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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봤는데 흑인 판 왕자웨이(王家衛)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직접적으로 생각나는 영화는 해피투게더였고 그 외 이런저런 부분이 왕자웨이식 미장센이 연상되었다. 모든 배우가 흑인이었고 공간적 배경도 마약을 거래하는 정말 찐위험한 동네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흑인이나 마약 관련 영화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은, 심하게 말해서는 파스텔 톤의 느낌의 영화였다. 어린 샤이론(Chiron)을 돌봐주던 후안이 마약상이었고 성인이 된 샤이론이 마약상이 됐음에도 그들에게서는 악인의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이건 이를테면 유색인종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정당성 부여 기제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애초에 영화를 계속 그런 톤으로 끌고 온 연출 의도에 따른 느낌으로 보인다. 마지막에 ‘나의 몸에 손댄 것은 너뿐’이라는 샤이론의 고백도 그가 소년원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젊은 여성 혼자 살면서 아무런 위기감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느낌과 유사했다. 샤이론 연기는 청소년 시절의 샤이론 배우의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카에타노 벨로소(Caetano Veloso)의 노래가 나와서 반가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