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자라서 부모에게 반항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가다 죽는 게 사람의 인생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거의 예외 없는 이러한 삶을 엠마(데보라윙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조명한다. 특별한 기교나 반전 없이 엠마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변해가는 삶을 관찰하는 이 작품은 초반 엠마의 밝은 성격으로 말미암아 다소 가벼운 로맨틱코미디의 분위기로 흘러가다 어느 날 엠마가 우연히 병원에서 종양을…
[카테고리:] 드라마
Dogfight(샌프란시코에서의 하룻밤, 1991)
Dogfight(개싸움)은 비행기 공중전을 가리키는 속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탑건류의 전쟁액션물?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개싸움은 또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혈기왕성한 군인들이 가장 못생긴 파트너를 데려오는 이에게 판돈을 몰아주는 이색파티의 명칭이 그것이다. 내일이면 베트남이라는 전쟁터로 떠나는 에디 버들레스(리버 피닉스 분)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친구들과 함께 개싸움 파티를 위해 뿔뿔이 흩어져 추녀들을 찾아 헤맨다. 그래서 엮은…
Kes
가난한 노동계급 집안의 존재감 없는 소년의 자아극복에 관한 영화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상 조롱과 소외에 시달리는 빌리캐스퍼라는 소년이 황조롱이(kestrel) – 황새목 매과의 조류 – 한 마리를 발견하고 이를 조련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존재감을 회복한다는 단순한 스토리다. 하지만 감독 켄로치 Ken Loach 는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촬영기간의 이 저예산 영화에서 억지스러운 감정이입 없이 보잘것없는…
Gate of Flesh/ 肉體の門(1964, 日)
다무라다이지로(田村泰次郞)의 원작(1948년)을 바탕으로 스즈키세이준이 감독한 소프트코어 섹스영화. 감독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알사탕 사나이’ 시시도 조가 예외 없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전쟁의 참화 속에서 그악스러움을 무기로 살아가고 있는 여인들의 삶터에 찾아들며 성(性)을 통해 정신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이부키 역을 맡았다. 일본에서 특유하게 성장하였던 Pink Eiga(ピンク映画) –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이루었던 소프트코어 섹스영화장르 – 라는 장르의 대표 격으로 사도-메조히스틱한 성묘사를 통해 성(性)정치학을…
Heavenly Creatures(1994)
우정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악랄하리만큼 변태적인 컬트 Bad Taste 의 감독에서 ‘반지의 전쟁’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피터잭슨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1994년작. 외골수 파울린이 생기발랄한 소녀 줄리엣(케이트윈슬렛)을 만나서 애정에 가까운 우정을 발전시켜나가는 와중에 둘은 줄리엣의 엄마가 자신들의 우정을 파괴하려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결과는 파국적 종말. Bad Taste, Dead Alive 의 악동 스타일 영화로 명성을…
Kids
여기 나오는 십대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개념없음>이다. 여자랑 자기위해서는 온갖 감언이설로 꼬셔내고 하루만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새 섹스상대를 바꿔대는 아이, 밥 먹듯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는 아이, 기분 나쁘다며 다른 십대를 집단 구타하는 아이들, 마약을 하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는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고는 아무데서나 잠을 청하는 아이들 등등. 친구를 따라나섰다가 뜻밖에도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Cachorro
“Tlareleasingbearcub” by Poster scan.. Licensed under Wikipedia. 스페인산 퀴어 영화다. 일단 퀴어 영화도 흔치 않은 소재인데다 스페인산이라니 스페인의 동성애자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할 법도 하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제법 살집이 있는 – 이 영화의 영어제목 Bear Club에서 Bear는 살집이 있으신 동성애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그쪽으로도 제법 시장(?)이 크다고 한다 – 두 남자가 벌이는 섹스신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성기,…
24 Hour Party People
By Film4 – http://www.ukmovieposters.co.uk/ukpostertax/rare-original-movie-posters/page/9/, Fair use, Link 조이디비전, 뉴오더, 팩토리 레코드, 버즈칵스, 해피먼데이스, 하시엔다, 그리고 맨체스터……. 펑크나 인디락 계열의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이라면 친숙할 이 단어들은 70년대 펑크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나타난 80년대의 포스트펑크 조류, 레이브 문화, 신스팝, 그리고 이 모두를 한데 묶어 커다란 공간 안에 표출한 맨체스터라는 도시의 인식표들이다. 저널리스트이자 팩토리 레코드사의 설립자이자 클럽주인이었던…
[펌:아도니스]웰컴 투 사라예보
웰컴 투 사라예보 (Welcome To Sarajevo, Michael Winterbottom, 1997) 개인적으로 지금 영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감독은 뭐니뭐니해도 마이클 윈터바텀입니다. ‘쥬드’에 한 방 먹어서 한 해 동안 얼얼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바늘 한 뜸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할 것 같은 컷 구사 능력에 잔뜩 매료됐었지요. 대체 이 감독이 누군가 싶어 그때부터 찾고 다녔어요. 안타깝게도 영국 영화제가 열릴 동안 뭔가…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Slacker 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뽑으라면 이 작품을 뽑을 수 있다. 실력파 감독 Miranda July 의 원맨쇼 성격이 강한 – 주연, 감독, 시나리오 모두 혼자 소화해냄 – Slacker 보다는 더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면서도 잡아내기 쉽지 않은 감성을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주인의 실수로 차 지붕에 얹힌 채로 고속도를 주행하는 금붕어, 음란한 채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