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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usack

요즘 동안(童顔)이 유행인데 헐리웃을 대표하는 동안 배우를 뽑으라면 이 형님이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존쿠작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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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usack Headshot” by John Cusack – Digital Media Management/Jamie Anderson.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1966년 말띠이심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한 눈동자와 약간 작다 싶은 입술, 그리고 갸름한 얼굴형 덕분에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네 살 많은 누님 Joan Cusack 이 어느새 School Of Rock에서 교장선생님 역을 맡고 있는 요즘에도 아직 철없고 젊은 로맨틱 가이 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하지만 사실어릴 적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한그의 필르모그래피는 그의 나이 18세인(미국 나이로는 16세쯤 될까?) 1983년부터 시작된다. 데뷔작은 롭로우, 앤드류맥카시, 재클린비셋 등 당시의 청춘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Class. 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올무비가이드 평점 한 개 반이라는 처참한 평가가 내려진 것을 보면 타임킬링용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나마 작품성있는 영화에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은 것은 존 휴즈의 Sixteen Candles 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 몰리링워드라는 청춘스타를 집중조명한 영화이기에 그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던 영화였다.

이렇게 80년대 그의 영화배우로서의 경력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그보다 더 잘 생기고 연기 잘하는 청춘스타들이 득실거렸다. 롭로우, 토마스하우웰, 패트릭스웨이즈, 탐크루즈, 맷딜런, 랄프마치오, 앤드류맥카시, 제임스스페이더 등등! 하다못해 그는 자신보다 못생긴 앤서니마이클홀에게도 밀릴 정도였다. 이런 청춘스타들의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가기에 또 하나의 난관은 요즘에야 장점이 되어버린 <너무 어려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롭로우가 그보다 불과 두 살이 위라는 사실을 아는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는 존재감 없이 잊혀져버릴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각고의 노력이었는지 또는 운이었는지(누구의 말에 따르면 운이라는 것도 강자의 전유물이라고 하지만) 80년대가 거의 끝날 무렵인 1989년 타고난 이야기꾼 Cameron Crowe 의 Say Anything에서 감수성 예민한 주인공 Lloyd Dobler 역을 멋지게 소화해내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이후 필르모그래피가 수퍼스타 탐크루즈 처럼 흥행몰이의 귀재의 그것과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되었던 그 많은 청춘스타들이 자신의 재능을 영화 이외의 것에 탕진하며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져 갔을 때에도 묵묵히 나름 성심성의껏 연기를 계속 해나갔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 결과 우디알렌, 스티븐퓨리어스, 로버트알트만과 같은 훌륭한 감독들과의 만남이 이어졌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매니아용 러브스토리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을 통해 뒤늦은 로맨틱코미디의 단골배우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잭블랙의 노래솜씨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작)

이후 두어편의 로맨틱코미디에 더 출연한 후 꾸준히 출연작을 늘린 그의 2007년 최신작은 직접 제작자로 나선 Grace Is Gone 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걸어온 그의 영화인생. 배우로서의 단점인 동안을 꾸준히 유지해 나이 들어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거기에 댄디함까지 더한 배우. 초호화장정은 아니지만 그럭저럭듬직한 하드커버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의 그런 배우이다.

Cocoon

이 영화에 따르면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는 실존했던 대륙이었고 외계인들의 지구 전진기지였다. 영원한 삶을 영위하는 이 신비로운 외계인들이 어느 날 지구에 남겨진 그들의 외계인 동료(정확하게 말하자면 커다란 고치[cocoon]속에 잠들어 있는 외계생물체들)를 데려가기 위해 지구로 왔다. 그들은 배를 빌려 알을 건져내는 한편 그 알들을 임시로 얻은 저택의 수영장에 보관한다. 그런데 그 수영장은 이웃 양로원의 장난기심한 노인들의 놀이터였다. 이들 노인들은 새 주인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즐기는데 갑자기 원기가 왕성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들의 삶은 젊은이들의 삶에 못지않은 활기찬 삶으로 변신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생의 꿈이 실현된다는 설정의 독특한 소재의 SF 영화이다. Don Ameche, Wilford Brimley, Jessica Tandy(히치콕의 The Birds 의 히로인) 등 연로하신 과거의 스타들이 역동적인 연기를 선보이느라 꽤나 고생하셨을 것이 눈에 선한 이 작품은 이 덕분인지 그 해 아카데미에서 Don Ameche 에게 남우조연상을, 특수효과 제작팀에게는 특수효과상을 선사했다. 반면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외계인 역의 Tahnee Welch(라퀄웰치의 딸)은 안 따라주는 연기 탓에 이 작품 이외에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는 형편없는 연기경력을 쌓게 된다. 후속편은 전편만큼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Salaam Bombay!

혹자는 아기의 귀여운 몸동작이 어른들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자극시켜 자신이 생존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들 말한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말이지만 나름대로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도대체 그 귀여움이라도 없었더라면 성가시고 귀찮기 만한 양육을 뭐 하러 자기 돈 들여가면서 떠안을 것인가? 그리고 사회는 이러한 양육을 부모로서의 신성한 의무로 이데올로기화시킨다. 안 그러면 이 사회의 존속은 불가능 할 테니까.

사회 절대다수의 가정이 이렇듯 자신의 피붙이에 대한 기본적인 부양의무를 어떻게 해서든 이행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은 집단 수용시설에 들어가거나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Mira Nair 의 1988년작 Salaam Bombay! 는 바로 이러한 거리의 아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이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몸을 의지하던 서커스단으로부터도 버림받은 크리슈나는 자연스럽게 인도의 대도시 봄베이의 거리를 거처로 삼는다. 창녀촌 주변의 노점상의 차를 배달하는 한편으로 이런 저런 육체노동으로 푼돈을 꼬박 꼬박 모으는 크리슈나의 꿈은 돈을 모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500루피를 모으기 전에는 집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그를 떠났고 크리슈나는 이 말을 500루피를 모으면 어머니가 다시 그를 받아줄 것이라는 약속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한 가지 희망 때문에 온갖 악의 유혹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꿋꿋이 살아가지만 그런 연약한 소년을 경찰은 부랑아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집단 수용시설에 가둬버린다. 천신만고 끝에 수용시설을 탈출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수용시설 안보다 더 잔혹하다.

볼리우드라 불릴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당의정과 같은 환각적인 영화를 양산해내는 인도의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리얼리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영화이면서 감정의 과잉으로 흐르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루이스 브뉘엘의 1950년 작 Los Olvidados 과 여러 면에서 비교될만한 수작이다. 인도의 영국의 합작 영화

경쾌한 리듬 속에 흐르는 반전(反戰)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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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 a Hero” by Derived from a digital capture of the album cover (creator of this digital version is irrelevant as the copyright in all equivalent images is still held by the same party). Copyright held by the record company or the artist. Claimed as fair use regardless.. Licensed under Wikipedia.

1987년 봄 Johnny Hates Jazz란 특이한 이름1의 팝트리오가 Virgin 레코드사에서 싱글로 발매된 Shattered Dreams란 곡으로 팝계를 강타했다. 여름에 들어서 지금 소개하는 두 번째 싱글 I Don’t Want To Be A Hero가 출시되었고 영국에서 11위 미국에서 33위까지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 곡은 경쾌하고 세련된 댄스리듬과 어울리지 않게(!) 반전(反戰)에 대한 직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국내에서 한때 금지곡으로 억류되기도 했었다.2

흔히 댄스싱글하면 풋내기 사랑이나 자극적인 삶만을 추구하는 가사를 담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나 이곡은 그러한 편견을 깨고 있다. 귓가를 흥겹게 자극하면서도 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하는 곡으로 Johnny Hates Jazz의 전성기 사운드가 잘 표현되어 있는 곡이다.

Johnny Hates Jazz – I Don’t Want To Be A Hero

뮤직비디오

Oh, send me off to war
With a gun in my hand
But I wont pull the trigger
Out destiny is here
neath the red, white and blue
So lead me to the slaughter

오~ 내손에 총을 쥐어주고 전쟁터로 내몰아 보세요.
그러나 난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거예요.
운명이 여기 빨강, 하양, 그리고 파랑(성조기에 대한 은유 : 역자주) 아래 있어요.
그래서 나를 학살로 몰아넣어요.

Now dont be afraid
Come and join the parade
For the ultimate in sacrifice
Its an old-fashioned story
Of hope and of glory
A ticket for taking life

이제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제 희생의 궁극을 위한 퍼레이드에 함께 해요.
희망과 영광을 위한 구식 이야기죠.
목숨을 앗아가는 티켓 한 장.

(chorus)
I, I dont want to be a hero
I dont want to die for you
I dont want to be a hero

나는 영웅이 되기 싫어요.
너를 위해 죽기 싫어요.
나는 영웅이 되기 싫어요.

Oh send me off to war
In a far away land
I never knew existed
Subject me to the truth
To the horror and pain
Until my mind is twisted

오~ 나를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했던 머나먼 땅의 전쟁터로 보내 보세요.
내 마음이 비틀릴 때까지 공포와 고통, 진실에 복종시키세요.

And what if I fail
Will you put me in jail
For a murder I will not commit?
cos you dont understand
Till theres blood on your hands
That its time to forget and forgive

그리고 내가 실패하면 내가 저지르지 않은 살인을 이유로
나를 감옥에 처넣을 건가요?
당신이 당신 손에 피가 묻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에.
망각과 용서의 시간이에요.

(chorus)
And those who return
Come back only to learn
That theyre hated by those who they love
cos youre not satisfied
Till the thousand will die
And your anger is paint for blood

그리고 돌아와서 그들이 사랑했던 이들로부터
수천 명이 죽을 때까지 희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움을 사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분노는 피로 칠해지죠.

  1. 그들은 실제로도 Jazz를 매우 싫어했던 그들의 친구 Johnny에서 착상을 얻어 밴드명을 지었다.
  2. 내용이 하도 직설적이어서 당시의 돌대가리 검열위원들도 그 의미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으리라.

Ficton Factory – (Feels Like) Heaven

영국 출신의 Fiction Factory는 Depeche Mode 스타일의 싱글 “(Feels Like) Heaven”로 가장 널리 알려졌던 밴드이다. 이들은 춤추기 알맞은 신디싸이저 리듬과 훵키한 베이스라인을 바탕으로 쏘울풀하고 멜랑코리한 팝송을 만들어내는데 재주가 있었다. 특히 Heaven 17과 같은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Kevin Patterson의 깊고 그윽한 보컬은 선배의 곡을 표절하는 것을 넘어서서 Fiction Factory 자신들만의 개성을 부여해주는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였다. Fiction Factory는 1984년 데뷔앨범 Throw the Warped Wheel Out을 발매했다. 그들은 이기간 동안 Paul Young, O.M.D 와 함께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The Ghost of Love” 가 앨범의 첫 싱글이었다. 그러나 인상적인 성공은 이어진 싱글 “(Feels Like) Heaven”에서 실현되었다. 이 곡은 1984년초 영국 차트 10위 안에 진입하였고 또한 미국과 필리핀 등지의 뉴웨이브 래디오 방송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많은 이들에 의해 러브송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 이 노래는 가슴아픈 이별에 관한 노래이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Ghost Of Love”가 싱글로 재발매되었지만 영국 차트 64위에 오르는데 그치고 만다. 급기야 소속 레이블과 결별한 후 1985년 발표한 2집 Another Story은 레이블과 배급사의 영세성으로 말미암아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들은 해체의 길을 걸어야 했다.

뮤직비디오

After Hours

일은 이 디페쉬모드의 데이브간을 닮은 무료한 삶을 사는 직장인 Paul Hackett이 식당에서 헨리밀러의 북회귀선을 읽은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 책을 핑계로 이야기를 걸어왔고 둘은 잠깐의 만남 후에 스쳐지나간 듯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욕정을 느낀 Paul 은 그녀가 남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그는 그녀를 만나러 소호로 찾아간다. 가는 택시 안에서 전 재산이었던 20달러가 창밖으로 날아간 것을 시작으로 그에게는 불운의 연속이 이어진다. 만나는 여자마다 그에게 이상한 주문을 하고 괴롭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억세게 재수 없는 날이었다. 거장 마틴스콜세스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음직한 소품으로 밤중에는 되도록 외출하지 말라는 교훈이거나 여자를 멀리하라는 교훈을 담은 영화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된통 당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다.

Tetsuo: The Iron Man

인간의 몸에 기계, 혹은 철을 결합시킨다는 일종의 기계인간의 이야기는 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그 결합이 단순히 인간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채 육체적 능력만을 향상시키는 ‘600만불의 사나이’와 같은 존재도 있는가하면 기계인간이 되기 이전의 기억으로 인해 존재론적 고민에 시달리는 ‘로보캅’과 같은 존재도 있다. 저예산 컬트로 알려진鐵男(Tetsuo)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영화와 같은 부류의 기계문명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시각을 지닌 작품이다. 스토리를 요약하거나 서술하는게 별로 의미없는 영화이지만 하여튼 어느 날 갑자기 몸에서 “비대칭적인” 고철이 자라나는(?) 한 샐러리맨이 겪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기계문명의 우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SF 애니메적인 상상력과 변태적인 성적환상,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편집,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음악의 적절한 사용 등 태생적으로 컬트가 될 자양분이 충분하였고 당연하다는듯이 컬트가 되었다.

A Nightmare on Elm Street

Fred Krueger (Robert Englund)라는 공포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웨스크레이븐의 1984년작. 부모들에 의해 불타죽은 이가 그들의 아이들의 꿈에 나타나 복수를 시도한다는, 즉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통해 일종의 초현실주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의례 그렇듯이 이 영화에서도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십대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 소녀는 쉽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잠자기를 거부하며 두려워하다가 이내 프레디의 존재를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여전사의 모습이다.(그에 반해 자니뎁이 연기한 그녀의 남자친구는 어수룩하게 당해버리고 만다) 앞서도 말했듯이 프레디는 이후 가장 유명한 공포영화 캐릭터로 자리 잡아 여러 편의 후편에 출연하게 된다. 심지어 ‘13일의 금요일’에서의 또 다른 유명한 공포영화 캐릭터인 제이슨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Freddy Vs. Jason 이라는 어이없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장국영 주연의 두 영화

주말에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두 작품을 감상하였다. 관금붕 감독의 인지구와 왕가위 감독의 Happy Together. 하나는 이승에서 맺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나마 이루기 위해 자살했던 한 여인(매염방)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고스트스토리였고, 다른 영화는 아휘(양조위)와 보영(장국영)이라는 두 홍콩 젊은이들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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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gefilm”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http://tieba.baidu.com/p/1484558002. Licensed under Wikipedia.

두 작품 모두에서 장국영은 책임감 없고 우유부단한 연인으로 등장한다. 선천적인 꽃미남 장국영은 어쩔 수 없이 귀티 나고 연약한 인상 탓인지 대개의 배역이 이런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영웅본색에서는 범죄에 몸담은 형 때문에 괴로워하는 강직한 형사로 등장하였을 뿐이다. 매염방과 장국영의 기구한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덕분에 인지구는 보다 감정이입이 쉽게 될 수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예측은 되는 영화였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천재연기자의 생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배역 그 자체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연기자들에게도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 둘이 생전의 깊은 인연만큼이나 내세에서도 잘 지내고 있을는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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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poster” by http://www.moviegoods.com/movie_poster/happy_together_1996.htm. Licensed under Wikipedia.

이에 비해 Happy Together 는 생각만큼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우선은 나의 성(性)취향과는 관계없는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일수도 있겠지만 왕가위 감독 특유의 스타일 위주의 극진행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했던 것 같다. 여전히 그는 스타일리쉬하긴 하지만 극의 깊이감에 있어 2% 모자란 무라카미하루키 유의 팝아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중경삼림보다도 더 적은 에피소드로 더 깊은 사유를 강요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어쩌면 현실적인 연인관계가 필연적으로 배태하고 있는 상실감에 대한 영화였다.

요컨대 장국영은 어느 영화에서든지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배우였다. 얼굴 그 자체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할까? 이런 면에서 그는 분명 홍콩영화의 큰 별이었다. 매염방과 장국영, 두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Body Heat

어렸을 적 이 영화의 포스터가 동네에 붙여져 있었을 때 당연히 ‘야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다. 어설픈 영어솜씨라도 Body 라는 단어와 Heat 라는 단어의 뜻은 대충 알았고 ‘몸이 뜨겁다는’ 것이 무엇을 은유하는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터의 스틸도 제법 야했다.

사실 야한 영화이긴 하다. 스릴러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끈적끈적한 날씨와 치명적인 매력의 캐서린터너가 결합되면서 묘한 에로틱한 분위기가 영화 전편에 걸쳐 뿜어나기 때문이다.

영화의 플롯은 스릴러 고전 Double Indemnity 와 흡사하다. 팜므파탈 캐릭터의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의 지적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접근하여 음모를 꾸민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찌 보면 Double Indemnity 의 오마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로렌스캐스단은 무슨 배포로 Double Indemnity 를 리메이크 혹은 오마쥬 하였을까? 자칫 반전이 묘미인 스릴러를 어설피 베끼다가는 본전도 못 건질 텐데 말이다. 그는 자신의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캐서린터너의 능력을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믿음은 성공적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우리는 비록 이미 Double Indemnity 를 감상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아무런 저항감이나 지루함 없이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박진감 넘치고 그만큼 묘한 Body Heat 만의 매력이 있다. 그 당시 막 연기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윌리엄허트와 캐서린터너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호연으로 인해 스타로 발돋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