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영화

영화 Footloos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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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Men At Work좋아해?’
“어떤 사람들?”
“Men At Work”
“어디서 일하는데?”
“아니 음악 그룹 말야.”
“자기네가 그렇게 불러?”
“오~ 노! 그럼 The Police는?”
“걔들이 뭐?”
“들어봤어?”
“아니. 근데 보긴 했어.”
“그래? 콘서트에서?”
“아니 우리 뒤에서.”
“빌어먹을!”

영화 Footloose 중에서

올해의 영화

스탠리큐브릭의 작품들

올해 초, CGV가 기획한 스탠리큐브릭 시리즈展에서 본 영화들이다. 이때 2001: A Space Odyssey, A Clockwork Orange, The Shining, Dr. Strangelove를 일주일에 걸쳐 감상하였다. 작은 모니터로 봤던 영화를 스크린에서 접하면 이제까지 못 봤던 새로운 디테일을 보게 되는 법이고 큐브릭의 영화들이 바로 그러했다. 특히 스페이스오디세이에서의 우주의 광활함을 작은 모니터에서 본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는 부조리한 상황이었다. CGV가 내년에는 남은 큐브릭의 작품도 상영해주길 빌어본다.

사티야지트 레이(সত্যজিৎ রায়,)의 ‘대지의 노래’ 3부작

남들이 그렇듯 인도영화 하면 무조건 군무와 어설픈 스토리가 결합된 우스꽝스러운 영화라고 알고 있던 나의 편견을 깨부순 영화들이다. 장 르느와르에게 사사한 감독이 1955년 거의 혼자의 힘으로 만들다시피 한 ‘대지의 노래’는 가난한 아푸의 가족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개척해나가는가에 대해 그린 리얼리즘 영화다. 감독은 이어지는 ‘대하의 노래’, ‘아푸의 세계’를 통해 아푸의 삶을 계속 조명하며 인도 근현대사에서의 한 개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여 인도영화계에 흔들리지 않는 기둥을 구축하였다.

I, Daniel Blake

“흔들리지 않는”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또 하나의 감독이 있다면 바로 켄로치일 것이다. 영국 노동계급의 삶에 대한 애정을 흔들림 없이 지니고 있는 감독의 최신작으로 영국 복지제도의 부조리함과 이에 맞서는 다니엘 블레이크의 삶을 희비극의 기법으로 조명하였다. 지난 번 글에 썼듯이 선진국의 고령화 현상은 특히 노동계급의 빈곤과 맞물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러한 상황에 놓인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의 처지를 조명하고 있다. 너무 리얼하다는 점에서 장르는 공포영화다.

Love Is Strange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뉴욕의 게이 부부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피치 않게 별거를 하게 되며 겪게 되는 어려움을 소재로 한 영화다. 모두들 친한 친구고 친척이지만, 그들의 삶의 공간과 시간이 조금씩 겹치면서 서로가 어떻게 부대낌을 겪게 되는 지가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어 보는 내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영화 내내 흐르는 쇼팽의 음악과 뉴욕의 풍경이 그럴싸하게 어울려 더욱 영화 보는 맛을 느끼게 한다. 뉴욕에 갔을 때는 주인공들이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레스토랑에 직접 방문해 덕질을 하기도 했다.

The Wire

미드 역사상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탑3에 들어가곤 하는 HBO(2002~2008년 방영)의 드라마. 전직 볼티모어의 경찰이었던 에디 번즈(Ed Burns)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볼티모어라는 도시를 둘러싼 이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데, 작품은 시즌마다 마약, 정치, 노조, 교육, 언론 등 주요 이슈를 건드리며 하나의 거대한 콘텍스트를 완성해나간다. 이 작품을 보고나서 볼티모어 출신 흑인 작가 타네히시 코츠(Ta-Nehisi Coates)의 ‘세상과 나 사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The Wire가 현실로 와 닿는 책이었다.

싱스트리트(Sing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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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지 꽤 된 싱스트리트(Sing Street)를 오늘에서야 아트하우스모모에서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두 가지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꽤 인기를 얻은 음악영화 원스(Once)의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점과 Duran Duran 등 80년대 음악이 많이 쓰이는 80년대 배경의 영화라는 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게 봤다. 빤한 전개에 빤한 결론이지만, 지루했던 친구들과의 설악산 여행을 비디오로 찍어 막상 다시 보면 재미있는 것처럼 그러한 느낌으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는 여러모로 Alan Parker 감독의 1991년작인 또 다른 음악 영화 The Commitments와 비교된다. 80년대 더블린을 배경으로 했다는 시간과 장소의 유사성, 밴드 멤버를 하나씩 모아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주가 된다는 점, 주인공의 아버지가 실업자인1 노동계급 집안이라는 점, 그리고 밴드가 공연 치안을 위해 바디가드로 쓰는 배우의 생김새와 옷차림이 비슷했다는 깨알 같은 공통점 등이 눈에 띄었다.2 하지만 두 영화 사이에는 화해할 수 없는(!) 결정적 차이가 있긴 하다.

그 결정적 차이는 음악적 취향이다. The Commitments에서는 Depeche Mode의 음악을 “아트스쿨 뮤직”이라며 혐오하며 The Commitments 이전의 밴드였던 And And And의 키보드를 싱어와 함께 폐기처분하고 쏘울(Soul) 장르에 근거한 “더블린 쏘울”을 추구했다. 반면, 싱스트리트의 밴드 Sing Street는 Duran Duran3 뉴로맨틱 계열의 음악을 적극 수용하고 흑인 소년을 키보드 주자로 기용한다. 1972년생이라는 감독이 자랐던 시절의 음악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거리에서 본 한 아름다운 소녀를 유혹하기 위해 밴드를 급조하는 주인공 코너의 음악적 취향은 당시 유행하던 뮤지션들의 패턴을 따라간다. 코너는 크게 보아 음악 팬인 형이 추천해준 순서에 따라 Duran Duran, The Cure, Spandau Ballet, Hall & Oates의 음악 풍과 패션을 추종하고 나머지 밴드멤버들은 이를 추종한다.(개인적으로는 코너의 The Cure 시절 패션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그 소녀와의 애정라인도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음악과 궤를 같이 하며 발달한다.

밴드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역시 음악이 한 청춘남녀를 묶어주었던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도 생각난다. 두 영화 모두 10대 남녀의 사랑이 영화 줄거리지만,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둘 모두를 보며 지루했던 여행 비디오를 재밌게 보는 것처럼 우리는 그 감정에 다시 애틋해지곤 한다. 월플라워에서 Air Supply의 All Out Of Love가 “빤하지만 근사한(kitsch and brilliant)”라고 한 것처럼 이런 영화의 애정라인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1. 요 아버지, 미드 The Wire에서 야심 넘치던 볼티모어 시장이셨던 분.
  2. 거기에다 주인공 코너의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Maria Doyle Kennedy는 The Commitments에서 주인공 지미를 짝사랑했던 백업싱어 나탈리 역을 맡았던 배우다
  3. 주인공 코너는 처음에 듀란듀란의 베이스 주자를 제임스 테일러라고 하는 등의 무식을 시전한다

올해의 즐거움 : 映畵편

Vertigo [1958]
오랫동안 최고의 걸작으로 군림하던 ‘시민 케인’을 최근 이 영화가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면에서 B급 추리 영화나 만들던 감독으로 여겨지던 알프레드 히치콕이 재평가되고 그의 작품이 최고의 걸작 자리에 오르는 과정 또한 그의 영화만큼이나 극적이다. 이 영화 또한 창조자의 권위회복 과정처럼 평범한(?) 스릴러에서 복잡한 알레고리가 담겨져 있는 걸작으로 재평가되기에 이르렀다.

Les yeux sans visage [1960]
제목은 ‘얼굴 없는 눈’이라는 의미다. 사고로 얼굴이 심하게 손상된 딸을 위해 한 외과의사가 젊은 여성을 납치하여 그의 얼굴을 딸에게 이식하려 한다는 끔찍한 설정의 공포물이다. 설정에서부터 그 진행과정, 그리고 결말이 빤하게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정밀하고도 스산한 연출이 매력적이기에 지루하지 않다. 여배우의 얼굴마저도 극의 설정과 잘 어울린다.

Saturday Night & Sunday Morning [1960]
프랑스 영화에 ‘누벨바그’가 있었다면 영국 영화에도 ‘뉴웨이브’가 있었다. 이 시기 영화는 주로 영국 노동계급의 날것의 삶이, 그 단조로운 일상에 어울리는 흑백 톤에 담겨져 전해졌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전형적 패턴을 담고 있다. 제조업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주인공은 얼굴이 잘 생긴 덕에 동료 아내와 바람도 피우고 예쁜 아가씨도 사귄다. 뻔한 결말이지만 그게 또 우리네 진솔한 삶이기도 하다.

Lawrence Of Arabia [1962]
영화 초반, 우물의 주인인 오마샤리프가 저 멀리서 낙타를 몰아 우물을 맘대로 사용하는 피터오툴 일행을 해치는 롱테이크가 이 영화가 무척 지루할 것이며 그만큼 뛰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신격화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T. E. 로렌스만큼 현대의 모험성애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영화를 70mm로 극장에서 관람한 사람이 부럽다.

Apocalypse Now [1979]
미국인이 베트남전을 회고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애국주의적이거나 냉소적이거나 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식이든 가해자로서 취할 적당한 태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가장 근사하게 취해야할 태도는 진지하게 그 전쟁이 부조리했음을 말하는 것인데, 그러자면 당사국으로서는 이 영화처럼 반쯤 미친 상태에서 회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큐를 보면 제작진이나 출연진 모두 다들 그런 상태였다.

Don Giovanni [2014]
작년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 가진 공연 비디오를 올여름 메가박스에서 가져와 상영하였다. 상영하는 날 객석에 나를 포함, 총 세 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음악적 유산 중에 가장 뛰어난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흐린 토요일에 극장에 앉아 돈지오반니를 본다는 것은 조금은 이상한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언젠가는 실황을 직접 볼 수 있기를.

Martian [2015]
어딘가에서 낙오될 수 있는 경우로는 가장 먼 곳에서 낙오된 인간이 바로 이 화성인 멧데이몬일 것이다.(그래비티의 산드라블록의 기록을 깸)1 그럼에도 불구하고 맷은 산드라보다 더 유쾌한 마음으로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화성의 주인이 된다. 영화는 그 긍정의 힘을 발랄한 70년대 디스코와 믹스하여 연출했다. 안전한 영화문법이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그래비티보다 중량감은 덜했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2015]
‘20세기 최고의 대중문화 아이콘이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는 유색인종 히어로 핀과 여자 제다이 레이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데 달려 있다 할 것이다. 특히 레이는 레아 공주의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 받아들여지는 이미지를 바꿔야 할 임무가 있다. 일단은 그 과제는 다음 시리즈의 과제로 남겨놓은 것 같고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BB8이었다.

Sicario [2015]
강간, 매춘, 마약, 납치, 살인이 일상인 미국 국경과 인접해 있는 멕시코의 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즈, 그 곳에서의 범죄소탕을 위해 세 명이 의기투합하는데 이들이 꾸는 꿈은 서로 다르다. 규정에 매달리는 바른생활 FBI 케이트, 목표를 위해 惡의 힘의 균형을 허용하는 CIA 책임자 맷,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 이 삼각구도의 긴장감이 매우 탄탄하다. 시카리오는 멕시코에서 ‘암살자’란 의미로 쓰인다고.

Mad Max: Fury Road [2015]
스타워즈의 레이가 새로운 여전사로 등극하는 과제를 다음 에피소드로 미뤘다면 퓨리오사는 이번 에피소드에 그 임무를 110% 수행했다. 멜깁슨 없이는 ‘앙꼬 없는 찐빵’같았을 영화가 새로운 매드맥스 톰하디에 의해 세대교체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새 영웅 퓨리오사가 그 왕좌를 완벽하게 넘겨받아 영화 그 자체가 환골탈태를 거쳤기에 나는 이 영화를 단연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하는데 주저함이 없다.(감상문 읽기)

  1. 지금 생각해보니 ‘금단의 혹성’의 박사 모녀는 더 멀리 낙오되긴 했다

첼로 켜는 고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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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uche AMJuJu” by Source.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Gauche the Cellist“>Fair use via Wikipedia.

1982년 발표된 애니메이션 <첼로 켜는 고슈>를 보다 심도 깊게 즐기기 위해서는 원작자인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베토벤 교향곡 6번에 대한 사전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미야자와 겐지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친 교육자이자 소설가다. 하지만 그보다는 부유한 집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군국주의로 치닫던 시대적 조류를 거부하고 농촌에 정착하여 새로운 농사법을 연구하는 등 농촌에서의 삶의 질 개선에 헌신한 농부이자 개혁가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바로 주인공 고슈가 첼로 연주자임에도 그는 농촌에서의 조용한 삶을 즐기는 독신자였다는 점이 겐지의 삶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흔히 “전원(田園)”으로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6번은 이 애니메이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음악이다. 어느 시골에서 예정된 연주경연에 참가할 교향악단이 연주할 음악이 바로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베토벤 교향곡 6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슈는 이 악단에서 실력이 쳐져 구박을 당하는 첼리스트다. 그런 고슈의 구원자는 바로 자연이다. 고양이, 쥐, 너구리 등이 밤마다 나타나 고슈의 연주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은근슬쩍 부추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고슈에게 있어 자연은 삶의 터이자 예술에 대한 영감이자 그 조련사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겐지의 자연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63분의 짧은 상영시간에 간단한 플롯이지만 겐지의 소박한 삶에 대한 애정과 베토벤 교향곡 6번이 화학적으로 융합하며 흥겨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소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Mad Max : Fury Road 感想文

WARNING 스포일러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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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영화팬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이 안겨졌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Mad Max 시리즈의 4편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전편보다 더 강력한 하드코어 액션과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시대선도적인 페미니즘 세계관까지 얹어져서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초신경 자극 헤비메탈 무비’가 탄생하여 최고의 수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일흔이 되신 조지 밀러 님께서 이 정도의 박력과 진보적인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계신 것을 보니 나이 탓만 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따름이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다”, “아니다. 너희들의 오버이고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다”, “국내의 얼치기 꼴페미와는 다른 진짜 페미니즘 영화다” 등 페미니즘 함유량을 두고 말이 많지만 이 글에서 그 논쟁에 숟가락을 얹을 생각은 없다. 다만 예술이란 사회적 맥락과 수용자의 시각에 상호 조응하여 메시지가 전파되거나 발전하기 때문에 기계적 규정화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말해두고 싶다. 발표 당시에는 여성 해방적 메시지를 담고 있던 ‘오만과 편견’이 오늘 날에는 로맨틱 코미디가 된 것이 그 좋은 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의 테두리에 두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그 장르를 뛰어넘는 ‘로드 무비’로서의 미덕을 살펴보고 싶다. “분노의 도로”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 영화는 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 상에서 캐릭터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로드 무비 고유의 본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희한하게 뭉친 구성원들은 서로 반목하고 조력하다가 어느덧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의 정신적 굴레로부터도 치유된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는 ‘스탠바이미’나 ‘델마와 루이스’와 닮아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임모탄 조의 씨받이” 중 막내인 치도를 들 수 있다. “The Fragile”이라는 예명이 붙을 만큼 연약해서 탈출을 포기했다고 했던 그녀는 급기야 사령관 퓨리오사가 임모탄 조를 처치하는데 도움을 줄만큼 성장하게 된다. 맥스 역시 여정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환상으로 나타나던 딸의 모습은 그를 옳은 길로 인도하고 최후에 미소 짓게 만든다. 이미 없어져 버린 “녹색의 땅”을 찾아 헤매고 소금사막을 건너려던 퓨리오사는 결국 시타델로 돌아가자는 맥스의 조언을 수용하며 고통을 우회하지 않고 직시하게 된다.

시타델을 탈출했다가 결국 무수한 희생을 치르면서 다시 원점인 시타델로 돌아온 꼴이 되고 말았지만 – 게다가 그들의 접수한 권력을 어떻게 써먹을 것인지에 대한 궁리도 없지만 – 정신적으로는 모두들 성장하고 치유를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시타델로의 회군은 개개인의 성장이 일반대중으로까지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다. 또한 부발리니 여전사 할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씨앗이 시타델에 온전히 옮겨졌다는 점에서,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미덕을 갖추고 있는 영화지만 또한 영화의 액션에 대한 상찬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이 영화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풍성한 액션으로 멋지게 포장되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성 영화가 우리가 현재 쓰는 영상언어 문법을 만들어냈다고 믿는다”고 감독이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자질구레한 배경 설명을 과감히 생략하고 그 시간을 액션으로 채워 넣었다는 점에서 무성영화의 미덕을 성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감독이 언급한 버스터 키튼의 작품 중에서 ‘The General’과 닮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텔마와 루이스’와 ‘The General’을 오버랩시킨 영화다.

최근 본 영화들 단평

A Charlie Brown Christmas(1965)

Charles M. Schulz가 그린 유명한 만화 Peanuts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1965년 CBS 채널을 통해 방영된 TV단편 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상업주의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 그런데 이 작품의 스폰서는 코카콜라였다 – 찰리 브라운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울하게 지냈다가 그 의미를 찾아내고 친구들과 함께 기뻐한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만화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와 정감 있는 캐릭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째즈 피아니스트의 Vince Guaraldi이 주도한 뛰어난 사운드트랙이 백미다.

Apocalypse Now(1979)

Joseph Conrad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를 각색하여 Francis Ford Coppola가 만든 작품. 흔히 反戰을 주제로 한 영화로 간주되고 있으나 단순히 그러한 정치적 틀로 묶어둘 수 없는, 인간의 존재의의와 광기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베트남전의 영웅 Walter E. Kurtz 대령이 “건강하지 않은(unsound)”방법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판단을 한 군 수뇌부가 Willard 대위를 암살자로 파견하지만, 그 여정 도중에 대위 자신과 관객은 대체 누가 건강하지 않고 누가 미쳤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게 된다.

Hearts of Darkness : A Filmmaker’s Apocalypse(1991)

위에 소개한 Apocalypse Now 제작과정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Coppola 감독의 아내 Eleanor Coppola가 공동감독으로 참여한 이 다큐를 보면 영화라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 등을 담은 이 작품은 예산, 날씨, 소품, 배우, 언론 – 언론은 제작기간이 길어지자 “Apocalypse When?”등의 헤드라인으로 감독을 조롱한다 – 등 어느 것 하나 감독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걸작이 탄생했는지를 입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La Dolce Vita(1960)

Federico Fellini의 영화는 흔히 “아트 필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 감상하기에 그리 낯설지 않다.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Marcello Mastroianni가 주연한 이 영화는 삼류연예잡지사의 기자로 일하는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 이탈리아 사회가 겪고 있던 변화의 흐름과 이에 따른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영상에 담고 있다. 영화 첫머리에 예수 상을 헬리콥터로 나르는 장면은 –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이 오마쥬한 –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Taxi Driver(1976)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소모하는 택시 기사 Travis에 관한 이야기. 해병대 출신의 노동계급인 Travis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는 인텔리 Betsy와 사귀는 과정에서 계급적 문화적 괴리감 탓에 헤어지고 난 후 내면으로 침잠하게 되고 스스로를 兵器化하여 도시의 오물들을 청소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언뜻 이후 198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鉄男”을 연상시킨다. 어쨌든 10대 창녀를 구원하겠다는 그의 정의감은 새로운 폭력을 불러온다. 사운드트랙의 째즈 연주와 뉴욕 거리, 그리고 배우들이 잘 어우러진 영화.

The Avengers(2012)

마블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함께 위기를 돌파하고 악인을 물리친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영화. 어릴 적 즐겨봤던 “슈퍼특공대”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언뜻 화학적으로 융합될 것 같지 않은 여러 캐릭터들이 나름의 에피소드로 무난하게 섞이게 만든 연출역량을 높이 살만하다. 특히 미국의 50년대 애국주의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의 설정은 나름 흥미로웠다. 다만 헐크의 설정은 미숙한 면이 있는데 – 처음엔 이성을 잃어 아군을 공격하다 나중엔 이성도 잃지 않으며 헐크로 분하는 – 영화 흐름상 불가피한 면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Kingsman: The Secret Service(2015)

모두들 열광하면서 볼 적에 안 보고 조그만 재상영관에서 끝물에 본 작품. 많은 여인들이 Colin Firth의 “수트빨”에 환호하였는데 과연 그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간지 나는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는 특히 영국 스파이물에서 전형적이긴 하지만 특히 이 영화에서는 전형적인 ‘Chav’식 옷차림의 Eggsy와 대비되면서 관객들에게 더 선명하게 부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코믹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라 스토리 자체는 이해가 그리 어렵지 않고 역시 눈요깃거리는 양복 수트빨, 화려한 액션씬, 80년대 팝 위주의 사운드트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