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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Escape

인간의 몸과 마음이 속박당하고 있는 상태에선 어떻게 행동할까? 십중팔구는 자유를 원한다. 이 영화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탈출영화다. 인간의 자유갈구를 소재로 한 액션물이라 할 수 있다.

캐스팅은 초호화판이다. 스티브맥퀸, 찰스부른손, 제임스가너, 리차드아텐보 등 당대의 스타들이 연합국 포로로 등장한다.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한 이들 포로들은 그야말로 밥먹듯이 탈출을 일삼는 자들이다. 그러나 탈출의 명분은 묘한 차이가 있다. 어떤 이는 탈출을 전쟁의 일환으로 보는 반면 어떤 이는 그저 구속이 싫어서 탈출하려는 것뿐이다.

탈출계획은 그야말로 거창하다. 지하로 갱도를 파서 대규모 인원이 일순간에 빠져나간다는 시나리오다. 탈출공모자들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시니컬한 스티브맥퀸을 일행에 끌어들인다. 그의 임무는 우선 먼저 탈출하여 인근지리를 살피고 오는 것.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그도 일행의 음모에 동조하여 그들을 돕는다.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계획은 성사단계에 이르러 하나둘씩 수용소를 탈출한다. 이들이 성공하는지 아니면 실패하는지는 영화의 말미에 드러나지만 요는 탈출과정 그 자체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비극적인 결말은 우리를 아쉽게 한다.

수용소로 다시 잡혀 돌아온 스티브맥퀸이 벽에 쳐대는 야구공은 결코 의지가 꺾이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최고의 명장면은 스티브맥퀸이 모터싸이클을 타고 국경을 넘으려는 장면

The World of Henry Orient

두 소녀의 우정과 스타에 대한 동경이 어우러진 어린 시설을 스케치한 작품. 자기중심적이고 욕정이 끓어오르는 피아니스트 Henry Orient(Peter Sellers)가 어느 날 공원에서 유부녀를 유혹하는데 우연히 두 십대소녀 길버트와 발레리가 이 장면을 목격한다. 그 이후부터 헨리는 계속해서 소녀들과 마주치게 되고 급기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된다. 헨리는 그 와중에 만난 발레리의 엄마(Angela Lansbury)에게 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십대의 성장과정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성장통이 한 스타 피아니스트와 묘하게 겹치면서 벌어지는 재밌는 에피소드를 무리 없이 풀어낸 성장영화. 두 소녀가 헨리에게 중국식(?)으로 꾸벅 절을 하는 장면은 너무 귀엽다.

It’s a Mad, Mad, Mad, Mad World

낯선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돈이 묻혀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 사람 말을 믿고 그 돈을 찾아볼 수 도 있고 헛소리로 치부하고 가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Stanley Kramer 의 1963년 작 ‘미친, 미친, 미친, 미친 세상이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어느 위험하게 구부러진 도로에서 한 운전자가 난폭하게 운전하며 다른 차들을 추월하더니 끝내는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몰려든 다른 운전자들이 그를 차에서 꺼내지만 그는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 와중에 운전자는 엄청난 돈이 어느 공원의 ‘큰 더블유(Big W)’ 아래 묻혀 있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이윽고 사람들은 경찰을 남겨둔 채 가던 길을 가지만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 너나 할것 없이 돈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 돈과 운전자는 퇴직을 앞둔 한 경찰(스펜서트레이시)이 몇 년을 두고 찾아 헤매던 범죄 장물과 범죄자. 경찰은 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주시하며 돈을 회수하려 한다. 영화는 이렇게 출발하여 배금주의에 찌든 사람들의 한바탕 소동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결국 그들은 돈을 찾게 되고 한때나마 기쁨에 들뜨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반전을 통해 결국 돈은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고 만다. 유쾌하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인간들을 쥐락펴락하는 돈, 그 돈으로 인해 우리 인생은 이렇듯 씁쓸한 코미디가 되어가고 있으니 우리가 우리를 조롱하는 셈 아닌가? 요즘 폭등하는 집값과 이를 둘러싸고 투전판을 벌이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미친, 미친, 미친, 미친 세상이야”

Peeping Tom

고디바는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방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영주의 어린 부인이었다. 그녀는 주민들이 과중한 세금에 시달리는 것을 시정해달라고 남편에게 간청하였다. 남편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시장을 한 바퀴 돌면 세금을 감면해주겠다고 말했다. 부인이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부인은 정말 나체가 된 채로 말을 타고 시장을 돌았고 부인의 갸륵한 마음을 하는 주민들은 창밖으로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탐이라는 친구만은 그녀를 몰래 보았고 이에 천벌을 받았는지 후에 맹인이 되었다. 이것이 관음증을 가리키는 Peeping Tom 이라는 표현의 기원이 되었다.

마이클 파웰 Michael Powell 의 1960년작 Peeping Tom 은 너무나 유명한 이 표현을 제목으로 앞세워 작품의 주제를 명확히 내세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냉정한 과학자 아버지 아래에서 일종의 실험표본의 취급을 받으며 성장한 마크가 관음증적 증상에 시달리며 급기야 자신이 살인하는 여인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취미에 탐닉하게 된다. 그러한 그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여인이 나타나지만 이미 그는 자신의 악취미에서 빠져 나오기에는 회복불능의 경지까지 타락해 있었다.

같은 해 만들어진 알프레드히치콕의 Psycho 에 필적할 만큼 왜곡된 성장배경으로 인하여 삐뚤어진 삶을 살게 될 운명에 처한 인물을 그려낸 스릴러의 걸작이지만 발표 당시에는 소재의 선정성에 집착한 평단으로부터 차가운 몰매를 맞아야 했다. Psycho 가 실제로 어머니의 편향된 보육으로 인해 살인마가 된 Ed Gein 을 모델로 한만큼 마크라는 변태적 인물의 현존 가능성도 얼마든지 개연성이 있는 문제이지만 오히려 평단이 그러한 리얼리티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리라.

Gate of Flesh/ 肉體の門(1964, 日)

다무라다이지로(田村泰次郞)의 원작(1948년)을 바탕으로 스즈키세이준이 감독한 소프트코어 섹스영화. 감독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알사탕 사나이’ 시시도 조가 예외 없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전쟁의 참화 속에서 그악스러움을 무기로 살아가고 있는 여인들의 삶터에 찾아들며 성(性)을 통해 정신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이부키 역을 맡았다. 일본에서 특유하게 성장하였던 Pink Eiga(ピンク映画) –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이루었던 소프트코어 섹스영화장르 – 라는 장르의 대표 격으로 사도-메조히스틱한 성묘사를 통해 성(性)정치학을 탐구하여 오시마나기사의 ‘감각의 제국’과 함께 비교하여 감상하면 좋을 영화.

A Hard Day’s Night

한 시대의 팝아이콘이 되어버린 비틀즈에 관한 영화중 대표적인 수작. 비틀즈의 TV쇼 공연 중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비틀즈 멤버들을 직접 출연시켜 점프컷, 뮤직비디오적인 편집 등을 통하여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에피소드들에서 인기있는 뮤지션으로서의 나름의 고충, 매니저와 뮤지션의 긴장감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악산업의 이면도 살짝 건드리고 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이 비틀즈 멤버들간에 암묵적인 세력관계랄지 각 멤버들의 성향 등도 은근히 드러나고 있다. 비틀즈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영화고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수작.

What’s New Pussycat?

1962년작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전사로 올드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피터오툴이 뜻밖에도 1965년 우디알렌이 시나리오를 쓴 What’s New Pussycat?에서 바람둥이 패션에디터 마이클제임스 역에 도전하였다. 아름다운 약혼녀 캐롤(로미슈나이더)을 두고서도 바람기를 잠재울 길없어 이 여자 저 여자의 사이를 방황하는 제임스가 정신과 의사(피터셀레스)에게 요청을 하지만 이 의사 역시 한 바람기하기 때문에 결국 상황은 계속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여만 간다. 피터오툴의 천역덕스런 바람둥이 연기도 볼만하지만 가장 뛰어난 코미디언이라는 찬사를 받는 피터셀레스의 과장된 연기가 압권이다.

Yellow Subma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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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프레슬리는 미끈하게 잘 빠진 외모덕에 록앤롤의 황제 역할뿐 아니라 영화에서의 감미로운 남자주인공 역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동급의 영국 록앤롤의 황제격인 비틀즈는 그런 로맨틱한 영화하고는 멤버수에 있어서나 스타일에 있어서 영 어울리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자신들의 공연여행을 소재로 한 좌충우돌 코미디 A Hard Day’s Night 같은 독특한 형식의 영화들을 찍기도 했고 뒤에 몬티파이튼 팀의 일원을 통해 The Rutles 라는 코미디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이 영화 Yellow Submarine 도 분명히 비틀즈 영화이다. 제목도 그들의 노래제목에서 따왔을 뿐 아니라 그들이 출연한다. 다만 직접 출연하는 게 아니라 만화 캐릭터로……. 오늘날 미국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유명인들에게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기기도 하고 아예 캐릭터의 스타일 설정에서부터 그들을 염두에 두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68년만 하더라도 그리 흔한 시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여하튼 페퍼랜드를 차지하려는 블루미니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비틀즈의 활약상을 그린 이 애니메이션은 사이키델릭한 화면과 영국식 유머가 적절한 비율로 배합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Soy Cuba

Soy Cuba(“나는 쿠바다”라는 뜻)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이다. 쿠바혁명 이후 쿠바 혁명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착취당하고 있던 쿠바를 대표하는 전형들이었다.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젊은 여인, 하루아침에 땅에서 쫓겨 난 농민, 혁명을 위해 헌신하는 학생 등 갖가지 삶의 군상이 비춰지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제3세계 식민지라는 구조적 질곡에 몸부림치는 소시민들이다. 결국 이 영화는 혁명의 결과를 묘사하진 않지만 학생투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몰려든 군중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농민들의 모습에서 결과의 단초를 말해주고 있다. 정치적 이유에서가 아니더라도 그 형식의 탁월함이나 마술 같은 영상 자체로도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을 만하지만 미국에서는 오랜 기간 상영금지 목록에 올라있었다.

The Wild Bunch

샘페킨파의 “수정주의”적인 웨스턴 와일드번치는 어쩌면 자본가나 총잡이나 다 한통속으로 협잡질을 주무기로 돈을 벌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 오히려 정통극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철도회사의 돈을 가로채려는 강도 일당과 그들을 막기 위해 회사가 고용한 그들의 전 동료간의 추격전이 이 영화의 고갱이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추격전에서 일승일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강도 일당은 강도가 가져서는 안 되는 우정과 인간성이라는 덕목으로 말미암아 그런 덕목은 애초에 갖고 있지도 않던 멕시코의 반란군 장군 일당과의 끝을 보는 총격전으로 몰살당하고 만다. 주인공들의 덧없는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보니와 클라이드”를 닮았고 철도회사와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는 맬부룩스의 코미디 “불타는 말안장”과 비교해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