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외계인

Forbidden Planet

Forbiddenplanetposter.jpg
Forbiddenplanetposter” by Copyrighted by Loew’s International. Artists(s) not known. – http://wrongsideoftheart.com/wp-content/gallery/posters-f/forbidden_planet_poster_01.jpg.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어릴 적 이 영화를 ‘주말의 명화’에서 보고 느낀 충격은 ‘혹성탈출’의 마지막 장면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멸망한 고도문명이 궁극적으로 창조해낸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은 이전의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나이가 들어 다시 본 느낌역시 어릴 적 그 느낌을 좆고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착안하여 구상된 스토리라인은 이미 “문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란 무엇일까” 라는 철학적 물음에 도달하고 있었다. 고도의 문명 속에서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했던 멸망한 인종 크렉 Krel. 그들이 무었을 위해 문명을 건설했고 어떠한 것에 의해 멸망을 자초해갔는가는 고도의 문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함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문명을 지탱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주고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 언뜻 그들의 어리석음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때 핵무기 경쟁을 통해 온 세상을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고 지금도 가장 문명화된 언어로 가장 야만적인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는 세련된(?) 문명인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보고 있자면, 어쩌면 이 영화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주문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56년 당시 최고의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이후 스타트랙 등 여러 공상과학영화에 간과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쳤다. 특히 루비라는 로봇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고전적인 디자인.

p.s. 지난번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의 포스터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포스터에 로봇이 아리따운 여인을 안고 있는 장면을 포스터로 썼다. 물론 로봇 루비는 극중에서는 여인을 안지 않았다.(혹시 휴식시간 중에는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역시 흥행을 고려한 제작사의 눈속임이리라.
p.s. 2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의 Leslie Nielsen 이다. 형편없이 망가지던 그 영화를 보면 ‘금단의 혹성’에서의 모습이 쉽게 연상되지 않겠지만 분명 그는 그 작품에서 신중하고 핸섬한 사령관으로 나온다. 물론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짓지 않는다.

The Thing (From Another World)

몇몇 에스에프나 공포영화는 흔히 그 사회의 계층 간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조지로메로의 ‘죽음의 날’ 이나 웨스크레이븐의 ‘공포의 계단’, 그리고 로버트와이즈의 ‘The DayThe Earth Stood Still’과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The Big Sleep 의 감독 크리스찬나이비 Christian Nyby 가 1951년 선보인 The Thing 역시 외계인의 출몰로 인해 갈등하는 각 계층의 모습을 통해 지적쾌락을 선사하는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직업군은 ‘죽음의 날’과 비슷하다. 이 영화는 좀비의 지구정복으로 인해 고립된 생존자들 중 과학자, 군인, 민간인 등의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작품에서 군인은 생존자들의 권력을 쥐고 흔들려는 또 다른 적(敵)으로 묘사된다. 반면 The Thing 에서는 현존하는 분명한 위협인 가공할 괴력의 외계인을 상대로 냉정을 지키며 인간을 보호하려는 무리로 묘사된다. 반면 과학자 부류는 위험에는 아랑곳없이 외계생물체에 대한 과학적 탐구욕 때문에 사태를 호도하는 부류로 묘사된다.

어느 사회나 존재하는 혁신과 보수의 갈등에서 누구에게 상대적 도덕성을 부여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사태해결 방안이 어느 관점에서 옳으냐에 대한 주관적 서술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감독은 군인을 택했다. 그들은 호기심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는 직업이 아니며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나쁜’ 괴물 외계인에게는 군인들의 보수성이 더 유효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외계인이 보다 우호적이었다면 명백히 군인들의 보수성이나 공격성은 호의적이지 않게 묘사되었을 것이다. 동시대 영화인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이 바로 그 정반대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지구에 평화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러 온 Klaatu 를 적대적으로 공격한 것은 바로 군인이었다. 또한 정치인들은 그의 경고를 무시하였다. 이에 반해 과학자들은 Klaatu 의 지적능력에 공감하여 그의 경고메시지를 받아들인다. 결국 어느 사회나 위험을 받아들이느냐, 위험을 배척하느냐 하는 문제는 흑백논리로 명쾌하게 구분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군인이 과학자보다 올바른 판단을 하는 무리로 묘사되었다 하여 이 영화를 보수적이거나 반(反)진보적인 영화로 치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외계인이 ‘악(惡)’한 캐릭터라는 기본상수를 깔고 들어갔으니 만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나아가자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적어도 그 군사적 대응이 인디펜던스데이만큼 유치하지는 않으니까.

The Adventures of Buckaroo Banzai Across the 8th Dimension!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고 의외의 호화배역들이 – 피터웰러, 존리스고, 엘렌버킨, 제프골드브럼 등!! – 좌충우돌하는 스토리상에서 우왕좌왕하는 꼴이 영락없이 컬트의 반열에 오르리라 기대되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컬트무비의 자격을 획득한 작품이다. 이 출연진들을 가지고 첫개봉시 1984년 LA 올림픽 와중에 단 일주일 상영하고 막을 내렸다니 망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락가수, 무술의 고수, 신경외과의사, 물리학자, 그리고 비밀첩보원까지(!) 호화찬란한 배경을 깔고 있는 버칼루반자이(피터웰러)와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에밀리오리자도 박사(존리스고)사이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란이 큰 줄기이긴 한데 밴드공연 와중에 자살을 시도하는 여자(엘렌버킨)의 이야기, 난데없이 등장하는 외계인 등 시종일관 결말을 가늠할 수 없는 좌충우돌 모험극이다.

결론은. 재밌다.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1.jpg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1” by http://manchestersoul.co.uk/sci-fi/TV/TV_D.htm. Licensed under Wikipedia.

이 영화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공상과학영화의 이야기 흐름에서 계속 벗어난다. 어느 날 백악관 근처로 비행접시가 착륙한다. 비행접시에서는 인간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 클래투와 그의 로봇 보디가드 고트가 내린다. 클래투 Klaatu (미스테리한 프로그레시브락밴드 Klaatu 의 밴드 이름이 바로 이 영화에서 따온 것이다)는 긴장한 경찰이 쏜 총에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간다. 병원에 찾아온 정치인에게 클래투는 전 세계의 정치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정치인은 냉전 중이라 전 세계의 정치인을 모이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병원을 탈출하여 어느 하숙집에 하숙을 한다. 그 곳에 머물며 한 천재과학자를 만나서 그의 뜻을 전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전 세계의 전기를 잠시 동안 차단시킨다. 결국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류가 공멸의 길로 들어서면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었다. 일종의 기독교적인 선지자의 냄새를 풍긴다. 소름끼치는 외계인의 습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첨단무기의 경연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50년대의 공상과학영화의 문법과 괴리가 있어 약간 어리둥절하다(물론 나중에 ET나 클로스인카운터와 같은 유사한 형식의 공상과학영화가 등장하기도 한다). 특별히 스펙타클한 장면도 없는 비행접시가 아니라면 공상과학영화로 분류할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인 이 영화는 결국 기독교 신화의 메타포를 빌어 냉전의 위험성과 군축의 의미를 전달하는, 당시의 답습적인 공상과학영화보다는 한 차원 높은 지적쾌감을 선사하는 영화이다. 감독은 West Side Story 로 유명한 거장 Robert Wise

참고사이트 http://members.aol.com/dsfportree/tdtess.htm

p.s. 그나저나 포스터의 저런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영화에 없는데 어쩌자고 저렇게 B급으로 만들어 놓은지 모르겠다. 아마 Sci-Fi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제작사의 고육지책이리라.

Spaceballs

멜브룩스가 한번 웃어보자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스타워즈를 자근자근 씹으며 패러디한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다스베이더를 흉내낸 다크헬멧(릭모라니스)이다. 자그마한 키에 어울리지도 않게 엄청나게 큰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도 광선을 쏘아대는 반지로 부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그러면서도 혼자 있을 때는 인형놀이에 광분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이외에도 스타워즈의 각각의 캐릭터가 멜브룩스의 천재적인 영도력(!)하에 재탄생하여 그렇지 않아도 코미디인 스타워즈를 한층 폭소도가니로 만들어놓은 멜브룩스판 스타워즈, 스페이스볼스가 탄생하였다.

The War Of The Worlds

외계생물체의 침공이라는 소재는 그것이 냉전시대의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건 아니건 간에 에스에프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를 형성할 만큼 인기 있는 소재이다. 2005년 탐크루즈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이 작품(1953년 제작)은 그러한 작품 트렌드의 시초가 되었던 걸작이다.

H.G. Wells 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미덕은 외계인의 침공 이유 등과 같은 자잘한 배경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침공의 스펙타클함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오늘날과 같이 특수효과가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도 빼어난 디자인을 자랑하는 외계비행체의 소름끼치는 촉수가 뿜어내는 광선과 이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의 삶을 근사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당시 극장에서 이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봤을 관객이라면 스펙타클한 화면에서 뿜어 나오는 화력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인간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자신은 영화가 끝나면 다시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안도감의 롤러코스터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보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50년대의 헐리우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풍부한 에스에프, 괴수영화를 양산해내며 해당 장르를 메인스트림으로 격상시켜놓았던 시절이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