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 7월 2009
캣츠 아이
(스포일러 주의..)
캣츠 아이는 스티븐 킹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이다. 85년작이고 총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제목대로 도시를 떠돌아 다니는 고양이의 눈을 통해 관찰하는 세상의 모습이다. 물론 스티븐 킹이 원작인 만큼 그리 평범한 모습은 아니다.
첫번째 부분은 [금연주식회사]. 구제불능 골초들을 위해 금연을 하게 ‘만들어 주는’ 조금은 무시무시한 회사가 등장한다. 젊은 시절의 제임스 우즈가 금연을 하려는 주인공으로 나오고 꼬맹이 시절의 드류 베리모어가 그의 딸로 나온다. 금연주식회사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금연을 하고싶어 하는 이가 의뢰를 하면 그를 일정기간동안 감시하고 그 기간동안에 한개피라도 담배를 피는 모습이 발각되면 그의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형벌은 크게 두가지였다. 전기고문과 손가락 절단… 제임스 우즈는 어찌되었건 금연에 성공하지만 뒷맛은 상당히 찝찝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영화 중간에 제임스 우즈가 금단현상에 시달리며 자신이 직장동료로 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과대망상에 시달리는데 이 때 ‘Every Breath You Take’가 나온다. 폴리스의 원곡은 아니고 커버버전이다. 원곡은 너무 비싸서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감미로운 멜로디와는 달리 가사는 스토커 오브 스토커스러운 곡이니 사용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두번째 부분은 [위험한 내기]. 무시무시한 크라임 로드 아내의 정부, 노리스가 당사자에게 딱 걸린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그를 죽이는 대신 제안을 한다. 만약 노리스가 자신의 펜트하우스의 창 밖의 5인치짜리 턱을 한바퀴 돌아 온다면 아내도 주고 돈도 주겠다는 것. 배짱하나 믿고 산 노리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막상 창밖으로 나가니 이게 생각했던 것 만큼 쉽진 않다는 걸 깨닫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바람까지 불고 날개달린 쥐들도 그를 공격한다. 플롯은 이것뿐이다. 건물을 바깥을 한바퀴 도는 것. 하지만 개인적으로 손에 땀을 쥐며 본 편이었다. 극단적인 상황은 언제나 흥미롭다.
마지막 부분은 [벽 속의 괴물]. 지금까지는 관찰자에 머물렀던 고양이가 이번엔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드류 베리모어가 다시 등장한다. 다른 가족의 일원으로. 꼬맹이니까 그냥 설정 무시하고 캐스팅했나보다. 아니면 캐스팅된 배우 중 당시 (그리고 지금도) 가장 유명한 배우는 드류 베리모어였으니 감독이 그녀만 믿고 어떻게 영화를 구상한 걸지도 모르겠다.
도시를 떠돌던 고양이가 새 보금자리를 찾는데 마침 그집 벽장 속에 사는 작은 트롤이 주인집 딸인 드류 베리모어의 숨을 빼앗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 고양이 주인공 뿐이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엄마 때문에 고양인 마당에 내쫓겨 그녀를 지켜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똑똑한 고양이 주인공은 여차저차해서 집 안으로 들어오고.. 그리고 선풍기로 트롤을 갈아버린다는 아주 꿈과 희망이 가득한 결말.. 고양이는 드류 베리모어를 구한 공로가 인정되어 결국 집안에서 같이 살게 된다.
고양이와 드류 베리모어 콤비가 꽤 잘 어울렸다. 1편에서 제임스 우즈와 드류 베리모어의 호흡보다 좋았다. 제임스 우즈가 드류 베리모어를 끌어안으며 내 딸 내 딸 하고 착한 아빠 연기를 하는데 적응이 안돼서-_-;;
옛날 영화인지라 동물(들)이 지금처럼 지독하게 트레이닝 받아 칼로 잰듯한 연기를 보여주는 건 아닌데 연기를 하는듯 마는듯 하는 게 또 나름 자연스럽고 괜찮았다.
의외로 국내에 DVD가 출시되어 있다.
솔직히 하나하나 덜어뜨려 놓고 보면 그저그런 영화인데, 3개를 묶어놓으니 명절 때만 파는 색소 다량 첨가된 과자종합선물세트 같아서 볼만했던 영화..
피터 훅(Peter Hook)의 80년대

By Stefan Bollmann, Attribution, Link
2007년 8월호 모조 부록에 실렸던 피터 훅과의 짧은 인터뷰.
Interviewed by Pat Gilbert
나의 80년대– 피터 훅
약물, 술, 맨체스터의 천재적 펑크 디스코 – 정말이지 대단한 10년이었다니까!
당신은 리스트에 두 번 올랐습니다, 조이 디비전의 Closer와 뉴 오더의 Low-Life로요. 그들이 그렇게 출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들을 만들었어요. 우리는 예술적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죠. Blue Monday는 10분짜리 곡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걸 싱글로 내놨죠; Love Will Tear Us Apart는 앨범에 [Closer] 수록되지도 않은 곡이었습니다. 다른 밴드들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팩토리와 50대50으로 수익을 나눴습니다. 덕분에 앨범을 만장 판 정도로도 1년은 먹고 살 수 있었어요– 수지 앤 더 밴시스는 아마 십만장은 팔아야 했을 겁니다.
라이브 에이드로부터 제의를 받은 적 있나요?
아뇨. 나는 밥 겔도프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의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나 모욕적이었죠. 그걸 거절한 사람이 있다는 소린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80년대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Blue Monday로] 1983년 톱 오브 더 팝스에 출연했을 때였죠. 우리 세대에겐 거기에 출연하는 것이 최고로 여기지곤 했어요.

By BBC – BBC, Public Domain, Link
최악의 순간은요?
이언 커티스의 자살입니다. 이언은 1980년 5월에 죽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80년대를 그 사건과 함께 시작한 거나 다름없어요. 그런 재앙적인 출발이 어디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가장 정신나간 순간은 언제였죠?
그건 너무 많군요… 우리는 미국에 빨리 진출한 편이었죠. 거긴 사람을 다루는 법을 압니다. 클럽 앞에서 우리가 뉴 오더라고 하면 사람들이 특별한 방으로 끌고 들어가서 약이고 술이고 할 거 없이 잔뜩 앵겨줬죠. 영국에서라면 귓방망이를 흠씬 맞았을 겁니다. 미국에서 우린 쾌락을 찾았고 정신나간 세계에 입성했어요. 그리고 애시드 하우스와 함께 80년대가 종언을 고했죠… 80년대는 정말이지 빌어먹게 좋았습니다.
어떤 음악을 듣곤 했나요?
바우 와우 와우, 헤이지 팬테이지, 맬컴 맥라렌의 모든 작품들. 애덤 앤트는 엄청난 아이콘이었고 마르코 피로니는 끝내주는 기타리스트였죠. 씨어터 오브 헤이트, 데쓰 컬트, 플레이 데드와 같은 80년대의 골수 고딕적 면모도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디제잉을 많이 했는데 그들은 죄다 80년대에 빠져있어요. 그 시기의 곡이라면 뭐든지 열광하더군요.
80년대가 당신에게 부를 가져다줬습니까?
그렇죠, 헌데 하시엔다에 대해선 좀 할 말이 있습니다. 그걸 6번이나 말아먹었거든요. 결국 하시엔다와 팩토리에 6백에서 9백만 정도의 돈을 쏟아 부었죠…
My ’80s- Peter Hook
Drugs, Booze, genius Manc punk disco – worra decade!
You’re in the list twice, for Joy Division’s Closer and New Order’s Low-Life. What made those groups so special?
We did stuff to make us happy. We were allowed complete artistic freedom. Blue Monday was 10 minites long, but we put it as a single; Love Will Tear Us Apart wasn’t on the album [Closer]. Everyone else was doing what they were told. Also, we had a 50/50 split with Factory so we could live for a year by selling 10,000 albums- Siouxsie & The Banshees would have had to sell 100,000.
Were you approached to Live Aid?
No. I take it Bob Geldof didn’t like us. You felt quite affronted that you weren’t asked. I’ve never heard anyone say they turned it down.
High point of the decade?
Appearing on Top Of The Pops in 1983 [with Blue Monday]. Doing that progranne was a dream for my generation.
Low point?
The suicide of Ian Curtis. Ian died in May 1980, so the ’80s were all up for us after that. It couldn’t have started out more fucking disastrously, could it?
Craziest moment?
There were so many… we got to America quite quickly, and they knew how to treat you over there. If we were outside a nightclub, when we said we were New Order they’d drag you in, put you in a special room and fill you full of drugs and alcohol. In England all you’d get was a thick ear. In Amercia we discovered hedonism and entered that whole mad world, then to finish the decade with acid house… the ’80s was fucking great for us.
What were you listening to?
Bow Wow Wow, Haysi Fantayzee, all that stuff that felt it had come from Malcolm Mclaren. I thought Adam Ant was a great character and Marco Pirroni was a fantastic guitarist. Theatre Of Hate, Death Cult, Play Dead – the serious goth side of it was good. I DJ in America a lot and they’re fucking obsessed with the ’80s. Play anything from that time and they go mental.
Did the decade make you millionaire?
Yeah, but thanks to the Hacienda I lost it – six times over. We worked out that we lost between six and nine million on that club and Factory…
카셋테잎(cassette tape)

By Thegreenj – Own work, CC BY-SA 3.0, Link
얼마 전에 영국의 13세 소년이 소니 워크맨을 다룰 줄 몰라 쩔쩔 맸다는 기사가 올라 나이든 음악 팬들을 웃게 만든 적이 있다. 80~90년대 소년이었던 이들이라면 대부분 머스트해브 리스트에 올랐던 워크맨이 – 특히 소니 – 이제는 추억의 전자기기가 되어 13세 소년에게 굴욕을 당하는 그 기사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재밌어 했을 것 같다.한편 아시다시피 워크맨에는 반드시 도우미가 있어야 했다. 바로 카셋테잎(cassette tape)이다.
아이팟(ipod)으로 치면 하드디스크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용량의 제한으로 마치 플로피디스크처럼 수시로 갈아 끼워야 했던 저장매체다. 때로 기성품으로 이미 노래가 녹음이 된 카셋테잎을 팔기도 했지만 카셋테잎의 장점은 무엇보다 바로 이른바 ‘공테잎’이란 테잎을 통해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처음 카셋테잎이 등장했을 때에는 LP를 주로 제작하던 하드웨어 업체들이 복제가능성으로 인해 음반시장이 고사할 것이라며 극렬 카셋테잎의 시중유통을 막으려했다는 – 확인불가의 – 에피소드가 있다. 마치 한때 mp3시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LP를 죽인 것은 디지털 매체인 CD이지 카셋테잎은 아니었다.그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카셋테잎이 LP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인데다, 음질이 LP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LP를 살 여력이 안 되는 어린 소년 소녀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복제해서 듣기도 했지만 개념 없는 DJ들 때문에 앞뒤 부분이 끊어지기 일쑤였고, 결국 그렇게 익숙해진 노래를 더 좋은 음질로 듣기 위해 꼬깃꼬깃 모은 돈으로 LP를 사곤 했기 때문이다.이렇게 카셋테잎은 LP나 CD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면서 80~90년대 워크맨이나 기타 테잎레코더의 붐과 함께 발전해왔다.
국산 테잎도 곧잘 팔렸지만 일제 테잎은 비싼 가격에도 좋은 음질과 예쁜 디자인 덕분에 곧잘 팔렸다. 단순한 음질의 테잎부터 크롬, 메탈 등의 서브브랜드명이 붙은 고급음질의 카셋테잎이 선보이기도 했다.2007년 현재 카셋테잎이 음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적으로 0.8%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수들은 더 이상 카셋테잎으로는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지 않고 있고, 유수의 워크맨, 카셋테잎 제작업체도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마치 필름의 길이 그러했던 것처럼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아래는 예전 카셋테잎들의 겉표지 디자인들이다. 레트로하고 깔끔한 디자인들이 당시의 멋쟁이들의 눈을 사로잡았을 것 같다.
Purple Rain Free Download
Electric Dreams, 컴퓨터는 믿을 만 한가

By Time Warner Inc, Fair use, Link
Blade Runner(1982년)의 진지한 팬이 들으면 약간 기분 나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80년대 팝의 가벼움과 발랄함을 한껏 담고 있는 Electric Dreams(1984년)는 어떤 면에서 Blade Runner와 통하는 영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Blade Runner의 원작은 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자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그리고 Electric Dreams에서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모니터에 양떼가 장애물을 뛰어넘는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
무엇보다 두 영화가 가지는 공통점은 인공물이 인간과 같아지려는 욕망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풀잇법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Blade Runner는 상징적 은유를 통해 인간조차도 (미지의 신이 창조한) 안드로이드일 수 있다는 음울한 메시지와 환원론을 전달하는 반면 Electric Dreams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자살(?)을 통해 자신의 예외성을 포기함으로써 두 남녀의 사랑의 완성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이 어느 날 첨단 컴퓨터를 구입하여 홈오토메이션을 구현한다. 컴퓨터가 커피도 끓여주고 문도 열어준다. 그러던 주인공은 어느 날 실수로 키보드에 샴페인을 쏟아 붓는다. 맛탱이가 간(?) 컴퓨터는 갑자기 의식이 생겨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가지는 컴퓨터가 된다. 그리고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첼로 연주에 이끌려 그 첼로를 연주하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컴퓨터의 주인, 곧 남자주인공도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기묘한 삼각관계가 되어버린다.
이 작품은 또한 80년대 팝팬들에게는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 당시 가장 잘나가는 음악가 Georgio Moroder와 이른바 뉴로맨틱스 계열의 아티스트들이 뭉쳐 환상적인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사운드트랙에 참가한 이들은 Culture Club, Heaven 17, ELO, Human League 등 당시 제일 잘나가는 아티스트들이었다. Georgio Moroder가 바흐의 미뉴엣 G 장조를 편곡한 Duel 이 흐르면서 컴퓨터와 여자주인공이 협연하는 장면은 꽤 유명한 명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맨틱컴퓨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었다.
잊혀지지 않는 영화장면들
영화에서 보면 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멋진 반전(反轉)때문 일수도 있고, 여배우가 아름다워서 일수도 있고, 어떤 배우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해서 일수도 있고, 그 장면이 너무 웃겨서일 수도 있다. 심심해서 그런 장면을 회상해본다. (WARNING : 스포일러 만땅)
크라잉게임
닐조단 감독의 작품이다. 제이데이비슨이라는 미모의 배우가 출연한다. 스토리는 거의 까먹었으나 역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제이데이비슨의 성기(性器) 노출 장면. 영화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너무나 중요한 장면이라 냉엄한 우리나라의 검열당국마저 허락해주었다는 그 장면이다. 그 대신 노출시간을 줄였다나?
LA컨피덴셜
제임스엘로이의 원작을 커티스핸슨이 영화화했다. 특이하게 이 영화는 반전이 끝 부분이 아닌 중간에 일어난다. 케빈스페이시가 배역을 맡은 잭 형사의 죽음, 그리고 내뱉는 한마디. “롤로토마시” 그 놀라운 반전에 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올리비아핫세가 출연한 1968년 작품. 단체관람을 통해 일탈의 대리만족을 느꼈던 어린 시절.(지금 생각해보면 희한한 의식이었다) 이 영화에서 올리비아핫세가 문을 박차고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는 그 장면. 사춘기 소년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혹성탈출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도 끔찍한데 원숭이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니! 인간들은 예쁜 누님마저 뇌수술을 당해서 백치가 되어버린 끔찍한 세상이었다. 우리의 찰턴헤스턴은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떠나지만 이내 마주친 파괴된 동상 하나. 레닌의 동상도 스탈린의 동상도 아닌 바로 자유의 여신상!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 역시 사무치는 공포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OTL의 원조.
대탈주(The Great Escape)
스티브맥퀸을 비롯하여 그 당시 바닥에 침깨나 뱉고 다니던 배우들이 총출연하여 만든 탈출영화의 걸작. 온갖 고생 끝에 모두들 탈출에 성공하는 듯 하였으나 하나둘씩 다시 독일군에게 잡히고…. 우리의 스티브맥퀸은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하여 철조망으로 나눠져 있는 국경을 넘으려 한다. 그런데 결국 넘지 못하는 그 장면. 어린 가슴은 나찌를 향한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라운드훅데이
겨울철에 보면 금상첨화인 빌머레이의 코미디. 단 하루가 계속하여 반복한다는 기가 막힌 설정에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빌머레이의 얼굴이 더 지루해진다. 하지만 점점 그 반복되는 일상에 적응하게 된 주인공이 피아노를 배워서 나중에 술집에서 공연을 하는 그 장면. 빌머레이의 멋진 연주솜씨도 놀랍지만 정말 그 자리에 잊고 싶어질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도 인상적인 장면이다.
The Commitments
혼란스러운 도시 더블린에서 노동계급의 젊은이들이 쏘울밴드를 조직한다는 음악영화. 알란파커가 무명배우들을 모아서 걸작으로 승화시켰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밴드를 조직하기 위해 주인공 지미가 신청자들의 오디션을 보는 장면. 지원자 중 한명이 “I was looking for a job, and then i found a job. And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라는 가사의 The Smiths의 곡을 부르자 지미의 한마디. “그래 니 맘 이해한다.”
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ex, But Were Afraid to Ask
우디알렌이 감독한 이 긴 제목의 영화는 섹스를 소재로 한 여러 편의 단막극을 묶은 옴니버스.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의사로 나온 진와일더의 당황해하는 장면. 치과의사인 그에게 난데없이 양을 안은 농부가 찾아와 양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카메라는 어찌할 바를 몰라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진와일더의 표정을 꽤나 길게 잡는다. 마치 웃길 때까지 보여준다 하는 투로. 어쨌든 같이 보던 친구들과 나는 배꼽 빠지라고 웃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iPhone과 자유무역
애플(Apple)사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아이폰(iPhone)이 국내에 들어오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말이 많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의 성격이 강한 한국인들을 – 적어도 아이폰에 있어서만큼은 – 레이트어답터(late adopter)로 만들어버린 아이폰의 출시지연에 대해 많은 이들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초조해하고 있다.
왜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중 한 기종에 불과한 아이폰의 국내출시에 애달파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술적 분석은 이미 많은 테크블로거들이 해주셨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footnote]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내가 아이폰을 기다리는 이유는 기존에 써오던 육중한 아이팟과 휴대전화를 한 기기에 쓸 수 있다는 작음 바람 때문일 따름이다[/footnote] 다만 이 글에서는 아이폰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 그 중에서도 이른바 자유무역이라는 관점에서의 아이폰의 위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말해두자면 나는 ‘자유무역’ 반대론자가 아니다. 이 블로그에서의 나의 주장은 다만 현실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자유스럽지 못한 자유무역’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주류 측에서 경제적 효용이 계급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자유무역이 실제로는 특정 계급, 특정 국가에게만 이로울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일 뿐이다.
다시 본 주제로 돌아가 그렇다면 아이폰이 자유무역 경로를 통한 국내시장 접근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증대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footnote]계급무차별적일까 계급차별적일까 하는 의문은 우선 접어두도록 하겠다. 기술에 대한 습득의 계급차별적 효과를 논하는 이들도 있으나 적어도 휴대전화에 있어서 그 차별성은 이용가격에 의한 차별보다는 주로 능동적 선택군과 수동적 선택군의 차이에 의해 나뉘어 진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footnote] 기술 문외한이지만 그동안 주워들은 정보를 근거로 바라보건데 아이폰은 국내 이동통신 기기 시장에 각각 전자의 효과를 가져다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아이폰의 도입은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이용 등에 있어 독점을 행사하려는 국내 이통사의 기득권을 파괴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바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는 사실상 과점의 상태에서 기기 공급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전 세계적인 통신의 대세와는 역행하는 시장 환경을 강요하여 왔다는 심증도 있다. 즉 통신망이라는 소프트 성격의 서비스를 공급하는 이통사는 하드웨어 공급자들인 기기 제조업체보다 우월적 지위에 서서 그 스펙을 조정해오고 있다는 의심이 짙다는 이야기다.
국내 출시 모델은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가 빠지고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성능도 제트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특히 와이파이가 빠진 것을 두고 이통사들이 무선 인터넷 사용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고성능 CPU에 3.5인치 대화면, 와이파이 기능 등을 추가하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간다”며 “이통사가 원해서가 아니라 소비자가 살 수 있는 폰을 내놓기 위해 제조업체 스스로 기능을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삼성 `제트` 한국선 못사…인터넷ㆍCPU 기능 조정]
이통사 관계자는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서 소비자가 살 수 없는 폰이 된다는” 논리인데 그럼 서구에서는 왜 그런 몹쓸 폰을 내놓고 있는지, 그리고 소니 에릭슨은 왜 국내출시된 엑스페리아에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실상은 “와이파이 칩셋을 집어넣으려면 몇백원 수준이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관련글 보기)이라는 데 왜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는 지도 궁금하다. 결국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곳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기능과 이통사가 가격을 부과하고 있는 데이터통신과의 마찰이 더 설득력 있는 와이파이 기능 삭제의 논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로서는 전 세계 같은 스펙으로 통일하여 출시된다는 아이폰이 – 다만 오늘 중국에서는 아이폰도 와이파이를 빼기로 했다는 슬픈 소식이 – 그 협상력을 기반으로 국내 이통사들의 (삼성전자도 못 깨는) 통신독점을 깨버린다면 피동적이기는 하나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범위가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그 과정에서 애플에 의한 새로운 독점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효과는 제켜두고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19세기 초중반 영국경제의 핫이슈였던 ‘곡물법’ 논쟁을 연상시킨다. ‘곡물법(穀物法 , Corn Law)’은 곡물의 수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로 19세기 초반의 영국 법률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소맥의 가격이 일정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수입을 금지함으로써 표면상의 목적은 곡물 가격의 등락에 대해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영국 지주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 악법이었다.
신흥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고용인인 노동자들이 비싼 식료품비로 인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항하여 자유무역의 선봉장 리카도 David Ricardo 등 명망가를 동원하여 이 법의 철폐를 강력히 요구한다. 결국 이 법은 1846년 폐지된다. 어쨌든 자본가들은 그들이 원했던 산업경쟁력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고, 소비자들인 노동자 계급 역시 소비부담을 덜게 되어 지주를 제외한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 이러한 시도는 수구계급인 지주에 대항한 혁신 주도계급 부르주아에 의한 진보였다.
이제 이런 역사적 경험을 현재의 아이폰 해프닝에 빗대어보자. 굳이 비교해보자면 이통사를 지주계급, 애플을 외국 곡물업자, 이통사의 서비스를 영국산 곡물, 아이폰을 외국산 곡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이점은 국내 소비자들의 통신비 등 생계비용으로 인해 임금상승 압박을 받는 국내 고용주들(빗대자면 영국의 부르주아들)과 국내 이통사들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곡물법이 없다는 점이다.[footnote]전자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 어떤 면에서는 이 역할을 KT가 하고 있고 – 후자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데 이 규제가 없다는 점이 아이폰에게는 호재라 할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곡물법에 상응하는 또는 더 높은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통사의 사업권에 의한 주파수 독점일 것이다.[/footnote] 또한 이통사의 서비스와 아이폰이 곡물들처럼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footnote]이 또한 곡물법 상황보다 좋은 여건이다[/footnote]
이렇게 비교를 해보니 결국 곡물법의 폐지가 영국의 지주층을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되었던 것처럼 아이폰의 도입이 국내 이통사를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될 개연성이 높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이통사가 배타적으로 누리던 주파수 독점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서로 챙길 것 챙겨가면서 말이다. 물론 그 전제는 과연 애플사가 스스로 또 하나의 독점공급업자가 되어 데이터이용료 등에서 전횡을 부리지 않는 구도를 만든다는 전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자유무역은 분명 잘만 작동하면 혁신을 전 세계에 저렴한 비용으로 전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 사례에서는 또한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우수성 뿐 아니라, 그것에 덧붙여 앱스토어라는 멋진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이 함께 뛰어들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지게 되고, 이를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향유할 수 있는 시장의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교훈도 안겨주고 있다. 어쩌면 이는 MP3의 출현을 물리적으로 막으려 한 기업보다 그것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기업이 오래 살아남았던 사례의 재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소비자의 선택범위 확대, 저렴한 비용 등의 동일한 논리가 얼마 전에 다른 상품에 적용된 사례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였다. 이 사태에서는 분명 소비자 상당수가 저렴한 비용의 쇠고기보다는 불특정다수에게 발생할지도 모르는 적은 확률의 광우병이라는 사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사례다. 앞서 글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에서처럼 불특정다수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다수의 경제적 효용을 압도할 뻔했던 – 그리고 정부에 의해 진압 당했던 – 사례다.
따라서 자유무역을 통해 혁신전파 또는 경제적 혜택이 가지는 효용을 지나치게 신격화하는 것도 무리가 있음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상품이나 용역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향유하는 소비자층의 선택권과 접근경로가 진정으로 자유로울 때만이 올바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해당 업체, 전문가, 그리고 당사자 국가에서 그러한 소비자 선택의 기반이 되는 정보제공을 게을리 하거나, 심지어 왜곡할 때는 그 자유는 일방적인 자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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