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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Oncle

찰리채플린에 필적할만한 프랑스의 희극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자끄타티 Jacques Tati 가 자신만의 캐릭터 윌롯 Hulot (자끄타티)을 내세워 만든 그의 첫 칼라필름. 선량하지만 각박한 현대문명에는 도무지 적응을 못하는 밉지 않은 캐릭터 Monsieur Hulot은 감독의 53년작 Les Vacances De Monsieur Hulot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감독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영화는 감독의 첫 칼라필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색채로 칠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색채감은 윌롯의 형 부부가 사는 초현대적인 집을 묘사하는데 더없이 잘 활용되었다. 이들 부부는 전형적인 부르주아로 경제학자 베블렌이 묘사한 “과시적 소비”의 표본으로 사용해도 좋을만한 속물들이다. 이에 반해 윌롯은 우스꽝스러운 집단주택에 살면서 현대의 기계문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조카를 마중 나가는 것이 삶의 기쁨인 천진난만한 인물이다. 감독은 이러한 대비를 통해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부르주아의 속물근성을 잘 대비시키고 있다.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익살이 나른한 토요일 오후와 잘 어울리는 영화.

영화소개

High Anxiety

한 유명한 정신병원에 원장으로 취임한 쏜다이크 박사(멜부룩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음모를 그린 코미디영화다. 이 영화는 알프레드히치콕의 작품들을 여러 개 패러디했는데 대표적으로 –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 Vertigo 가 있고 이외에 Psycho, The Birds 등도 멜브룩스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정신병원은 요지경 세상이다. 정신병원의 환자들은 최고의 의료진으로부터 남부러울 것 없는 치료를 받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 의료진들 자체가 이미 정신병자이거나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부당이득을 위해 이미 치료가 끝난 환자들마저도 계속 병원에 가둬놓고 있다. 그런 병원에 원장으로 취임한 쏜다이크 박사는 이미 기득권 세력들에게 눈의 가시 같은 이였고 그를 제거하려는 음모가 진행된다.

멜브룩스는 이 영화로 1978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Spaceballs

멜브룩스가 한번 웃어보자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스타워즈를 자근자근 씹으며 패러디한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다스베이더를 흉내낸 다크헬멧(릭모라니스)이다. 자그마한 키에 어울리지도 않게 엄청나게 큰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도 광선을 쏘아대는 반지로 부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그러면서도 혼자 있을 때는 인형놀이에 광분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이외에도 스타워즈의 각각의 캐릭터가 멜브룩스의 천재적인 영도력(!)하에 재탄생하여 그렇지 않아도 코미디인 스타워즈를 한층 폭소도가니로 만들어놓은 멜브룩스판 스타워즈, 스페이스볼스가 탄생하였다.

A Hard Day’s Night

한 시대의 팝아이콘이 되어버린 비틀즈에 관한 영화중 대표적인 수작. 비틀즈의 TV쇼 공연 중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비틀즈 멤버들을 직접 출연시켜 점프컷, 뮤직비디오적인 편집 등을 통하여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에피소드들에서 인기있는 뮤지션으로서의 나름의 고충, 매니저와 뮤지션의 긴장감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악산업의 이면도 살짝 건드리고 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이 비틀즈 멤버들간에 암묵적인 세력관계랄지 각 멤버들의 성향 등도 은근히 드러나고 있다. 비틀즈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영화고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수작.

존휴즈(John Hughes)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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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Hughes” by This image has been widely distributed across the web.. Licensed under Wikipedia.

존휴즈(John Hughes)의 미덕은 무엇보다 젠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필르모그래피를 봤을 때 거의 감독으로서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틴에이저물, 가족오락물만 찍겠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철학은 – 진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별개로 하고 – 확실히 미국 영화사에서 그만의 지분을 차지하게끔 하는데 한몫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데뷔작은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존랜디스가 감독한 National Lampoon’s Animal House 이다. 도저히 구제불능인 한 대학 기숙사의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이 영화는 영화 자체를 일종의 저항문화의 코드로 받아들였던 평론가나 관객들의 의도로 말미암아 일찌감치 그 장르에서 걸작으로 꼽혔지만 존휴즈에게 있어서는 그냥 한번 난장판으로 놀아보자 이상의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National Lampoon 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덕택에 이 영화는 007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속편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실질적인 감독데뷔작은 1983년 몰리링워드 주연의 Sixteen Candles 였다. 16세 생일을 맞이한 소녀에게 닥친 불행과 행운의 해프닝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 전편에서 그 당시 미국십대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어메리칼그래피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틴에이지 물로서 나름대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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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teen Candles Soundtrack”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MCA Records.. Licensed under Wikipedia.

(이 영화에서는 Madness의 Our House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나오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 알아본 바 음악담당이 그들의 곡을 살 돈이 없어 자신이 표절(!)하여 작곡하였다 한다)

이후 1985년에 그의 영화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블랙퍼스트클럽을 찍는다. 주말에 교내에서 반성문을 쓰는 체벌을 받게 된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다룬 이 영화는 십대들의 나름대로의 번민을 진솔하게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심플마인즈의 Don’t You 등 음악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또한 그런 면에서 St. Elmo’s Fire와 비교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해 나온 Weird Science 도 맘에 든다. 성적 환타지에 시달리는(?) 두 명의 십대가 컴퓨터로 꿈에 그리던 여인을 만들어낸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꿔 받음직한 상상력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나름의 어이없지만 눈이 즐거운 코미디로 승화시킨 공로를 인정해줄만하다. 경쾌한 Oingo Boingo의 음악 역시 즐거운 사이드디쉬라 할 수 있다.

이후의 그의 영화이력은 이러한 틴에이지와 가족물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패리스블러라는 한 재기 넘치는 십대가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Ferris Bueller’s Day Off 나 새러데이나잇라이브의 인기 코미디언 스티브마틴을 등장시켜 한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의 극단적인 실험정신을 보여준 Planes, Trains and Automobiles, 그리고 90년대 초반 맬컬리컬킨의 신드롬을 불러왔던 Home Alone 등이 있을 것이다.

존휴즈 그는 분명히 우리가 소위 말하는 작가주의 정신을 가진 영화인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만의 코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낼 줄 아는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Blazing Saddles(불타는 말안장,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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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zing saddles movie poster” by http://www.impawards.com/1974/blazing_saddles.html. Licensed under Wikipedia.

어렸을 적 AFKN에서 웬 말도 안 되는 서부극을 본 기억이 이따금씩 뇌리를 스치곤 했다. 흑인 보안관이 겉만 판자로 세워놓은 가짜 도시를 만들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후에 알게 된 그 영화의 제목은 “불타는 말안장(Blazing Saddles)” “프로듀서”, “영프랑켄슈타인”, “스페이스볼” 등에서 어이없는 유머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멜브룩스는 이 영화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또한 이전의 수작들에 한 가지 더하여 이 영화를 한층 빛내는 요소는 인종과 자본의 대한 정치적 올바름이다. 천성이 광대 기질인 멜브룩스는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을 구태의연한 진지함이 아닌 자신만의 냉소적인 유머코드로 승화시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주지사(멜브룩스), 철도로 큰돈을 벌 욕심으로 가득한 부주지사, 사형수에서 하루아침에 보안관이 된 흑인노예 등 캐릭터는 엉뚱하고 생기 넘친다. 결국 아름다운 흑백의 화해와 협동으로 앞서 언급한 얼치기 도시로 악당을 물리치고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한다는 결말은 그리 얄밉지 않은 결말이다.

사족 : 샌프랜시스코에 놀러갔을 때 자전거 대여점의 상호가 Blazing Saddles여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