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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시드니루멧의 강력한 힘과 후광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테마들이 그야말로 유기적으로 팽팽하게 연결되어 저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 TV가 현대 매스미디어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시스템의 중심 다국적기업의 존재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고 만난 남녀의 이유 있는 불륜, 청춘을 바친 직장을 떠나는 직장인의 자아상실, 반문화의 상업화를 통한 자본주의의 놀라운 생존력, 시청률이라는 정체불명의 숫자놀음을 감싸고 벌어지는 비정한 인간관계 등 따로 떼놓아도 장편영화 한편이 너끈히 나올 소재들이 이 영화 한편에 경이롭게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산만함이 없이 떡하니 중심이 분명하다. 모든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분명한 색깔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의욕 넘치는 젊은 중역 다이애나 역의 패이더너웨이와 노련한 보도부장 맥스 역의 윌리엄홀덴의 연기는 동선 자체도 훌륭한 연기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섬세하다.

UBS 의 인기 앵커였던 하워드빌은 시청률이 떨어지자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날 판이다. 오랜 직장동료이자 같은 방송국의 보도부장 맥스슈마허는 술김에 방송에서 자살한다고 말하면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농을 건넨다. 다음날 뉴스에서 하워드는 정말 방송에서 자살하겠다고 선언해버린다. 방송국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센세이셔널리즘을 추구하는 다이애나크리스틴슨은 UBS를 합병한 CCA의 점령군 프랭크해킷을 설득해 하워드의 뉴스를 버라이어티쇼로 전환시켜버린다. 시청자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는 효과덕분에 하워드빌쇼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저널리즘을 훼손하였다고 생각한 맥스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이애나는 더 힘을 얻어 극좌 테러리스트의 테러 장면을 시리즈로까지 제작한다. 그 와중에 둘은 연인사이가 된다.

이제 TV는 더 이상 솔직해질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치부마저 상업화시키는 ‘반문화의 상업화’의 정점에 오르게 된다. 하워드빌은 방송중에 CCA가 아랍계 자본에 먹힐 것이라며 애국적 호소를 하게 되자 회사중역들은 그의 무한질주에 분노를 느낀다. CCA의 최고경영자 젠슨은 그를 불러 민족과 민주주의는 실종된 지 오래며 그 자리를 다국적기업이 채우고 있음을 일갈한다. 다국적기업이라는 새로운 신 내림을 받은 하워드는 점점 더 자기 폐쇄적으로 침몰해가고 젠슨을 제외한 나머지 중역들은 그의 존재에 심각한 위기를 느낀다. 완벽한 시나리오, 완벽한 배역, 완벽한 완급조절 등 Dog Day Afternoon 등과 함께 시드니루멧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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