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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ute

Alan J. Pakula 의 ‘패러노이아 삼부작’ 중 가장 이른 1971년 제작된 스릴러물. John Klute (Donald Sutherland)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친구 Tom Gruneman 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의 유일한 단서는 Tom 이 편지를 보내곤 했다던 뉴욕의 콜걸 Bree Daniels (Jane Fonda). 남성에게 적대적인 그녀를 설득하여 Tom 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지만 상황은 점점 꼬여져만 간다. 형식은 스릴러이지만 실제로는 무뚝뚝한 존과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던 브리와의 사랑이야기에 가깝다. 묘한 인연으로 만난 둘이지만 점차 서로를 아끼게 되는 전개과정이 제법 귀엽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과일가게로 둘이 쇼핑하러 간 장면에서의 제인폰다의 애틋한 표정연기와 존의 옷자락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은 극의 품격을 높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 시기 베트남전에 대해 소리 높여 비난했던 제인폰다는 반전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의 심볼로 부상되었고 극 중에서도 남성으로부터 독립하고자 몸부림치는 도시여성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덕분에 그녀는 그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Don’t Look Now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축복 또는 저주)을 지닌 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겪게 되는 초자연적인 경험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다. 익사사고로 딸을 잃은 존박스터(도널드 서덜랜드)와 로라 부부는 남편의 일 때문에 베니스를 찾는다. 실의에 빠져 있던 로라가 식당에서 우연히 딸의 존재를 느끼는 영매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로라는 남편이 위험에 빠져 있다는 죽은 딸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매의 말을 믿고 이를 남편에게 전하지만 존박스터는 미신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이어지는 공사장에서의 사고와 하나 남은 아들의 사고 등으로 인해 부부는 갈등에 처하게 된다. 물의 도시라는 베니스의 특성과 부부의 심적 상태가 묘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며 한 가족의 불안한 미래가 끊임없이 암시된다는 점에서 영화는 극적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유발시키고 있다. 한편으로 극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대비를 이루는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서정적인 배경음악은 오히려 시각적, 청각적 상승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M.A.S.H

도널드서덜랜드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반골 스타일이다. 영화에서 그의 별명은 Hawkeye, 즉 매의 눈이다. 그의 외모상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한편으로 그의 영화이력에서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도 그가 아니면 누가 Hawkeye 역을 맡았을까 할 정도로 딱이다. 때는 한국전쟁, 공간은 바로 그 전쟁터 한국. 주요참전국인 미국의 야전병원(M.A.S.H :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이 영화는 뒤에 TV시리즈로도 큰 인기를 얻은 코미디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한국이라는 보다 크게는 아시아라는 제3세계의 모습을 희화화하거나 고증이 부정확했다는 점에서 – 이 영화에서도 거리에서 베트남식의 복장을 하고 다니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Remo 처럼 아예 한민족의 무술을 배워 수퍼히어로가 된다는 액션영화에서의 어설픈 한국에 대한 묘사보다는 낫다. – 해당 지역의 영화팬에게는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혁명적이거나 반전의 메시지는 담지 않았더라도 체제 안에서의 전쟁에 대한 조롱, 자유주의적이거나 나아가서는 가치전복적인 뉘앙스 때문에 온전히 이 영화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는 영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방종으로 보일만큼의 장교들의 반항적 문화, 근본주의적 기독교에 대한 조롱 등 정치적 메시지가 어느 정도 삽입되어 있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로버트알트만이 특별히 이 영화를 통해 급진적인 정치성향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음에 틀림없다. 그저 시대와 공간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같은 해 나온 마이크니콜스의 Catch 22 보다는 격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