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앨범

World Be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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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sure가 통산 열일곱 번째로 내놓은 스튜디오 앨범 World Be Gone이 2017년 5월 19일 영국에서 Mute 레코드사를 통해 발매됐다. 총 10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올뮤직으로부터 별 다섯 개 중 별 세 개 반, 파이낸셜타임스로부터 별 다섯 개 중 네 개, Newsday로부터 A, 워싱턴포스트로부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대체로 평론가들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에 녹음된 이 앨범의 프로듀싱은 Erasure와 Matty Green이 맡았다. Andy Bell은 급변하는 현대의 정치 환경이 이 앨범 제작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점차 깨어나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 앨범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앨범 수록곡의 중간에 자리 잡은 “Still It’s Not Over”는 각국에서 공격받고 있는 동성애자의 권리에 관해 가스펠 풍으로 노래하고 있다.(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극이 현재진행형이다) 어쨌든 Erasure는 이 노래에서도 “The universe is big enough and there’s room for the two of us”라고 읊조리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10번째 트랙 “Just a Little Love”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빠른 템포의 곡으로, 개인적으로는 80년대의 Erasure에 가장 가까운 곡이라 여겨지는 곡이다.

1. “Love You to the Sky”
2.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3. “World Be Gone
4. “A Bitter Parting”
5. “Still It’s Not Over”
6. “Take Me Out of Myself”
7. “Sweet Summer Loving”
8. “Oh What a World”
9. “Lousy Sum of Nothing”
10. “Just a Little Love”

My Life in the Bush of Gh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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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My Life in the Bush of Ghosts를 감상했다. 이 앨범은 어릴 적 소위 “빽판”으로 가지고 있었으나 앨범 전곡을 감상했던 기억은 없다. 앨범의 앞의 몇 곡만 듣고 레코드 장에 처박아두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Talking Heads 유의 뉴웨이브 음악을 기대하고 샀던 터라 어린 마음에 아랍 풍의 연주곡이 지루했거나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Brian Eno와 David Byrne이 Talking Heads는 그대로 남겨둔 채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한 이 앨범의 제목은 Amos Tutuola라는 작가의 1954년 소설의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설은 읽어본 적 없지만, 어쨌든 수록곡들은 앨범 제목과 얼추 비슷한 분위기로 몽환적이고 이국적이다. 가사가 있는 곡도 있지만, 특별히 가사에 깊은 의미를 둔 것 같지는 않다. Eno의 Ambient 시리즈만큼 철저히 미니멀리즘적이지는 않지만, 가사 역시 연주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의미를 가지는 듯하다.

한편, 녹음 작업은 주로 Fear of Music(1979)의 순회공연과 Remain in Light(1980)의 녹음 사이에 진행됐다고 한다. 출시는 다소 지연됐는데 앨범에 쓰인 많은 샘플들의 지적재산권을 해결하는데 시일이 소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하튼 앨범은 1982년 출시되었고 출시 당시에는 다양한 비평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렉트로닉과 앰비언스, 그리고 제3세계 음악이 연결된 무정형 스타일의 선구적인 작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명반으로 자리매김했다. Eno 스스로는 이 앨범을 “싸이키델릭 아프리카의 영상”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井上陽水 – 氷の世界


(이미지 출처)

내가 이노우에 요스이(井上陽水)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적 구입했던 일본 음악 불법복사 – 당시엔 일본 음악이 전부 불법이었으니까 – 카셋테잎의 목록에 있던 Hotel Riverside에서 였다. 그 다음으로 그를 접한 것은 세월이 좀 많이 흘러 安全地帶의 타마키 코지(玉置浩二)와 함께 부른 듀엣곡 ‘夏の終りのハーモニー(여름의 끝자락의 하모니)’에서다. 그래서 앞서의 노래에서 느꼈던 ‘전형적인 일본 엔까 가수로구나’라는 느낌에서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구나’로 느낌이 바뀐 뒤, 계속 ‘그의 노래를 좀 더 많이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얼음의 세계(氷の世界)’ 발매기념 40주년 특별판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1973년 발매된 이 앨범은 그의 통산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당시 자국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일본 대중음악 시장에서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는 그의 전작이 –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 단출하고 소박한 Folk의 분위기였다면 이 앨범에서는 좀 더 많은 악기 동원 등을 통하여 Folk Rock으로 더 확장된 음악세계를 – 그와 동시에 좀 더 대중적인 음악세계 –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앨범에는 심플한 포크에서부터 요란스러운 락앤롤, 서정적인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 그러면서도 통일된 톤으로 –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수록곡들은 음반을 한 두어 번 들으면 귀에 익숙해질 만큼 재기 넘치는 멜로디로 채워져 있다. 무심한 듯 청량한 보컬은 단박에 ‘이노우에의 목소리구나’하는 느끼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는 또 다른 청량한 목소리의 소유자 오다 카즈마사(小田 和正)와 흡사한 면이 있다. 가사는 ‘1970년대 청춘이라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정서가 지배적이다. 건널목, 기차, 도시의 불빛, 얼음, 편지 등 복고풍의 단어들이 가사가 전달하려는 느낌을 강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이노우에는 이 단어들을 통해 70년대 일본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느꼈을 법한 고독, 초조함, 자기연민 등을 노래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 시대정서가 맘에 든다.

Night an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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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Jackson의 1982년 작 Night and Day는 영국 뮤지션이었던 그가 뉴욕의 문화를 접하고서 느꼈던 바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좌측 상단의 마천루의 야경과 하얀 배경에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뮤지션이 대비를 이루는 앨범 커버에서부터 이미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듯이, 조 잭슨에게 있어 뉴욕은 첫 곡 Another World 그대로 “다른 세상”이었다. Chinatown역시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헤매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데, 이런 뉴욕에 대한 감회는 이 앨범 최고의 히트곡 Steppin’ Out에서 절정을 이룬다. 뉴욕 거리에서 “반짝이는 빛의 색깔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뮤지션은 “밤으로, 빛으로 들어가자고(steppin’ out into the night, into the light)” 유혹한다.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특이하다고 느껴지는 노래는 뉴욕의 게이 문화를 소재로 한 Real Men인데, 오늘날의 관점에 봐서도 상당히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가진 노래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과연 남자다움이 무엇이냐고 묻는 조 잭슨의 열린 마음이 맘에 든다. 전체적으로는 데뷔 앨범 Look Sharp!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윤기 있게 변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Look Sh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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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데뷔앨범이라고는 해도 신인답지 않게 너무 매끈하게 잘 뽑혀 나온, 여유 만만한 데뷔앨범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 The Stone Roses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이 그랬고 지금 소개하는 Joe Jackson의 데뷔앨범 Look Sharp!(1979)도 그런 데뷔앨범이다. 물론 서구 뮤지션들은 싱글 발매나 라이브를 통해 오랜 습작기간을 거쳐 정식 LP를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데뷔앨범이 나온다 해서 별로 이상할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뭔가 풋풋한 그런 데뷔앨범의 맛은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런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데뷔앨범을 들자면 Duran Duran의 데뷔앨범이 그랬고, 의외로 Bob Dylan의 데뷔앨범도 그렇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첫 곡 One More Time부터 일찌감치 – 앨범 수록곡 모두가 그러하듯 – 이 한곡에 록, 스카, 펑크, 뉴웨이브가 자연스럽게 화학적으로 융화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긋한 애정관계를 노래한 첫 곡에 이은 Sunday Papers는 소란스러운 영국 언론에 대한 Joe Jackson의 냉소를 읽을 수 있다. 다음 곡 Is She Really Going Out With Him?은 제목에서 싱글로 발매되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앞서 언급한 세 곡은 모두 싱글로 발매되었는데, 발매 순서는 앨범 수록곡 순서와 반대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이 세곡의 음악적 깊이와 거의 대등한 곡들로 – 오리지널 CD는 총 11곡 – 채워져 있다. 앞서 암시했듯 Joe Jackson은 이미 데뷔앨범 이전부터 자신만의 밴드를 이끌고 공연을 하며 수입을 얻고 있었는데, 이 앨범은 거기에서 마련된 돈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처음 세 싱글과 앨범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응은 미지근했다. 전기가 마련된 것은 Is She Really 싱글이 재발매 되었을 때다. 싱글이 차트에 올랐고 앨범도 덩달아 인기를 얻게 되었다. 앨범은 오히려 본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순위에 올라갔다.

Before and After Science

A picture of the album cover depicting a white border with a stark black and white image of the side profile of Brian Eno's face. In the top right corner is Brian Eno's name. In the bottom right corner the album's title is wri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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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and After Science(1977년 발매)를 듣기 전에 Brian Eno가 이 앨범을 내놓기 2년 전 내놓은 또 하나의 명반 Another Green World를 들었기 때문에 들으면서 여러모로 두 앨범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Another는 앨범 커버에 그려진 것처럼 절제되고 심플한 파스텔톤의 세계를 묘사한 아트락 분위기라면 이 앨범은 보다 팝음악 친화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첫 곡 No One Receiving에서부터 Eno가 후에 함께 작업하는 밴드 Talking Heads의 애너그램이라는 해석이 흥미로운 King’s Lead Hat까지는 – LP로 치면 A면 – 빠른 리듬의 팝음악이다. 심지어 King’s는 모르고 들으면 ‘Devo의 곡인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러다 Here He Comes부터 좀 더 차분해지더니 Julie With…와 By This River는 굉장히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서 수수께끼와 같은 상황에 놓인 자신의 모습을 관조하는 듯한 공허감이 느껴진다. 그런 분위기는 앨범 끝 곡인 Spider and I 까지 이어진다. 앨범 작업에는 Roxy Music, Free, Fairport Convention, Can, Cluster 등의 수준급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Life’s a Riot with Spy vs S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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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질(質)을 떠나서 투입된 양(量)만을 놓고 보자면 Billy Bragg의 Life’s a Riot with Spy vs Spy만큼 투입 대비 산출이 좋았던 음반도 없을 것이다. 앨범의 길이가 15분 57초에 불과하고 – 그래서 카셋테잎에는 한 면에만 노래가 녹음되어 있다 – 쓰인 악기는 노래를 부른 Billy Bragg의 기타밖에 없는 이 앨범은 EP가 아닌 정식 음반으로 분류되어 당시의 앨범 차트에 올랐는가 하면 급기야 NME가 선정한 역대 가장 위대한 500개의 앨범에서 440위에 오르기까지 했던 앨범이니까 말이다. 물론 버스킹을 통해 실력을 다진 Billy Bragg에게 있어 이 앨범은 다른 어떤 뮤지션의 앨범보다 더 공을 들였다고 해도 – 즉 질적으로 뛰어난 – 할말이 없고 앞서의 상업적/비평적 성공이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비슷비슷한 멜로디에 비슷비슷한 창법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당시 영국의 젊은이들이 느꼈을 감정 혹은 정서가 귀를 통해 가슴으로 전해진다. 당대의 The Jam의 노래에서도 느낄 수 있고 바다 건너 Bruce Springsteen의 노래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거칠면서도, 그런 면에서 생생한 제1세계의 노동계급으로 살아가는 젊은이의 혈기와 울분 뭐 그런 것들이다. 개인적으로는 The Man in the Iron Mask가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