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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Le Rayon Vert)

Posted on 2025년 06월 30일2025년 06월 30일 by nuordr

Le Rayon vert.jpg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http://www.movieposterdb.com/poster/c3a421ae, Fair use, Link

WARNING 스포일러 만땅

지난주 토요일 아침 다섯 시에 – 혹은 새벽 – 쿠팡 플레이에 있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1986년작 ‘녹색광선(Le Rayon Vert)’을 봤다.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작품이었고,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 보지 않았나’라고 잠깐 생각했던 영화다. 그런데 봤던 영화는 아니었었다. 얼핏 비슷한 이름의 다른 프랑스 영화랑 헷갈렸던 것 같다. 문득 궁금해서 지금 검색해보니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1980년작 디바(Diva)랑 혼동했었다. 제목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데 왜 헷갈렸는지 모르겠다. 내 열등한 회색 뇌세포 탓이겠지.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토요일 아침에 보기 좋은 영화였다. 플롯의 엄밀성이나 연출의 치밀함에 대해 바짝 신경 쓰지 않아도 감상에 큰 무리가 없는 스낵 같은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영화 스타일이 생각났고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에릭 로메르를 지극히 존경하는 한국 영화인이 있었으니 홍상수였다. ‘녹색광선’은 프랑스판 홍상수 영화였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변방의 홍상수라는 영화인이 그 스타일을 베낀 에릭 로메로 스타일의 프랑스 누벨바그’였다. 이런 스타일에 익숙하게 해준 홍 감독에게 감사.

영화를 보는 동안 여주 델핀(Delphine)이 계속 영화 제목 녹색광선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암시를 던진다. 녹색이 최근 자신의 운세에 좋다는 둥의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극 중간쯤 가서 델핀이 들른 한 해변에서 마침내 델핀의 옆에 있던 한 노인들의 대화를 통해 녹색광선이 무슨 의미인지 밝혀진다. 극에서 말하는 녹색광선은 일몰시 태양의 윗부분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광학 현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한 그 표현은 그러한 현상을 소재로 사용한 쥘 베른의 ‘녹색광선’이라는 소설을 의미한다. 무척 다층적인 이미지인 셈이다.


저물녘 드물게 볼 수 있다는 녹색광선의 한 사례(이미지 출처)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쥘 베른의 ‘녹색광선’은 평소 그가 주로 쓰던 공상과학 장르가 아닌 로맨스적 요소가 많이 담긴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이에 대해 논하는 노인들의 관점이 흥미로웠는데 그들은 쥘 베른의 대표작인 ‘해저2만리’는 재미가 없었고 ‘녹색광선’이 좋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나도 현재 읽고 있는 여러 책 중에 예의 ‘해저2만리’가 있어서 흥미로운 분석이었다. 사견으로 재미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다소 신파조로 보일만 할 만큼 장광설적인 요소가 있다. 지루한 편이긴 하다.

어쨌든 이 대화를 엿들은 (삶이 무료했던) 델핀은 녹색광선을 보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영화 줄거리에 ‘녹색광선을 찾아 떠났다’는 식의 소개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가 의도적으로 녹색광선을 쫓았다기보다는 남친도 무의미하고 휴가도 무의미한 무력한 파리쟁이 여행지에서 마주친 훈남과 석양을 보러갔다가 운 좋게 녹색광선이 보이는 일몰을 보게 된 쪽에 가깝다. 이러한 애매모호함도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다. 사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어쩌다 생각지도 않게 원하는 것이 걸려드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토요일 아침에 보기에 부담 없는 영화라고는 했으나, 사실 보는 내내 여주의 ‘까칠함’에 적잖이 짜증이 났었다. 어쩌다 휴가 계획을 망쳐버린 그를 위해 친구들이나 주변의 다른 이들이 이런저런 식으로 많이 배려해주는데 델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까칠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한다. 녹색광선을 여행지에서 마주친 훈남과 같이 보는 장면에서조차 그의 이런 기행은 멈추지 않는다. 델핀의 이런 행동은 어쩌면 감독의 의도된 연출인 것 같다. 감독 스스로가 이런 식으로 누벨바그의 아웃사이더였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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