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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on 2 : The Return

1편을 보지 못하고 2편부터 봐버렸다. 덕분에 처음에 극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 증세를 보이며 작품을 감상해야 했던 어려움이……. 1편은 대충 어느 날 나타난 외계인들이 노인들의 원기를 회복시켜주어 제2의 청춘을 살게 되고 결국 그들과 함께 영원히 늙지 않는 행성을 날아간다는 다소 특이한 소재의 에스에프 영화였다. 2편에서는 이런 그들이 지구에 남겨놓은 코쿤(외계생명이 자라나는 큰 알)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게 되고 다시 되돌아와 코쿤을 회수해나간다는 스토리다. 이 큰 줄기를 둘러싸고 가족의 재회, 지구로 돌아옴으로써 재발하는 노인들의 병, 지구에 남았던 다른 친구의 과거에 대한 완고함 등 노인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생기기 마련인 인생사의 고민 등이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전편의 후한 점수에 비해 이 작품은 좋은 점수를 받진 못했지만 노인들의 삶에 대한 노련함과 완고함, 죽음에 대한 여전한 두려움 등 세세한 감정들이 묘사되어 있어 드라마적 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연구원으로 등장하는 The Friends 의 히로인 Courteney Cox 의 젊은 시절도 감상할 수 있는 작품.

Princess Bride

William Goldman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어린이용 모험담이다.(하지만 어른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케빈은 12살’에서 케빈 역을 맡았던 Fred Savage 가 어리광부리는 어린 환자로 나온다. 그의 할아버지(처음부터 노역을 맡았을 것 같은 콜롬보 형사 Peter Falk 역)가 병문안을 와서 동화책을 한권 읽어주는데 이것이 바로 극의 줄기를 이루는 해적 웨슬리(Cary Elwes)의 무용담. 천박한 시골소년이었던 웨슬리가 아름다운 여인 버터컵과 사랑에 빠졌지만 이내 행방불명되고 악한 왕자가 버터컵을 차지하려고 한다. 이 와중에 벌어지는 갖가지 무용담이 해학을 동반하며 펼쳐진다. 통속적인 헤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음악은 잔잔한 서정음악이 특기인 마크노플러. 롭라이너의 1987년작

The Purple Rose of Cairo

관객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들과 어울린다는 Sherlock Jr.의 아이디어를 반대로 뒤집으면 이 영화가 된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지치고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빈민가정의 주부(미아패로우)는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에서 탈피하고자 영화관을 찾는다. 그리고 The Purple Rose of Cairo 라는 영화의 주인공(제프다니엘스)을 흠모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도중 갑자기 이 주인공이 영화 밖으로 뛰쳐나오고 어찌어찌해서 미아패로우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주인공의 탈출로 인해 진척이 안 되고 나머지 캐릭터는 하릴없이 주인공을 기다린다. 이에 영화사는 주인공 역할의 배우를 현지에 파견한다. 뒤죽박죽 섞이는 스토리에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현실탈피를 꿈꾸는 한 여인의 감정을 전하는 이 영화는 우디알렌이 미아패로우를 주연배우로 쓰던 시기의 피크를 이루었던 작품이다.

Tron

소위 사이버스페이스와 전자오락을 소재로 한 선구자적인 영화. 제프브리지스 Jeff Bridges 가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게임 속으로 들어가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운다는 현실감은 없지만 눈요기는 되는 작품이다. 선악의 구도는 너무 명확하여 유치할 정도이다. 하지만 사이버스페이스와 현실이 혼재하여 갈등구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The Matrix 와 같은 비슷한 장르의 영화의 선구자격으로 영감을 주었고, 픽셀과 네온빛의 그래픽 역시 이후 유사한 영화에 영감을 주었다. 80년대 막 전자오락이 사람들의 여가활용의 한 방법으로 등장하였던 시기에 시의적절하게 시대정신을 반영한 영화이지만 정작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한다. 포스터의 인물은 당시 TV 스타로 이름 날리던 브르스박스라이트너 Bruce Boxleitner

Hannah and Her Sisters

뉴욕이라는 공간을 배우에 버금가는 주요배역으로 격상시킨 우디알렌이 애니홀과 맨하탄 등에 이어 또 한 번 뉴욕과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화하였다. 서로가 물고물리는 애정관계는 때로는 유치하게 때로는 강박적으로 서로를 구속하고 서로를 애태우고 또 서로를 성숙시키기도 한다. 몰라도 아는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가족이라는 뗄 수 없는 유대관계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등장인물들은 위험한 줄타기를 반복한다. 누가 도덕적으로 더 옳은 것인가 하는 도덕적 판단기준은 이 영화에서 주된 포인트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우디알렌에게 닥친 시련 – 일종의 반전? – 은 “사랑이란 원래 그렇게 허무한 것이야” 라고 가벼운 충고 한마디로 치유 가능한 것일까? 마이클케인이 우유부단한 한나의 남편 역을 잘 소화해주었고 대배우 맥스폰시도우 Max von Sydow 가 자존심강한 화가 역으로 출연한다.

Poltergeist

1974년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The Texas Chainsaw Massacre)’으로 단숨에 공포영화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토브후퍼(Tobe Hooper)가 스티븐스필버그와 손잡고 만든 공포영화. 평화로운 한 중산층 공동주택 단지에 살던 가족에게 찾아 온 믿기 어려운 초자연적 현상과 이로 인한 가족의 고통을 다룬 영화. 그들 가족이 고통 받은 이유는 그 공동주택단지의 터가 원래 공동묘지였고 개발업자가 시체들은 이장을 해주지 않아서 그 유령들이 소동을 피운다는 다소 동양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다.

개발업자야 이장비용으로 인해 사업타당성에 악영향을 미쳤을 테니 그런 짓을 했을 테고 유령들은 가족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괴롭혔는지 영화를 다 보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괴롭히지 않고 잘 달래야 개발업자를 찾아가 이장을 해달라고 하든지 뭐라도 소원수리를 할 것 아닌가?

여하튼 영화는 꽤 흥행에 성공했고 속편이 3편까지 만들어졌다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영화에 출연한 큰 딸 역의 도미니크 던이나 작은 딸 역의 헤더오르크가 어린 나이에 죽는 등 영화의 출연자들의 의문의 죽음이 꼬리를 물어 ‘폴터가이스트의 저주’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Match Factory Girl

아키카우리마스키(Aki Kaurismäki)의 유머감각은 그의 고향 핀란드의 날씨만큼이나 냉소적이다. 성냥공장에서 일하며 빈둥거리며 세월을 죽이는 그의 부모를 공양하는 불쌍한 소녀가장도 욕정은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예쁜 옷을 부모 몰래 사서 술집에 가서 남자들의 접근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연민보다는 차라리 유치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아무리 신분이 천하다 하여, 외모가 보잘 것 없다하여 그의 이성에 대한 낭만적 사랑의 열망이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꼬부랑 노인에게도 성욕은 당연한 권리이듯이). 그럼에도 그에게 접근하여 하루를 보낸 남자는 그를 하룻밤 여흥으로 치부해버리고 상황은 점점 꼬여간다. 대사가 하도 띄엄띄엄 있어서 적막감이 흐르는 영화다. 핀란드/스웨덴 공동작업으로 1989년 작.

Terms of Endearment

태어나서 자라서 부모에게 반항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가다 죽는 게 사람의 인생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거의 예외 없는 이러한 삶을 엠마(데보라윙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조명한다. 특별한 기교나 반전 없이 엠마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변해가는 삶을 관찰하는 이 작품은 초반 엠마의 밝은 성격으로 말미암아 다소 가벼운 로맨틱코미디의 분위기로 흘러가다 어느 날 엠마가 우연히 병원에서 종양을 발견하며 신파조의 – 그렇다고 너무 청승맞지 않은 – 멜로물로 전환한다. 중간 중간 엠마의 엄마(셜리맥클레인)과 이웃집 남자(잭니콜슨)가 벌이는 애정싸움도 볼거리다. 엠마가 죽는 순간 이미 애정이 식어버린 남편이 잠이 들었다가 깨는 장면이 여운을 남긴다.

Koyaanisqatsi

이 작품을 어느 장르로 구분하느냐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로 분류하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은 카메라로 쓴 시(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도 없이, 등장인물도 없이 이 작품은 그저 인간이 사는 지구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필립베이스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장대하게 펼쳐 보인다. 몇 년간에 걸쳐 촬영한 필름들을 연속적으로 이어놓은 이 작품의 메시지는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교훈적 메시지라고들 하는데 하여튼 그냥 보고 있자면 작품을 만든 이들이 참으로 대단하다거나 또는 참 지독한 사람들이다라거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키페디아의 영화소개

The Stepfather

못된 계모이야기는 많아도 못된 계부이야기는 흔치 않은데 바로 이 영화가 못된 계부에 관한 관찰기이다. 평소에는 인자하다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을 해온다는 느낌이 들면 살인마로 돌변하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이 바로 이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고 태연히 수염을 깎는 장면부터 시작하므로 우리는 살인범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고 있다. 이후 그가 다음 목표를 고르고 언제쯤 살인을 저지를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다. 과연 이번 살인도 성공할 수 있을까? 살인마가 착한 척 하고 만들어준 새집이 의외의 막판에 그에게 걸림돌이 된다. 후속작도 발표되었으나 전편만큼의 호평을 받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