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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on 2 : The Return

1편을 보지 못하고 2편부터 봐버렸다. 덕분에 처음에 극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 증세를 보이며 작품을 감상해야 했던 어려움이……. 1편은 대충 어느 날 나타난 외계인들이 노인들의 원기를 회복시켜주어 제2의 청춘을 살게 되고 결국 그들과 함께 영원히 늙지 않는 행성을 날아간다는 다소 특이한 소재의 에스에프 영화였다. 2편에서는 이런 그들이 지구에 남겨놓은 코쿤(외계생명이 자라나는 큰 알)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게 되고 다시 되돌아와 코쿤을 회수해나간다는 스토리다. 이 큰 줄기를 둘러싸고 가족의 재회, 지구로 돌아옴으로써 재발하는 노인들의 병, 지구에 남았던 다른 친구의 과거에 대한 완고함 등 노인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생기기 마련인 인생사의 고민 등이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전편의 후한 점수에 비해 이 작품은 좋은 점수를 받진 못했지만 노인들의 삶에 대한 노련함과 완고함, 죽음에 대한 여전한 두려움 등 세세한 감정들이 묘사되어 있어 드라마적 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연구원으로 등장하는 The Friends 의 히로인 Courteney Cox 의 젊은 시절도 감상할 수 있는 작품.

Dogfight(샌프란시코에서의 하룻밤, 1991)

Dogfight(개싸움)은 비행기 공중전을 가리키는 속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탑건류의 전쟁액션물?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개싸움은 또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혈기왕성한 군인들이 가장 못생긴 파트너를 데려오는 이에게 판돈을 몰아주는 이색파티의 명칭이 그것이다. 내일이면 베트남이라는 전쟁터로 떠나는 에디 버들레스(리버 피닉스 분)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친구들과 함께 개싸움 파티를 위해 뿔뿔이 흩어져 추녀들을 찾아 헤맨다. 그래서 엮은 여자가 로즈피니(릴리타일러). 결국 파티의 진실을 알게 된 로즈는 화를 내며 파티를 떠나고 에디는 그런 그녀에게 사과하러 그녀의 집을 찾아가서 마지막 밤을 함께 시내를 배회한다. 올 여름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온 터라 얼마 전의 두 번째 감상할 때에는 보다 더 시내의 풍경에 애정(?)을 가지고 봤던 작품. 이성에 대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는 결론은 만족스럽지만 전쟁에 대한 알듯말듯한 모호한 자세는 약간 삑사리. 리버피닉스여 편히 쉬소서.

네이버 영화소개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706

Heavenly Creatures(1994)

우정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악랄하리만큼 변태적인 컬트 Bad Taste 의 감독에서 ‘반지의 전쟁’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피터잭슨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1994년작. 외골수 파울린이 생기발랄한 소녀 줄리엣(케이트윈슬렛)을 만나서 애정에 가까운 우정을 발전시켜나가는 와중에 둘은 줄리엣의 엄마가 자신들의 우정을 파괴하려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결과는 파국적 종말. Bad Taste, Dead Alive 의 악동 스타일 영화로 명성을 얻은 피터잭슨은 정통극 영화에도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준 영화. 실화의 주인공은 후에 소설가가 되었다 한다.

24 Hour Party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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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디비전, 뉴오더, 팩토리 레코드, 버즈칵스, 해피먼데이스, 하시엔다, 그리고 맨체스터……. 펑크나 인디락 계열의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이라면 친숙할 이 단어들은 70년대 펑크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나타난 80년대의 포스트펑크 조류, 레이브 문화, 신스팝, 그리고 이 모두를 한데 묶어 커다란 공간 안에 표출한 맨체스터라는 도시의 인식표들이다. 저널리스트이자 팩토리 레코드사의 설립자이자 클럽주인이었던 토니윌슨의 행적을 뒤쫓으며 매드(mad)체스터라고까지 불렸던 당시의 쾌락주의적이고 음울한 맨체스터의 뮤직씬을 경쾌한 카메라웍으로 되짚어 보는 이 영화는 대개의 음악영화들이 그렇듯이 알면 재밌고 모르면 지루한 영화다. 그러므로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취향이 아니더라도 영화 감상 전에 대충 스톤로지스, 해피먼데이스, 뉴오더, 808스테이트 등 당시 맨처스터라는 도시를 강렬한 비트로 두들겨댔던 음악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뉴오더의 팬으로서 한가지 불만이라면 해피먼데이스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감이 없지 않음. 웰컴투사라예보의 마이클 윈터바텀 2002년 작.

※ 이 영화가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할 당시 극장에서 관람한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이 직접 내한하여 관람객들과 대화를 갖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나도 나중에 손을 들어 감독에게 실제로는 어떤 밴드가 최애냐 물었었는데 아마 해피먼데이스라고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관련 홈페이지는 http://www.partypeoplemovie.com/ 최근(2014년 7월 현재) 들어가보니 문을 닫았다. web.archive.org의 힘을 빌어 예전 사이트를 들어가서 아래 이미지를 얻어옴.

Play It Again, Sam

우디알렌의 희곡을 바탕으로 허버트로스가 1972년 만든 이 영화는 비록 우디알렌이 감독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필로모그래피 전반에 차용되는 여러 분위기들 – 이를테면 주인공의 편집증적인 성격, 도시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욕정과 배신,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순 등 – 이 충실하게 재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소심하고 나약한 영화평론가 알란펠릭스(우디알렌)은 언제나 카사블랑카의 험프리보가트와 같이 카리스마있고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자신을 꿈꾸고 영화에서는 상상속의 험프리보가트가 이러한 알란의 또다른 자아를 설명한다. 알란은 가장 친한 친구 딕 부부의 도움으로 그는 이런 저런 여자들을 만나지만 그러다 정작 딕의 아내인 린다크리스티(다이안키튼)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 애틋한 감정은 린다의 거절로 순간의 추억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알란은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처럼 자신도 린다를 남자답게 떠나보내 주었다고 자위한다. 우디알렌다운 뻔뻔함이다. 우리가 우디알렌에게 발견할 수 있는 미덕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이 소품은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맥주 한잔을 옆에 두고 감상하기 딱 좋다.

p.s. 이 영화의 제목은 잘 알다시피 영화 카사블랑카의 명대사이다.

존휴즈(John Hughes)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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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Hughes” by This image has been widely distributed across the web.. Licensed under Wikipedia.

존휴즈(John Hughes)의 미덕은 무엇보다 젠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필르모그래피를 봤을 때 거의 감독으로서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틴에이저물, 가족오락물만 찍겠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철학은 – 진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별개로 하고 – 확실히 미국 영화사에서 그만의 지분을 차지하게끔 하는데 한몫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데뷔작은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존랜디스가 감독한 National Lampoon’s Animal House 이다. 도저히 구제불능인 한 대학 기숙사의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이 영화는 영화 자체를 일종의 저항문화의 코드로 받아들였던 평론가나 관객들의 의도로 말미암아 일찌감치 그 장르에서 걸작으로 꼽혔지만 존휴즈에게 있어서는 그냥 한번 난장판으로 놀아보자 이상의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National Lampoon 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덕택에 이 영화는 007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속편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실질적인 감독데뷔작은 1983년 몰리링워드 주연의 Sixteen Candles 였다. 16세 생일을 맞이한 소녀에게 닥친 불행과 행운의 해프닝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 전편에서 그 당시 미국십대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어메리칼그래피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틴에이지 물로서 나름대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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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teen Candles Soundtrack”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MCA Records.. Licensed under Wikipedia.

(이 영화에서는 Madness의 Our House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나오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 알아본 바 음악담당이 그들의 곡을 살 돈이 없어 자신이 표절(!)하여 작곡하였다 한다)

이후 1985년에 그의 영화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블랙퍼스트클럽을 찍는다. 주말에 교내에서 반성문을 쓰는 체벌을 받게 된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다룬 이 영화는 십대들의 나름대로의 번민을 진솔하게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심플마인즈의 Don’t You 등 음악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또한 그런 면에서 St. Elmo’s Fire와 비교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해 나온 Weird Science 도 맘에 든다. 성적 환타지에 시달리는(?) 두 명의 십대가 컴퓨터로 꿈에 그리던 여인을 만들어낸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꿔 받음직한 상상력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나름의 어이없지만 눈이 즐거운 코미디로 승화시킨 공로를 인정해줄만하다. 경쾌한 Oingo Boingo의 음악 역시 즐거운 사이드디쉬라 할 수 있다.

이후의 그의 영화이력은 이러한 틴에이지와 가족물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패리스블러라는 한 재기 넘치는 십대가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Ferris Bueller’s Day Off 나 새러데이나잇라이브의 인기 코미디언 스티브마틴을 등장시켜 한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의 극단적인 실험정신을 보여준 Planes, Trains and Automobiles, 그리고 90년대 초반 맬컬리컬킨의 신드롬을 불러왔던 Home Alone 등이 있을 것이다.

존휴즈 그는 분명히 우리가 소위 말하는 작가주의 정신을 가진 영화인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만의 코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낼 줄 아는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The Wild Bunch

샘페킨파의 “수정주의”적인 웨스턴 와일드번치는 어쩌면 자본가나 총잡이나 다 한통속으로 협잡질을 주무기로 돈을 벌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 오히려 정통극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철도회사의 돈을 가로채려는 강도 일당과 그들을 막기 위해 회사가 고용한 그들의 전 동료간의 추격전이 이 영화의 고갱이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추격전에서 일승일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강도 일당은 강도가 가져서는 안 되는 우정과 인간성이라는 덕목으로 말미암아 그런 덕목은 애초에 갖고 있지도 않던 멕시코의 반란군 장군 일당과의 끝을 보는 총격전으로 몰살당하고 만다. 주인공들의 덧없는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보니와 클라이드”를 닮았고 철도회사와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는 맬부룩스의 코미디 “불타는 말안장”과 비교해봐도 좋을 것이다.

The Commitments 의 명대사

“It has to be “The” something. All the best sixties bands were “The” somethings.”
밴드의 이름을 짓는 와중에 이름에 The가 붙어야 된다는 Jimmy의 대사

“Elvis is not soul.” “Elvis is God!”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에게 대드는 Jimmy와 아버지의 대화

“The Irish are the niggers of Europe. An’ Dubliners are the niggers of Ireland. An’ the northside Dubliners are the niggers o’ Dublin. Say it loud, I’m black an’ I’m proud.”
소울을 하기에는 좀 하얗지 않느냐는 Dean의 질문에 대한 Jimmy의 대답

“Soul is the rythm of sex. and it’s the rythm of the factory too. The working man’s rythm. Sex and the factory.”
Jimmy가 지하철에서 멤버들에게 소울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장면

“Jazz is musical wanking. If you want to wank, use that thing in your hand not your sax.”
Dean이 연주하는 동안 애드립을 집어넣자 그러한 연주는 재즈이며 재즈는 음악의 자위행위라는 Jimmy의 대사

http://www.talkingheads.net/com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