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 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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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J.D. Salinger 의 The Catcher In The Rye. 철없는 문학교수 Grady Tripp (Michael Douglas) 의 좌충우돌 행보에서는 Holder Caulfield 의 치기어린 행동이 묻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문득 문득 ‘작문에 제법 소질을 보이던 Holden 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대신 작가의 길을 걸었더라면 Grady 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나 홀로 해보았다. 제법 근사했다. 비록 뛰어난 작품을 한 권 냈고 교수도 되었지만 Grady 는 – 나이 든 Holden 은 – 여전히 수시로 대마초를 펴댈 만큼 –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제자 James Leer(Tobey Maguire)에게도 권할 만큼 – 반사회적이고 냉소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극의 에피소드 들 역시 하나 하나 쪼개보면 절망적이면서도 결국 실낱같은 그 어느 희망으로 수렴해가는 구조를 지녔다는 점에서도 두 작품이 유사성을 띠고 있다. 물론 원작자 Michael Chabon 이 들으면 기분나빠하겠지만 – 그가 이글을 볼 리도 없지만 – 적어도 내게 있어 이 영화(또는 원작 소설)는 The Catcher In The Rye 에 대한 오마쥬 내지는 패러디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 이 영화는 Steve Martin 주연의 Planes, Trains and Automobiles 를 연상시킨다. Grady 는 앞서의 영화에서 Steve Martin 이 그러했던 것처럼 짧은 시간에 온갖 수난을 다 당한다. 아내는 집을 떠나고, 정부(情婦)는 임신했지만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개한테 물리고, 제자는 그 개를 죽이는가 하면 마릴린 몬로의 재킷을 훔친다. 비록 이 작품이 보다 지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주인공 재난 영화’의 계보에 넣어도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싶다.

결국은 모든 것을 잃어도 행복한 가족을 얻었다는 헐리웃 공식을 추가시킨 것도 비슷한 점이다(개인적으로는 더 망가뜨렸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혹자는 21세기 최초의 걸작이라고도 평했다는데 적어도 21세기에 보기 흔하지 않은 매력적인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실력파 배우들의 나름 귀여운 연기를 이끌어낸 커티스 핸슨의 역량도 맘에 들고 사운드트랙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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