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Shop Boys 소개글 하나

“난 PSB를 좋아해”
“그래? 그 사람들 게이 아닌가?” (그리고는 수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상대편)

현대사회의 유행이나 흐름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연예산업은 ‘변화’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몇십년간 음악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현 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그리고 아티스트의 특성을 살린 그러한 음악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서도 PSB는 1980년대 초반부터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디스코/테크노 사운드를 주무기로 치열한 팝시장의 경쟁에 나서서 큰 성공을 거두며 현재까지도 단 한번의 음악적 외도 없이 그 음악만을 고집해오고 있다. 그 결과로 현재 Synth Pop계에서 PSB의 존재는 매우 독보적이다.

그들이 86년 두 번째 싱글 ‘West End Girls’를 들고 나와서 미국 차트 1위를 차지하던 때 필자는 갓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 당시 유일하게 빌보드 차트를 소개해주던 ‘2시의 데이트’의 애청자였던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듣고는 단번에 반해버렸다. 잔잔한, 어찌 들으면 힘없이 중얼거리는 듯한 보컬, 그러한 보컬을 탄탄히 받쳐주는 영국식 테크노 사운드. 당시 미국 팝을 주로 듣던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곧 듀란듀란, 컬쳐클럽등 영국의 뉴웨이브 사운드에 마음을 뺏긴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94년, 미국에 잠시 머물면서, 틈만 나면 레코드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느 날 우연히 플라스틱마저 온통 주황색으로된, 매우 눈에 띄는 시디케이스를 진열대에서 발견하고는 무심코 집어들고 그것이 바로 펫샵보이즈의 그 당시 최신앨범인 였다. 그 앨범에서 가장 유명했던 싱글 ‘Go West’의 사운드가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손에 들었던 앨범을 내려놓을까 하다가 특이한 케이스를 보고 구입을 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광(狂)적인 팬이 되어 있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아무튼 우연히 그렇게 집어든 시디에 온통 정신을 빼앗겼고, 그제야 펫샵보이즈의 이전 앨범들에게도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스코/테크노만을 꾸준히 추구해온 그들의 음악세계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음을 깨달았다.

보컬을 담당하는 1954년생의 Neil Tennant는 역사를 공부한 사학도이고, 키보드를 연주하는 Christopher Lowe는 1959년생으로서 건축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들은 81년도에 팀을 결성했고 1983년 프로듀서 Bobby Orlando를 만나 첫 녹음을 하는데 그때 녹음한 곡이 ‘One more chance’와 ‘Opportunities’ 그리고 ‘West end girls’였다. 이들의 음악은 곧 런던을 중심으로한 영국의 클럽과 디스코에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게 되고 1985년에 그들은 EMI와 계약, 첫 싱글 ‘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를 발표하게 되나 마이너 히트에 그치고 만다. 그 다음해 다시 발표한 싱글 ‘West end girls’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그리고 마침내는 미국마저 정복하게 된다. 1986년 봄에 발표된 그들의 첫 앨범 에서의 음악적 방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Synth pop(신디사이저를 위주로한 테크노팝)이 바로 그것이다. 그후 1987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싱글 ‘It?s a sin’을 필두로한 앨범 , 그리고 1988년의 앨범 에서의 싱글 ‘It?s alright’, ‘Always on my mind’, ‘Domino dancing’ 등 역시 데뷔 당시의 음악적 성향을 그대로 간직한 앨범들이었다. 펫샵보이즈의 천재성이 가장 잘 드러난 앨범은 아마도 1990년 발표한 앨범 가 아닌가 싶다.

게이로 커밍아웃하다.

이 앨범에서는 히트싱글인 ‘Being boring’과 ‘So hard’에서 나타난 우수에 찬 테크노 사운드가 압권이다. 흥겨운 테크노사운드 외에도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색깔 역시 간과 할 수 없는 그들의 인기 요인이다. 이러한 암울하고 우수에 서린 사운드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필자 나름대로 열심히 그들의 자료를 모아보았다. 그러던 가운데 충격적인 소식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닐 테넌트와 크리스 로우가 대중 앞에 자신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당당히 발표한 것이다. 어떤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내면의 표출이 아닐까한다. 본의든 아니든 그 아티스트의 음악에는 그 아티스트의 생각과 자아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회 비판적인 가사와 우울한 테크노사운드, 동성애를 노래한 사랑 노래등은 Gay문화가 잘 발달한 영국사회에서도 어쩔 수 없이 외면당하고 비판당해야 하는 동성애자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1991년 그들은 이제까지의 활동을 결산하는 의미의 히트곡 모음집인 를 발표했다. 그들이 게이임을 떳떳이 밝힌 후에 그들은 앨범 의 발표로 이제까지 음악적 방향의 큰 전환을 꾀한다.

이제까지의 그들의 어두운 일면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밝고 긍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 비판에 초점을 두었던 그들의 메시지는 좀더 과감하게 자신들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미국 게이 밴드의 대명사인 Village People(YMCA로 유명한)의 ‘Go west’를 리바이벌한 곡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 West는 San Francisco를 의미한다는 의견이 지배적) 앨범 는 또 한번 세계적으로 Pet Shop Boys 열풍을 일으켰고 히트곡 ‘Go west’, ‘I wouldn’t normally do this kind of thing’, ‘Can you forgive her’ 등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뮤직비디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작들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는 그 동안 발표한 싱글의 b-side에 수록해왔던, 그들의 천재성이 번득이는 다소 실험적인 테크노로 구성된 2장짜리 앨범 로 비평가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한편 팬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후 세계 순회공연, 데이빗 보위 등과의 음악활동 등의 재충전의 기간을 마치고 1996년에 최근 앨범인 을 발표,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Before’와 밝은 분위기의 ‘Se a vida e’가 히트를 기록했다.

PSB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라이브 공연이다. PSB는 기타,드럼, 베이스, 키보드, 보컬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밴드가 아니고 99% 프로그래밍과 반복에 의지한 Synth Pop밴드이기 때문에 무대에는 항상 덩그러니 키보드 하나가 놓여져 있을 뿐이다.

PSB가 라이브를?

첫 세계공연이었던 ‘Performance’에서 PSB는 이 빈 공간을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실험적인 내용의 ‘연극’으로 채웠다.

이들의 이러한 시도는 ‘PSB가 라이브를?’ 이라며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던 비평가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뮤지션들의 라이브가 반드시 큰 볼륨의 음악과 흥분한 팬들로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것이었다. 대부분의 게이 뮤지션들이 앨범자체에는 그다지 그들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지만 팬들과 직접 호흡하는 공연에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보여주기 마련이다. 앨범 Very발표 후 가진 세계공연 ‘Discovery’는 ‘Performance’와는 달리 전용 콘서트 구장에서 벌인 대규모의 공연이었다. 10여명의 남녀댄서들이 거의 나체로 등장하여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춤동작을 선보이는 등 이 공연에서 PSB는 매우 게이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Bilingual발표 이후 런던의 Savoy극장에서 작은 규모로 가졌던 공연 ‘somewhere’에서도 남성흑인 댄서 한 명이 등장하는데 예외 없이 여성으로 분장했다가 남성으로 분장했다가 하면서 무대를 꾸며나간다.

현재 PSB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중 게이 커뮤니티에 의미 있는 것이라면 1950년대 당시 찰리 채플린에 견주될 정도로 연극과 음악, 영화 등에 있어서 두각을 보인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영국의 Noel Coward 추모앨범 <20th century blues>(이 앨범은 Noel Coward가 만든 곡들을 엘튼존, 폴 메카트니, PSB등의 거물급 뮤지션들이 다시 녹음한 앨범이다)의 기획을 Neil Tennant가 맡았다는 것이다. Noel Coward는 당시 시대가 시대인 만큼 대중에 공개되길 꺼려했지만 그 자신은 게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여 년이 넘는 활동기간동안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만을 고집해온 Pet Shop Boys.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85년 데뷔앨범이나 최근의 앨범이나 사운드나 구성 면에서는 아무런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가히 시대를 초월한 그들의 음악세계에 존경심을 감출 수 없다. PSB는 모르긴 몰라도 게이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밴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David Bowie나 Elton John과 같은 거물급도 있지만 사실 그들은 ‘일반을 가장한 이반’의 이미지가 강하다. 노래 내용도 평범한 일반들의 것이고 그들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문도 그들 주위에 허다했다. 하지만 PSB는 가십으로 유명한 런던연예계에서 성실한 게이뮤지션으로서 자신들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면서 범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현재도 쉬지 않고 창작활동을 하는 거의 유일한 밴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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