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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Degrees Of Sepa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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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ld Sutherland (1095412255)” by Alan LightDonald Sutherland
Uploaded by MaybeMaybeMaybe. Licensed under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의 미국판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플랜 키트리지와 오이사 키트리지 부부는 미술품 거래상을 하면서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전형적인 상류층이다. 어느 날 그들의 투자자와 저녁식사를 위해 집을 나서려는 중 자신들의 자녀와 친구라는 한 흑인청년을 맞이하게 된다. 불쑥 찾아온 이 청년은 화려한 언변과 음식솜씨로 이들을 사로잡는데 스스로를 영화배우 시드니 포이티에의 아들 폴 포이티에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오이사는 다음날 아침 폴이 한 낯선 남자와 침실에서 완전나체로 성행위를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둘을 내쫓는다. 이후 이들 주위친구들도 동일인물에게 비슷한 사기를 당하게 되고 이들은 정체불명의 폴이 누구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영화제목 Six Degrees Of Separation 은 전혀 낯선 사람일지라도 여섯 단계만 거치면 알게 된다는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론을 의미한다. 결국 폴의 매력에 빠졌다가 피해 아닌 피해를 입은 이들은 어느 사이 서로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조사를 하게 되고 이는 상류층의 만남에서 좋은 입담거리가 되고 만다. 그러면서도 거리의 흑인청년이었던 폴이 얼마나 쉽게 그들의 고귀하고 차별적인 공간에 스며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감지조차 못한다. 결국 폴과의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이사는 폴을 도와주려 애쓰지만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딸의 진지한 대화요구는 거절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한다.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가 감칠맛 나면서 연극작품을 영화화하여 다분히 연극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부르주아의 위선을 비웃으면서도 어느새 그 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에 동화되게끔 만드는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다. 그들의 폴의 미스터리에 대한 입담 장면은 마치 에큘 포와르가 용의자들을 응접실에 모여 놓고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The Pursuit of Happyness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Erin Brockovich’의 흑인 남성 버전이라 할만하다. 어린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지만 배움도 없고 재주도 없었던 에린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성공하게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 영화처럼 이 영화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Chris Gardner 라는 흑인 남성이 주식중개인으로 성공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휴대용 엑스레이 촬영기를 판매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Chris Gardner(Will Smith).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내아이가 있었지만 쪼그라들어만 가는 생계로 인해 아내와의 갈등은 심해지고 마침내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어릴 적부터 수학적 재능이 있었던 Chris 는 어느 날 주식중개인의 인턴쉽에 도전하지만 정식사원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었고 그나마 인턴 기간에는 보수마저 없었다. 유일한 호구책인 엑스레이 촬영기는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도둑맞고 되찾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급기야 세무당국에게 밀린 세금을 차압당하여 무일푼이 된 그는 여관에서도 쫓겨나 아이와 함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몸을 누이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가던 그의 인생은 마침내 인턴기간 동안 보여준 그의 능력에 대해 회사가 정식채용으로 보상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서는 재미있는 두 개의 물건이 등장한다. 하나는 앞서 말한 휴대용 엑스레이 촬영기이고 또 하나는 80년대를 풍미했던 이상한 정육면체 장난감 루빅스큐브이다. 엑스레이 촬영기는 Chris 와 그의 가족에게 있어 애증의 상징이다. 그 뛰어난 성능에 혹한 Chris 가 판매를 위해 전 재산을 쏟아 구입했을 당시 그것은 가족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일종의 사치품으로 간주되었던 그 물건의 부진한 판매는 가족에게 갈등과 고통의 상징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내가 떠나고 파산한 Chris 에게 그것은 마지막 삶의 희망이 된다. 부피가 큰 재봉틀과 같은 외양을 가진 이 물건을 항상 들고 다니던 Chris 의 모습에서 우리는 애정과 증오가 반복되는, 그러면서도 차마 떨쳐 내버리지 못하는 우리 삶의 그 어떤 고단한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일종의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장난감이었던 루빅스큐브는 단 한번의 등장으로 Chris 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하는 물건이 되었다. Chris 가 끈질기게 매달렸던 증권회사의 유력한 임원 Jay Twistle 은 Chris 와 함께 탄 택시 안에서 루빅스큐브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것을 본 Chris 가 혼신의 힘을 다해 루빅스큐브를 맞추자 Twistle 은 이 고졸 학력의 흑인을 남다른 눈빛으로 바라보고 마침내 인턴쉽의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루빅스큐브는 Chris 에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고단한 일상에서도 토마스 제퍼슨이 천명한 ‘행복추구권’의 행사를 위해 노력했던 그의 구세주는 국가의 공적부조나 그의 아내가 아닌 엉뚱하게도 루빅스큐브였다는 사실이 인생의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엑스레이 촬영기와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훨씬 적은 사람들이 루빅스큐브와 같은 기회를 잡게 된다. 인생의 사닥다리에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이 Chris 의 루빅스큐브와 같은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개인에게는 해피엔딩이지만 절대다수의 빈자들에게는 일종의 동화같은 무용담일 뿐이다. 가난한 미혼모에서 해리포터의 작가로 일약 억만장자가 된 조앤롤링이나 수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인생역전을 이루어 낸 Chris 와 같은 이들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행복추구권은 존재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1년 전에 머물렀던 영화의 배경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았던 수많은 홈리스들도 역시 그러한 행복추구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곱씹게 하는 영화였다.

p.s. Chris 의 아들 역을 맡은 꼬마는 다름 아닌 Will Smith 의 아들 Jaden Smith 라고 한다. 오디션에 뽑히기 전까지 Will Smith 의 아들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니 연기재능은 역시 어디로 새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화의 말미에 한 흑인 남성이 Chris 부자의 곁을 지나가는데 그가 바로 실제 인물 Chris Gardner 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