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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ie

소름끼치는 틴에이저 공포물 Carrie 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펄프픽션의 대가 Stephen King 의 원작을 바탕으로 Brian De Palma 가 만든 작품이다. 펄프픽션의 대가와 B급 영화의 귀재가 만났으니 그 결과물은 당연히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양질의 공포영화로 귀결되었다. 거기에 Sissy Spacek 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영화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켰다.

Stephen King 의 자전적 에세이 <유혹하는 글쓰기>에 보면 이 원작의 탄생비화가 소개되고 있다. 애초 King 자신이 너무 진부한 소재라 생각하여 쓰레기통으로 처넣은 스크립트를 아내가 꺼내어보고 좋은 소재라며 격려해주었고 이에 분발하여 장편으로 완성한 것이었다. 또한 캐리의 캐릭터를 구상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이 소개되는데 King 은 그의 고교시절 왕따를 당했던 두 소녀를 모델로 하였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다른 공포영화와 마찬가지로 King 역시 희대의 살인자 Ed Gein 을 모델로 하지 않았는가 생각했었다. Ed Gein 은 어릴 적부터 광신적인 기독교도였던 어머니의 틀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살아오다 가족들이 모두 죽은 후 여자시체의 살갗으로 옷을 해 입으며 여성이 되고자 했던 그야말로 초엽기적인 인물이었다. 그 인생이 너무나 드라마틱하기에 그의 인생의 파편들이 각각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 싸이코, 양들의 침묵 등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Carrie 를 보면 Ed Gein 의 경우와 상당히 일치하는 가정환경임을 알 수 있다. Carrie 의 어머니 역시 Ed Gein 의 어머니가 그러했을 것처럼 딸에게 극단적으로 섹스에 대한 혐오감을 강요한다. 이는 결국 Carrie 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걸림돌 으로 작용하고 왕따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극단이 또 하나의 극단을 낳게 만든 꼴이 되고 만 것이다. King 에 따르면 그가 모델로 삼았던 바로 그 동급생의 어머니에게서 그러한 종교적 보수성을 느꼈다고 하니 Ed 의 어머니가 극단적이었을 따름으로 상상외로 이러한 꼴통적인 가정환경이 극히 드문 현상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감탄할만한 점은 초경의 공포과 돼지 피라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두 소재가 ‘빨간 색’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교집합으로 형성하면서 관객들에게 ‘끔찍했던 학창시절’을 상기시키는 극대화된 공포를 경험하게 만드는 연출솜씨이다. Amy Irving, William Katt 등 조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