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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xanne

영혼의 아름다움과 육체의 아름다움 중 어느 것이 더욱 소중한 것인가 하는 질문은 참 진부하지만 연애를 할 때 항상 곱씹곤 하는 질문이다. 영육 분리와 이 중 영혼에 더욱 높은 가치를 두는 가치관은 중세 기독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 거의 맞을 듯? – 결국 이러한 가치관이 오늘날까지 면면히 내려와 일종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유명연예인들 흔히 인터뷰에서 ‘외모보다는 마음씨를 본다’ 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는 나중에 의사나 재벌3세와 결혼하곤 하니 말이다.

Edmond Rostand의 Cyrano de Bergerac 을 현대화하여 만든 Roxanne 가 바로 이러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외모만 근사한 소방대원 Chris와 길쭉한 코 탓에 열등감에 시달리지만 재치 있고 사려 깊은 소방대장 C. D. Bates(Steve Martin)는 둘 다 재색을 겸비한 Roxanne Kowalski (Darryl Hannah)를 좋아한다. 그러나 Roxanne 의 눈에는 Chris 가 먼저 필이 꽂혔고 무식한 Chris 는 C.D. 의 도움으로 그녀와 데이트를 즐긴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Roxanne 은 결국 둘의 음모를 알아내고 C.D. 와 크게 말다툼을 벌인다.

결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Steve Martin 의 최전성기에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여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다. 특히 맥주홀에서 모욕을 당한 C.D. 가 특유의 입담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장면에서의 Steve Martin 의 입담은 가히 달인의 경지가 아니었던가 싶다. 원작을 현대화하여 시나리오로 담아낸 이도 바로 그이다. 이후 그는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자 했고 그 데뷔작이 바로 얼마 전에 소개한 Shopgirl 이었다. Darryl Hannah 는 이 작품과 Splash 등을 통해 80년대 섹스심볼로 부각되었다.

비슷한 영화로 프랑스에서 1990년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시라노’와 여성판 시라노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이 있다.

Shopgirl

이 영화에서 마음에 드는 구석은 거의 없었다. 스티브 마틴의 퉁퉁 부은 얼굴과 짜증나는 진지한 연기, 클레어 데인즈의 거칠어진 얼굴골격, 그리고 클레어 데인즈의 남자친구로 나오는 이름모를 배우의 그 짜증나는 캐릭터, 결정적으로 스티브 마틴이 직접 썼다는 어설픈 줄거리로 그 스스로가 어설픈 LA 판 우디 알렌이 되려 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1990년작 L.A. Story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엿보이기는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우디 알렌 조차 자기 스스로 로맨스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를 포기한 21세기에 스티브 마틴이 본업인 슬랩스틱을 포기한 채 중후하고 로맨틱한 중년이 되고자 하다니! Lost In Transition 이 빌 머레이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준 사례라면 이 영화는 스티브 마틴의 월권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

The Jerk

스티브 마틴은 찰리 채플린이 아니다. 우디 알렌도 아니다. 그에게서 찰리 채플린 식의 사회비판 정신과 페이소스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또한 우디 알렌 식의 도시우화도 기대하면 안 된다(물론 직접 시나리오 작업까지 참여한 L.A. Story에서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의 주전공은 아니다). 그는 그보다는 차라리 부조리한 상황설정을 통해 휘발성의 웃음을 선사하는 – 때로는 어이없기까지 한 – 개그맨에 가깝다. 일부 평자들은 이런 유의 웃음을 깊이가 없다며 비판하지만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코미디언의 본분이라는 정의에 비추어 본다면 그가 가장 재능 있는 코미디언중 하나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The Jerk 는 그런 스티브 마틴의 매력이 잘 배어나오는 코미디다. 가난한 흑인 소작인의 집안에서 자라나 자신이 흑인이 아니라는 사실도 모르고 살아온(!) Navin R. Johnson (Steve Martin)은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영감을 얻어 집을 떠나 도시로 간다. 우연히 얻은 일자리는 주유소 직원. 이 주유소에서 그는 우연히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을 불평하는 손님의 안경에 작은 장치를 달아 불편을 없애준다. 이후 연쇄살인자에게 쫓기고, 새로 얻은 직장인 서커스단에서 만난 스턴트우먼에게 성적학대(?)를 받고, 마침내 아름다운 미용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어쩔 수 없는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다. 그 와중에 네이빈이 만들어준 안경으로 특허를 내어 성공한 손님이 그를 찾아 엄청난 수익금을 안겨줌으로써 일약 백만장자가 된다.

섹스가 무엇인지도 몰라 첫경험을 가족들에게 자랑하기까지 하는 멍청이 네이빈이 겪는 좌충우돌 인생사는 한참 후에 로버트 제메키스에 의해 만들어진 포레스트검프를 연상케 한다(물론 각각의 작품이 함의하는 메시지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또한 확실히 짐캐리 등이 주연한 덤앤더머는 스티브 마틴이 창조한 이 바보 캐릭터의 영향권 아래 있다(짐 캐리의 초기 캐릭터들은 스티브 마틴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동시대에서 그의 연기스타일과 비교될 수 있는 이는 몬티파이튼의 친구들, 특히 존 클리스를 들 수 있다.

스티브 마틴이나 그의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비록 앞서의 두 위대한 코미디언의 그것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스티브 마틴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확실히 기대에 충족시킨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뛰어난 연기자이다. 더구나 연기인생 중반기 이후부터는 출연작의 시나리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작가로서의 능력도 증명하였다.

The Muppet Movie

Muppet : n. 머펫 《팔과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인형》;[the muppets] 머펫 쇼(= Shw) 《미국의 TV 버라이어티 쇼》

Jim Henson 이 창조하고 직접 이름까지 붙인(인형을 뜻하는 영단어 Puppet에서 착안) 이 인형들은 미국의 장수 아동프로 Sesame Street 와 The Muppet Show 등에 출연한 일군의 인형들로 국한되어 지칭되기도 한다.

The Muppet Movie 는 이들 인형을 주요출연진으로 사용(?)하고 스티브마틴, 멜브룩스(멜브룩스의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다), 오손웰즈, 밥호프 등 연예계의 거물들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만든 뮤지컬 코미디다.

영화는 주인공 Kermit The Flog 이 강가에서 외로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에서부터 전개된다. 여기에서 우연히 만난 헐리웃 에이전트의 권유에 의해 헐리웃에 오디션을 받기 위해 길을 떠나는 Kermit 와 도중에 만난 그의 친구들, 그리고 이들에게 해꼬지를 하는 악덕 기업가의 갈등이 전개되는 로드무비 형식도 띠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미국식 유머코드와 섬세한 인형동작, 그리고 카메오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볼거리다.

p.s.아래 포스터와 달리 이 영화 포스터에서는 돼지가 개구리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