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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cross The Kitchen Table


이미지 출처 : discogs

The Pale Fountains의 1985년 2집인데 불과 1년인데 스타일의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1집이 – 후배이긴 하지만 – Belle & Sebastian의 스타일이 연상된다면 2집은 좀더 하드한 초기의 Simple Minds가 연상된다. 두번째 트랙 Stole The Love는 심플마인즈의 곡이라고 말해도 깜빡 속을 것 같다. 세번째 트랙 Jean’s Not Happening은 언뜻 또 다른 후배 뮤지션이 생각나는데 The Lightning Seeds. 우연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이 앨범의 프로듀서가 바로 LS의 Ian Broudie. 한편 네번째 트랙은 느닷없이 샤우팅 창법의 쏘울 넘버인 Bicycle Thieves. 마지막 곡 September Sting은 컨트리곡!

각각의 곡으로 보면 즐기며 듣기에 손색이 없지만, 무언가 앨범의 통일성은 – 굳이 컨셉트 앨범이 아닐지라도 – 느껴지지 않는다. 1집에서는 밴드가 프로덕션과 앨범 커버 디자인 등에 대해 전권을 가진 것 같았는데 이 앨범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 1집의 신통찮은 판매고든 다른 이유든 – 많이 통제권을 뺏긴 느낌이고 음악도 그렇고 앨범 커버도 산만하기 그지없다. 커버 가운데 딱 박힌 밴드의 로고 디자인은 너무 촌스럽다.

다른 수록곡을 한참 뛰어넘어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수록곡 ..From Across The Kitchen Table 에 이르러서야 The Pale Fountains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던 트럼펫 연주가 다시 전주에 등장한다. 이러한 챔버팝적인 분위기를 조금 더 발전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그랬더라면 수많은 인디락 밴드가 명멸(明滅)했을 80년대의 치열하고 냉혹한 영국 락음악씬에서 좀 더 긴 수명을 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밴드는 이 앨범을 끝으로 해체했고 프론트맨 Mick Head는 또 다른 컬트 밴드인 Shack을 결성한다.

…From Across The Kitchen Table 유튜브 영상

※ 영상에 등장하는 영화 이야기
지난번 감상한 PF의 대표곡 Something On My Mind 유튜브 영상이 프랑스 영화 브레드레스를 활용한 것처럼 이 영상도 어떤 흑백 영화를 이용했다. 예전에 본 영화였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이번에도 챗지피티, 딥씩, 구글이미지검색을 사용했는데 역시나 답은 구글이미지검색을 통해 찾아냈다. 해당 작품은 1960년 개봉된 영국 영화 Saturday Night and Sunday Morning. 소위 “키친싱크 사실주의(kitchen sink realism)“라는 영국식 리얼리즘 장르의 영화로 공장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주말에 빠를 전전하며 다른 삶을 꿈꾸는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다. 키친싱크 사실주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는 A Taste Of Honey라는 작품으로 The Smiths의 컴필레이션 앨범 Louder Than Bombs의 커버에 등장인물인 극작가 쉘라 델라니(Shelagh Delaney)가 원작자이다.

Pacific Street

Pacific Street Album Cover.jpg
By Pale Saints – https://rateyourmusic.com/release/album/the-pale-fountains/pacific-street/buy/, Fair use, Link

The Pale Fountains의 음악이 여타의 쟁글팝(jangle pop) 뮤지션의 음악과 달리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의 트럼펫, 플룻 등의 관악기 사용이라 생각한다. 이 악기 구성은 보컬 Mick Head의 허공에 읊조리는 듯한 하이톤 보컬과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이러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Burt Bacharach, Love, Bossa nova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적고 있다.

음반의 수록곡을 감상하고 있다보면 묘하게 겹치는 뮤지션이 있는데 후배 뮤지션인 Belle and Sebastian이다. 아마도 이들 음악의 교집합으로 앞서 언급한 Burt Bacharach가 발전시킨 영국에서의 챔버팝(chamber pop) 스타일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Mick의 보컬과 Belle의 Stuart Murdoch의 보컬이 가녀린 하이톤이라는 점도 비슷하다.(굳이 따지자면 Mick의 보컬이 좀더 파워풀하다)

1985년에 스미쓰가 발표한 ‘육식은 살인이다‘ 커버. (1) 같은 모노톤 (2) 타이틀을 세로로 배치한 점 (3) 등장인물이 군인이라는 점이 닮았다
MeatMurder.jpg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Rough Trade., Fair use, Link

앨범 커버는 당시 영국에서 같은 시기 활동한 The Smiths의 모노톤 커버 아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제3세계의 저항군과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청년의 표정은 사뭇 비장해 그 사연이 궁금했다. 영화의 한 장면인지 아니면 실제 상황의 한 장면인지? 뒤에 서있는 두 남자의 표정도 뭔가에 놀랐거나 불안한 표정이어서 한층 사진에 긴박감이 더 느껴진다. 그래서 인공지능 성능도 테스트할겸 커버의 사연에 대해 챗지피티와 요즘 잘 나가는 DeepSeek에게 물어보았다.

“이 이미지는 The Pale Fountains의 앨범 Pacific Street 커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지 자체는 종종 예술적이거나 상징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제 상황을 찍은 사진인지 아니면 영화 장면인지 확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앨범 커버에 사용된 사진은 역사적인 자료나 영화의 한 장면일 가능성이 있으니,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미지를 제공한 사람의 설명이나 공식 출처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ChatGPT]

The Pale Fountains의 1984년 앨범 Pacific Street의 커버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밴드의 리더인 Michael Head와 그의 형 John Head가 어린 시절에 찍은 사진으로, 리버풀의 한 거리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 사진은 밴드의 리버풀 뿌리와 그들이 자라난 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로, 앨범의 음악적 정서와도 잘 어울립니다. 앨범 커버는 밴드의 멤버들이 아닌, 어린 시절의 형제 사진을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감성과 향수를 자아내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이는 The Pale Fountains의 음악이 지니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DeepSeek]

질의 결과 챗지피티는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딴데가서 알아보라고 하고 딥식은 마이크 형제의 어린 시절의 사진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진실은 결국 고전적인(?!)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서 알아냈다. 이 커버의 원본은 스탈린주의의 소비에트에 반대하여 봉기한 1956년 헝가리 혁명을 찍은 사진들마리오드비아시(Mario De Biasi)라는 작가가 찍은 한 소년병의 모습이다. 제국주의를 반대했던 사회주의 종주국이 사회주의 형제국(!?)을 침략한 그 비극이 불안한 눈동자에서 느껴진다.

어쨌든 다시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앨범의 베스트트랙은 아무래도 앨범의 두번째 트랙 Something on My Mind다. 누군가가 이 노래를 유튜브에 장폴벨몽도(Jean-Paul Belmondo)와 진서버그(Jean Seberg)가 주연을 맡은 Breathless의 영상에 덧힙여 올려놓았다.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공유한다. 영상의 댓글에는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뛰어났는가에 대한 추종자들의 회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들의 라이브공연을 1984년에 목격한 한 사용자의 댓글이 흥미로워 여기 소개한다.

I remember seeing them live at the Lyceum theatre around 1984 supporting Orange Juice, the show was opened by Black also from Liverpool. The pf were unique, the LP was quite orchestrated, the songs were stripped down to the basics with live trumpet 🎺 and still sounded golden. OJ were cool and funky and this was the best gig to witness in London in 1984.
1984년경에 오렌지 주스를 지원하는 라이시엄 극장에서 라이브로 공연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공연은 리버풀 출신의 블랙이 오프닝을 맡았습니다. pf는 독특했고, LP는 꽤 오케스트라가 잘 짜여 있었고, 노래는 라이브 트럼펫으로 기본으로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황금빛으로 들렸습니다. OJ는 멋지고 펑키했고 이것은 1984년 런던에서 목격할 수 있는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