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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Of Lost Souls

남태평양을 항해하던 Lady Vain 이 난파되었을 때 유일한 생존자는 Edward Parker 였다. 어느 화물선의 선원들에게 구조된 그를 정체모를 의사 Montgomery 가 돌봐주었다. 건강을 되찾은 그는 사소한 시비가 붙은 주정뱅이 선장 Davies 의 불의의 습격 탓에 어떤 섬으로 향하던 Montgomery 일행과 합류하게 된다. 그 배에는 또 다른 정체모를 과학자 Moreau 박사가 타고 있었다.

Apia 라는 섬에 도착한 Edward 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 곳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털북숭이에 정상이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Edward 는 그 주민들은 Moreau 박사가 동물들의 변형을 통해 재창조된 동물-인간들임을 알게 된다. 한편 Moreau 박사는 아름다운 여인 Lota 를 Edward 에게 소개시켜주고 둘이 성관계를 맺기를 바라는데 사실 Lota 역시 표범을 인간으로 둔갑시킨 여인으로 Moreau 박사는 둘 사이에 새로운 종의 인간형이 태어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Edward 의 약혼녀 Ruth 는 그를 찾아 섬으로 찾아왔고 Moreau 박사의 음모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걸출한 공상과학 소설가 H.G. Wells 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30년대 파라마운트가 제작한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음습한 분위기의 정글 세팅, 캐릭터들의 날선 대립구도, 자연으로부터의 복수라는 상당히 현대적인(?) 주제 등을 담고 있어 컬트 무비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메이저스튜디오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원작자 Wells 는 이 작품을 싫어했다는데 그의 원작의도가 이 영화에서는 성적타부의 과도한 강조 등으로 퇴색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표범 여인 Lota 는 Wells 의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다분히 흥행적 요소가 고려된 캐릭터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소설가로서 훗날 걸작 SF 영화 When Worlds Collide 의 원작자이기도 한 Philip Wylie 의 시나리오는 이러한 결점을 상쇄해주는 양질의 것이었다. 야성과 성적은유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킹콩과 닮았고 미친 과학자라는 설정에서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그 뒤 두 번 메이저스튜디오에서 리메이크되었지만 그 두 작품은 원작만큼의 작품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p.s. 1)Moreau 박사가 그의 야심을 Edward에게 드러내는 장면에서 상당히 귀여운 표정을 짓는데 어이없다기보다는 의외로 신선하다.
p.s. 2) 동물-인간들의 리더격으로 나오는 배우는 바로 드라큐라 역으로 유명한 Bela Lugoci이다. 그의 전직은 사실 사회주의 혁명가로 헝가리 사회주의 혁명 실패후 미국으로 넘어와 호구지책으로 공포영화의 배우가 되었다.

War Of Worlds

Steven Spielberg가 2005년 감독한 이 영화는 H.G. Wells 의 동명의 소름끼치는 공상과학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나 스토리는 사뭇 다르다. 당연히 원작에 충실했던 Byron Haskin 감독의 1953년 작과도 내용을 달리 하고 있다. 전편이 등장인물 들 사이의 인간관계보다는 우주생물체의 습격의 스펙터클함에 주력하는 반면, 이 작품은 무책임한 노동자 남편 Ray Ferrier(Tom Cruise)가 그의 아들딸을 우주괴물들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 복원되는 가족애를 중심축에 두고 있다. 물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펙터클 역시 전편보다 훨씬 뛰어나다. 사실 원작의 내용을 보자면 거의 무기력에 가까운 군대의 화력으로는 애당초 우주괴물을 상대할 수 없었기에, 그래서 결말이 다소 어이없을 수밖에 없기에 이 단점을 극복할 필요는 있었다. 따라서 리메이크 작품은 뭔가 관객의 시선을 잡아당길 수 있는 스토리를 삽입하였고 이전 작품에서 가족을 중심축으로 두곤 했던 스필버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함에 결국 이 영화는 딸(Dakota Fanning)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에 관한 가족영화라 할 수 있다. 부제로 “Saving Dakota Fanning”을 달아도 어색하지 않다. 

어쨌든 “우주괴물의 습격”이라는 소재는 오손 웰즈도 탐낼 만큼 픽션에서 언제 써먹어도 질리지 않는 소재이다. 당초 스필버그는 수년에 걸쳐 이 소재를 영화화할 계획이었으나 90년대 말 Independence Day, Armageddon 등 이른바 이런 유의 영화제작이 붐이어서 이 시기를 피해 2005년 제작하였다고 한다. 흥행을 염두에 두었을 포석이지만 어쨌든 작품성으로만 놓고 보자면 앞서의 두 영화보다는 이 영화의 작품성이 우수함은 분명하다. 약간은 질리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바탕에 깔고 있고 스토리 전개 역시 앞서의 영화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다만 편집증적 인물 Ogilvy(Tim Robbins)의 등장은 다소 억지스럽다. 

곁가지로 이야기하자면 헐리웃이 이런 유의 스펙터클 영화를 제작할 때에는 거의 예외 없이 펜타곤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한다. 2차 대전을 계기로 본격화된 이러한 공생관계는 군의 협조를 통한 제작비 절감을 노리는 헐리웃과 프로파간다로 영화를 활용하고자 하는 군 당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곤 했다. 역시 Tom Cruise 가 주연을 맡았던 Top Gun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공생관계를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앞서 언급한 두 영화 Independence Day, Armageddon 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펜타곤은 Independence Day에서 군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작협조를 거절했고 아부로 점철된 협조공문을 보낸 Armageddon 은 군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는 당국의 자체판단에 의해 전폭적인 협조를 받았다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 War Of Worlds 는 펜타곤의 협조를 받았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군인의 활약상이 Independence Day 보다 더 형편없기 때문이다. 기껏 보호막이 제거된 우주괴물에 박격포 몇 발 날려 쓰러트린 것이 전적의 전부인데 군이 협조했을리 만무했을 것이다. 물론 우주인들도 자신들을 “악의 세력”으로 그렸으니 협조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스필버그나 되니까 누구의 협조도 없이 이런 거창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리라.

The War Of The Worlds

외계생물체의 침공이라는 소재는 그것이 냉전시대의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건 아니건 간에 에스에프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를 형성할 만큼 인기 있는 소재이다. 2005년 탐크루즈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이 작품(1953년 제작)은 그러한 작품 트렌드의 시초가 되었던 걸작이다.

H.G. Wells 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미덕은 외계인의 침공 이유 등과 같은 자잘한 배경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침공의 스펙타클함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오늘날과 같이 특수효과가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도 빼어난 디자인을 자랑하는 외계비행체의 소름끼치는 촉수가 뿜어내는 광선과 이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의 삶을 근사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당시 극장에서 이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봤을 관객이라면 스펙타클한 화면에서 뿜어 나오는 화력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인간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자신은 영화가 끝나면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안도감의 롤러코스터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보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50년대의 헐리우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풍부한 에스에프, 괴수영화를 양산해내며 해당 장르를 메인스트림으로 격상시켜놓았던 시절이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