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액자를 하나 걸어뒀는데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Alfred Eisenstaedt)라는 유명한 사진작가가 1943년에 찍은 뉴욕의 펜실베이니아역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다. 작품의 제목은 Clock in Pennsylvania Station으로 높은 위치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에 역 천장에 걸려 있는 커다란 시계가 하나 보이고 – 약 (필시 오후) 2시 40분가량을 가리키고 있다 – 아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런 사진이다.
시계에 무어라 적혀있는데 분침 때문에 첫 번째 단어가 잘 안보여 다른 사진을 찾아보니 Eastern Standard Time이었다. 즉, ‘미동부 표준시’라는 의미다. 즉, 사진을 벽에 걸어놓은 내가 때때로 그 사진을 볼 때 나는 1943년 어느 날 미동부 표준시로 오호 2시 40분에 펜실베이니아역에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과 그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정지된 시공을 담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매력이다.
이런 사진이나 흑백영화를 볼 때면 고질병처럼 ‘저 사람들은 이미 모두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사진에는 20대 이상의 성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대략 1920년대 이후 출생하신 분들일 테니 지금 생존해계신다면 100세를 넘으셨을 것이라 여겨지고 대략 9할 이상은 돌아가셨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하면서 또 작품의 맥락과 상관 없이 괜히 우울해지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작품의 주인공인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와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인간들이 한 프레임에 담긴 사진을 물끄러미 보면서 청승맞은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내 나약함의 증거이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시간이라는 개념에 무력한 그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죽음을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다.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on and on)
to the sea, to the sea
Till it’s gone forever
알란파슨스프로젝트라는 80년대 밴드의 Time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시간은 강과 같이 바다로 흐른다는, 시간을 시각화한 노래다. 차분한 템포의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자연스레 고요히 흐르는 시간의 강물이 연상된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1943년의 한 기차역에서 흘러왔던 시간의 강물이 주는 중압감이 내 뇌리에 약하게나마 느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