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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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Linn Records., Fair use, Link

Hats는 스코틀랜드 밴드 The Blue Nile의 데뷔앨범 A Walk Across the Rooftops 이후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원래 1989년 10월 16일 Linn Records와 A&M Records를 통해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밴드 전체의 경력 중에서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밴드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이 되었다. 발매 당시 영국 앨범 차트에서 12위에 올랐고 The Downtown Lights, Headlights on the Parade, Saturday Night 등 세 개의 싱글이 출시되어 차트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도시 안에서 느끼는 도시인의 고독함, 현실로부터의 도피에 대한 갈망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마음을 묘사하는 와중에 도시의 아름다음이 느껴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울적한 마음과 심미안적 쾌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앨범을 작업하기 전 밴드는 음반사와의 법적 소송 등으로 몸과 마음이 무척 지쳐있었다고 한다. 밴드의 프론트맨 폴 부캐넌(Paul Buchanan)은 “돈도 없고, 비참하고, 소송도 당했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지쳐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이 음반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인터뷰했다. 그야말로 그러한 고통을 앨범에 그대로 담은 셈이다.

개인적으로 소피스티팝(Sophisti-pop)이라는 장르를 좋아한다. 그 장르가 주는 세련된 느낌이 가장 맘에 들고 그리고 크게 인기를 끌지 않은 서브장르인지라 특정 시기의 특정 뮤지션들이 만들어낸 분위기가 주는 세밀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블루나일은 그러한 소피스티팝 일군 중에서도 특히 만족감을 주는 뮤지션이다. 이런 걸작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Hats가 히트하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히트했더라도 안타까운 일이었을 겁니다. 야외에서 이런 노래를 접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낮에 듣는 것조차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Hats를 들을 곳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습니다. 이 밴드에 대한 자주 반복되는 전설은 데뷔 앨범이 발매된 직후 글래스고의 한 술집에서 폴 뷰캐넌이 한 일입니다. 그가 지역 주민들과 몇 잔의 맥주를 마시자 대화는 음악으로 바뀌었고, 누군가가 그에게 그 지역의 훌륭한 신인 밴드를 추천했습니다. 그들은 블루나일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신도 좋아할 거예요. 제 차에 그들의 테이프가 있어요.[Pitchfork의 비평 중에서]

1 Over the Hillside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이 담긴 부분이다. 아마도 데뷔앨범 이후 5년 동안 창작의 고통과 음반사와의 갈등으로 고통에 시달린 밴드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어쨌든 이 앨범의 처음을 열어주는 트랙으로 캐치한 멜로디가 제격인 곡이다.

Workin’ night and day, I try to get ahead
Workin’ night and day, don’t make no sense
Walk me into town, the ferry will be there
To carry us away into the air

2 The Downtown Lights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특히 이 부분의 가사가 맘에 든다.

In love we’re all the same
We’re walking down an empty street
And with nobody, call your name
Empty streets, empty nights
The downtown lights

한편 이 곡은 The Smiths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과 짝을 맺어줘도 좋을 곡이라 생각한다. 둘 다 좋아하는 누군가와 도시의 밤을 배회한다는 – The Smiths의 노래가 더 파괴적이기는 하지만 – 설정에다가 서로의 마음을 가늠할 길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2024년 노래 Guilty as Sin?에서 “블루나일에 빠져서 그는 ‘Downtown Lights’를 보냈어요. 한참 동안 듣지 못했어요.(Drowning in the Blue Nile, he sent me ‘Downtown Lights’, I hadn’t heard it in a while.)”라는 가사로 시작하면서 이 노래를 언급했다. 스위프트의 앨범이 발매된 후 4일 동안 The Downtown Lights의 스트리밍이 14배 증가했다. 이 가사는 스위프트가 전에 사귄 Matty Healy가 블루나일의 광팬이기 때문에 생각난 가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3 Let’s Go Out Tonight

이 노래에서도 화자는 앞서의 곡과 같은 마음으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밤중에 함께 밖에 나갈 것을 제안한다.

I know a place where everything’s alright, alright
Let’s go out tonight

4 Headlights on the Parade

여타의 트랙보다 약간 빠른 템포의 뉴웨이브 신스팝의 느낌이 강한 곡이다. The Blue Nile의 가사는 은유적이라기보다는 직설적이다. 그러한 점이 오히려 듣는 이를 약간은 난해한 멜로디로 인해 부담감을 가진 상태에서의 마음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만들어주는 면도 있다. 그리고 좋지 않은가? “오직 사랑만이 살아남는다. 예~”

Close your eyes, can’t you see?
Only love will survive, yeah

이 곡에서의 퍼레이드는 실제 퍼레이드가 아니라 글래스고(Glasgow)에 있는 알렉산드라퍼레이드(Alexandra Parade)라는 이름의 거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5 From a Late Night Train

밤열차를 타고 있는 화자는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는 듯 하다. 앞서의 곡보다 한층 느려진 템포 속에서 화자는 읊조리듯 노래한다. 열차가 조그만 도시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뿔뿔히 집으로 흩어진다. 군중 안에서의 고독감이 느껴진다. 이 고독감을 트럼펫 연주가 잘 받쳐주고 있다.

From a late night train
The little towns go rolling by
And people in the station going home

6 Seven A.M.

화자의 우유부단함이 잘 드러난 가사다. 곡 앞의 부분에서 ‘사랑은 어디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으면서 이 사랑을 향해 전진해야 하는지 멈춰야 하는지 갈등하는 장면이다. 이 곡에서는 특히나 돋보이는 베이스 신디싸이저 연주가 이러한 갈등의 느낌을 잘 보조해주고 있다. 약간 Japan의 베이스 주자 Mick Karn의 특징적인 베이스 라인이 연상되기도 한다.

Stop, go
Stop, go
Stop, go
I don’t know, yeah

7 Saturday

거리가 넓고 크니까 오히려 화자는 고독함을 느낀다. 토요일 밤거리에 나와서 상대에게 사랑을 확인하려는 마음. 시종일관 사랑과 ‘밤의 도시’ 사이에서 방황하는 화자가 앨범을 끝내는 트랙에서조차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곡은 마지막 트랙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리만큼 화려하고 서사적이고 캐치하다.

Who do you love when it’s cold and it’s starlight?
When the streets are so big and wide,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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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뷰캐넌은 한때 음반을 만드는 것을 사랑에 빠지는 것에 비유했다고 한다. 그는 “매년 할 수는 없죠.”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블루나일은 1981년에 결성된 이래로 4장의 앨범만 냈고, 각 앨범마다 오랜 침묵이 있었다. 밴드의 경력으로 생각해볼 때 이 비유는 타당(?)한 셈이다. 우리는 언제나 늘 사랑에 빠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단 사랑에 빠지면 그 강렬한 느낌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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