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여인

홍상수의 영화는 마치 롤빵처럼 생긴 우리 인생에서 중간부분을 칼로 잘라내어 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승전결에 주력하기보다는 일상사에서 우리가 편의적으로 생략해버리고 있는 우리의 가식과 위선, 그리고 모순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이 그의 주특기다. 그런 면에서 롤빵은 달콤하기보다는 쓴 맛이 강하다. 제법 실력을 인정받는 듯한 감독 김중래(김승우)과 그의 후배이자 팬(김태우), 그리고 그 팬의 여자 친구(고현정)가 서해안에 놀러간다. 천성이 껄떡쇠인 것으로 보이는 김중래가 후배의 여자 친구를 날름 잡수시고는 실존의 문제 운운하며 본질을 회피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여자 또한 사랑의 순수함이나 충실함을 요구해서라기보다는 자존심의 문제 때문에 김중래의 오입을 밝혀내려 안달한다. 결국 Love Actually 에서는 밝혀내지 못한 Love 의 간사함과 치졸함이 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딱히 답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나머지 롤빵을 다 먹어야 해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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