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井上陽水 – 氷の世界


(이미지 출처)

내가 이노우에 요스이(井上陽水)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적 구입했던 일본 음악 불법복사 – 당시엔 일본 음악이 전부 불법이었으니까 – 카셋테잎의 목록에 있던 Hotel Riverside에서 였다. 그 다음으로 그를 접한 것은 세월이 좀 많이 흘러 安全地帶의 타마키 코지(玉置浩二)와 함께 부른 듀엣곡 ‘夏の終りのハーモニー(여름의 끝자락의 하모니)’에서다. 그래서 앞서의 노래에서 느꼈던 ‘전형적인 일본 엔까 가수로구나’라는 느낌에서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구나’로 느낌이 바뀐 뒤, 계속 ‘그의 노래를 좀 더 많이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얼음의 세계(氷の世界)’ 발매기념 40주년 특별판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1973년 발매된 이 앨범은 그의 통산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당시 자국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일본 대중음악 시장에서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는 그의 전작이 –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 단출하고 소박한 Folk의 분위기였다면 이 앨범에서는 좀 더 많은 악기 동원 등을 통하여 Folk Rock으로 더 확장된 음악세계를 – 그와 동시에 좀 더 대중적인 음악세계 –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앨범에는 심플한 포크에서부터 요란스러운 락앤롤, 서정적인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 그러면서도 통일된 톤으로 –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수록곡들은 음반을 한 두어 번 들으면 귀에 익숙해질 만큼 재기 넘치는 멜로디로 채워져 있다. 무심한 듯 청량한 보컬은 단박에 ‘이노우에의 목소리구나’하는 느끼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는 또 다른 청량한 목소리의 소유자 오다 카즈마사(小田 和正)와 흡사한 면이 있다. 가사는 ‘1970년대 청춘이라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정서가 지배적이다. 건널목, 기차, 도시의 불빛, 얼음, 편지 등 복고풍의 단어들이 가사가 전달하려는 느낌을 강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이노우에는 이 단어들을 통해 70년대 일본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느꼈을 법한 고독, 초조함, 자기연민 등을 노래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 시대정서가 맘에 든다.

Look Sh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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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데뷔앨범이라고는 해도 신인답지 않게 너무 매끈하게 잘 뽑혀 나온, 여유 만만한 데뷔앨범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 The Stone Roses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이 그랬고 지금 소개하는 Joe Jackson의 데뷔앨범 Look Sharp!(1979)도 그런 데뷔앨범이다. 물론 서구 뮤지션들은 싱글 발매나 라이브를 통해 오랜 습작기간을 거쳐 정식 LP를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데뷔앨범이 나온다 해서 별로 이상할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뭔가 풋풋한 그런 데뷔앨범의 맛은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런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데뷔앨범을 들자면 Duran Duran의 데뷔앨범이 그랬고, 의외로 Bob Dylan의 데뷔앨범도 그렇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첫 곡 One More Time부터 일찌감치 – 앨범 수록곡 모두가 그러하듯 – 이 한곡에 록, 스카, 펑크, 뉴웨이브가 자연스럽게 화학적으로 융화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긋한 애정관계를 노래한 첫 곡에 이은 Sunday Papers는 소란스러운 영국 언론에 대한 Joe Jackson의 냉소를 읽을 수 있다. 다음 곡 Is She Really Going Out With Him?은 제목에서 싱글로 발매되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앞서 언급한 세 곡은 모두 싱글로 발매되었는데, 발매 순서는 앨범 수록곡 순서와 반대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이 세곡의 음악적 깊이와 거의 대등한 곡들로 – 오리지널 CD는 총 11곡 – 채워져 있다. 앞서 암시했듯 Joe Jackson은 이미 데뷔앨범 이전부터 자신만의 밴드를 이끌고 공연을 하며 수입을 얻고 있었는데, 이 앨범은 거기에서 마련된 돈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처음 세 싱글과 앨범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응은 미지근했다. 전기가 마련된 것은 Is She Really 싱글이 재발매 되었을 때다. 싱글이 차트에 올랐고 앨범도 덩달아 인기를 얻게 되었다. 앨범은 오히려 본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순위에 올라갔다.

Before and After Science

A picture of the album cover depicting a white border with a stark black and white image of the side profile of Brian Eno's face. In the top right corner is Brian Eno's name. In the bottom right corner the album's title is wri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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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and After Science(1977년 발매)를 듣기 전에 Brian Eno가 이 앨범을 내놓기 2년 전 내놓은 또 하나의 명반 Another Green World를 들었기 때문에 들으면서 여러모로 두 앨범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Another는 앨범 커버에 그려진 것처럼 절제되고 심플한 파스텔톤의 세계를 묘사한 아트락 분위기라면 이 앨범은 보다 팝음악 친화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첫 곡 No One Receiving에서부터 Eno가 후에 함께 작업하는 밴드 Talking Heads의 애너그램이라는 해석이 흥미로운 King’s Lead Hat까지는 – LP로 치면 A면 – 빠른 리듬의 팝음악이다. 심지어 King’s는 모르고 들으면 ‘Devo의 곡인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러다 Here He Comes부터 좀 더 차분해지더니 Julie With…와 By This River는 굉장히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서 수수께끼와 같은 상황에 놓인 자신의 모습을 관조하는 듯한 공허감이 느껴진다. 그런 분위기는 앨범 끝 곡인 Spider and I 까지 이어진다. 앨범 작업에는 Roxy Music, Free, Fairport Convention, Can, Cluster 등의 수준급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Idris Muhammad – Power of Soul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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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앨범의 커버를 보고서는 곧바로 ‘뭔가 이슬람 풍이 섞인 재즈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억측에 불과했음을 앨범을 다 듣고서야 깨달았다. 앨범은 철저히 영혼(soul)의 심연을 파고드는 전형적인 서구 스타일의 모던 재즈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Grover Washington Jr., Bob James 등 당대의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Leo Morris라는 이름을 가진, 후에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이름을 이드리스 무함마드(아랍어로 إدريس محمد‎‎)로 바꾼 실력있는 드럼 주자와 함께 만든 앨범이었다. 이드리스는 기세 좋게 자신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앨범 커버로 썼는데 그 전형적인 무슬림의 외양이 전면에 배치된 커버가 내게 선입견을 심어준 것이다. 어쨌든 이 앨범은 좀 더 아방가르드한 분위기의 50~60년대 재즈 전성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앞서 말했듯이 모던한 분위기의, 그리고 좀 더 쉬운 멜로디의 재즈 넘버로 구성되어 있다. 약간 으스스해지는 가을이나 맹추위의 겨울 등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들으면 좋을 그런 수작 앨범이다.

1. “Power of Soul” 7:07
2. “Piece of Mind” 9:24
3. “The Saddest Thing” 7:10
4. “Loran’s Dance” 10:39

Stand!

Sly and the Family Stone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Stand!는 펑크(funk)와 싸이키텔릭팝 장르의 금자탑이다. 1969년 5월 3일 에픽 레코드사를 통해 발매된 이 앨범은 발매된 해에만 50만 장 이상이 팔리며 밴드의 이전 앨범 Life의 상업적 실패를 만회하였고, 美의회 도서관이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심미적으로 중요한” 앨범이라 평하며 국립레코딩기록(the National Recording Registry)에 포함시킬 정도로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앨범 수록곡 중 상당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퍼시픽하이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Stand!는 Sly가 보컬을 리드하는 타이틀 트랙 미드템포의 “Stand”로 시작한다. 두 번째 트랙 “Don’t Call Me Nigger, Whitey”는 “날 깜둥이라 부르지 마 흰둥아. 날 흰둥이라 부르지 마 깜둥아.”라는 간단한 가사로 만들어진 재밌는 소품이다. 앨범의 백미 중 하나인 “I Want to Take You Higher” 는 음악(또는 마약?)을 통해 정신적으로 절정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인데 일곱 명의 멤버 전원이 백킹 보컬에서 샤우트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작품이다. “Somebody’s Watching You”에서는 Sly Stone, Graham, Freddie Stone, Rose Stone 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제창한다. “Sing a Simple Song” 은 청중들에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따라 해보세요”라고 독려하는 가사가 이색적인 곡이다. 이 노래는 나중에 Diana Ross & the Supremes, The Temptations, The Jackson 5 등이 커버하기도 했다.

LP버전의 B면 첫 곡이기도 한 “Everyday People”은 앨범의 발매 시점에 이미 미국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이다. 다른 인종과 다른 사회계층 사이의 평화와 평등을 주창한 이 곡은, 1960년대 말 미국에서 고양된 인종차별철폐 등 각종 사회운동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작 흑인음악이다. 밴드의 싱글 중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곡이기도 하다. 13분에 걸친 연주음악으로 구성된 “Sex Machine”은 보코더와 각 멤버들의 솔로를 활용하여 만든 음악이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You Can Make It If You Try” 는 Sly Stone, Freddie Stone, Larry Graham이 보컬을 담당하였다.

Stand!가 발매된 1969년 미국은 – 그리고 나머지 서구 1세계 – 평화운동이 한껏 고양되어 여러 소수집단의 권리 주장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펑크(funk)라는 자유로운 장르가 사회상황과 결합한 경우 중에서 가장 화학적으로 잘 융합된 하나가 바로 이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경직된 주먹 흔들기가 아닌 너풀거리듯 그루비한 춤을 추며 평화와 평등을 외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정치적으로 양극화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염증을 내는 대통령 후보가 유력정당의 사실상의 공식후보가 된 2016년 미국의 상황에서, 이 앨범을 다시 한 번 꺼내듣고 그때를 상기하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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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to Real Cacop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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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torealcacophony”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Arista Records.. Licensed under Wikipedia.

Real to Real Cacophony는 포스트펑크/뉴웨이브 밴드 Simple Minds가 1979년 내놓은 이들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1979년은 소위 “포스트펑크” 밴드의 명반이 – 예를 들면 Joy Division의 Unknown Pleasures 등 – 많이 발표된 해고 이 앨범도 그 중 하나다. Simple Minds의 곡을 80년대 청춘 영화 The Breakfast Club에서의 Don’t You와 같은 뉴웨이브 사운드가 많이 가미된 곡에서부터 접한 이라면 이 앨범이 많이 낯설 것이다. Jim Kerr의 보컬은 이 당시 많이 날카로웠고 멜로디와 리듬은 언뜻 KraftwerkDevo를 연상시킨다. 가사는 의미를 모를 단어의 연결이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곡은 Citizen (Dance of Youth)다.

Unknown Pleas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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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pleasures” by Source.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Unknown Pleasures“>Fair use via Wikipedia.

Unknown Pleasures는 Joy Division의 스튜디오 데뷔앨범이다. 이 앨범은 스트로베리 스튜디오에서 1979년 4월 1일에서 17일에 걸친 짧은 기간 동안 녹음을 마치고 그 해 6월 15일 팩토리 레코드사를 통해 영국에서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앨범 수록곡 중에서 싱글도 발매되지 않았고 – 홍보를 위해 “Transmission” 싱글이 발매되긴 했다 – 차트에 진입하지도 못했다. 1976년 결성되어 Warsaw라고 불리기도 했던 이 포스트펑크 밴드의 경력이 1980년대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 것 같은 불안한 출발이었다. 물론 정규 앨범을 두 개밖에 내지 못할 정도로 활동기간이 길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걸작으로 남게 되었고 Joy Division 역시 시대를 대표하는 펑크 밴드로 평가받게 되었다.

이 앨범 이전에 밴드가 내놓은 앨범은 자신들이 프로듀스하여 1978년 내놓은 EP An Ideal for Living이었다. 이 앨범 덕분에 그들은 Tony Wilson의 지방 뉴스쇼 Granada Reports에 1978년 9월 출연하였다. 그것을 계기로 밴드의 매니저 Rob Gretton은 Wilson에게 Factory Records 레이블에서 Joy Division의 앨범을 내자고 제안하였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영국 스톡포트에 있는 스트로베리 스튜디오에서 작업에 착수한다. 프로듀서는 Martin Hannett이었다. Hannett은 Peter Hook의 표현처럼 “최고의 요리사”로서 Joy Division의 뛰어난 재료를 가지고 솜씨 좋게 요리를 만들었다. 그는 유리병을 깨부수는 소리, 스낵을 먹는 소리 등 평범하지 않은 음향효과를 첨가하여 곡에 세련미를 가미했다.

Hannett이 창조해낸 “공간감이 넓은 광활한 사운드”에 대한 밴드 멤버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Sumner는 “우리는 흑백의 그림을 원했는데 마틴이 색깔을 집어넣었다.”고 비판했다. Hook은 “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음악이 마치 Pink Floyd같았다”라고 말했다. Morris는 이와는 다른 의견이었다. “Unknown Pleasures를 듣고 행복했다. 당시의 내 논지는 두 가지는 – 레코드를 듣는 것과 공연에 가는 것 –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Curtis도 프로덕션에 만족해했다. 2006년 인터뷰에서 Hook은 회고했다. “분명 당시에는 내가 원하는 사운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마틴이 일을 잘 했던 것은 이제 알겠다. 이에 관한 다른 대안은 없었다. 마틴 해넷이 조이디비전의 사운드를 창조하였다.”라고 인정하였다.

작가 Chris Ott는 앨범의 이름이 Marcel Proust의 Remembrance of Things Past에서 따온 것 같다고 말하였다. 앨범 커버는 Peter Saville이 맡았는데, 유명한 펄서 CP 1919의 전자파동의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Saville은 흑백의 이미지를 뒤집어 검은 배경에 하얀 선의 파동 그래프가 그려진 유명한 커버를 완성하였다. 앨범은 1쇄로 1만 장을 프린트하였다.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LP에 수록되지 않은 홍보용 싱글 “Transmission” 이 발매되자 앨범은 전량 팔렸다. 당시 총 판매량은 1만5천 장 정도였고 차트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1980년 5월 Curtis가 자살하고 두 번째 정규앨범 Closer가 발매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재발매된 앨범은 그해 8월에 차트 71위에 진입하여 한참을 머물렀다.

평론가들의 이 앨범에 대한 평이 “불투명한 선언(opaque manifesto)”이나 “황량한 악몽의 사운드트랙(bleak nightmare soundtrack)”이라 평할 만큼 이 앨범은 황량한 상실감으로 메워져 있다. 앨범 발매 이후 1년이 되지 않아 자살을 선택한 이언 커티스의 심신에 걸친 극도의 불안감이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Joy라는 단어를 밴드 명에 쓰고 Pleasures란 단어가 앨범 명에 쓰인 것 치고는 너무나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스터리하고 음습한 보컬이 조급증이 느껴지는 연주나 특수효과와 함께 공감감이 넓은 음악 안에서 메아리칠 때,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것은 이언 커티스의 거대한 공허감이라는 점이 이 앨범의 매력이자 – 결말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 가슴 아픈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