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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asm

사실 공포영화는 모순되게도 보수적인 영화장르다. 스크림에서 웨스크레이븐이 친절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공포영화에는 몇몇 암묵적으로 정해진 공식이 있는데 많은 부분 사회가 용인하지 못하는 부도덕함에 대한 징벌적인 성격이 강하다. 물론 도덕적인 징벌이 뭐 나쁘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영미권 스타일의 추리소설이나 추리영화의 보수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주로 기존체제의 부르주아 도덕률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어떻게 보자면 공포영화에서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폭력묘사에 대한 도덕적 인과관계의 서술을 통해 관객이 극에 몰입하게 하는 동시에, 폭력묘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기 위한 미봉책일수도 있다.

이 영화 Phantasm 은 그러한 공포영화의 보수성을 답습하지 않는다. 웨스크레이븐의 ‘공포의 계단’과 같이 진보적인 시각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억지스러운 인과관계를 꾸미기 위한 상황설정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처럼 폭력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데 몰두한다. 그런데 너무 재미만 좆다보니(?) 이런 저런 잡탕소재가 섞여서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악당이 오컬트 쪽으로 나가다가 갑자기 외계인으로 둔갑되는데 특별한 설명도 없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대단히 창조적인 악당(?)이 등장하는데 한순간에 어이없이 당하기도 한다. 그런 허술함이 이 영화를 컬트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Don Coscarelli 가 불과 23살의 나이에 시나리오, 감독, 프로듀서 등을 도맡아 하였다.

Freaks

실제로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감독 Tod Browning이 잡지에 개제되었던 Todd Robbins 의 Spurs 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서커스 단원들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세상을 그들을 ‘기형인간(Freaks)’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구경거리로 삼는다.(어쩌면 그렇기에 그들이 그나마 돈을 벌고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조롱거리로 삼는다.(심지어 직장동료라 할 수 있는 같은 서커스 극단의 사람들까지도) 그래도 그들 역시 인간이기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서로 다름’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편견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결말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편견 없이 대하는 이들은 오직 서커스 단원인 프로소 – 감독 자신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 와 비너스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을 그들을 조롱하거나 심지어 이용하려 한다. 영화는 이러한 추한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그러나 외모만은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가 어떻게 타락해 가는가를 보여준다. 막판에 그를 따라가는 Freaks 들의 분노에 찬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다.

영화리뷰 : http://www.brightlightsfilm.com/32/freaks.html

Desperate Living

추잡한 영화의 달인 John Waters 의 1977년 작이다. 핑크플라밍고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어이없음’이 일관되게 되풀이되는 영화이다. 흑인하녀의 엉덩이에 깔려죽는 남자, 용의자의 팬티를 뺏어 입고는 오르가즘에 몸부림치는 경찰, 여자 친구를 위해 성전환 수술을 했다가 여자 친구가 실망하자 가위로 성기를 잘라버리는 레즈비언, 흑인하녀와 동성애에 빠지는 여인 등 극단으로 치닫는 캐릭터들이 총집합하여 맥락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 한판 해프닝을 벌인다. 다만 이야기 흐름상으로는 옷을 거꾸로 입고 거꾸로 걸어다니라는 둥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여왕의부당한 압제에 맞서 변혁을 꿈꾸는 레즈비언 들의 혁명영화(?)로 해석될 수도 있다.중상류 계급 출신이지만 어릴 적부터 괴상한 취미에 맛을 들여 그의 전 영화인생을 이런 ‘뻘쭘한’ 영화 만들기에 전력을 쏟은 John Waters 의 악취미는 확실히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영역 – 기껏해야 보다 얌전한(?) 스타일로 데이빗크로넨버그가 접근했다고 해야 할까? – 일 것이다.

영화소개

Koyaanisqatsi

이 작품을 어느 장르로 구분하느냐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로 분류하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은 카메라로 쓴 시(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도 없이, 등장인물도 없이 이 작품은 그저 인간이 사는 지구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필립베이스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장대하게 펼쳐 보인다. 몇 년간에 걸쳐 촬영한 필름들을 연속적으로 이어놓은 이 작품의 메시지는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교훈적 메시지라고들 하는데 하여튼 그냥 보고 있자면 작품을 만든 이들이 참으로 대단하다거나 또는 참 지독한 사람들이다라거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키페디아의 영화소개

The Adventures of Buckaroo Banzai Across the 8th Dimension!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고 의외의 호화배역들이 – 피터웰러, 존리스고, 엘렌버킨, 제프골드브럼 등!! – 좌충우돌하는 스토리상에서 우왕좌왕하는 꼴이 영락없이 컬트의 반열에 오르리라 기대되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컬트무비의 자격을 획득한 작품이다. 이 출연진들을 가지고 첫개봉시 1984년 LA 올림픽 와중에 단 일주일 상영하고 막을 내렸다니 망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락가수, 무술의 고수, 신경외과의사, 물리학자, 그리고 비밀첩보원까지(!) 호화찬란한 배경을 깔고 있는 버칼루반자이(피터웰러)와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에밀리오리자도 박사(존리스고)사이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란이 큰 줄기이긴 한데 밴드공연 와중에 자살을 시도하는 여자(엘렌버킨)의 이야기, 난데없이 등장하는 외계인 등 시종일관 결말을 가늠할 수 없는 좌충우돌 모험극이다.

결론은. 재밌다.

Pink Flamingos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이없음”이다. ‘이런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정말 이렇게까지 막가도 되는 거야?’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기고 야비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디바인, 계란을 너무 너무 좋아하고 아기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는 뚱뚱이 엄마, 디바인보다 더 못되기 위해 디바인을 처치하려는 악당 부부 등. 어찌 보면 백설 공주 엽기 판이 아닌가도 생각되는 이 영화는 ‘영화의 펑크락 버전’이라 할만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끊임없이 비틀거리고 관객의 시선은 느닷없는 엽기로 인해 혼란스럽다. 파티에서의 스트립쇼(?) 부분에 가서는 드디어 “세상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 이전에 봤던 존워터스의 다른 작품 크라이베이비는 정말 양반이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그의 다른 작품을 보기를 망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