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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와 레게

국제적 명성을 얻은 자메이카 출신 뮤지션은 봅 말리 앤 웨일러즈이다. 1945년 영국 육군 퇴역 소령과 자메이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봅 말리는, 스카 1대 때부터 킹스턴의 슬럼가인 트렌치 타운Trenchtown에서 웨일러즈를 결성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봅 말리가 서구에 알려진 것은 1973년 영국의 아일랜드Ireland 레벨과 계약을 맺고 를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이는 레게가 영미 록의 최신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를 처음 만나게 된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1980년 괌에서 뇌종양으로 요절하기까지 봅 말리는 아름다운 러브송에서 정치적인 메세지가 담긴 노래에 이르기까지 숱한 작품을 남겼다.

그는 서인도권의 정치에 대한 직간접 관여와 진보적인 정치 발언으로 두 번이나 암살 기도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8년 제3세계 평화 메달을 수상하면서 그의 실천적인 행동은 그 빛을 발한다. 질질 끌리면서도 뛰어오를 듯한 레게의 반복 리듬을 깔고 들려 오는 봅 말리의 음울한 자메이카 사투리와 그 날카로운 메세지. 이는 영미의 성인 취향 록에 권태를 느끼던 음악 팬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고도 남았다.

자메이카에선 웨일러즈에 뒤이어 버닝Burning, 스피어 새드 월드Sphere Sad World, 블랙 파워Black Power들의 레게 뮤지션이 연이어 등장했다. 1980년 봅 말리가 목숨을 거둔 후-봅 말리의 장례는 자메이카 국장으로 치뤄졌다-레게는 피터 토시Peter Tosh의 손으로 넘어간다.

피터는 원래 웨일러즈의 멤버였다. 하지만 그는 봅 말리와 음악에서는 물론 정치에서도 의견이 달랐다. 피터는 과격파 라스타파리즘에 기울어 있었고 음악을 통한 계몽과 정치의 지속을 꿈꾸었다. 피터는 롤링 스톤즈의 키스 리차드와 믹 재거의 후원으로 음반을 발표했지만 그다지 시원찮은 성과를 맺는데 머물렀다.

한편 영국에서도 스틸 펄즈Steel Perals등의 자메이카 주민에 의한 레게가 자라났다. 영국 하층에 속해 있던 뮤지션들은 레게가 지닌 반역적 특성에 쉽게 공감했다. 그리고 펑크와 레게 뮤지션 사이의 음악 교류는 물론 인종차별 반대운동을 지원하는 등 록음악 역사에서 보기 드문 왕성한 음악 연대가 이워졌다.

봅 말리 못지 않은 급진 성향을 가진 클래시는 데뷔 LP인 를 제작해 레게와 적극 교류하는 한편 자메이카의 프로듀서 리 스크레치 페리의 협조를 얻어 를 녹음한다. 레게의 영웅 봅 말리는 이미 (1977년)에서 펑크와 레게의 연대를 꾀한다.

뉴웨이브 시대로 들어서면서 레게가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유비 포티UB40와 같은 흑인 출신 레게 그룹과 스카를 리바이벌한 혼성 그룹 스페셜즈Specials 들도 이 즈음 얼굴을 내민다. 마지막으로 레게 리듬과 가사 이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댑 기법이다. 레게 등장과 함께 중요한 음악 기법으로 록에 스며들게 된 댑은 70년대를 지나면서 원곡과 다른 독자적인 음악 형식으로 자리 잡는다. 이는 댑 기법에서 발휘되는 믹싱mixing효과의 재미(유쾌함, 우스꽝스러움)에 록 뮤지션들이 주목한 데서 비롯된다.

피아이엘PIL(Public Image Limited의 약자로 섹스 피스톨즈를 탈퇴한 자니 로튼이 자메이카 여행중 결성한 밴드)이나 팝그룹인 Flying Leaders 들은 기성 음악 구조를 해체하는 방법으로 댑에 접근했고, 폴리스Police와 컬쳐 클럽Culture Club 은 사운드적인 재미로 연주 속에 삽입하기도 했다. 서동진 씀(punk77.com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