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Peter Saville – Power, Corruption & Lies (1983).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30 July 2021. Retrieved on 6 July 2022., Public Domain, Link
New Order가 아직 Joy Division이라는 너무나 두꺼운 껍질을 벗고 뉴오더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작품이다. 1983년 내놓은 그들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들은 삶은 지속된다고 여기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첫 번째 트랙인 Age of Consent는 다소 생뚱맞게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못 하는 어린 누군가를 노래하는데 아마도 이언 커티스 및 조이디비전과의 결별을 선언하지 못하는 나머지 멤버들의 심정을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트랙에서는 We All Stand에서는 계속해서 “Life goes on and on”이라고 자조하듯 뇌까린다. 그런데 세 번째 트랙에서는 드디어 뉴오더 표 그루브가 등장한다. 가사도 “When a new life turns towards you And the night becomes the day”라고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다.
네 번째 트렉 5 8 6 에서는 일단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래 제목에서부터 일렉트로닉팝으로의 지향점을 밝힌 후 한참 이어지는 전주를 통해 80년대 신스팝, 더 나아가 하우스뮤직의 프론티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언한다. “Yes, I heard you calling”이라는 가사에서 “너”는 아마도 새로 도래할 신스팝의 80년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노래 후반부에서는 “Can you hear me deep inside?”이라는 가사가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너”는 이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뉴오더의 음악을 수용할 팬들을 가리킨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뉴오더의 새로운 음악을 들어달라고, 들을 자세가 되었느냐고 묻는 것이다. 이 노래에서는 낯익은 베이스 신디사이저음이 들린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도 변화가 두려웠는지 B면 첫 트랙, 즉 다섯 번째 트랙 Your Silent Face에서는 다시 예의 조이디비전 풍의 우울뽕짝의 포스트펑크로 회귀한다. 가사도 다시 수세적으로 바뀌었다. 이어 등장하는 여섯 번째 트랙 Ultraviolence. 제목부터 그렇거니와 다시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팝 분위기다. 거기에 인더스트리얼 냄새까지 풍긴다. 종을 잡을 수 없는 트랙 순서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종잡을 수 없음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질서로 거듭나기 위한 정반합의 몸부림인 것이다.
일곱 번째 트랙 Ecstacy는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다시피 밴드 멤버들의 마약 경험에 대한 음악이다. 들어봐도 딱 알겠다. 지니어스에서는 그들이 1980~1981 기간 동안 뉴욕 클럽에서 경험했던 마약의 추억을 노래로 담은 것이라고 하는데, 어디서 경험했어도 분명히 경험했을 뽕맞은 음악이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향후 80년대 하우스 뮤직의 원형적인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인스트루멘탈이다.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트랙의 제목은 흥미롭게도 Leave Me Alone이다. 80년대를 꿰뚫을, 그리고 90년대까지 이어질 사회적 맥락이랄지 그런 것에 무관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세대의 심정을 적절하게 반영한 제목이 아닐까? 가사도 그렇고 연주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조이디비전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마지막 트랙에서 다시 조이디비전의 음습한 히키코모리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뭐 그런대로 좋다. 그게 또 이 ‘조이디비전+뉴오더’의 매력이니까.
앨범 커버의 꽃그림도 너무 예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