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스릴러

The Third Man

ThirdManUSPoster.jpg
ThirdManUSPoster” by Movie Poster Database. Licensed under Wikipedia.

냉전시대 스파이 영화의 걸작인 이 영화의 무대는 전후의 혼란이 가시지 않은 비엔나이다. 싸구려 소설작가 홀리마틴스는 비엔나의 친구를 찾아왔다가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되는데 이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그의 주위에서 맴돈다. 냉전의 엄혹함, 전후의 스산함, 의심스러운 인물 등 데카당스한 분위기가 소름끼치도록 멋있게 묘사된 영화. 완벽한 시나리오, 최고의 연기, 최적의 로케이션 등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조합. 홀리마틴스는 Shadow Of A Doubt 의 소름끼치는 살인마역의 Joseph Cotten이, 죽음을 가장한 친구 역엔 Orson Welles 가 열연하였다.

Rope

완전범죄는 가능한가? 전도유망한 두 젊은이가 이 과제에 도전한다. 이들은 친한 친구를 죽여 방 한가운데 궤짝에 시체를 넣은 후 천역 덕스럽게 그 친구의 부모, 여자친구, 자신들의 옛 스승(제임스스튜어트)을 불러 파티를 연다. 뭔가 의심쩍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스튜어트의 직감에 의한 예리한 질문으로 살인자들은 점점 궁지에 몰린다. 영화 전체가 살인이 일어난 방안에서만 진행되는 연극과 같은 포맷으로 진행되는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영화. 알프레드히치콕의 첫 칼라영화다. 만인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는 법이다.

Shadow Of A Doubt

소매치기 사건이 마을신문의 탑기사에 오를법한 한적한 소도시. 은행원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2녀 1남의 단란한 가정의 장녀 찰리는 자신의 가정이 너무 의기소침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같은 이름의 찰리 삼촌에게 응원을 요청하려 우체국에 달려간다. 그런데 우연히도 이미 삼촌은 집에 오고 있는 중이라는 전보를 받는다. 오랜만에 다시 모인 가족은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처럼 밝은 웃음이 안팎으로 넘쳐나고 때마침 미국의 단란한 중산층을 인터뷰하겠다며 정부 측 기자들이 집을 방문한다. 그 즈음부터 서서히 찰리 삼촌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진실에 한발 한발 접근해가면서 공포에 사로잡히는 찰리, 한순간에 환희는 악몽으로 바뀐다. 그리썸 반장이 이끄는 CSI 라면 반나절이면 해결할 사건을 며칠째 질질 끌어서 주인공을 생명의 위기로까지 몰고가는 것이 답답할 정도인 고전적인 스릴러지만 어쩌면 바로 이러한 인간적인 맛이 고전 스릴러의 참맛이 아닐까? 머리카락 한 올이면 머리카락 주인의 신상에서 사돈의 팔촌의 신상까지 잽싸게 다 파헤치는 초스피드의 수사극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형식적 여백과 허점이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한다.바로 이점을 알프레드히치콕은 이 영화를 비롯한 그의 필르모그래피에서 십분 활용하였고 때로 그 점이 오히려 관객에게 가학적일 정도의 두려움까지 선사하곤 하였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면 그 진실을 아는 사람은 진실을 나눌 단 한사람을 위해 목숨이라도 버릴 수 있을까?

Double Indemnity

영화의 제목인 이중배상은 보험계약상의 조항으로 보험가입자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두 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조항이 있는지 또는 있다가 폐지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제목으로 사용되었을 만큼 이 영화에서는 주요한 키포인트로 자리잡고 있다.

레이몬드챈들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명장 빌리와일더가 감독한 이 영화는 한 보험대리인과 아름답지만 야심만만한 여인과의 만남이 어떻게 비극적으로 사태를 몰고 가는지에 대한 집요한 고찰을 통해 이러한 장르의 영화들의 전형을 만든 걸작이다.

백만장자 남편을 죽여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여인 필리스디트릭슨과 그에 협조하는 보험대리인 월터네프의 살인은 완전범죄로 결말내어지는 듯하나 영리한 보험조사관이자 월터의 상관인 바튼이 개입되기 시작하자 그들의 사건은 꼬이기 시작하고 두 공모자는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80년대초 로랜스캐스단에 의해 만들어진 바디히트 역시 이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스릴러다. 두 영화를 비교하여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악녀 역으로는 아무래도 바디히트의 캐더린터너 쪽이 더 매력적이다.

12 Angry Men

영화제목 “12 Angry Men”은 12명의 배심원을 일컫는 말이다. 예수의 제자가 열둘이었고 한 다스가 열둘이고 배심원이 열두 명이다. 12는 그 자체의 완결성을 의미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신성한 태양이 12궁도를 지나가기 때문에 12를 신성한 수로 받아들이고 12진법을 처음 사용하였다 한다. ”열두 명이 판단하면 틀릴 일이 없다”라는 것이 서양인의 생각인가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통념을 철저히 깨부순다. 누가 보아도 사건의 전말이 빤한 살인사건의 재판에 참여하게 된 배심원들. 재판소 밖은 끈적끈적한 습기로 가득 차있고 배심원들은 망설임 없이 아버지를 살인하였다는 혐의를 뒤집어 쓴 한 소년 용의자의 유죄판결을 내리려 한다. 그러나 한 신중한 배심원이 다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후 벌어지는 교묘한 논리싸움과 편견에 대한 저항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내 이 영화가 상영시간 내내 조그마한 배심원 대기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한다. 법정극의 달인 시드니 루멧과 냉철한 연기의 달인 헨리 폰다가 만나 다시 볼 수 없는 명작을 엮어냈다.

Night And The City

도시는 익명의 공간이다. 익명의 공간에서의 밤은 그 어느 공간 어느 시간보다도 낯선 공간 낯선 시간이다. 해리 페비안은 이러한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익명의 공간에서 유일한 표식은 돈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재기의 모든 부분을 쏟아 돈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조소뿐이었다. 친구들도 그의 직장상사도……. 유일한 그의 안식처는 여자친구 메리뿐이었다.

1950년 Jules Dassin 이 감독한 이 영화는 전후 냉엄한 폭력의 논리가 난무하는 런던이라는 공간에서 거물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젊은이의 희망과 좌절을 그린 영화이다. 매카시즘의 광풍을 피해 미국에서 건너온 감독은 런던 특유의 음습한 공기, 선악 구분이 묘한 캐릭터들의 배치를 통해 화면 가득 섬뜩한 현실이 묻어나는 도시의 괴담을 선보였고 주인공 해리 페비안을 연기한 Richard Widmark는 쾌활하면서도 허풍 섞인 주인공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연기를 통해 극의 활력을 더해주었다.

젊은 야욕의 좌절이라는 측면에서 “젊은이의 양지”나 “태양은 가득히”와 같은 동 시대의 걸작들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1992년 Robert DeNiro 를 주연으로 내세워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작품소개 :

http://allmovie.com/cg/avg.dll?p=avg&sql=1:35188

http://en.wikipedia.org/wiki/Night_and_the_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