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Families

Blancmange - Happy Familie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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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영국 런던에서 닐 아서(Neil Arthur, 보컬), 스티븐 루스콤비(Stephen Luscombe, 키보드),1 로렌스 스티븐스(Laurence Stevens, 드럼) 3명에 의해 결성된 신스팝 밴드 블랑망주(Blancmange)의 1982년 앨범이다. 원래 블랑망주는 녹말가루, 우유, 설탕과 바닐라향, 아몬드를 첨가한 희고 부드러운 푸딩을 의미한다. 영국의 앨범 차트 30위에 오르면서 상업적으로는 그런대로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어 이후에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스타일 적으로는 다소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오리지널리티는 있게 마련인데 블랑망주는 그런 부분이 조금은 약했던 것 같다.

일례로 이 앨범의 두 번째 트랙 Feel Me는 Talking Heads의 데이빗 번(David Byrne)의 느낌이 강하다. 또 다른 곡에서는 Joy Division의 분위기가(I’ve Seen the Word), 또 다른 곡에서는 Simple Minds의 분위기가(Wasted) 느껴진다. 이런 면에서는 비슷한 체급으로 느껴지는 밴드 중에서도 하나의 스타일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 Secession이나 Camouflage와는 조금은 다른 경로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본인들은 본인들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이 그렇게 평가하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예술가의 스타일은 가지려 노력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묘한 뉘앙스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앨범에서는 네 번째 트랙이자 세 번째로 내놓은 싱글인 Living on the Ceiling이 영국 싱글 차트 7위까지 오르면서 앨범의 상업적 성공을 견인한다. 톡톡 튀는 멜로디와 편곡이 이미 듣고 있는 순간에도 가장 상업적인 곡이라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조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상업적 요소를 곳곳에 때려 박은 느낌의 곡이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곡은 또 Men At Work의 곡이라 속이고 들려줘도 믿을 것 같다. 다양한 스타일의 조합, 그게 블랑망주의 생존 방식이자 대박을 못 낸 원인이었을까? 한편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서는 우울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Waves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곡은 또 비록 후배 밴드이긴 하지만 When In Rome을 생각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앨범 커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신스팝 밴드의 앨범 중에서 이렇게 감각 없는 커버가 또 있을까 싶다. 그림 자체는 재미있다. 하지만 앨범 커버도 앨범이라는 매체를 내놓는 뮤지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스타일 중 하나다. 그렇기에 어떤 뮤지션들은 – Talking Heads나 The Smiths 등 – 본인들이 직접 커버 작업을 해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한다. New Order는 Peter Saville이라는 걸출한 아티스트에게 작업을 맡기기는 했지만, 이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그런데 이 앨범 커버는 선대의 포크음악이나 후대의 로우파이 음악이 연상되는 커버다.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신스팝의 앨범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라는 의미다. 안타까운 선택이었다.

  1. 이분은 최근 유명을 달리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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