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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

영화는 크게 달콤한 부분과 살벌한 – 그다지 살벌하지는 않지만 –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하디흔한 스크루볼 코미디에 살인이라는 소재를 가미해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기에 그나마 TV 쇼의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문득 ‘그래서 나는 도끼부인과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소재다. 도끼부인에서는 연인이 살인자일 것이라는 상상이 헛된 것임이 밝혀졌지만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그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물거품이 – 아련한 추억이 – 되어버렸다. 남자로서는 도저히 실정법에 ‘매우’ 심하게 위반되는 살인을 용인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정법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 연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로는 마이클더글러스 주연의 ‘Romancing The Stone’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에는 최강희의 살인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하다. 최강희가 그렇게 귀여운 캐릭터로 – 상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듯한 – 묘사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엄연히 냉혹한 남편 살인자이다. 이미 그러한 설정이 둘의 사랑은 지속될 수 없으리라는 뻔한 결말로 이어진다.

만년조연으로 처음 주연을 맡지 않았을까 싶은 박용우의 고군분투 덕에 나름 코믹함이 돋보인 영화이고 소재의 신선함(?)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겠지만 극장개봉용 영화로 걸기에는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듯한, 뒷맛이 그리 개운치만은 않은 영화다.

p.s. 여러장의 포스터 중 하나인 위의 포스터도 비슷한 류의 잔혹코미디 ‘친절한 금자씨’를 노골적으로모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