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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School Vs School Of Rock

비슷한 제목의 이 두 영화는 전자가 실화에 기반을 둔 다큐멘터리라면 후자는 한바탕 웃자고 만든 코미디라는 사실을 빼놓고는 참 닮아 있다. 둘 다 십대 청소년들에게 락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또는 가짜 선생)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Rock School 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중심인물은 필라델피아에서 9살부터 17살까지의 아이들에게 락음악을 가르치는 Paul Green School of Rock Music 의 설립자 Paul Green 에 관한 이야기다. 전통적인 학습법을 무시한 그의 무정부주의적인, 또는 펑크적인 가르침은 거침이 없고 격식도 없다. F**K 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이 거침없는 사내는 아이들을 쓰다듬고, 소리 지르고, 껴안아주는 부모이자 선생이자 친구의 역할을 자청한다. 마침내 실력을 갖추게 된 아이들은 Frank Zappa 의 팬들이 모여 꾸미는 Zappanale 에 출연하기 위해 독일로 향하고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찾아준 한 사나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한편 School Of Rock에서 스승을 자처한 사나이는 좀 더 비열한 목적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스테이지에서 오버하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타리스트 Dewey Finn(Jack Black)이 자신이 만든 밴드에서 쫓겨나고 친구의 이름을 빌어 대리교사로 출근한 곳은 그 지역 제일의 명문 초등학교. 학생들의 연주 실력을 몰래 훔쳐본 듀이는 아이들을 끌어 모아 밴드 콘테스트에 나가서 상금을 착복할 꿈을 꾸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의 비밀 프로젝트라고 속인 채 말이다. 결국 그의 이중생활은 폭로되지만 아이들은 콘테스트에 나가기 위해 학교를 탈출하게 된다. 결말은 뻔하지만 여기서 말하지는 않겠다. 스포일러 천국이 되기는 싫으니까. 여하튼 잭블랙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와 실제 밴드 생활을 통해 다듬어진 탄탄한 음악 실력이 잘 조화을 이루어 웃음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수작 코미디이다. 두 영화 모두 락음악을 줄기에 놓고 진행되는 영화라 프랭크자파, 모던러버스 등 평소 잘 찾아듣지 않던 음악들이 선보여 청각적으로반갑고즐겁다.

Zoot Woman – Living in the Magazine

형제지간인 Adam Blake(키보드)와 Johnny Blake(보컬, 키타), 그리고 Stuart Price(베이스)는 영국 Reading의 한 학교에서 만나 의기투합하여 Zoot Woman을 조직하였다. 음악의 키는 따로 Les Rhythmes Digitales를 꾸려 나가고 있는 Stuart Price가 쥐고 있다. 이들의 음악의 특징은 7-80년대 밴드인 Human LeagueKraftwerk의 씬스팝적인 요소를 차용한 레트로 음악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이들만의 일렉트로니카 감성은 동시대의 Ladytron, Phoenix 등의 레트로 음악과 상당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나름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2001년 Living In A Magazine을 낸뒤 아직까지 신보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


뮤직비디오

Napoleon Dynamite

Napoleon Dynamite 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의 꼴통에 관한 영화다. 딱히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하여튼 주변의 인물들 역시 한꼴통하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매혹샷을 판매하러 다니는 여학생, 머리가 뜨거워서 밀어버리는 라틴계 학생, 가슴커지는 기구를 팔러 다니는 엉클리코, 채팅이나 하면서 여자를 꾀려는 나폴레옹의 형 등. 시대는 불분명하다.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그리고 일부 삽입된 음악으로 보면 80년대 인데 삼촌이 1982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타임머쉰을 산다는 설정을 보면 그 이후인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나폴레옹이 학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댄스씬에서 쓰인 음악은 자미로콰이여서 분명히 80년대는 아니다. 요컨대 영화가 의도하는 바는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냉소적인 웃음이다. 나폴레옹은 하도 바보 같아서 이런 우리의 비웃음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해변의 여인

홍상수의 영화는 마치 롤빵처럼 생긴 우리 인생에서 중간부분을 칼로 잘라내어 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승전결에 주력하기보다는 일상사에서 우리가 편의적으로 생략해버리고 있는 우리의 가식과 위선, 그리고 모순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이 그의 주특기다. 그런 면에서 롤빵은 달콤하기보다는 쓴 맛이 강하다. 제법 실력을 인정받는 듯한 감독 김중래(김승우)과 그의 후배이자 팬(김태우), 그리고 그 팬의 여자 친구(고현정)가 서해안에 놀러간다. 천성이 껄떡쇠인 것으로 보이는 김중래가 후배의 여자 친구를 날름 잡수시고는 실존의 문제 운운하며 본질을 회피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여자 또한 사랑의 순수함이나 충실함을 요구해서라기보다는 자존심의 문제 때문에 김중래의 오입을 밝혀내려 안달한다. 결국 Love Actually 에서는 밝혀내지 못한 Love 의 간사함과 치졸함이 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딱히 답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나머지 롤빵을 다 먹어야 해답이 있을까?

Love Actually

대강의 스토리만으로도 영화의 작위성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동안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연시에는 뭔가 작위적이라도 가슴 따뜻한 영화를 봐줘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오랜만에 런던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영국 악센트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르게 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애정의 방향이 어긋나 있었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 비서를 사랑하게 된 수상, 전혀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을 사랑하게 된 작가,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남자 등등. 그리고 결과는 다들 예상하고 있다시피 해피엔딩이다. 극중 인물의 청혼에서 한 말처럼 우리는 이 작위적인 해피엔딩을 ‘크리스마스니까’ 용서해줄 수밖에 없다. 왜 크리스마스에는 누군가를 용서해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Miami Vice

실제로 TV 시리즈물을 감독했던 Michael Mann 이 감독하였으며 공간적 배경도 마이애미라는 점에서, 그리고 제목 역시 TV 시리즈의 제목과 같다는 점에서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형사 시리즈물 Miami Vice 의 극장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사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당시 인기를 얻었던 Jan Hammer의 시리즈 주제곡을 차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점에서는 Mission Impossible 과 비교된다), 반드시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TV 시리즈물 인기의 핵심이었던 Don Johnson 의 이미지를 차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목만 같은 별개의 영화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당시 시리즈물이 지향했던 화려한 80년대 패션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다(역시나 주인공들이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카와 멋진 수트를 입고 다니긴 하지만). 오히려 하드보일드적인 영상은 세기말의 우울한 마이애미를 그리고 있다. 극의 서술도 남성 스타일의 정통 형사극을 지향하고 있어 러쎌웨폰과 같은 슬랩스틱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문제는 극의 긴장감을 고취시켜줄 정교한 드라마인데 이 부분은 그리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신선하다거나 짜임새 있는 맛은 없다. 소니 역의 콜린파렐은 개인적인 취향인지 모르겠으나 미스캐스팅이라 생각되지만 결정적인 미스캐스팅은 공리다. 너무 투박하여 머리를 아프게 하는 영어발음에 자신의 정체성을 못 찾아 극중 내내 헤매는 모습은 극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정 아시아계 팜므파탈을 고르고 싶었으면 차라리 장만옥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만 Jamie Fox 는 그나마 새로운 흑인 액션영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 않나 싶다.

Borat

시골 촌놈의 서울 상경기는 언제나 환영받는 코미디 소재다. 카자흐스탄의 촌구석에 살고 있는 기자 보랏이 세계 최첨단 도시 뉴욕으로 문화탐방을 떠난다는 이 영화는 그런 고전적인 코미디 소재를 화장실 유머로 풀어나가 인기를 얻고 있는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재의 측면에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와 비교될 수 있다. 레닌그라드 역시 핀란드의 촌스런 락밴드가 미국에서 헤매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코미디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닌그라드가 핀란드의 괴짜 아키카우리마스키의 썰렁한 북구 유머에 기반을 둔 핀란드 작품인 반면 보랏은 카자흐스탄을 등장시키기는 하되 미국 본토인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화장실 유머코드와 대중문화 – 미드나잇카우보이의 주제곡, 블레어위치프로젝트의 패러디 등 – 를 채용한 순수 미국영화다.

인기 코미디 시리즈 사인필드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감독 래리찰스는 주인공 보랏(Sacha Baron Cohen 이 연기하고 있는데 Madonna의 뮤직비디오 Music에서 운전사 겸 DJ 역할을 맡기도 했던 신세대 코미디언이다)에게 인기 코미디물(?) Jackass 의 겁 없는 젊은이들이 시도하는 무모한 스턴트식 연기를 하게끔 하였고(실제로 일부 장면은잭애스의 그것처럼 현장에 있던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촬영되었다 한다) 그 결과 벤스틸러식의 화장실유머와잭애스의 슬랩스틱이 결합된 보다 진화된(?) 형태의 화장실 유머가 탄생하게 되었다.

비록극중에서 보랏이 ‘부시가 이라크 민중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셔버리라는’ 내용의 미국국가를 부르기도 하고 미국의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기독교의 부흥회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묘사도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그저 웃음거리만 된다면 우리가 다른 민족 혹은 다른 국가에게 가지고 있는 문화적 편견과 자신의 나라 또는 자신의 문화권에서 익숙한 모습을 무차별적으로 희화화하고 있는 소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배제한 채) 생각 없는’ 무차별 코미디의 전형을 만들고자 하였을 따름인 것이다.

한편 보랏의 미국횡단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등장하는 파멜라앤더슨은 이 영화 출연에 대한 의견차이때문에 남편 키드락과 헤어졌다고 하는 슬픈 사연이….

American Splendor

American Splendor는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거니와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Harvey Pekar 가 1976년 이래 Dark Horse Comics 에 연재하던 만화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병원 직원이라는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Harvey의 취미는 책읽기와 째즈 감상이었다. 그런 그가 친구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무료한 삶을 담은 만화를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이 작품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인기를 얻게 된다. Sideways의 폴지아마티가 Harvey Pekar 를 연기했고 실제 Harvey 도 출연하여 나래이션을 맡기도 했다. 라이브액션, 애미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이 버무려진 드라마다. 2003년 선댄스 페스티발 수상작.

오피셜사이트 : http://www.americansplendormovie.com/main.html

Sideways

Sideways 는 와인과 우정, 그리고 인생에 관한 영화다. Miles(Paul Giamatti)와 Jack(Thomas Haden Church)은 친한 친구사이다. 둘은 모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소설가, 그리고 배우이다. Jack 의 결혼을 앞두고 Miles와 Jack 은 와인이 맛있는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난다. Jack 은 와인 애호가로서 Miles에게 이 고급취향의 취미를 가르쳐주려 하지만 Miles 가 관심 있는 것은 여자뿐이다. 어쨌든 둘은 여행길에서 두 여인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포복절도의 슬랩스틱 스타일이 아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와인처럼 깔끔한 작품으로 독립영화에서 다양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폴지아마티의 연기가 볼만하다.

달콤, 살벌한 연인

영화는 크게 달콤한 부분과 살벌한 – 그다지 살벌하지는 않지만 –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하디흔한 스크루볼 코미디에 살인이라는 소재를 가미해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기에 그나마 TV 쇼의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문득 ‘그래서 나는 도끼부인과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소재다. 도끼부인에서는 연인이 살인자일 것이라는 상상이 헛된 것임이 밝혀졌지만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그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물거품이 – 아련한 추억이 – 되어버렸다. 남자로서는 도저히 실정법에 ‘매우’ 심하게 위반되는 살인을 용인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정법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 연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로는 마이클더글러스 주연의 ‘Romancing The Stone’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에는 최강희의 살인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하다. 최강희가 그렇게 귀여운 캐릭터로 – 상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듯한 – 묘사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엄연히 냉혹한 남편 살인자이다. 이미 그러한 설정이 둘의 사랑은 지속될 수 없으리라는 뻔한 결말로 이어진다.

만년조연으로 처음 주연을 맡지 않았을까 싶은 박용우의 고군분투 덕에 나름 코믹함이 돋보인 영화이고 소재의 신선함(?)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겠지만 극장개봉용 영화로 걸기에는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듯한, 뒷맛이 그리 개운치만은 않은 영화다.

p.s. 여러장의 포스터 중 하나인 위의 포스터도 비슷한 류의 잔혹코미디 ‘친절한 금자씨’를 노골적으로모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