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마약

Kids

여기 나오는 십대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개념없음>이다. 여자랑 자기위해서는 온갖 감언이설로 꼬셔내고 하루만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새 섹스상대를 바꿔대는 아이, 밥 먹듯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는 아이, 기분 나쁘다며 다른 십대를 집단 구타하는 아이들, 마약을 하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는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고는 아무데서나 잠을 청하는 아이들 등등. 친구를 따라나섰다가 뜻밖에도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소녀가 자신의 섹스상대를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로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은 스타일로 진행되는 영화여서 현실감이 더하다. 결말부분에 멋도 모르고 달려들던 녀석이 불쌍하다. Larry Clark 의 1995년 감독데뷔작

Cachorro

Tlareleasingbearcub.jpg
Tlareleasingbearcub” by Poster scan.. Licensed under Wikipedia.

스페인산 퀴어 영화다. 일단 퀴어 영화도 흔치 않은 소재인데다 스페인산이라니 스페인의 동성애자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할 법도 하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제법 살집이 있는 – 이 영화의 영어제목 Bear Club에서 Bear는 살집이 있으신 동성애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그쪽으로도 제법 시장(?)이 크다고 한다 – 두 남자가 벌이는 섹스신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성기, 거침없는 마약문화의 노출 등 제법 하드코어하게 나간다. 그렇지만 그러한 낯선 문화만 제쳐놓고 본다면 그리 거부감 없는 일상적인 드라마다. 사고뭉치 누나로부터 떠맡은 조카, 서먹함을 극복하고 같은 핏줄의 애정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닥치는 시련, 이에 대한 극복 등 게이코드라는 배경을 깔고 일상에서 벌어질법한 일을 무리 없이 그려낸 수작이다. 감독은 이런 잔잔한 드라마를 통해 동성애도 우리네 나머지 삶의 구성요소 중 특별할 것 없는 하나임을 말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24 Hour Party People

24 Hour Party People quad poster.jpg
By <a href=”//en.wikipedia.org/wiki/Film4″ title=”Film4″>Film4</a> – <a rel=”nofollow” class=”external free” href=”http://www.ukmovieposters.co.uk/ukpostertax/rare-original-movie-posters/page/9/”>http://www.ukmovieposters.co.uk/ukpostertax/rare-original-movie-posters/page/9/</a>, Fair use, Link

조이디비전, 뉴오더, 팩토리 레코드, 버즈칵스, 해피먼데이스, 하시엔다, 그리고 맨체스터……. 펑크나 인디락 계열의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이라면 친숙할 이 단어들은 70년대 펑크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나타난 80년대의 포스트펑크 조류, 레이브 문화, 신스팝, 그리고 이 모두를 한데 묶어 커다란 공간 안에 표출한 맨체스터라는 도시의 인식표들이다. 저널리스트이자 팩토리 레코드사의 설립자이자 클럽주인이었던 토니윌슨의 행적을 뒤쫓으며 매드(mad)체스터라고까지 불렸던 당시의 쾌락주의적이고 음울한 맨체스터의 뮤직씬을 경쾌한 카메라웍으로 되짚어 보는 이 영화는 대개의 음악영화들이 그렇듯이 알면 재밌고 모르면 지루한 영화다. 그러므로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취향이 아니더라도 영화 감상 전에 대충 스톤로지스, 해피먼데이스, 뉴오더, 808스테이트 등 당시 맨처스터라는 도시를 강렬한 비트로 두들겨댔던 음악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뉴오더의 팬으로서 한가지 불만이라면 해피먼데이스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감이 없지 않음. 웰컴투사라예보의 마이클 윈터바텀 2002년 작.

※ 이 영화가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할 당시 극장에서 관람한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이 직접 내한하여 관람객들과 대화를 갖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나도 나중에 손을 들어 감독에게 실제로는 어떤 밴드가 최애냐 물었었는데 아마 해피먼데이스라고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관련 홈페이지는 http://www.partypeoplemovie.com/ 최근(2014년 7월 현재) 들어가보니 문을 닫았다. web.archive.org의 힘을 빌어 예전 사이트를 들어가서 아래 이미지를 얻어옴.

Onibus 174

2000년 6월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에서는 충격적인 인질극이 벌어진다. 대낮에 다운타운을 지나가던 시내버스에 약에 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젊은이가 승객들을 대상으로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수많은 사람들과 방송카메라가 몰려들었고 인질극은 전국에 생중계되는 초유의 사태로 발전했다. 바로 이 인질극의 시작부터 비극적인 종말까지 감독은 인질범 산드로의 개인사적인 비극에서부터 사회구조적인 모순 등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인질, 당시 경찰, 산드로의 가족, 거리의 친구들 등 관련인물들의 심층취재를 통해서 주관적 연민이나 편견을 배제한 채 인질극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결국 그는 사회로부터 폭력을 배웠고 사회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휘두른 주먹에 맞은 이는 정작 맞아야 할 그 누군가가 아니라 함께 주먹을 휘둘렀어야 할 또다른 희생자였을 뿐이다. 인질극 생중계라는 흔치 않은 소재의 다큐멘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