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ir use, Link
백만 년 만에 가라데키드를 다시 보고 있다. 일단 영화를 제작한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작품이고 서양 영화를 추종하던 우리나라에서도 나름 인기를 얻었다. 다만 당시는 가라데가 일본 무술이었고 이를 추종하는 영화는 일본 영화가 아닐지라도 배척받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차마 개봉을 금지하지 못했지만, ‘가라데키드’라는 원래의 이름 대신 ‘베스트키드(Best Kid)’라는 매우 애매하고 어색한 이름으로(심지어 문법도 틀렸다) 국내에서 개봉했다.
그런데 오늘 몇백 년 만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화의 원작자들은 이 영화를 일뽕 영화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남주 다니엘에게 가라데를 가르쳐주는 미야기 상. 너무나 유명한 캐릭터다. 그런데 사실 미야기 상은 본인을 일본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스스로를 오키나와인이라고 생각했다. 다니엘과 미야기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때 미야기는 오키나와의 위치를 알려준다. “차이나 히어, 저팬 히어, 오키나와 히어.”
더 나아가서 가라데에 대한 미야기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미야기는 다니엘에게 가라데는 중국의 무술이라고 가르친다. karate에서의 te는 손을 의미하고 kara는 ‘빈(empty)’이라는 의미인데 이 모든 것은 중국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다니엘에게 미야기가 가르치는 무술은 중국의 무술이고 그의 출신지는 일본이 아닌 오키나와다.1 다니엘이 영화 내내 욱일기 문양의 헤어밴드를 하고 있지만, 그건 일본 군국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80년대, 이 영화를 배급한 미국 영화사나 이를 수입한 한국 영화사나 당연히 그렇게 인식했겠고, 오늘날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는 사실은 일뽕 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 미야기 상은 다니엘에게도 이야기하지만, 미국 이민 2세로서 참전용사다. 그 와중에 아내와 아이를 잃은 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딱히 일본을 좋아했을 이유도 없다.2 그러니 미야기 선생이 다니엘에게 가르친 것은 군국주의가 아닌 자립정신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주 다니엘의 역할을 맡은 랄프 마치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는 1961년생 배우로 영화에서의 고딩의 역할을 맡았을 당시 그의 나이는 22~23세였다. 서양인들이 급격하게 노화되는 것을 감안할 때 그의 동안은 역대급이다. 그 후 이 영화의 스핀오프인 코브라카이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을 봐도 그의 동안은 역대급이다. 복 받은 얼굴이다. 코난쇼에서 그의 이름의 정확한 발음 등을 두고 코난과 그의 베프가 다툰 에피소드도 너무 재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