리마나 대통령이 같은 후투족인 트와기라뭉구를 총리에 선임하자 RPF측은 과도내각 참여를 거부하여 정국의 불안은 지속되었다.“

미국의 공영방송의 Frontline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강대국의 ‘제멋대로 국경 긋기’의 피해자인 아프리카 대륙의 모순이 한데 응축되어 분출되어온 현장 르완다의 참상이 어떻게 발발했으며 그 가해자인 강대국의 외면 속에 어떻게 집단학살로 발전해나갔는지에 대한 담담한 회고이다.

카메라는 당시 이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던 인물들을 찾아 그들의 증언을 녹취하였다. 매들린올브라이트의 증언, 코피아난의 증언, 당시 파견된 UN군 사령관, 미국인을 르완다에서 소개할 당시 이를 거부하고 르완다에 남아 피난민을 구출한 미국인의 증언, 그리고 참상의 치외법권 지역이라 할 수 있는 호텔을 근거지로 삼아 수많은 피난민을 구출한 UN군 장교의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몇몇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 부족 간의 학살, 그리고 미국의 외면 등을 집중 조명한다. 특히 다큐멘터리는 용감하게도 미국의 공영방송 PBS의 다큐멘터리임에도 자국 정부의 학살에 대한 외면을 피해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자국의 이익이 걸린 곳에는 불법적으로라도 개입하면서 이익이 관철되지 않는 곳에는 개입을 하지 않는 미행정부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에릭홉스봄에 의하면 20세기는 인류의 역사 중 가장 잔혹하고 몰인정한 학살의 세기였다. 전쟁 중에 그만큼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례가 이전에는 없었으며 이러한 사실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군사력과 자국의 이익이 발맞추어 철저히 진실을 은폐하는 언론에 의해 정당화되었던 ‘야만의 세기’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Frontline 의 이러한 용기있는 작품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한줄기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The Cabinet of Dr. Caligari

무성영화 시대의 작품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중 하나. 연쇄살인, 몽유병, 정신병원 등 섬뜩한 소재가 기묘하게 엮여 기괴한 장식의 무대장치 위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오늘날 각종 스릴러와 범죄영화들이 답습하고 있는 갖가지 소재들을 선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표현주의는 이후 독일영화의 표현양식에 큰 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The Conversation

Francis Ford Coppola 가대부1편을 완성하고대부2편을 만들기 전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Blow Up 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로 만든 스릴러다. 형식상으로 스릴러의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 영화는 일종의 심리드라마이다. 도청을 밥벌이로 하는 한 중년사내 Harry Caul (진해크만)는 어느 거대기업으로부터 도청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이 의뢰가 기업이 저지를 범죄와 연관이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된 해리는 도청내용을 의뢰자에게 건네지 않는다. 이후 도청내용을 넘겨받으려는 기업 실무자 Martin Stett(해리슨포드)과 해리 간의 갈등이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결국 예상치 못한 반전의 지적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스릴러로써의 미덕을 갖추고 있지만 그 지적쾌감이 통상적인 스릴러의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보다 한 차원 높은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훔쳐보기의 은밀한 매력에 대한 잔혹한 대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

Sherlock Jr.

버스터키튼 Buster Keaton 은 그 천재성과 영화사에서 있어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또 다른 천재 희극인 찰리채플린의 빛에 가려 영원한 2인자 신세로 전락하고만 – 희극계의 트로츠키? – 불운한 배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무뚝뚝한 표정은 어쩌면 자신의 영화인으로서의 위치를 예감한 표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는 1924년에 만들어진 코미디라는 외피를 뒤집어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 형식적이거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동 시대의 영화를 뛰어넘는 위대한 영화이다. 셜록홈즈와 같은 훌륭한 탐정이 되는 것이 소원인 한 젊은이가 영화에 직접 들어가 극중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풀어간다는 초현실주의적인 착상은 영화 속의 영화보기라는 묘한 쾌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동시에 영화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우디알렌은 후에 The Purple Rose of Cairo에서 이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한다(물론 같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라스트액션히어로라는 어이없는 작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