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ral / Lum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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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Eno 할아버지가 신보를 내셨다. 워낙에 다작이신 분인지라 디스코그래피를 쭉 훑어보려는 시도는 이제 일종의 만용이 된 듯한데 어쨌든 올해 6월 6일에 나온 따끈한 신보라서 들어봤다. 이노는 Beatie Wolfe라는 컨셉트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Luminal과 Lateral을 내놓았다. 첫 번째 작품은 아직 안 들어봤고, Lateral만 오늘 들었다. 곡은 사실상 Big Empty Country라는 곡 단 한 곡. 바이닐에서는 앞면과 뒷면을 Day 버전과 Night 버전으로 나눠놓긴 했다. 말 그대로 그냥 단순한 멜로디가 64분 동안 약간의 변주와 함께 반복된다. 마크 로스코나 또는 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작가 전시회의 배경음악으로 깔면 딱 어울릴 작품. 비평가들의 평가는 매우 좋다. Luminal까지 들어봐야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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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문단은 어제 쓴 글이고 오늘은 출근길에 같이 발매한 – 올해 6월 6일 동시 발매했으니, 사실상의 더블앨범? – Luminal을 감상했다. 1시간이 넘게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하는 Lateral과 달리 이 작품은 보다 대중 친화적이다. 즉, 멜로디가 각각의 트랙마다 다른 3~4분 길이의 드림팝 장르의 앨범이다. “앨범은 다양한 문화권의 언어에서 유래한 감정 단어들을 모티브로 삼아 구성되었다“라고 하는데 일단은 가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고 보다 마음 편한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음색과 연주가 특징적인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앨범을 먼저 듣느냐에 따라 두 작품이 주는 감정이 조금은 다를 듯한데, 이노와 비티도 그런 점을 의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비평가들의 평가는 아주 호의적이다.

씨네21의 토킹헤즈 스페셜

스탑메이킹센스 상영을 기념하여 씨네21이 이번 호에서 토킹헤즈 스페셜을 마련하였다. 이 블로그 운영자도 한 꼭지를 담당했다.

“스메센의 밤”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미국에서는 A24가 토킹헤즈의 공연 필름을 복원하여 상영하고 이를 계기로 멤버들이 화해하고 넷 모두가 무대인사 등에 몰려다니는 기적이 있었지만, 밴드의 인지도 바닥인 국내에서 이 필름이 상영되는 상황을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각종 독립영화를 무모하게(!) 수입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찬란에서 다시 한번 무모한 일을 저질러 버렸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그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찬란 측에서 나도 시사회에 초대해 주어 시사회장에 가게 되었다. 상영은 7월 22일 저녁 용산CGV 15관에서 진행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IMAX가 적당한 상영관이 아닐지 생각했지만, 스크린의 크기는 그 정도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배정받은 자리가 왼쪽인 점이 조금 아쉬웠다. 영화가 개봉되면 다시 가서 봐야 할 이유가 하나 추가됐다.

영화는 7시 30분 정각에 시작했다. 평소 익숙했던 그들의 공연 장면과 노래도 몇십 배는 커진 스크린과 훌륭한 음향 기기를 통해 들으니 당연히 감동은 배가 되었다. 이 필름 안에서는 공연 중 멤버들의 사소한 행동을 – 당연히 특히 Byrne의 – 즐기며 볼거리가 많은데 더 큰 영상으로 보니 이런 모습이 더 눈에 띄며 즐거움도 더 컸다.

무료표를 받고 온 시사회인 탓인지 다른 바쁜 일이 있으신 탓인지 – 아마도 이런저런 동호회에서 오신 분들도 있는 듯 – 상영 도중 몇몇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음악이 귀에 익지 않아서인 듯? 하지만 아내 좌석 옆 좌석의 관객은 상영 후 ‘당시 어떻게 이런 음악을 했지’라고 감탄했다는 말을 전했다. 취향은 그렇게 가감이 생기는 법이다.

부디 이번 영화도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한다. 그래서 찬란 영화사의 용기 또는 만용(!)이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욱 좋은 음악 관련 필름을 소개해 줬으면 한다. 아내는 그런 의미에서 어서 알란 파커 감독의 The Commitments도 수입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럴 일 없겠지만, 그럴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봉은 오는 8월 13일이다.

트레버 혼의 생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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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rnard Gotfryd – Trevor Horn, pop record producer, NYC, Public Domain, Link

어제(2025년 7월 15일)가 1949년 7월 15일 생인 The Buggles의 프론트맨 트레버 혼(Trevor Horn)의 생일이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라는 불멸의 명곡을 창조했고 MTV라는 희대의 미디어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트레버 혼은 그가 이끌던 밴드 The Buggles의 생애는 짧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유산은 결코 무시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 밴드 해체 이후 프로듀서 등 음악 산업의 막후 실력자로서의 명성을 쌓아갔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 그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바로 그가 프로듀서로 참가했던 ABCThe Lexicon Of Love다.

지금도 신쓰팝의 최고의 명반 – 더 나아가 80년대 최고의 명반 – 으로 꼽히는 The Lexicon Of Love는 두 명의 천재가 만났을 때 어떤 희대의 걸작이 탄생하는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최고의 작곡자이자 보컬리스트 Martin Fry와 그런 천재가 만든 결과물을 어떻게 오물쪼물하면 최고의 작품이 되는지를 잘하는 Trevor Horn이 협업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여태 다른 신쓰팝 밴드가 시도하지 않은 오케스트라적인 웅장함을 작품의 특색으로 삼은 The Lexicon Of Love 이다. 앨범 커버에서부터 음악까지 빈틈없이 채워진 하드보일드 신쓰팝 앨범이다.

Talking Heads의 Stop Making Sense 국내 개봉 소식

그간 <서브스턴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마와의 토크쇼>,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여름날 우리> 등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수입 및 배급을 진행해온 찬란이라는 영화사에서 Talking Heads의 걸작 공연필름 <스탑 메이킹 센스>를 수입해서 상영할 계획이다. 개봉 예정일은 오는 8월 13일.

한편 다음은 상영 예정인 CGV 앱에 올라와 있는 상영 정보

라이브에이드 40주년

1985년 7월 13일

전 세계가 하나로 모인 날이었다. 두 개의 무대, 하나의 목표, 그리고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잊지 못할 라인업. 2025년 7월 13일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과 필라델피아 JFK 스타디움에서 동시에 열린 전설적인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의 4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150개국 15억 명 이상이 시청한 이 콘서트는 생중계되었다. 제1세계 아티스트들의 제3세계 인민에 대한 수혜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담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 정도의 행사를 기획하였을 때의 그 인류애적 감성은 쉽게 폄하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Gentlemen Take Polaro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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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the record label., Fair use, Link

Gentlemen Take Polaroids는 타이틀곡도 앨범명과 같은 앨범이다. 그리고 그 곡이 가장 유명하다. 전체적으로는 이후에 발표된, 밴드의 명반으로 남게 될 Tin Drum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 앨범을 들으면 2010년대 유행한 Vaporwave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일례로 세 번째 트랙 Burning Bridges는 전주가 상당히 긴 곡인데 흥미로운 점이 사뭇 2010년대 유행했던 Vaporwave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곡이다. 앨범 이름 자체도 그런 분위기에 한몫 하는데 당시에는 혁신적인 전자기기로 여겨졌으나 이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진 폴라로이드라는 사진기가 언급된 점이 그러하다.

Talking Drum

JapanTin Drum중에서 어떤 곡이 가장 명곡인가? 워낙 출중한 곡이 많아서 고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지금 오랜만에 이 앨범을 다시 들으니 오늘은 두 번째 트랙 Talking Drum이 유난히 귀에 꽂힌다. 원래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여섯 번째 트랙 Visions Of China다. 전체적인 멜로디도 유려하지만, 곡 후반부의 타악기 연주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그런데 지금 앨범을 다시 감상하면서 Talking Drum 역시 Visions Of China 못지않은 걸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도 밴드의 음악 자체가 동양풍 – 밴드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은 일본에서 시작하는 – 이었지만, 이 곡에서는 곡의 진행 사이사이에서 다양한 동양적 멜로디와 추임새를 끼워 넣어서 그 특유의 동양적 색채를 한층 가미하고 있다. 한편으로 가사를 살펴보면 시니컬한 내 성격에 어울리는 그런 가사가 한 구절 있다. “Now we’re too late for heaven” 그래. 우리는 어쩌면 천국에 가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녹색광선(Le Rayon 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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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NING 스포일러 만땅

지난주 토요일 아침 다섯 시에 – 혹은 새벽 – 쿠팡 플레이에 있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1986년작 ‘녹색광선(Le Rayon Vert)’을 봤다.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작품이었고,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 보지 않았나’라고 잠깐 생각했던 영화다. 그런데 봤던 영화는 아니었었다. 얼핏 비슷한 이름의 다른 프랑스 영화랑 헷갈렸던 것 같다. 문득 궁금해서 지금 검색해보니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1980년작 디바(Diva)랑 혼동했었다. 제목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데 왜 헷갈렸는지 모르겠다. 내 열등한 회색 뇌세포 탓이겠지.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토요일 아침에 보기 좋은 영화였다. 플롯의 엄밀성이나 연출의 치밀함에 대해 바짝 신경 쓰지 않아도 감상에 큰 무리가 없는 스낵 같은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영화 스타일이 생각났고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에릭 로메르를 지극히 존경하는 한국 영화인이 있었으니 홍상수였다. ‘녹색광선’은 프랑스판 홍상수 영화였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변방의 홍상수라는 영화인이 그 스타일을 베낀 에릭 로메로 스타일의 프랑스 누벨바그’였다. 이런 스타일에 익숙하게 해준 홍 감독에게 감사.

영화를 보는 동안 여주 델핀(Delphine)이 계속 영화 제목 녹색광선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암시를 던진다. 녹색이 최근 자신의 운세에 좋다는 둥의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극 중간쯤 가서 델핀이 들른 한 해변에서 마침내 델핀의 옆에 있던 한 노인들의 대화를 통해 녹색광선이 무슨 의미인지 밝혀진다. 극에서 말하는 녹색광선은 일몰시 태양의 윗부분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광학 현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한 그 표현은 그러한 현상을 소재로 사용한 쥘 베른의 ‘녹색광선’이라는 소설을 의미한다. 무척 다층적인 이미지인 셈이다.


저물녘 드물게 볼 수 있다는 녹색광선의 한 사례(이미지 출처)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쥘 베른의 ‘녹색광선’은 평소 그가 주로 쓰던 공상과학 장르가 아닌 로맨스적 요소가 많이 담긴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이에 대해 논하는 노인들의 관점이 흥미로웠는데 그들은 쥘 베른의 대표작인 ‘해저2만리’는 재미가 없었고 ‘녹색광선’이 좋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나도 현재 읽고 있는 여러 책 중에 예의 ‘해저2만리’가 있어서 흥미로운 분석이었다. 사견으로 재미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다소 신파조로 보일만 할 만큼 장광설적인 요소가 있다. 지루한 편이긴 하다.

어쨌든 이 대화를 엿들은 (삶이 무료했던) 델핀은 녹색광선을 보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영화 줄거리에 ‘녹색광선을 찾아 떠났다’는 식의 소개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가 의도적으로 녹색광선을 쫓았다기보다는 남친도 무의미하고 휴가도 무의미한 무력한 파리쟁이 여행지에서 마주친 훈남과 석양을 보러갔다가 운 좋게 녹색광선이 보이는 일몰을 보게 된 쪽에 가깝다. 이러한 애매모호함도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다. 사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어쩌다 생각지도 않게 원하는 것이 걸려드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토요일 아침에 보기에 부담 없는 영화라고는 했으나, 사실 보는 내내 여주의 ‘까칠함’에 적잖이 짜증이 났었다. 어쩌다 휴가 계획을 망쳐버린 그를 위해 친구들이나 주변의 다른 이들이 이런저런 식으로 많이 배려해주는데 델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까칠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한다. 녹색광선을 여행지에서 마주친 훈남과 같이 보는 장면에서조차 그의 이런 기행은 멈추지 않는다. 델핀의 이런 행동은 어쩌면 감독의 의도된 연출인 것 같다. 감독 스스로가 이런 식으로 누벨바그의 아웃사이더였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