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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File:George Michael - Faith.png
By Sony Music Hong Kong, Fair use, Link

퇴근길에 Faith를 버스 안에서 들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이건 그냥 George Michael 베스트 모음집인데?”였다. 수록곡 한곡 한곡이 이미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멜로디인데다 각각의 장르도 다양하여 어떤 댄스 듀오에서 막 솔로로 활동을 시작한 가수의 데뷔 앨범이라기보다는 관록을 쌓은 거장 뮤지션의 베스트 앨범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뛰어난 상업적 성과와 전반적인 음악적 호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음악에 대해 엄숙함을 추구하는 비평가의 평가절하에 질린 나머지 그 다음 앨범의 제목을 Listen Without Prejudice라고 정할 만큼 편견에 시달렸던 조지마이클은 이미 왬 시절에도 솔로 시절에도 그렇게 완성형 뮤지션이었던 것이다.

1987년 11월에 발매된 이 앨범은 사실 내게는 아직도 80년대 앨범이라기보다는 90년대 앨범의 느낌이다.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초부터 인기를 얻었던 블루아이드쏘울, 빠른 템포의 R&B, 심지어 New Jack Swing의 분위기가 이미 이 앨범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도 이 앨범은 시대를 앞서 90년대 음악 조류를 예언한 앨범이라는 느낌도 든다. 특히 패션에 있어서도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조지의 청바지 패션은 80년대의 그것이라기보다는 90년대를 지향하는 패션에 – 80년대말 슈퍼밴드 Bros의 패션과 유사한 느낌 –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80년대를 마무리하고 90년대를 예언하는 앨범의 느낌이다.


가죽 재킷과 청바지 차림의 Bros

조지는 앨범의 모든 곡을 – David Austin과 공동으로 작업한 Look at Your Hands를 제외하고는 – 혼자서 작곡하고 프로듀스했다. 또한 다양한 악기도 직접 연주했다고 한다. 곡들의 느낌은 왬 시절의 유쾌함과 캐치함을 유지하면서도 앞서 언급했듯이 R&B, 훵크(funk), 쏘울 장르가 가미되면서 왬과의 차별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앨범에서는 Faith를 비롯해 무려 네 개의 빌보드핫100 1위곡이 배출되었다.(그러니 베스트앨범일 수밖에) I Want Your Sex는 비록 1위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 차트 2위 기록 – 당시 그 노골적인 제목과 섹시한 뮤직비디오 덕분에 많은 화제를 뿌린 곡이다.(그리고 JYP가 이 아우라를 따라하려했다)

넷플릭스에는 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올라와 있다. 그때 누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 역시도 “왜 조지는 계속 앤드류와 그룹 활동을 이어갈까”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그 다큐를 보면 그 의문이 풀린다. 끊임없이 음악적 평가절하에 시달렸고 결정적으로 동성애적 성향을 숨긴 채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조지에게 음악적으로나 –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이었지만 – 우정으로 기댈 수 있었던 기둥이 앤드류였다. 유일하게 앤드류에게 고백했던 그의 동성애 성향은 솔로 시절에도 감춰야 했고 오히려 이 앨범에서 마초적 이성애 남성의 성향을 더 드러냈다는 점이 그 시절 조지에게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저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Side one

1. “Faith” 3:16
2. “Father Figure” 5:36
3. “I Want Your Sex” (Parts 1 & 2) 9:17
4. “One More Try” 5:50

Side two

5. “Hard Day” 4:48
6. “Hand to Mouth” 4:36
7. “Look at Your Hands” 4:37
8. “Monkey” 5:06
9. “Kissing a F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