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Atlantic Records., Fair use, Link
Nu Shooz라는 밴드가 있었다. 아마도 ‘새 신발(New Shoes)’를 폼나게 표현한 밴드명이 아닐까 싶다.1 나를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은 원히트원더(one-hit wonder) 밴드로 기억하지만, 의외로 이들은 1982년 Can’t Turn It Off를 시작으로 2016년 Bagtown에 이르기까지 일곱 장의 스튜디오앨범을 내놓은 나름 장수 밴드다. 우리의 시야에서는 사라졌지만, 나름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한 끈기있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최고 히트 싱글은 I Can’t Wait고 그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그들이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앨범은 지금 소개하는 1986년 작 Poolside다.
위키피디어는 이들 음악 장르를 프리스타일(Freestyle)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프리스타일 또는 라틴 프리스타일은 주로 흑인 미국인, 히스패닉계 미국인, 이탈리아계 미국인 사이에서 뉴욕 대도시권,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에서 등장한 일렉트로닉댄스 음악의 한 형태다. 중요한 선구자로는 Planet Rock을 내놓은 Afrika Bambaataa와 Let the Music Play를 내놓은 Shannon이 거론되는데, 대충 겹치는 이미지가 있다. 인종적으로 섞여 음악적 교류가 잦은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브레이크댄스 팬들이 춤추기에 알맞은 신디싸이저가 주조를 이루는 댄스음악이 인기를 끌었고 이를 프리스타일로 범주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Nu Shooz는 뉴욕의 반대편인 서부에 위치한 오리건주의 포틀랜드 출신이다. 주류 음악의 본거지와 거리가 멀다보니 이들의 성공 경로는 제법 험난했다. 1985년 I Can’t Wait를 발표했고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전국적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노래가 네덜란드에 수출되고 거기서 리믹스 버전이 만들어졌고 “Dutch Mix”라 알려진 이 버전이 아틀랜틱레코드사의 귀에 들려 레코드 계약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Poolside에 수록된 우리가 알고 있는 버전은 오리지널보다 도입부가 보다 더 매력적인 Dutch Mix 버전이다.2
By A screen cap from a Miami Vice episode, Fair use, Link
이들의 음악이 지역적으로 어디와 가장 잘 어울릴까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고향 포틀랜드도 아니고 프리스타일의 본고장 뉴욕도 아니고 바로 풀사이드라는 앨범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따가운 햇볕이 이글거리는 마이애미다. 80년대 미드 마이애미바이스에서 주인공 크로켓(Crockett)과 텁스(Tubbs) 형사가 풀장이 딸린 대저택에 살고 있는 악당을 찾아갔을 때에, 풀사이드에서 선탠을 즐기며 이들을 무심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비키니 차림의 미녀들을 줌인할 때 배경음악으로 쓰면 딱 좋을 스타일이다. 동북쪽 끝에서 탄생한 장르를 활용해 서북쪽 끝에서 만든 음악이 서남쪽 끝 스타일의 음악이 된 셈이다.
앨범에서는 역시나 스티비 닉스의 1986년의 히트곡과 같은 이름의 I Can’t Wait가 가장 매력적인 곡이지만, 두 번째 싱글로 내놓은 Point of No Return도 나름 매력적인 곡이다. 어떤 면에서는 약간 코맹맹이 소리가 섞인 보컬 Valerie Day의 매력이 이곡에서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재밌게도 I Can’t Wait처럼 Point of No Return도 같은 제목으로 80년대 한번 더 히트를 기록하는데 1987년 Exposé가 발표한 동명의 히트곡이 있다. 또 하나 맘에 드는 점은 이 히트곡이외에도 나머지 트랙들도 꽤 준수한 수준의 곡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AllMusic은 이 앨범에 별 네 개 반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