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

마녀는 누군가의 이름을 바꿔서 그를 지배한다. 우리가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호명하는 행위는 그 사물을 정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시작단계이다. 이름 모를 새나 이름 모를 꽃에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우리는 그 새나 그 꽃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또는 그것들을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붙여진 그 이름을 바꾸는 행위는 그것들을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명확한 의지표현이다.

치이로라는 이름이 과분하다며 센으로 이름을 바꿔버린 마녀 유바바의 행동은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인 지배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센은 부모님이 지어주었을 자신의 본명을 계속 기억함으로써 자신을 노예로 부리고 부모님을 돼지로 둔갑시킨 유바바의 지배에 저항한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 준 하쿠의 본명을 알려줌으로써 그의 해방을 도모하기도 한다.

<앨리스의 이상한 모험>과 <오즈의 마법사>의 일본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히야오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삿날 길을 잘못 들어버리는 바람에 겪게 되는 정령(精靈)들의 목욕탕에서의 한바탕 소동은 히야오가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오던 주제, 즉 어린 소녀의 성장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가 적절히 결합된 한편의 판타지다. 버블경제의 몰락으로 쇠락해버린 버려진 유원지라는 공간의 설정이 흥미롭다. 다만 개인적으로 컴퓨터그래픽과 수작업으로 그려진 그림간의 미스매치가 다소 눈에 거슬린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