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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art Price

아침 출근길에 요즘 가장 핫한 뮤지션 중 하나인 Dua Lipa가 2020년 내놓은 그의 2집 Future Nostalgia를 감상했다. 이 앨범은 그의 섹시한 외모와 허스키한 보컬이 신쓰웨이브 풍의 레트로한 디스코 리듬과 화학적 결합에 성공하여 팬데믹 시절 공연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앨범이다. 한편 이 앨범을 감상하며 흥미로운 인물을 한 명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Stuart Price다.

스튜어트 프라이스의 이름이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지게 된 때는 Madonna와 함께 그 유명한 Hung Up을 선보였을 때다. 마돈나라는 레트로한 뮤지션을 레트로한 에어로빅복을 입혀 레트로한 ABBA의 Gimme! Gimme! Gimme!를 샘플링한 곡을 부르게 하여 – 역의 역의 역발상 –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한다는 시나리오는 좀 과잉설정일 정도로 황당한데 실제로 이 스토리를 성공시킨 이가 바로 스튜어트 프라이스다. 이런 시도는 뮤지션의 미래 – 나아가 음악의 미래 – 를 제시하는 수단이 레트로라는 점에서 이른바 레트로퓨처리즘(Retro Futurism)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1

Stollwerck 1898 Im Jahre 2000. Ein Reisehotel.jpg
By Unknown (Name unten links nicht lesbar) – [1], Public Domain, Link
레트로퓨처리즘적인 그림 하나 : 예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2000년대

2000년대 즈음하여 1980년대의 신쓰팝을 추종하여 새로운 장르를 실험한 신쓰웨이브(Synthwave)가 바로 이러한 레트로퓨처리즘 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80년대 신쓰팝, 유명한 80년대 미드 Miami Vice 등의 오리지널을 가지고 재생속도를 늦춘달지, 의도적으로 비디오 재생이 찌그러지는 화면을 만든달지, 느닷없이 그리스의 조각상이 등장한달지 하는 방식을 통해 그 시절을 추억 – 패러디, 오마쥬, 희화화, 대상화 그 어떤 표현이든 – 하는 의식을 거행하면서 서브장르로서 어느 정도 유명해졌다.

신쓰웨이브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선데에는 The Weeknd의 공헌이 적지 않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Stuart Price 역시 공헌자로서의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80년대 키드로서 실력을 쌓아 Madonna, Pet Shop Boys, New Order 등 80년대의 적자(嫡子)의 앨범의 프로덕션을 맡으면서 그들과 본인의 커리어하이를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신예 두아리파 역시 그의 손을 빌어 영국 국내용 뮤지션이 아닌 글로벌 댄싱퀸의 자격을 획득했다. 음악인으로서 더 좋을 일이 있을까? 자신이 즐겨듣던 이들의 음악을 배워 다시 자신이 그 스타일로 프로덕션해주고 이를 다시 신예에게 활용하는 경험을 갖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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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ttp://www.nbc.com/Vintage_Shows/Miami_Vice/photos/index.shtml#cat=733&sec=1602&mea=38829, Fair use, Link
Synthwave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마이애미바이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작 스튜어트 프라이스의 활동 중 좋아하는 시기는 그가 직접 뮤지션으로 무대를 뛰던 시기다. 그는 프로듀서로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Les Rythmes Digitales라는 솔로프로젝트로 음악을 만들었고 Adam Blake, Johnny Blake 와 함께 Zoot Woman이라는 3인조를 결성하여 몇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주트우먼 시절을 좋아한다. 이들의 컨셉트 역시 레트로퓨처리즘이었다. 2000년대였음에도 일부러 촌스러운 정장 차림으로 80년대 신쓰팝을 재생하면서도 그 이후의 댄쓰팝의 트렌드와의 가교 역할을 한 밴드가 바로 주트우먼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2024년 신보를 내놓는 등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재진행형 밴드다.

Duran Duran의 Girls on Film을 오마쥬한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Zoot Woman의 Living in a Magazine 비디오

  1. Future Nostalgia라는 앨범명도 바로 이 Retro Futurism이라는 표현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