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감독 Tod Browning이 잡지에 개제되었던 Todd Robbins 의 Spurs 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서커스 단원들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세상을 그들을 ‘기형인간(Freaks)’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구경거리로 삼는다.(어쩌면 그렇기에 그들이 그나마 돈을 벌고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조롱거리로 삼는다.(심지어 직장동료라 할 수 있는 같은 서커스 극단의 사람들까지도) 그래도 그들 역시 인간이기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서로 다름’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편견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결말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편견 없이 대하는 이들은 오직 서커스 단원인 프로소 – 감독 자신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 와 비너스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을 그들을 조롱하거나 심지어 이용하려 한다. 영화는 이러한 추한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그러나 외모만은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가 어떻게 타락해 가는가를 보여준다. 막판에 그를 따라가는 Freaks 들의 분노에 찬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다.
카테고리 보관물: 영화
구타유발자
이런 저런 잔가지들이 많으나 요는 폭력은 세습(?)된다는 내용의 영화. 이문식, 오달수 등 때려주고 싶게 생긴 배우들이 나와서 예상대로 엄청 얻어터진다. 그들이 얻어터지는 이유는 스포일러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시작은 존부어맨 감독의 Deliverance(우리나라 비디오 출시명 : 서바이벌게임)를 연상시킨다. 도시 놈들이 촌놈을 깔보다가 된통 당한다는 딜리버런스의 설정처럼 촌놈들을 깔보던 대학교수가 촌놈들에게 붙들려 요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 와중에 왕따를 당하던 고등학생이 끌려와 아랫도리를 벗는 등 치욕을 당하다가 골뱅이(이문식)가 교수와 고등학생을 싸움을 붙이면서 극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최소의 로케이션과 배우들로 폭력의 사회학을 파헤치고 한 감독의 의도는 어느 정도 호소력이 있으며 반전 역시 나름의 기대치에 부합한다.
Cocoon 2 : The Return
1편을 보지 못하고 2편부터 봐버렸다. 덕분에 처음에 극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 증세를 보이며 작품을 감상해야 했던 어려움이……. 1편은 대충 어느 날 나타난 외계인들이 노인들의 원기를 회복시켜주어 제2의 청춘을 살게 되고 결국 그들과 함께 영원히 늙지 않는 행성을 날아간다는 다소 특이한 소재의 에스에프 영화였다. 2편에서는 이런 그들이 지구에 남겨놓은 코쿤(외계생명이 자라나는 큰 알)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게 되고 다시 되돌아와 코쿤을 회수해나간다는 스토리다. 이 큰 줄기를 둘러싸고 가족의 재회, 지구로 돌아옴으로써 재발하는 노인들의 병, 지구에 남았던 다른 친구의 과거에 대한 완고함 등 노인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생기기 마련인 인생사의 고민 등이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전편의 후한 점수에 비해 이 작품은 좋은 점수를 받진 못했지만 노인들의 삶에 대한 노련함과 완고함, 죽음에 대한 여전한 두려움 등 세세한 감정들이 묘사되어 있어 드라마적 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연구원으로 등장하는 The Friends 의 히로인 Courteney Cox 의 젊은 시절도 감상할 수 있는 작품.
His Girl Friday
잘 나가던 기자 Hildy Johnson 이 어느 날 전남편이자 전 직장 Morning Post 의 사장인 Walter Burns(Cary Grant)에게 내일이면 새 약혼자 Bruce Baldwin 과 결혼하여 도시를 떠난다고 통보하러 간다. 야비하고 야심만만한 월터는 그런 그녀를 그냥 보내지 않고 무슨 수든지 써서라도 신문사에 남겨놓으려고 한다. 때마침 정신이상자 Earl Williams 의 살인사건으로 인한 사형이 개시되려 하는 판이고 월터는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기에 그를 집행유예 시키려고 맘먹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 출신의 주지사는 유색인종의 표를 의식해 – 우연히도 얼은 흑인경찰을 살해했다 – 그를 사형시키려 한다. 힐디의 호기심을 교묘히 자극하여 마지막 기사를 위해 기자실에 올려 보낸 월터는 새 신랑 브루스를 야비한 술수로 감옥에 처넣어버린다. 그 와중에 얼은 탈옥하여 기자실로 숨어들고 이를 발견한 힐디는 특종을 잡으려는 욕심에 신랑의 존재도 까맣게 까먹고 일에 집중하게 된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저널리즘의 하이에나적인 습성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 대의민주주의의 교묘한 패러독스 등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스크루볼 코미디의 정석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감독의 공력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케리그란트의 과장된 코믹연기도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볼거리. The Thing, The Big Sleep, Scarface 등을 만든 거장 하워드혹스의 1940년 작.
가족의 탄생
요즘 연기 좀 한다하는 배우들이 다 모였다. 문소리, 고두심, 엄태웅, 공효진, 봉태규, 유승범 등등.
가족에 시달리고 가족에 목매인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족을 형성하는 외로운 사람들에 관한 영화이다. 극은 마치 별로 개연성 없는 삼부작처럼 진행이 된다. 철없는 남동생 때문에 괴로워하는 누나, 철없는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는 딸, 그리고 너무 정이 많은 애인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 서로가 현재의 가족, 또는 미래의 가족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몸서리를 친다. 이들이 어떻게 가족을 이룰 것인가 하는 해법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연기 좀 한다하는 이들이 모인 덕택에 작품 감상은 매끄러운 편이다. 특히 철없는 동생 역을 맡은 엄태웅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볼을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그렇지만 후반 노년연기를 보여주는 일부 배우들의 어색함은 시야를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절하려야 단절할 수 없고 결국은 낯선 이들끼리라도 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들의 너저분한 불완전함을 잘 서술해주고 있는 웰메이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The Muppet Movie
Muppet : n. 머펫 《팔과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인형》;[the muppets] 머펫 쇼(= Shw) 《미국의 TV 버라이어티 쇼》
Jim Henson 이 창조하고 직접 이름까지 붙인(인형을 뜻하는 영단어 Puppet에서 착안) 이 인형들은 미국의 장수 아동프로 Sesame Street 와 The Muppet Show 등에 출연한 일군의 인형들로 국한되어 지칭되기도 한다.
The Muppet Movie 는 이들 인형을 주요출연진으로 사용(?)하고 스티브마틴, 멜브룩스(멜브룩스의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다), 오손웰즈, 밥호프 등 연예계의 거물들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만든 뮤지컬 코미디다.
영화는 주인공 Kermit The Flog 이 강가에서 외로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에서부터 전개된다. 여기에서 우연히 만난 헐리웃 에이전트의 권유에 의해 헐리웃에 오디션을 받기 위해 길을 떠나는 Kermit 와 도중에 만난 그의 친구들, 그리고 이들에게 해꼬지를 하는 악덕 기업가의 갈등이 전개되는 로드무비 형식도 띠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미국식 유머코드와 섬세한 인형동작, 그리고 카메오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볼거리다.
p.s.아래 포스터와 달리 이 영화 포스터에서는 돼지가 개구리를 안고 있다.
Forbidden Planet
“Forbiddenplanetposter” by Copyrighted by Loew’s International. Artists(s) not known. – http://wrongsideoftheart.com/wp-content/gallery/posters-f/forbidden_planet_poster_01.jpg.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어릴 적 이 영화를 ‘주말의 명화’에서 보고 느낀 충격은 ‘혹성탈출’의 마지막 장면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멸망한 고도문명이 궁극적으로 창조해낸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은 이전의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나이가 들어 다시 본 느낌역시 어릴 적 그 느낌을 좆고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착안하여 구상된 스토리라인은 이미 “문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란 무엇일까” 라는 철학적 물음에 도달하고 있었다. 고도의 문명 속에서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했던 멸망한 인종 크렉 Krel. 그들이 무었을 위해 문명을 건설했고 어떠한 것에 의해 멸망을 자초해갔는가는 고도의 문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함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문명을 지탱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주고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 언뜻 그들의 어리석음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때 핵무기 경쟁을 통해 온 세상을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고 지금도 가장 문명화된 언어로 가장 야만적인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는 세련된(?) 문명인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보고 있자면, 어쩌면 이 영화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주문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56년 당시 최고의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이후 스타트랙 등 여러 공상과학영화에 간과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쳤다. 특히 루비라는 로봇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고전적인 디자인.
p.s. 지난번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의 포스터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포스터에 로봇이 아리따운 여인을 안고 있는 장면을 포스터로 썼다. 물론 로봇 루비는 극중에서는 여인을 안지 않았다.(혹시 휴식시간 중에는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역시 흥행을 고려한 제작사의 눈속임이리라.
p.s. 2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의 Leslie Nielsen 이다. 형편없이 망가지던 그 영화를 보면 ‘금단의 혹성’에서의 모습이 쉽게 연상되지 않겠지만 분명 그는 그 작품에서 신중하고 핸섬한 사령관으로 나온다. 물론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짓지 않는다.
The World of Henry Orient
두 소녀의 우정과 스타에 대한 동경이 어우러진 어린 시설을 스케치한 작품. 자기중심적이고 욕정이 끓어오르는 피아니스트 Henry Orient(Peter Sellers)가 어느 날 공원에서 유부녀를 유혹하는데 우연히 두 십대소녀 길버트와 발레리가 이 장면을 목격한다. 그 이후부터 헨리는 계속해서 소녀들과 마주치게 되고 급기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된다. 헨리는 그 와중에 만난 발레리의 엄마(Angela Lansbury)에게 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십대의 성장과정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성장통이 한 스타 피아니스트와 묘하게 겹치면서 벌어지는 재밌는 에피소드를 무리 없이 풀어낸 성장영화. 두 소녀가 헨리에게 중국식(?)으로 꾸벅 절을 하는 장면은 너무 귀엽다.
Princess Bride
William Goldman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어린이용 모험담이다.(하지만 어른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케빈은 12살’에서 케빈 역을 맡았던 Fred Savage 가 어리광부리는 어린 환자로 나온다. 그의 할아버지(처음부터 노역을 맡았을 것 같은 콜롬보 형사 Peter Falk 역)가 병문안을 와서 동화책을 한권 읽어주는데 이것이 바로 극의 줄기를 이루는 해적 웨슬리(Cary Elwes)의 무용담. 천박한 시골소년이었던 웨슬리가 아름다운 여인 버터컵과 사랑에 빠졌지만 이내 행방불명되고 악한 왕자가 버터컵을 차지하려고 한다. 이 와중에 벌어지는 갖가지 무용담이 해학을 동반하며 펼쳐진다. 통속적인 헤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음악은 잔잔한 서정음악이 특기인 마크노플러. 롭라이너의 1987년작
Les Vacances de Monsieur Hulot / Mr. Hulot’s Holiday
마치 오래된 휴양지 그림엽서를 보는 듯한 영화다. 카메라는 영화 시작 후 한참동안을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난리법석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와중에 윌롯씨 – Mon Oncle 에서도 등장했던 – 의 투덜투덜 자동차는 굉음(!)을 내면서 휴양지를 향해 갈지자로 달려간다. 카메라는 휴양지를 롱샷으로 잡으면서 한 컷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어이없지만 악의 없는 윌롯씨의 실수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고 심지어 싸움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결국 영화 말미에서 윌롯씨의 실수로 인한 불꽃놀이는 한밤중에 사람들이 잠을 깨고 함께 즐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는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사람들이 휴양지를 떠나는 날 윌롯씨는 내심 휴양지에서 만난 여인과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모두들 부산하게 떠나버리고 기다리다 지친 윌롯씨는 투덜투덜 자동차에 몸을 싣는다. 마지막 휴양지 풍경에 우표가 찍히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자끄타티의 알터이고 윌롯씨가 처음 등장한 1953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