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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AKIRA(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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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오토모가츠히로가 작품의 독립성을 위하여 별도의 위원회(일명 “아키라 위원회”)까지 구성하여 제작한 이 영화는 원작의 인기에 못 미치는 일본의 흥행성적에도 불구하고 서구에서는 저패니메이션이라는 신천지를 소개한 컬트 영상이 되어 일본으로 금의환향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장 12권에 달하는 장편만화 원작을 120여 분에 담아낸 탓에 영화는 마치 만화속의 인물들에게 “시간이 없으니 어서들 부지런히 연기해주세요”라고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요즘같아서는 당연히 ‘반지의 전쟁’처럼 3부작 쯤으로 늘였겠지.

아키라라는 상상초월의 절대존재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초능력자들의 대결을 중심으로 카네다와 K 의 모험과 로맨스가 3차 대전이후 재건된 네오도쿄에서 펼쳐진다. 냉정하다 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웅장한 화면 – 네오도쿄의 건물들은 만화에서보다 영화에서 더 미래주의적으로 그려져 있다 – 이 이전의 저패니메이션과 차별화되어 내용에 걸맞는 형식미를 뽐내고 있는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앞서 말했듯이 짧은 러닝타임 – 원작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 으로 인해 사건의 설명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각 캐릭터간의 갈등과 대립이 생뚱맞은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데츠오와 다른 초능력자들 간의 대립의 이유, 카네다가 데츠오를 죽이려는 이유, 부패한 정치인 네즈와 혁명가 류가 함께 일한 이유 등이 영화에서는 모호하고 – 나같이 머리나쁜 사람은 원작 만화를 읽어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한 – 결정적으로 원작에서 19호로 불리며 극의 큰 축을 담당했던 신흥종교의 교주는 어이없게도 사이비 교리를 외치다가 데츠오가 파괴한 다리에 떨어져 죽는 식의 엑스트라로 전락하고 만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키라는 저패니메이션을 뛰어넘어 사이버펑크라는 SF의 하위장르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걸작임에는 틀림없다. 원작자의 과학문명에 대한 비관적 입장이 형상화된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디스토피아였고 이는 당시 몇몇 걸출한 SF 등과 함께 훗날의 SF 의 경향을 주도하는 데에 한 몫 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문명비판의 메시지와 함께 추축국이었던 일본의 패배와 전후 고속성장에서 나타나는 국민의 피로감을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다. 좌익이 되었건 우익이 되었건 일본의 전후세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문명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느꼈고 그러한 혼란은 좌우익 모두에게 무정부주의, 염세주의적 가치관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러한 열망을 네오도쿄의 폭파와 미지의 생명 탄생이라는 사건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Battle Beyond the Stars

스타워즈(1977)와 ‘7인의 사무라이’(아니면 이 영화를 패러디한 ‘황야의 7인’)을 짬뽕하여 철저히 흥행을 노리고 만든, 그러나 참 심심한 작품. 제작 로저 코먼 프러덕션, 시나리오 존세일즈, 미술감독 제임스카메론, 조지페파드(A특공대의 맏형)와 로버트본(‘황야의 7인’에도 출연했던)의 쌍끌이 조연 등 나름대로 호화진용이었다. 하지만 음악에서부터 너무 스타워즈를 베낀 티를 역력한데다 전투장면은 왜 그리도 어둡고 두서없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으로 주인공 Shad 역을 맡은 리차드토마스는 정갈하게 머리빗은 70년대 회사원풍의 가녀린 외모를 하고서는 어찌 그리 죽도 못먹은 사람마냥 힘없이 연기하는지 보는 사람이 지루할 정도이다.(뺨에 점은 또 왜 그리도 커보이는지) 다만 네스토라 불리는 외계인 캐릭터 설정은 나름 볼만 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노린 이 작품은 로저 코먼이 80년대 내놓은 영화중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남겼다고 한다.

Thief of Bagdad

초기 헐리웃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느끼게 해주는 환타지 대작. 아라비안나잇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설정, 즉 착한 왕자, 사악한 마법사, 어여쁜 공주, 호리병 속의 거인, 나는 양탄자 등 이 당시의 첨단기술 및 자본과 결합되어 비슷한 유의 영화의 전형을 탄생시켰다.

The Evil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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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l dead ver1” by Movie Goods.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The Evil Dead“>Fair use via Wikipedia.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거물감독이 되어버린 샘레이미의 1983년 데뷔작. 개연성 없고 식상한 시나리오이지만 그 식상한 소재를 풀어내는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작품. 재기발랄한 카메라웍, 장꼭또의 영화에서 따왔음직한 특수효과를 비롯한 여러 뛰어난 이미지의 결합, 특히 피로 물들어가는 영사기 화면과 전구 장면 등은 감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엑소시스트를 흉내낸 그 어설픈 좀비들은 어쩔 수 없는 팝콘무비의 한계이리라. 여하튼 나름 상업적 성공도 거두어서 살아남은 주인공 브루스캠벨을 활용하여 3편까지 시리즈를 이어갔다.

Not Of This Earth

Roger Corman 감독의 1957년 작을 원작으로 한 SF 영화. 몇몇 상황설정을 제외하고는 – 그리고 여성들이 보다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나체를 많이 보여준다는 점 등 – 오리지널과 다르지 않은 스토리로 진행된다. 특기할 점은 포르노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Traci Lords 가 간호원 역으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이 후 Johnny Depp 이 출연한 컬트 무비 Cry Baby 에 출연하는 등 나름대로 진지한 연기활동을 펼쳐나간다. 배우들의 연기는 한층 어색해져서 보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이다. 다만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특수효과는 진일보하였다. 개봉 당시 미국내 극장 수입은 8만 달러에 불과했다 한다. 포스터에서 보이는 저 괴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Not Of This Earth

훗날 평론가들이 50년대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공산주의 진영과의 냉전에 대한 두려움, 흡혈귀 전설의 현대적 해석 등 다양한 은유를 집어냈지만 그 상징이야 어찌되었든 하나의 서브장르로써의 외계인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주말저녁 다운타운의 극장가에 가서 즐기기 딱 좋은 장르였다. 그리고 저예산 영화제작의 산 증인 Roger Corman 은 누구보다도 이러한 점을 잘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57년에 제작된 Not Of This Earth 는 저예산 SF 무비의 전형으로 남을 만하다. 물론 메이저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영화에 비해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우스운 광경도 연출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색하기 짝이 없고 조명은 쓰지도 않은 것인지 수시로 배우들의 얼굴은 암흑에 가려진다.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어이없는 외계 괴물은 헛웃음을 짓게 할 정도다.

그럼에도 외계생명체, 피, 최면술, 텔레파시 등 대중들의 이목을 끌만한 B급 소재를 깡그리 긁어모아 만들어진 이 현대판 (외계인) 드라큘라는 그 조합이 나름 그럴듯하여 평론가들의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고 그 뒤 두어 번에 걸쳐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Island Of Lost Souls

남태평양을 항해하던 Lady Vain 이 난파되었을 때 유일한 생존자는 Edward Parker 였다. 어느 화물선의 선원들에게 구조된 그를 정체모를 의사 Montgomery 가 돌봐주었다. 건강을 되찾은 그는 사소한 시비가 붙은 주정뱅이 선장 Davies 의 불의의 습격 탓에 어떤 섬으로 향하던 Montgomery 일행과 합류하게 된다. 그 배에는 또 다른 정체모를 과학자 Moreau 박사가 타고 있었다.

Apia 라는 섬에 도착한 Edward 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 곳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털북숭이에 정상이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Edward 는 그 주민들은 Moreau 박사가 동물들의 변형을 통해 재창조된 동물-인간들임을 알게 된다. 한편 Moreau 박사는 아름다운 여인 Lota 를 Edward 에게 소개시켜주고 둘이 성관계를 맺기를 바라는데 사실 Lota 역시 표범을 인간으로 둔갑시킨 여인으로 Moreau 박사는 둘 사이에 새로운 종의 인간형이 태어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Edward 의 약혼녀 Ruth 는 그를 찾아 섬으로 찾아왔고 Moreau 박사의 음모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걸출한 공상과학 소설가 H.G. Wells 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30년대 파라마운트가 제작한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음습한 분위기의 정글 세팅, 캐릭터들의 날선 대립구도, 자연으로부터의 복수라는 상당히 현대적인(?) 주제 등을 담고 있어 컬트 무비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메이저스튜디오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원작자 Wells 는 이 작품을 싫어했다는데 그의 원작의도가 이 영화에서는 성적타부의 과도한 강조 등으로 퇴색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표범 여인 Lota 는 Wells 의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다분히 흥행적 요소가 고려된 캐릭터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소설가로서 훗날 걸작 SF 영화 When Worlds Collide 의 원작자이기도 한 Philip Wylie 의 시나리오는 이러한 결점을 상쇄해주는 양질의 것이었다. 야성과 성적은유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킹콩과 닮았고 미친 과학자라는 설정에서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그 뒤 두 번 메이저스튜디오에서 리메이크되었지만 그 두 작품은 원작만큼의 작품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p.s. 1)Moreau 박사가 그의 야심을 Edward에게 드러내는 장면에서 상당히 귀여운 표정을 짓는데 어이없다기보다는 의외로 신선하다.
p.s. 2) 동물-인간들의 리더격으로 나오는 배우는 바로 드라큐라 역으로 유명한 Bela Lugoci이다. 그의 전직은 사실 사회주의 혁명가로 헝가리 사회주의 혁명 실패후 미국으로 넘어와 호구지책으로 공포영화의 배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