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트 말테제 : 사마르칸트의 황금궁전

Corto Maltese à Grandvaux (version).jpg
Corto Maltese à Grandvaux (version)” di Flickr user Vasile Cotovanu (vasile23)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orto_Maltese_%C3%A0_Grandvaux.jpg. Con licenza CC BY 2.5 tramite Wikimedia Commons.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위고 프라트(Hugo Pratt)가 창조해낸 코르트 말테제(Corto Maltese) 시리즈는 온갖 사상과 폭력이 어지럽게 나뒹굴던 20세기 초반 유럽과 아시아를 무대로 작가의 알터에고(Alter Ego)인로맨틱한 반항아코르트 말테제의 모험을 다룬, 12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미테랑 전(前)프랑스 대통령, 움베르토 에코 등 수많은 지성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수준 높은 작품성을 지녔던 이 작품은 땡땡, 잉칼 등의 명작들과 함께 유럽의 대중문화의 자존심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 프로젝트는 1997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공동작업을 통해 시작되었다. 이 작업은 Ellipsanime, RAI Fiction, France Cinema, Neuroplanet 등 유수의 관련업체들이 참가하였고 이 결과 ‘The Ballad Of Salt Sea’, ‘The Celts’, ‘More Romeos More Juliets’, ‘Banana Conga’ 등 총 10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극장판 ‘La Cour Secrete Des Arcanes’는 2002년 9월에 개봉되었으며, 뒤이어 2003년 9월에는 TV시리즈가 방영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The Golden House Of Samarkand’ 역시 이때의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대는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오스만 제국이 세브르조약으로 인해 소멸되어가는 시점에 터키 민족주의자들과 아르메니아계 볼셰비키의 대립이 극한에 치닫던 중앙아시아이다. 베네치아에서 보물지도를 손에 얻은 말테제는 보물이 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마르칸트로 발길을 옮기지만 여정 중에 그와 똑같은 외모를 지닌 잔악한 민족주의자 쉐브케로 오인 받아 이런 저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감옥에 갇혀있던 그의 친구 라스푸틴 – 실존했던 이 기묘한 러시아 신부는 잔악하지만 말테제에겐 가장 친한 친구로 등장한다 – 를 구해 결국 사마르칸트에 도착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묘한 환상이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실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역사적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지라 – 심지어 원작에는 말테제와 스탈린이 친구로 묘사되기까지 한다 – 애니메이션은 불가피하게 여러 부분을 생략하고 있다. 따라서 이 방대한 스토리를 따라가려면 어느 정도 원작만화를 통해 보충수업을 해야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도 깊이 있는 밀도의 화면을 통해 미적 쾌락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얼핏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지만 그와는 또 다른 풍미를 지니고 있다.

험프리 보가드와 체게바라를 섞어놓은 듯한 자유인 코르트 말테제는 견고하게 짜여져있는 조직사회에 얽매여 있는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꿈꾸고 싶은 삶을 산, 마치 실존했던 인물처럼 구체성을 띤 인물이었다. 때문에 유럽 권에서는 크리스찬 디오르의 향수모델로 채택될 만큼 생생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의 모험을 뒤따르다보면 문득 에릭 홉스봄이 묘사했던 치열했던 20세기 초반에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듯이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의 신화와 전설이다.

위고 프라트 소개

코르트 말테제 : 사마르칸트의 황금궁전”에 대한 1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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