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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de

휴가지에서 남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며 이혼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더니 집은 텅텅 비어있고 남편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다면? 바로 그 꼴을 아름다운 여인 레지램버트(오드리햅펀)가 당하게 된다. 황당해 하는 그녀 앞에 매력적인 이혼남 피터죠슈아(캐리그랜트)가 나타났고 그녀는 그에게 연정을 느낀다. 한편 CIA의 정보원이라는 버튜모어는 남편이 CIA의 돈을 가져갔다며 그 돈을 찾아올 것을 주문하고 남편의 옛 전우였다는 세 남자 역시 레지램버트를 같은 이유로 협박한다.  그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히치콕의 그것을 닮아 있다. 더구나 극 중반쯤 되면 그 돈이 어디 있는지 범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될 정도로 반전이 그리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스타 시스템을 이용하여 관객이 보기 편하도록 성의껏 만든 오마쥬 역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서늘한 아름다움의 소유자 오드리햅펀이 등장하니 말이다. 지방시의 심플한 파스텔톤의 의상들이 그녀의 전성기 미모를 받쳐주고 있다. 음악은 헨리맨시니가 맡았으니 오드리햅펀의 바로 직전 작품인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스릴러 버전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His Girl Friday

잘 나가던 기자 Hildy Johnson 이 어느 날 전남편이자 전 직장 Morning Post 의 사장인 Walter Burns(Cary Grant)에게 내일이면 새 약혼자 Bruce Baldwin 과 결혼하여 도시를 떠난다고 통보하러 간다. 야비하고 야심만만한 월터는 그런 그녀를 그냥 보내지 않고 무슨 수든지 써서라도 신문사에 남겨놓으려고 한다. 때마침 정신이상자 Earl Williams 의 살인사건으로 인한 사형이 개시되려 하는 판이고 월터는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기에 그를 집행유예 시키려고 맘먹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 출신의 주지사는 유색인종의 표를 의식해 – 우연히도 얼은 흑인경찰을 살해했다 – 그를 사형시키려 한다. 힐디의 호기심을 교묘히 자극하여 마지막 기사를 위해 기자실에 올려 보낸 월터는 새 신랑 브루스를 야비한 술수로 감옥에 처넣어버린다. 그 와중에 얼은 탈옥하여 기자실로 숨어들고 이를 발견한 힐디는 특종을 잡으려는 욕심에 신랑의 존재도 까맣게 까먹고 일에 집중하게 된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저널리즘의 하이에나적인 습성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 대의민주주의의 교묘한 패러독스 등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스크루볼 코미디의 정석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감독의 공력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케리그란트의 과장된 코믹연기도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볼거리. The Thing, The Big Sleep, Scarface 등을 만든 거장 하워드혹스의 1940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