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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쿠잭의 독백

나는 평범하다 하지만……나의 재능은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이 모든 평범함을 하나의 깔끔한 틀 안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나같은 놈은 수없이 많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많은 사내 녀석들이 나무랄 데 없는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녀석들은 책을 안 읽는다. 많은 녀석들이 책을 읽지만, 뚱뚱하다. 많은 녀석들이 페미니즘에 공감하지만 그들을 우스꽝스러운 턱수염을 기르고 있다. 많은 녀석들이 우디 알렌적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우디 알렌처럼 생겼다 어떤 녀석들은 술을 너무 많이 먹고, 어떤 녀석들은 운전할 때 바보스럽게 행동하고, 어떤 녀석들은 싸움질을 하거나, 돈자랑을 하거나, 마약을 한다. 나는 사실 이런 짓들은 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나를 괜찮다고 본다면, 그건 내가 가진 장점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지지 않은 단점들 때문일 것이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동안 나는 난생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내가 죽는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두려워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공포가 나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것들을 못 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담배를 끊는 것이라든지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금연이란 게 대체 뭐란 말인가?) 나의 인생, 특히나 내 직업처럼 미래에 대한 개념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너무나 두렵다. 미래는 결국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등등. 하지만 주로 이 공포는 나로 하여금 어떤 관계를 지속시키지 못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어떤 관계를 지속하면 삶은 그 상대방의 삶에 의존적이 되고, 그 다음에 그들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예를 들자면, 그들이
공상 과학 소설의 주인공이라든가)이 아닌 이상 예정된 바와 같이, 죽게 되는데 그러면…당신은 아주 난처해 지지 않겠는가? 물론 내가 먼저 죽는다면 상관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은 그렇게 기운 나는데 도움되는 생각은 아닌 것이다.

high fidelity 중에서

trans by chung youzin

John Cusack

요즘 동안(童顔)이 유행인데 헐리웃을 대표하는 동안 배우를 뽑으라면 이 형님이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존쿠작 형님

John Cusack Headshot.jpg
John Cusack Headshot” by John Cusack – Digital Media Management/Jamie Anderson.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1966년 말띠이심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한 눈동자와 약간 작다 싶은 입술, 그리고 갸름한 얼굴형 덕분에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네 살 많은 누님 Joan Cusack 이 어느새 School Of Rock에서 교장선생님 역을 맡고 있는 요즘에도 아직 철없고 젊은 로맨틱 가이 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하지만 사실어릴 적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한그의 필르모그래피는 그의 나이 18세인(미국 나이로는 16세쯤 될까?) 1983년부터 시작된다. 데뷔작은 롭로우, 앤드류맥카시, 재클린비셋 등 당시의 청춘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Class. 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올무비가이드 평점 한 개 반이라는 처참한 평가가 내려진 것을 보면 타임킬링용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나마 작품성있는 영화에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은 것은 존 휴즈의 Sixteen Candles 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 몰리링워드라는 청춘스타를 집중조명한 영화이기에 그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던 영화였다.

이렇게 80년대 그의 영화배우로서의 경력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그보다 더 잘 생기고 연기 잘하는 청춘스타들이 득실거렸다. 롭로우, 토마스하우웰, 패트릭스웨이즈, 탐크루즈, 맷딜런, 랄프마치오, 앤드류맥카시, 제임스스페이더 등등! 하다못해 그는 자신보다 못생긴 앤서니마이클홀에게도 밀릴 정도였다. 이런 청춘스타들의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가기에 또 하나의 난관은 요즘에야 장점이 되어버린 <너무 어려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롭로우가 그보다 불과 두 살이 위라는 사실을 아는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는 존재감 없이 잊혀져버릴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각고의 노력이었는지 또는 운이었는지(누구의 말에 따르면 운이라는 것도 강자의 전유물이라고 하지만) 80년대가 거의 끝날 무렵인 1989년 타고난 이야기꾼 Cameron Crowe 의 Say Anything에서 감수성 예민한 주인공 Lloyd Dobler 역을 멋지게 소화해내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이후 필르모그래피가 수퍼스타 탐크루즈 처럼 흥행몰이의 귀재의 그것과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되었던 그 많은 청춘스타들이 자신의 재능을 영화 이외의 것에 탕진하며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져 갔을 때에도 묵묵히 나름 성심성의껏 연기를 계속 해나갔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 결과 우디알렌, 스티븐퓨리어스, 로버트알트만과 같은 훌륭한 감독들과의 만남이 이어졌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매니아용 러브스토리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을 통해 뒤늦은 로맨틱코미디의 단골배우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잭블랙의 노래솜씨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작)

이후 두어편의 로맨틱코미디에 더 출연한 후 꾸준히 출연작을 늘린 그의 2007년 최신작은 직접 제작자로 나선 Grace Is Gone 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걸어온 그의 영화인생. 배우로서의 단점인 동안을 꾸준히 유지해 나이 들어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거기에 댄디함까지 더한 배우. 초호화장정은 아니지만 그럭저럭듬직한 하드커버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의 그런 배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