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배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일까? 다른 이의 인생을 위해 배우 자신을 죽여야 하는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게리올드만은 후자의 뉘앙스로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라면 Peter Sellers 는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영화는 영국영화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코미디 배우로 칭송되는 피터셀레스 Peter Sellers 에 관한 전기영화다. 래디오쇼의 인기성우로 활약하다 영화계에 데뷔한 피터셀레스의 영화인생과 개인적인 삶이 적절히 안배되어 있는 이 영화에서 감독은 피터셀레스가 마치 질 좋은 캔버스처럼 영화 속 캐릭터의 전달에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반면 피터셀레스라는 개인의 모습은 공란으로 남겨버리는 그런 배우로 묘사하고 있다.(실제로 우리는 핑크팬더에서의 피터셀레스와 닥터스트레인지러브에서의 다중적인 피터셀레스 간에 피터셀레스라는 배우의 독특한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영화에서는 피터셀레스 자신도 그러한 자신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결국 그가 빼어들은 야심작은 말년에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캐릭터가 등장하는 Being There 였다. 위대한 코미디언이었지만 위대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었던 피터셀레스는 1980년 7월 24일 심장발작으로 숨을 거둔다. 영국, 미국 합작으로 Stephen Hopkins 의 2004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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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 of Flesh/ 肉體の門(1964, 日)
다무라다이지로(田村泰次郞)의 원작(1948년)을 바탕으로 스즈키세이준이 감독한 소프트코어 섹스영화. 감독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알사탕 사나이’ 시시도 조가 예외 없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전쟁의 참화 속에서 그악스러움을 무기로 살아가고 있는 여인들의 삶터에 찾아들며 성(性)을 통해 정신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이부키 역을 맡았다. 일본에서 특유하게 성장하였던 Pink Eiga(ピンク映画) –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이루었던 소프트코어 섹스영화장르 – 라는 장르의 대표 격으로 사도-메조히스틱한 성묘사를 통해 성(性)정치학을 탐구하여 오시마나기사의 ‘감각의 제국’과 함께 비교하여 감상하면 좋을 영화.
Heavenly Creatures(1994)
우정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악랄하리만큼 변태적인 컬트 Bad Taste 의 감독에서 ‘반지의 전쟁’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피터잭슨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1994년작. 외골수 파울린이 생기발랄한 소녀 줄리엣(케이트윈슬렛)을 만나서 애정에 가까운 우정을 발전시켜나가는 와중에 둘은 줄리엣의 엄마가 자신들의 우정을 파괴하려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결과는 파국적 종말. Bad Taste, Dead Alive 의 악동 스타일 영화로 명성을 얻은 피터잭슨은 정통극 영화에도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준 영화. 실화의 주인공은 후에 소설가가 되었다 한다.
The Third Man
By “Copyright 1949 Selznick Releasing Organization, Inc. Country of Origin U.S.A.” – Scan via Heritage Auctions. Cropped from the original image and lightly retouched to repair the torn upper-left corner., Public Domain, Link
냉전시대 스파이 영화의 걸작인 이 영화의 무대는 전후의 혼란이 가시지 않은 비엔나이다. 싸구려 소설작가 홀리마틴스는 비엔나의 친구를 찾아왔다가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되는데 이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그의 주위에서 맴돈다. 냉전의 엄혹함, 전후의 스산함, 의심스러운 인물 등 데카당스한 분위기가 소름끼치도록 멋있게 묘사된 영화. 완벽한 시나리오, 최고의 연기, 최적의 로케이션 등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조합. 홀리마틴스는 Shadow Of A Doubt 의 소름끼치는 살인마역의 Joseph Cotten이, 죽음을 가장한 친구 역엔 Orson Welles 가 열연하였다.
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
인간은 언제부터 황금에 대해 집착하게 되었을까? 일설에 의하면 고대 바빌로니아 인들은 금을 태양에, 은을 달에 비유하여 금의 지위를 고귀한 그 무엇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한다. 이후 인류는 오랜 기간 금을 소유하는 것이 부의 본질이라고 착각하면서 연금술, 중금주의(重金主義), 금본위제 등의 역사를 구성해왔다.
각설하고 이 영화는 모험영화의 서브장르인 금을 찾아 헤매는 인간들의 욕망과 좌절에 관한 영화다. 노숙자나 다름없는 돕스(험프리보가트)와 커틴이 우연히 만난 한 노인의 이야기에 혹하여 황금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고생 끝에 금을 찾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때부터 서로 자신의 금을 차지하려 한다는 의혹의 눈초리로 눈자위가 충혈 되기 시작한다.
언제나 깔끔하고 남자다운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험프리보가트가 탐욕으로 망가지는 이 영화는 비슷한 종류의 영화중에서도 최고로 뽑히는 걸작. 존휴스턴 감독의 1948년작
“한때 1919년 단명한 뮌헨 소비에트 공화국에 관계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보헤미안 이주민 무정부주의자인 B. 트래번은 선원들과 멕시코에 관한 감동적인 글을 쓰는 데에 몰두했는데(험프리 보가트가 나오는 존 휴스턴의 Treasure Of Sierra Madre(소설 원제 Der Schatz der Sierra Madre)는 트래번의 글을 원본으로 삼은 것이다.” Eric Hobsbawn 의 ‘극단의 시대’ 中에서
Kids
여기 나오는 십대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개념없음>이다. 여자랑 자기위해서는 온갖 감언이설로 꼬셔내고 하루만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새 섹스상대를 바꿔대는 아이, 밥 먹듯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는 아이, 기분 나쁘다며 다른 십대를 집단 구타하는 아이들, 마약을 하고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는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고는 아무데서나 잠을 청하는 아이들 등등. 친구를 따라나섰다가 뜻밖에도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소녀가 자신의 섹스상대를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로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은 스타일로 진행되는 영화여서 현실감이 더하다. 결말부분에 멋도 모르고 달려들던 녀석이 불쌍하다. Larry Clark 의 1995년 감독데뷔작
Rope
완전범죄는 가능한가? 전도유망한 두 젊은이가 이 과제에 도전한다. 이들은 친한 친구를 죽여 방 한가운데 궤짝에 시체를 넣은 후 천역 덕스럽게 그 친구의 부모, 여자친구, 자신들의 옛 스승(제임스스튜어트)을 불러 파티를 연다. 뭔가 의심쩍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스튜어트의 직감에 의한 예리한 질문으로 살인자들은 점점 궁지에 몰린다. 영화 전체가 살인이 일어난 방안에서만 진행되는 연극과 같은 포맷으로 진행되는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영화. 알프레드히치콕의 첫 칼라영화다. 만인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는 법이다.
28 Days Later
좀비 영화는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B급 공포영화 감독들은 틈만 나면 무덤에서 잘 쉬고 있는 엄한 좀비를 깨워 – 주로 여름에 – 사람들을 고함지르게 했다. 주목할 만한 좀비 영화로는 역시 조지로메로의 일련의 좀비시리즈, 데이빗크로낸버그의 스캐너스, 그리고 존랜디스가 감독한 마이클잭슨의 스릴러 등이 있다.
이렇듯 흔해빠진 소재를 재기발랄한 대니보일이 손댄 까닭은? 그래도 재밌으니까. 예전에 전설의 고향이 아무리 욕을 먹어도 여름만 되면 구미호 이야기를 재탕하듯이 좀비는 언제 흔들어 깨워도 깨워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얼굴은 짓이겨져 썩은 것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꼴은 소름끼치기도 하고, 지저분하기도 하고, 한편 우습기도 하고…. 요컨대 구미가 당기는 캐릭터다.
그래서 결국 관건은 좀비영화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는가 하는 것인데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대니보일은 그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은 것으로 판단된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이 좀비에 의해 세상은 점령당했고 그들에게 대항하는 소수의 인간들이 서로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모이려고 한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도착한 그 곳에는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들이 버티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상황은 조지로메로의 Day of The Dead 와 흡사하다. 하지만 나름의 오리지날리티도 있다. 현재 후속작 28 Weeks Later 가 2007년 개봉예정이라 한다.
Local Hero(1973)
다국적석유기업이 스코틀랜드의 어느 어촌에 직원 맥맥캔타이어를 파견시킨다. 목적은 석유기지 건설을 위해 어촌 전체를 매입하는 건. 한편 그룹의 회장 펠릭스하퍼(버트랭카스터)는 맥캔타이어에게 하늘을 잘 살피라는 이상한 주문을 한다. 현지에서 어수룩한 회사동료 대니올슨과 함께 찾은 마을은 대도시의 휘황찬란함과는 거리가 먼 고요한 마을이었다. 그렇게 조용하던 동네가 맥캔타이어의 등장으로 소란스러워지고 모두들 한몫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장애물이 등장하게 된다. 영화는 분명히 장르는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딱히 웃음을 억지로 유발시키고자 하는 장치 없이 차분하게 진행된다. 덕분에 영화를 감상하며 짓게 되는 웃음은 파안대소가 아니라 엷은 미소이다. 특별한 반전이랄 것도 없고 큰 감정의 고저 없이 진행되면서도 단단한 바위처럼 탄탄한 진행을 보이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마크노플러의 사운드트랙도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 휴그랜트의 The Englishman Who Went up a Hill But Came Down A Mountain 과 비교하여 봐도 좋을 듯
Spaceballs
멜브룩스가 한번 웃어보자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스타워즈를 자근자근 씹으며 패러디한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다스베이더를 흉내낸 다크헬멧(릭모라니스)이다. 자그마한 키에 어울리지도 않게 엄청나게 큰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도 광선을 쏘아대는 반지로 부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그러면서도 혼자 있을 때는 인형놀이에 광분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이외에도 스타워즈의 각각의 캐릭터가 멜브룩스의 천재적인 영도력(!)하에 재탄생하여 그렇지 않아도 코미디인 스타워즈를 한층 폭소도가니로 만들어놓은 멜브룩스판 스타워즈, 스페이스볼스가 탄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