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영화

80년대 헐리우드의 에피소드

1980


영화배우조합은 미국에서 10주동안 파업했는데 손해액이 4억달러에 이르렀다… 상업지의 바이블인 ‘버라이어티 Variety’지는 <음악을 멈출 수 없어 Can’t Stop The Music>와 그룹 빌리지 피플이 여름에 히트할 것이라고 에언했다. 그러나 이 피플들의 음악은 <웨인즈 월드2 Wayne’s Word 2>가 나오기까지는 더이상 영화속에서 들을 수 없었다.


1981


전 영화배우조합의 회장인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할리우드에서도 그랬듯이 레이건은 자신의 연설문을 읽을 때 계속해서 실수했다… 존 벨루시는 로스엔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스피드 볼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33세의 나이로 죽었다… 워렌 비티는 <레즈 Reds>의 엑스트라들에게 자본주의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존 리드의 이론을 강의했다. 그들은 강의를 들은 후에 파업에 들어갔다.


1982


<간디 Gandhi>를 위해 델리에 모인 20만명의 멕스트라들은 한 사람당 40파운드라는 후한 보수를 받았다… 스웨덴에서 12살이하는 <이티 E.T>를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티>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적대적인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소설의 작가인 필립 딕은 숀 영의 역할을 빅토리아 프린시펄이 맡기 원했다고 한다.


1983


<먹이 ,The Prey>는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도끼를 가졌다”란 멋진 광고 문구와 함께 개봉되었다… 영국 배급사인 팰리스 픽처스(Palace Picture)에서 닐 조단은 <늑대의 혈족 The Company>의 제작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1984


마돈나는 그녀의 데뷔작 <어떤 느낌 A Certain Feeling>에서 1백만 달러를 받았다… 안소니 퍼킨스는 켄 러셀의 <크라임 오브 패션 Crimes Of Passion>에서 목사 역을 맡은 후에 미국 유니버셜 교회의 목사로 임명되었다. 나중에 퍼킨스는 러셀의 결혼식을 집도했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달리 파튼이 <모조 다이아몬드 Rh-inestone>에서 연인으로 나온다.


1985


영국 배우인 마크 린제이가 <존과 요코 John And Yoo>의 남자 주인공으로 계약돼 있었으나, 영화제작자들이 그의 본명이 마크 채프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후에 다른 사람에게 그역을 넘겨 주어야 했다… <매드맥스 썬더돔 Mad Max Beyond hunderdoms>의 자막에 멜 깁슨의 이름은 두번 나온다. 한번은 배우로, 또 한번은 스턴트 맨으로… 루퍼트 머독이 20세기 폭스사를 5억7천5백만달러에 사들였다…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죽은 최초의 영화계 주요 인물이 되었다. 뒤따른 죽음의 명단은 안소니 퍼킨스, 덴홀름 엘리엇트, 레이 샤키, 이안 찰슨, 토니 리차드슨등이다.


1986


영국의 젊은 배우인 에디 오코넬은 <완전 초보 Absolute Beginners>에서 다시는 이 고장에서 일하지 않는 역할로 1980년대의 조지 레젠비가 되었다…<베벌리힐스의 빈털털이 Down And Out In Beverly Hills>는 “fuck”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최초의 디즈니 영화였다… 마돈나는 <골치아픈 여자 Ruthless People>에서 자신의 역할을 베트 미들러에게 넘겨 주어야만 했다. 그 이유인 즉, 마돈나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남편이 그녀를 죽일 음모를 감히 꾸밀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1987


숀 코너리와 케빈 코스트너는 <언터치블 Untouchable>에서 처음 만났다. 음치인 코스트너는 아일랜드 악센트를 듣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고 말했다… 밀턴 케인즈는 <수퍼맨4 Superman4>에서 메트로 폴리스로 1인 2역을 했다… 워렌 비티의 <이쉬탈 Ish-tar>는 4천만 달러가 들었으나 흥행엔 참패했다… 스탠리 큐브릭은 <메탈 자켓 Full Metal Jacket>을 위해 동런던의 베콘 가스공장 위에 베트남을 재창조했다.


1988


6월2일에 이름을 밝히지 않는 한 경매자가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에서 주디 갤런드가 신었던 루비 슬리퍼를 16만 5천달러를 주고 샀다. 그 신발은 영화를 제작할 동안 똑같은 것이 세켤레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신발 산 사람이 알기바란다…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재는 재력이 풍부한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서 촬영되었고 스필버그는 <올웨이즈 Always>라는 자신의 영화에서 몇 장면 사용했다…<위험한 관계 Dangerous Liaison>에서 영화상 연인이었던, 발몽 자작 역의 존 말코비치와 투르벨 부인역의 미셀 파이퍼는 실제로 연인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말코비치는 영화제작이 끝난 후에 파이퍼를 버리고 자신의 부인인 영화배우 그렌 헤드리에게 돌아갔다…소니사는 콜럼비아 영화사를 34억달러에 사들여 일본기업의 할리우드 투자를 자극시켰다.


1989


잭 니콜슨이 팀 버튼의 <배트맨 Batman>이익 배당금으로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영국에서 <배트맨>은 12증명서가 그 성공을 예고해 주었다. 따라서 기대했던 관객수를 채울 수 있었다… 제시카 탠디는 80세의 나이에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오스카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따라서 그녀는 가장 나이 많은 여우 주연상 수상자가 되었다.

Purple Rain(1984)

프린스는 마이클잭슨과 함께 80년대 흑인음악 – 어쩌면 전체 팝음악 – 의 양대산맥을 이루던 걸물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마이클잭슨은 건전한 가수, 프린스는 퇴폐적인 가수의 이미지를 상반되게 가지고 있었다. 물론 후에 마이클잭슨이 더 변태적으로 사회에서 낙인찍히긴 했지만 ….

1984년 Prince 가 자주색의 이미지로 포장된 Purple Rain 이라는 앨범과 동명의 영화를 들고 나왔던 그 시기가 그의 음악경력에서는 최고의 황금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이후에도 이에 필적할만한 음악적/상업적 성과를 낸 앨범들을 발표하기는 하였으나 그의 존재감이 그렇게 눈부신 시기는 이전이나 이후에 찾아볼 수 없었다. Purple Rain 과 When Doves Cry 라는 최대의 히트곡일지라도 나머지 곡들이 히트곡에 묻어간다는 느낌이 없이 제각각 빛을 발하는 앨범이 바로 Purple Rain 이다. 그리고 이 앨범의 수록곡들이 착실히 연주되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영화가 바로 동명의 영화 Purple Rain 이다.

앨범과 같은 해인 1984년에 공개되었으나 프린스는 이미 우리나라 검열당국에게 찍혀 Let’s Go Crazy 와 Darling Nikki 가 금지곡으로 분류되었으니 만큼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공개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다만 해외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TV프로그램 등 다른 매체에서 이 영화의 부분장면을 맛보기로나마 볼 수 있었을 따름이다(삼성 비디오플레이어 선전에서도 이 영화의 자료를 썼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 영화는 프린스를 위한, 프린스에 의한, 프린스의 영화이다. 음악이 영화를 설명해주기 위해 쓰였다는 느낌보다는 영화가 음악의 (퍼포먼스의) 빈 공간을 메워주기 위해 땜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프린스의 반자전적인 스토리라고 하는 오이디프스컴플렉스적인 갈등과 반목, 그리고 Apollonia 라는 야심만만하고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양념일 뿐이고 역시 프린스의 화려하고 육감적인 노래와 공연이 이 영화의 줄기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심정이 “감독님 참 밸도 없으십니다^^”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을 정도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점수를 매기라 한다면 100점 만점에 공연은 100점이고 드라마는 50점인데 공연이 전체 영화의 80%는 차지하는 것 같으니 100*80%+50*20% 해서 90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오는 상황이 되고 만다. 🙂

결국 아무려나 영화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영화가 신나고 재미난 경우가 비단 이 영화뿐이겠는가. 그래서 B급 영화가 인기를 얻는 것이고 컬트가 있는 것이고 우리네 인생이 삼류라는 것 아니겠는가.

비록 요즘의 레트로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많이 놀림당하기는 하지만 – 대표적으로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 – 프린스와 80년대 음악의 팬이라면 이 영화의 심히 부담스러운 당시의 패션과 춤들, 그리고 프린스의 그 거창한 모터사이클이 전혀 촌스럽다거나 유치하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프린스 사단이었던 The Time 의 Jungle Love 와 Apollonia 6 의 Sex Shooter 등도 즐거운 볼거리이고 일종의 악역으로 등장한 The Time 의 리더 Morris Day 도 썩 훌륭한 연기를 – 어쩌면 프린스보다 한수 위의 – 보여주었다.

Breakin’ 2: Electric Boogaloo(1984)

세상 참 모를 일이다. 이 영화가 나온 1984년만 하더라도 힙합댄스, 브레이킨과 같은 거리의 춤은 흑인들과 같은 타고난 몸을 가진 이들이나 추는 춤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나 했는데 지금은 비보이네 뭐네 하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분야의 지존으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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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in2“. Via Wikipedia.

여하튼 이 작품은 그러한 거리의 춤을 소재로 한 몇 안 되는 전문영화이다. 전작의 호응에 힘입어(?) Kelly, Ozone, Turbo 의 세 주요인물을 그대로 기용하여 해도 넘어가기 전에 2편을 제작해버리는 그 순발력이 놀랍다. 전편을 보진 못했으나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춤과 노래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라 스토리, 캐릭터는 초절정으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Kelly 는 부잣집 딸에 백인이면서도 Ozone, Turbo 와 같은 흑인댄서들과 친하게 지낸다. 한편 이들은 미러클이라 부르는 커뮤니티센터에서 자원봉사로 춤을 가르치고 있다. 이 땅이 탐이 난 한 개발업자가 쇼핑센터로 재개발하고자 하나 이를 안 Ozone 과 마을사람들이 모금을 하여 마침내 자신들의 커뮤니티센터를 지킨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도심재개발에서의 공공성과 상업성 간의 갈등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성 강화 및 근린주구운동이라는 자못 심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이는 영화의 주된 소비층으로 예상되는 빈민가 흑인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았을 소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도야 어떻든지 간에 청문회 자리에서 Ozone 이 ‘인민(people)’, ‘공공(public)’, ‘공동체(community)’, ‘근린(neighborhood)’ 등을 외쳐가며 자본가에게 대항하는 모습은 무슨 좌익 성향의 뉴시네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각설하고 영화는 역시 춤에 초점이 맞추어진 만큼 사실 위와 같은 스토리는 심하게 말하면 곁가지에 불과할 수도 있을 정도로 상영시간의 많은 시간을 춤에 할애하고 있다. 카메라는 팝핀, 브레이킨, 째즈댄스 등 주인공들의 현란한 춤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프레드아스테어의 그 유명한 벽과 천장을 타며 춤추던 장면을 패러디한 장면도 눈에 띈다. Ollie & Jerry 의 Electric Boogaloo 등 – 본인의 페이보릿이기도 – 화려한 사운드트랙이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 춤 이외에 나머지 출연진들의 연기나 의상들이 민망할 정도여서 오히려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전편의 3천6백만 달러에 달하는 국내 흥행성적을 기대하며 급조된 후편이었지만 정작 흥행은 7백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Electric Boogaloo’ 라는 제목은 조잡한 후편이라는 놀림감으로 여러 응용사례를 통해 인구에 회자되었다고 한다.

귀여운 반항아 (Charlotte And Lulu, L’Effrontee, 1985)

80년대 프랑스산 성장영화.

이 영화는 진지하고 탁월한 심리묘사를 통해 사춘기의 아픔과 성장을 거침없이 표현한 영화이다. 역시 프랑스산으로 Sophie Marceau를 내세워 인기를 얻었던 La Boum 이 아름다운 십대 소녀 사춘기에 설탕을 입혀 곱게 포장해 내놓은 청춘멜로물이었으며, 당시 미국에서도 유난히 Endless Love, Paradise 등 십대의 모습이 과장되어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취향의 작품이 유행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과감성과 용기가 더욱 돋보인다.

Charlotte Gainsbourg 는 철물점을 운영하는 편부 슬하에서 십대소녀가 가질법한 존재론적 고민에 시달리는 시골소녀이다. 무엇이든 불만에 차있는 이 소녀는 어느 날 동갑내기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를 우연히 만나면서 그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를 통해 현실탈피를 꿈꾸지만 그것은 결국 도달할 수 없는 꿈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서로간의 가치관 차이로 인해 고통 받지만 딱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성격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 없는 반항’이나 이후 성장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또는 노골적인 선악구도에 비해 그 심리관찰이 더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탁월한 관찰능력을 보여준 영화는 이 후 Thora Birch와 Scarlett Johansson 이 주연한 Ghost World 정도일 것이다.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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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 ver3” by Impawards.com. Licensed under Wikipedia.

Jack Black 이라는 배우에 대해 처음 존재감을 느꼈던 영화는 아마도 귀여운 구피 Will Smith 가 주연을 맡은 1998년작 Enemy of the State에서였을 것이다. 그나마도 엑스트라에 가까운 정부의 첨단추적시스템 오퍼레이터들 중 하나였던 그런 있으나마나한 배역이었다. 그래서 이 친구가 John Cusack 주연의 감각적인 코미디 High Fidelity에서 제법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했을 때에도 그저 신경질적이고 콤플렉스 강한 뚱보 역의 조연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영화의 말미에서 그는 Marvin Gaye 의 노래를 멋지게 불러 제켰고 이것이 그의 영화인생과 음악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역사적인 장면이 되고 말았다. 이후 MTV 의 각종 수상식에서 사회를 보는 등 미국의 청년문화의 새로운 (나름대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급기야 Tenacious D 라는 배우가 만든 이래 가장 실력 빵빵한 밴드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21세기 판 To Sir With Love 인 School Of Rock에서 그의 뛰어난 키타 솜씨와 노래 솜씨를 선보이더니 자신을 닮은 Peter Jackson 의 블록버스터 King Kong 에서는 순수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어느덧 주류배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진지한 표정만 짓고 다니기에는 너무 장난기가 넘쳐나는 종합 예술인이다. 하여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와 음악이 절묘하게 결합된 본 작품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를 Tenacious D 의 동료 Kyle Gass 와 함께 만든 것이다. ‘운명의 피크’를 찾아 음악의 지존이 되겠다는 두 아티스트의 역경과 고뇌를 담은 이 작품에 Meat Loaf, Ben Stiller, Tim Robins, 심지어 Ronnie James Dio 까지 우정 출연하여 Jack Black 의 병풍이 엄청 탄탄함을 과시하고 있다. Ben Stiller이나 Will Ferrell 유의 촌철살인 화장실 유머에 탄탄한 음악이 실려 있어 몇 배 가속된 강도 높은 유머 특급이 되었다. 추천!

Repo Man(리포맨,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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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 Man CD cover”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MCA.. Licensed under Wikipedia.

이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의 존립근거가 신용사회, 즉 ‘상호간의 믿음’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우주인의 UFO 라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접시 모양이 아니라 자동차 모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뭐 재밌으면 됐잖아”

라고 감독이 한마디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펑크 음악에 대한 애정이 유난할 것 같은 – 그래서 실제로 차기작으로 펑크씬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인 시드와 낸시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 감독 Alex Cox 가 바로 그 펑크적 감성으로(“연주 못하는 게 뭐? 신나면 되잖아?”) 만들었고 의도한 바대로 영화사에서 Rocky Horror Picture Sho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컬트 아이콘이 되었다.

찰리쉰과 따로 떼어놓으면 모르겠지만 옆에 두면 형제인줄 알 것 같은 에밀리오에스테베즈가 질풍노도의 펑크족에서 현대 신용사회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은 Repo-Man(Repossesing Man의 준말로 자동차를 할부로 사고 할부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의 차를 다시 ‘재소유’ 즉 뺏어오는 직업을 의미한다고)으로 변신한 Otto 역을 맡았고, 따분하고 지저분한 중년을 대표하는 듯한 외모의 소유자 Harry Dean Stanton 이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변변히 모아둔 것도 없는 중년 리포맨 Bud 역을 맡으면서 에밀리오와 투탑을 이루고 있다.

어쨌든 이 둘을 축으로 차를 뺏어오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자주 들르는 편의점에서 이어지는 펑크족 강도들과의 만남, 외계인 시체를 트렁크에 실은 채 정처 없이 떠도는 과학자와 이를 뒤쫓는 정부기관 간의 해프닝 등이 상영시간 내내 골고루 배합되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 그저 스쳐지나가는 장면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있는데 Otto 가 이전에 친구였던 펑크족 강도들을 슈퍼마켓에서 맞닥뜨리는 그 짧은 몇 초에 매우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슈퍼마켓의 진열장의 상품들이 하얀 포장에 그저 Food, Milk 등만 쓰여 있다는 점이다. 선진화된 미래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저러지 않을까 싶은 그런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이 장면은 어느 블로거에 따르면 스폰서가 붙지 않은 탓에 억지로 찍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 한편으로 어쩌면 감독이 초창기 애드버스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한편으로 이와 반대로 토마토 공격대 2탄에서는 스폰서가 붙어야 영화 펀딩이 되는 영화계의 현실을 비꼬아 아예 노골적으로 상품광고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 Bud 가 Otto 에게 ‘믿음’이 기반을 두는 신용사회가 맘에 든다면서 러시아에서는 이런 사회를 꿈이나 꾸겠냐고 일갈하는 장면이 있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대화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결국 끊임없이 주입되는 과잉소비의 지출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부소비나 외상을 조장해왔고 오늘날 이러한 왜곡된 지불행태 없이는 자본주의가 존재할 수 없음을 잘 설명하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리포맨은 바로 그러한 소비와 지불의 간극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는 ‘응달 속의’ 집달리 들인 것이다. Bud 가 자본주의의 더러운 쓰레기나 치우는 마름이면서도 자본주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이다.

Once(2006)

이 영화에서는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배우가 출연한다. 주인공 Glen Hansard가 바로 그다. 비록 그의 이름은 알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The Commitments에서 키타 주자 Outspan 역을 맡았던 배우기 때문이다. The Commitments 가 1991년 작이고 이 영화가 2006년 작이므로 15년 만에 다시 영화에 출연한 셈이다. 세월은 거스를 수 없는 법. 천진난만하던 외모가(당시 얼굴 보기) 이제 많이 연륜이 묻어나온다(지금 얼굴 보기).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실연에 아픔을 간직한,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한 아일랜드 남자가 우연히 피아노를 즐겨 치는 체코 여자를 알게 되고 서로의 교감을 나누며 데모 음반을 한 장 완성한 후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음악 하는 이들을 모아서 음반을 완성하는 과정이 얼핏 앞서 언급한 The Commitments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The Commitments가 밴드의 구성에서 빚어지는 웃음과 갈등을 여러 캐릭터의 시선을 통해 다면적으로 엮어가는 반면 이 작품은 거의 주인공의 개인적 실연의 경험과 역량에 의존하는 편이다. 스타일 면에서 The Commitments 가 우스운 비극이라면 Once는 서글픈 희극이라 할 수 있다.

Alaistair Foley는 이 작품에서 The Commitments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키타 실력과 노래 실력을 맘껏 선보인다. 오히려 너무 음악이 ‘맘껏’ 연주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깔끔하고 매력있는 음악 영화다.

Electric Dreams(1984)

Blade Runner(1982년)의 진지한 팬이 들으면 약간 기분 나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80년대 팝의 가벼움과 발랄함을 한껏 담고 있는 Electric Dreams(1984년)는 어떤 면에서 Blade Runner와 통하는 영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Blade Runner의 원작은 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자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그리고 Electric Dreams에서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모니터에 양떼가 장애물을 뛰어넘는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

무엇보다 두 영화가 가지는 공통점은 인공물이 인간과 같아지려는 욕망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풀잇법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Blade Runner는 상징적 은유를 통해 인간조차도 (미지의 신이 창조한) 안드로이드일 수 있다는 음울한 메시지와 환원론을 전달하는 반면 Electric Dreams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자살(?)을 통해 자신의 예외성을 포기함으로써 두 남녀의 사랑의 완성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결국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첨단시대에 어울리는 첨단의 음악, Culture Club, Heaven 17, ELO, Human League 등이 선사하는 신쓰팝(Synth Pop)이다. Georgio Moroder가 편곡한 Duel 이 흐르면서 컴퓨터와 여자주인공이 협연하는 장면은 꽤 유명한 명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맨틱컴퓨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었다.

Against All Odds(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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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stalloddscover”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Virgin, Atlantic.. Licensed under Wikipedia.

주제가에 이만큼 파묻힌 영화가 있을까?80년대대중의 감성을날카롭게 자극했던 유명감독 Taylor Hackford에(사관과 신사의 그 감독)Jeff Bridges, Rachel Ward, James Woods 등 유명배우들이 멕시코 환상적인 경치의 휴양지며유적지 돌아가며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Against All Odds 라는 표현은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오로지 Phill Collins 의 애절한 발라드로만 기억될 뿐이다.

이유를 되짚어 보자면 첫째, 노래가 너무 명곡이었다(갑자기 “따봉”을 외치던 그 광고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따봉”은 기억하는데 그 쥬스의 브랜드는 기억 못하는 그런 철저히 실패한 광고). 둘째, 느와르란 장르는 80년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당대의 스타 Jeff Bridges, Rachel Ward가 전라의 연기를 펼치는가 하면 걸출한 느와르 배우 Richard Widmark가 측면지원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80년대의 왠지 들뜬 분위기는 안티히어로와 팜므파탈이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관객들은 차라리 같은 해 나온 코믹한 형사물 Beverly Hills Cop의 손을 들어주었다. 셋째, 결정적으로 영화가 수렴되는 맛이 없고 산만하다. 남미의 환상적인 피난처에서의 두 연인의 뼈를 불사르는 사랑에서 느닷없이 LA로 건너뛰더니 주인공 Terry는 악당들을 한방에 보낼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쥐고 있음에도 별 이유도 없이 악당들과 적당히 타협하고 만다.

그럼 영화가 재미없었냐 하면 ‘정말’ 재미있다. 적당한 긴장감, 멋지게 펼쳐지는 경치, 유치하지만 그래서 볼만한 로맨스(또는 육욕), 적당히 건드려지는 물질문명의 야욕 등 느와르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었고 나름 잘 믹스도 시켰다. 문제는 이러한 통속성이 잘 어우러져 화학적으로 융합이 되어야 하는데 조금씩 삐끗 하다는 느낌이 이질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아무려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Rachel Ward의 뒤로 흐르는 주제가가 이 모든 것을 보상해준다. 몇 안 되는 80년대 느와르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 물론 ‘제대로’ 된 80년대 느와르를 원하시면 Body Heat 를 추천.

Quadrophenia(1979)

“’모드족’은 1960년대 영국의 가난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문화다. 당시 영국의 젊은이들은 모드족과 ‘로커족(Rockers)’들로 양분되어 있었는데 기성 세대에 대한 반항과 일탈이라는 점만 빼곤 둘은 모든 면에서 대립을 이루었다. 로커족들은 머리를 길게 길러 머릿기름을 잔뜩 바르고, 가죽 재킷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육중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녔으며, (당연하게도!) 시끄러운 록 음악을 듣고, 헤로인을 복용했으며 ‘클럽 59’를 본거지로 삼았다. 반면 모드족들은 유별날 정도로 외모에 집착해 깔끔한 헤어스타일, 최신 유행의 옷차림으로 거리를 누볐으며 가죽 잠바 대신 파카를 주로 입었고, 모터사이클 대신 스쿠터(scooter)를 타고 다녔고, 록 음악 대신 모던 재즈나 리듬 앤 블루스를 주로 들었으며 헤로인 대신 암페타민(Amphetamine)이라는 각성제를 복용했으며 ‘카나비 스트리트 (Carnaby Street)’를 본거지로 삼았다.”

이쯤이 대충의 모드족에 대한 정의이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위해 여기를 방문하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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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모드족의 시조라 할 수 있는 The Who 가 1973년 발표한 록오페라 앨범 Quaderphenia 를 기초로 만든 영화다. 그룹이 그들을 따라다닌 팬의 이야기를 기초로 썼다는 이 앨범은 그들의 걸작 Tommy 와 같은 하나의 컨셉트앨범으로 전체 앨범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고 이 영화는 그 줄기를 따라가고 있다. 1964년 모드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는 Jimmy Cooper 는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다만 그것은 모드족의 생활이 유지될 만큼만 돈을 벌면 그만인 직장이다. 스쿠터, 음악, 친구들, 그리고 Blues 라 불리는 환각제 … 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록커들과 사사건건 시비를 붙던 Jimmy와 그 패거리들은 급기야 길거리에서 몇몇 록커를 폭행하는데 그중에는 Jimmy 의 어릴 적 친구도 끼어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갈등은 동물들의 영역싸움과 다를 바 없는 거칠고 비이성적인 것이었다. 항상 이상한 패션과 음악에 심취해 있는 Jimmy를 부모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Jimmy 가 마음이 뺏겨 있는 Steph는 나름대로 Jimmy에게 호감을 보인다. Bank Holiday 에 브라이튼의 해변에 모드족과 록커족이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두 진영은 심각한 패싸움을 벌이고 경찰이 출동하여 사태를 진압한다. Jimmy는 이 소요의 흥분에 젖어 Steph 과 골목길에서 성관계를 갖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법정에서 Jimmy는 우상이었던 Ace Face(The Police의 Sting)와 연대감을 느끼고 뿌듯한 마음에 집에 돌아왔지만 부모와 직장으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듣고는 직장을 때려치워 버린다. 그런데 이런 그를 환영해 줄줄 알았던 친구들이 웬일인지 Jimmy에게 시큰둥하고 그새 Steph 는 그의 친구와 어울려 다닌다. 상심한 Jimmy는 브라이튼으로 돌아가 그날의 승리감과 성적 쾌감을 곱씹어보지만 그것은 한 순간의 덧없는 희열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그의 우상이었던 Ace Face 가 호텔 벨보이로, 조직의 순응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뼈 아린 배신감을 느낀다.

http://www.modrevival.net/
http://en.wikipedia.org/wiki/Quadrophenia_(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