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Live & Die in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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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물의 전형을 제시한 걸작인 1971년작 프렌치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의 감독 윌리엄 프레드킨(William Friedkin)이 1985년 내놓은 형사물이다. 그런 면에서 프렌치커넥션은 매우 1970년대스럽고 이 영화는 또한 매우 1980년대스럽다. 두 작품 모두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 비정한 범죄스릴러라는 장르의 본질에 여전히 충실하고, 특유의 스릴 넘치는 자동차 레이스도 빼놓지 않았고,1 형사인 남자 주인공이 무모하리만치 수사에 집착한다는 설정은 유사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영화의 스타일과 사운드트랙 등이 많이 바뀌었다. 주인공인 리차드 챈스(Richard Chance)는 더 야비해졌고, 음악은 프렌치커넥션의 째즈 음악에서 80년대 뉴웨이브로 바뀌었다.

우선 캐스팅을 칭찬해 줄 만하다. 일단 챈스 역에는 훗날 히트 드라마 CSI의 “길반장“으로 인기를 얻게 될 윌리엄 패터슨(William Petersen)이 호연을 펼친다. 길반장의 후덕함이 아닌 젊은 시절의 샤프한 미모와 기럭지로 열혈 형사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 악역에는 이미 그 한해 전에 ‘불의 거리(Streets of Fire)’에서 신선한 악당 캐릭터를 선보인 윌리엄 데포(Willem Dafoe)가 맡았다. 챈스의 파트너 존 부코비치(John Vukovich) 역에는 왜소하고 소심하게 생긴 존 팬코우(John Pankow)가 맡았다. 처음에는 약간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의 캐릭터 변화를 고려할 때 훌륭한 캐스팅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 각종 조연급도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잘 포진되어 있다.

한편, 챈스의 그의 파트너 존 부코비치의 파트너십 스타일은 좀 독특하다. 프렌치 커넥션에서는 지미 도일과 소니 그로소의 파트너십 다소 고지식할 정도로 끈끈한 파트너십 스타일이었다. 더티해리에서의 해리의 파트너 치코 곤잘레즈는 그를 도우려다 살벌한 형사의 세계를 알게 되자 형사를 그만 둘 정도로 나약한 스타일이었다. 리셀웨폰의 마틴 릭스와 로저 머터프는 인종적으로나 성격이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케미가 되어버리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존은 챈스보다는 더 정공법을 선호하는 강직한 스타일이지만, 결국 집착하고 있는 범죄의 해결을 위해서는 손에 피를 묻히는 일도 서슴지 않는, 그리고는 종국에는 챈스와 악독하게 닮아가는 진화형(!)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마지막으로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Wang Chung이 전체적인 음악을 맡았기에 사실상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듀오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1985년 9월 30일 게펜(Geffen)에서 발매되었다. 타이틀곡인 To Live and Die in LA는 앨범의 첫 번째 싱글로 발매되었고, 미국 빌보드 핫 100 에서 41위까지 올랐다. 썩 훌륭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LA라는 하드보일드한 범죄의 도시의 이글거리는 야자수 풍경과 매우 잘 어울린다. 그들을 선택한 이는 그룹의 노래 중 Wait와 Dance Hall Days를 특히 마음에 들어 한 프리드킨 감독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캐치한 뉴웨이브 사운드 덕분에 이 영화는 또 하나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역시 80년대의 인기 범죄물이었던 마이애미바이스를 생각나게 한다.

  1. 감독이 말하길 프렌치 커넥션을 만들 당시 누군가 조언하길, 뭘 하든 반드시 자동차 레이스는 집어넣으라고 조언했고 그 조언에 따라 만든 장면이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레이스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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