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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낭 레제, ‘여가 – 루이 다비드에게 보내는 경의’

큐비즘, 기계, 건축, 공산당, 서민적 레크리에이션 등등. 우리에게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큐비즘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하나인 페르낭 레제(Jules Fernand Henre Léger)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를 나열해보았다. 우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작품 중 하나로는 ‘여가 – 루이 다비드에게 보내는 경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립 퐁피두 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2008년 한국에서 열린 ‘퐁피두 센터 특별전 <화가들의 천국>’이 열릴 때에 국내에 전시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작품이 앞서 나열한 페르낭 레제의 그림에 관한 키워드가 포괄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Les Loisirs. Hommage à Louis David
huile sur toile de Fernand Léger – 1948-1949
Paris,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 Centre Georges Pompidou
© ADAGP Paris 2004
© CNAC / MNAM – distr : RMN / Jean-François Tomasian

1881년 생인 페르낭 레제는 건축을 공부하다 1910년경부터 큐비즘 운동에 참가, 피카소, 로베르 들로네 등과 함께 적극적인 추진자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위대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그는 기계문명, 건축, 추상회화의 접점을 모색하는 그림을 즐겨 그렸다. 1919년 그린 ‘도시’ 라는 작품을 보면 이러한 경향을 잘 목격할 수 있다.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기계문명에 대해 낙관적이었고 이를 즐겨 표현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기계문명과 기술진보에 대해 낙관적이란 점에서 목가적인 反기계문명론자와는 다른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의 입장이 유별날 것은 없다.

그의 작품만의 특징을 하나 들자면 유난히 원통형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기계 플랜트에 들어가는 각종 배관을 염두에 두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그의 경향에 대해 한 평론가는 큐비즘이란 단어를 재밌게 비틀어 튜비즘(Tubism)이 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여하튼 이런 레제의 원통형에 대한 집착은 구상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그가 그린 사람들은 원통형의 체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가 그린 사람들은 뚱뚱해 보인다기보다는 튼튼해 보이는 골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유난히 뚱뚱한 사람을 즐겨 그렸던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다시 ‘여가 – 루이 다비드에게 보내는 경의’로 돌아가 보자. 사실 이 작품을 맥락 없이 전시장에서 만난다면 그저 평범한 남녀가 여가를 즐기는 모습쯤으로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술진보로 노동자들에게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담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작품이다. 예의 원통형 몸의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천국” 미국에서 유입된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하고 하이킹을 즐기고 있는데, 기술진보로 직장에서 잘리는 대신 여가를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그린 사회는 이미 이상적인 노동자 중심의 사회가 전제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레제가 이런 낙관적인 이상향을 묘사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좌익들이 확실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의 정치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좌익은 1930년대 파시즘의 위협 하에 사회당, 공산당 등이 결합한 인민전선을 결성한 후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또한 1936년 6월 총파업 이후 전국적 규모의 중앙노사협정인 마티뇽 협정(Accords de Matignon)이 이루어졌는데, 이로 인해 대표적 노동조합의 개념과 단체협약의 효력확장규정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이 협정에는 프랑스에서는 최초로  ‘2주간 유급휴가제’가 도입되어 노동자는 비로소 유급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퐁피두 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레제의 의도는 바로 이러한 노동자를 위한 유급휴가를 지지하라는 것이었다. 휴가는 이전까지 귀족이나 부르주아지의 전유물이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에서 잘 느낄 수 있다. 프랑스 노동자는 마티뇽 협정 이전까지는 유급휴가를 즐길 수 없었다. 그런데 계급투쟁을 통한 자본가와의 타협, 기술진보로 인한 사회잉여의 증가 등이 노동자의 여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이 시기부터 만들어졌다. 그래서 자연히 이 작품에는 혁명까지는 아니어도 사회개혁을 통한 노동자 세상에 대한 낙관이 담기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가 오늘날 당연시하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노동자의 유급휴가는 – 사실 잘 알다시피 그마저도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이 그렇듯이 이렇게 지난한 계급간의 갈등과 투쟁, 그리고 레제와 같은 예술가들의 선전선동에 의해 기틀을 다져온 것이다. 일단 무엇이든지 가지게 된 자들은 웬만해선 기득권을 잘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평론가는 그의 작풍을 “사회주의 이론의 결과이되, 전투적인 맑시스트라기보다는 열정적인 휴머니스트”적인 것이라 평했는데, ‘여가’는 이러한 평가에 잘 어울리는 작품일 것이다.

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프린스 작품선)

J. Hyun이라는 필명의 사용자분이 예전에 올려주셨던 팝칼럼을 다시 퍼올림.

오늘 프린스의 CD 3장짜리 히트곡집을 큰맘먹고 구입하려고 했더니 역시나… 동네 레코드점엔 프린스의 앨범이 한 장도 없더라구요. 제법 큰 레코드점이었는데도… 나온지 좀 지난 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프린스가 우리 나라에서 그다지 지명도 높은 가수가 아니라는 점도 오프라인상에선 프린스 앨범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 한몫 한 듯 싶습니다. 역시 우송료 무료인(가격이 가격이다보니…) 인터넷 주문이 최고군요. 프린스의 이름을 처음 접한 때가 ’84년쯤이지 싶은데 당시 제가 막 팝에 관심을 갖던 시기라 그 시기에 잘나가던 가수들은 유난히 기억이 생생해요. 그 시기에 대형 히트 앨범들이 참 많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서도 프린스의 보라색 비 열풍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앨범 차트 24주간 1위, 5개의 Top 40 히트곡 및 “Darling Nikki”로 인한 파문 등등… 지금 와서 프린스라는 가수를 돌이켜보면… 그는 확실히 개성이 넘치는 가수이긴 하지만, 그 개성이 지나치다보니 어떨 땐 ‘프린스’하면 무조건 독특한 음악 내지는 묘한 음악만 기대하게 되더군요. 음악적 개성이 워낙 강하게 인식되다보니 오히려 무난한 음악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구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어느새 또 하나의 편견을 낳은 셈…
프린스가 미네아폴리스 사단을 시작으로 Revolution이니 New Power Generation과 같은 많은 타 가수들에게 곡을 써주고 적극적으로 프로듀싱을 한 것도 어쩌면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한 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신선한 목소리를 발굴하는 과정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신선한 연인을 향한 ‘작업’으로 연결되곤 했습니다…) 그럼 왕자님의 발자국 좀 추적해보죠… 다들 훤하실 테지만… (전 ‘왕자’란 이름이 예명이 아닌 본명이란 걸 오늘에서야 인터넷 검색하다 알았답니다…-.-)

1. Chaka Khan – I Feel For You
(From The Album I FEEL FOR YOU, 1984)
▶ 노장 R&B 여가수 샤카 칸의 최대 히트곡으로 1984년 동명앨범 수록곡입니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최고순위는 3위에 그쳤지만 그 해 연말결산 차트에서 유수한 1위곡들을 제치고 Top 10에 랭크될 정도로 꾸준히 차트에서 인기를 얻었던 곡. 도입부의 샤카샤카 차카차카 어쩌구 하는 부분은 장난스럽기도…^^
▷ For를 4로 표기하지 않은 건 좀 의외…

2. Sheena Easton – Sugar Walls
(From The Album A PRIVATE HEAVEN, 1984)
▶ 시나 이스턴은 프린스의 수많은 연인들 가운데서도 가장 약발이 오래갔죠. 이 곡을 시작으로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프린스와 조우하며 “U Got The Look”, “The Arms Of Orion” 등의 듀엣곡을 낳기도… 앨범에는 이 곡의 작곡자가 Alexander Nevermind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되어있는데 이건 프린스의 일회용 이름이랍니다. 프린스 특유의 느끼한 창법이 시나 이스턴에게도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곡… 1984년 싱글차트 9위 기록.
▷ “Sugar Walls”의 숨은 의미는 다들 아실 듯… 후반부의 ‘Come insi~de~’하는 부분을 듣고 있노라면 심의 통과한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3. The Bangles – Manic Monday
(From The Album DIFFERENT LIGHT, 1986)
▶ 이 곡의 작곡가 역시 발표 당시엔 Christopher라고만 알려졌는데 나중에 그게 Prince임이 밝혀졌죠. 역시나 미녀에 약한 프린스는 뱅글스의 보컬리스트 수재너 홉스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뱅글스를 몹시 싫어하던 중학생은 이렇게 말했지요 – 어디가 이쁘다고…)
▷ 지금도 월요일날 기분이 찌뿌둥할 때면 생각나서 흥얼대곤 하는 곡이에요. ‘I wish it was~ sunday~ 흑흑흑…’ 내일 아침 일찍 서울 올라가야 하는데 눈꼽 떼고 운전하면서 이 노래나 불러야 하겠네요.

4. Vanity 6 – Nasty Girls
(From The Album VANITY 6, 1982)
▶ 이 이름이 낯선 분들이 계실지도… 저는 최근에야 알게 된 곡입니다. 프린스가 야심차게 선보인 최초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별히트는 못했지만 미네아폴리스 사단 최초의 그룹이라는 데 의의가 있을 듯 합니다. 이 곡은 펑키한 리듬의 다소 단조로운 댄스곡입니다. 보컬들이 어쩐지 숨차게 들리네요…^^
▷ 이 독특한 그룹명은 이 3인조 여성그룹의 리더 Vanity의 이름을 딴 듯 합니다. 사진을 봤는데 뭐랄까… 뇌쇄적으로 생겼더군요. 마돈나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아마도 프린스의 여성편력은 이 때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5. Martika – Love… Thy Will Be Done
(From The Album MARTIKA’S KITCHEN, 1990)
▶ 마티카가 “Toy Soldiers”의 성공 이후 발표했던 또 하나의 발라드곡으로 잔잔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가 역시 프린스다운 곡입니다. 마티카의 보컬 또한 차분하면서도 감정이 잘 살아 있구요… 이 곡 참 좋아했었는데 이 앨범이 생각만큼 히트를 못해 아쉬워했던 기억도 납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마티카의 2집 앨범 수록곡을 몇 곡 구해서 들어볼 수 있었는데 생각 외로 괜찮은 곡들이 많더라구요. 타이틀곡 “Martika’s Kitchen”도 추천곡.
▷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한 여성 댄스 가수들은 단 한 명도 오래가지 못했는데 마티카도 그 중 하나. 제 생각에 미모를 내세운 여가수들의 주무기는 ‘신선함’인데 아무래도 2집을 낼 때면 노래가 좋든 안 좋든 그런 매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인 듯… 어느 분야든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건 절대진리죠. 얼마 전 팝아이 뉴스란을 보니 듀오를 결성해서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하지만… 글쎄요.

6. Sheila E. – The Glamorous Life
(From The Album THE GLAMOROUS LIFE, 1985)
▶ 쉴라 이는 프린스 사단의 가수들 가운데서도 특히 실력있는 가수로 인정받았는데 생각만큼 지속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뛰어난 드러머이자 퍼커션 연주자이기도 한데요, 이 곡 역시 들어보면 단번에 프린스의 곡임을 알 수 있는 특유의 리듬감이 넘쳐나는 곡입니다.
▷ 글래머한 인생이라… 제목이 심상치 않네요. 혹시 이 곡도 금지곡?

7. Cyndi Lauper – When You Were Mine
(From The Album SHE’S SO UNUSUAL, 1983)
▶ 이 곡은 프린스가 정식으로 사사한 곡은 아니고 프린스가 먼저 발표했던 곡을 신디 로퍼가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원곡에 등장하는 프린스의 독특한 가성창법을 신디 로퍼도 멋지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 빵빵한 사운드 덕분에 원곡보다 훨씬 신나는 리메이크곡이 되었네요.
▷ 프린스의 곡들은 하나같이 특이해서 그의 수많은 히트곡들 가운데서도 쉽사리 리메이크할 만한 곡이 없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또다른 프린스 리메이크곡은 LeAnn Rimes가 부른 “Purple Rain”… 컨트리 가수가 부르는 프린스라니 좀 웃기죠? 근데 생각보다 들을 만 해요.

8. Sinead O’Connor – Nothing Compares 2 U
(From The Album I DO NOT WANT WHAT I HAVEN’T GOT, 1989)
▶ 시네이드 오코너의 생애 최대 히트곡으로 1990년 4주간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사수한 곡입니다. 본래는 프린스 사단의 프로젝트 그룹 The Family가 먼저 발표한 곡이었는데 그닥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시네이드 오코너가 리메이크하여 대형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시네이드의 구슬픈 목소리가 정제된 듯 하면서도 은근히 사람 우울하게 만드는 노래… 뮤직비디오에서처럼 흐린 날씨의 가을날에 조용한 길가를 걸으며 듣고 싶은 곡입니다. (꼴에 센치한 척은…-.-)
▷ 이 곡에 얽힌 시네이드와 프린스의 에피소드는 하도 유명해서 다들 아실 듯 합니다. 자신의 최대 히트곡을 두고 ‘가장 부르기 싫은 노래’라고 밝힌 그녀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며 이 곡을 들으면 더 착잡해지죠… 아무튼 이런 경험도 한몫하긴 했겠지만 시네이드는 이 곡 이후 그녀 특유의 냉소적인 발언과 과감한(?) 행동들로 하는 말이며 행동 하나하나마다 화제를 모으고 다녔습니다. (그녀의 언행들 역시 하도 유명해서 생략) 몇 년 전에 그녀의 새 앨범 리뷰를 보았을 때 머리를 기른 모습과 ‘앞으로는 정치적인 발언도 자제하고 음악에만 전념하겠다’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는데 또 얼마전엔 난데없이 전격 은퇴한다고 해서 다시 화제를 모으기도…-_- 역시 음악계의 ‘양치기 소녀’답습니다.

9. Tevin Campbell – The Halls Of Desire
(From The Album T.E.V.I.N., 19)
▶ 프린스 사단 가운데서는 찾아보기 힘든 남성 가수네요… ^^ 테빈 캠벨이 13살의 나이로 처음 데뷔할 당시에 그의 나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네요.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노래 솜씨가 원숙했던 탓… 그의 데뷔앨범에는 Babyface 사단과 프린스 사단이 대거 출동하여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좋은 곡들을 많이 써주었는데 프린스가 워낙 한 개성 하는 인물이다 보니 그의 곡들은 얼핏 듣기만 해도 Babyface의 곡들과는 구별이 됩니다. 일부 곡들에서는 프린스의 느끼한 창법을 테빈 캠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기도…
▷ 테빈 캠벨은 데뷔 당시 역시 비슷한 나이 또래였던 Tracie Spencer와 함께 차세대 흑인 남녀가수로 주목받았는데 두 사람 다 빨리 주목받은 만큼 빨리 식어버린 듯 합니다. 아직 둘 다 서른도 안된 나이인데 재기했으면 하는 바람…

10. Madonna – Love Song
(From The Album LIKE A PRAYER, 1989)
▶ 마돈나의 앨범들 가운데 특히 예술성이 높은 앨범으로 꼽히고 있는 4집 앨범의 수록곡으로 프린스가 작곡과 백그라운드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 곡입니다. 역시나 프린스 특유의 ‘어딘지 어벙벙하고 묘한’ 느낌이 살아있는 곡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두 사람이 노래만 같이 했을 뿐,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I Feel For You”와 비교해 볼 때 리듬감도 약하고, “Sugar Walls”에서의 독특한 선정성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그렇다고 “Manic Monday”처럼 멜로디컬한 것도 아니고… 느낌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겐 좀 실망스러웠던 곡입니다. 아무튼 Love Song이라는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요. (가사에서도 This is not a Love So..Ong~ ^0^)
▷싱글로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스캔들에 있어서 둘째가면 서러워할 두 톱스타가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화제가 되었던 곡.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다는 뉴스가 나오기가 무섭게 당시 팝계가 떠들석해졌는데 의외로 그들은 사고(?) 날 틈도 없이 달랑 이 노래 한 곡만 함께 작업하고 말아 기사거리에 굶주린 언론들에게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나 어쨌다나 머다나…

11. Celine Dion – With This Tear
(From The Album CELINE DION, 1991)
▶ 프린스와 셀린 디온의 만남! 어쩐지 밸런스가 안 맞지 않습니까…ㅋㅋㅋ 이 곡은 셀린 디온이 막 미국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던 시기에 발표된 곡으로 Mariah Carey의 성공에 고무된 Sony가 제 2의 디바형 가수를 육성하고자 그녀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물입니다. 시종일관 아련한 분위기 가운데 곡이 진행되다가 후반부 코러스에서부터 셀린 디온의 열창이 마치 폭풍처럼 이어집니다. 스케일도 큰데다가 그녀의 화려한 가창력도 곡의 호소력을 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프린스의 숨어있는 명곡…
▷ 프린스의 곡답게 역시 2, 4, thee 등의 단어가 부지기수로 등장… 다시님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곡…^^

12. Prince – Dark
(From The Album COME, 1994)
▶ 끝으로 오늘의 주인공 ‘왕자’의 그닥 알려지지 않은 곡 하나 추천해볼께요. 프린스가 ‘자기는 노예’네 ‘이름 없이 기호로 불러달라’네 어쩌네 하면서 화제를 모으던 90년대 중반에 Warner Bros.와의 관계를 청산하며 발표했던 앨범의 수록곡으로 느릿하고 호젓한 분위기가 묘한 곡… 오늘 프린스 CD값도 비교해볼 겸 그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발견한 곡인데 제법 괜찮네요. 역시나 프린스다운 ‘묘한’ 곡인데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반주를 가급적 절제하고 보컬의 흐름과 관악기를 강조한 점…
▷ 프린스는 MP3 공유에 찬성하는 가수라고 들은 바 있는데 지금도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의 새 앨범이 발매되었는데도 별 소식도 없이 지나갔고 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 검색을 했더니 인터넷상에서 신작 MP3 파일 구하기도 힘들고… 프린스가 정말 인기가 식긴 식었나 봅니다. 가정에 충실하고 있다는 말도 들은 바 있는데… 날이 갈수록 개성 강한 가수를 찾아보기 힘든 지금, 20년 전 음악계를 뒤흔들었던 보라색 비의 반란을 다시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

오늘은 글이 좀 두서가 없죠? 집안 분위기가 “Nothing Compares 2 U” 뺨치게 음산하걸랑요.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냉전중인데 저 혼자 신나서 음악 듣고 있습니다. 비는 왜 이리 척척 오는지… 외롭당…

To Be Continued…

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비오는 날 듣는 음악)

추석기간 동안 팝아이가 예쁘게 새단장했네요. (stickey님이 공을 많이 들이신 듯… 대화방도 생기구요…^^) 개인 칼럼란이라니 무지하게 쑥스럽습니다. (사실 별로 쑥스럽진 않고, 그냥 예의상의 멘트…) 오늘 www.yahoo.com에 들어가니까 ‘Typhoon Maemi Hits South Korea, at Least 74 Dead’ 이런 기사가 첫창에 뜨는군요. 매미의 위력이 예상보다 엄청났던 것 같습니다. (매년 태풍으로 진통을 앓더니 어째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나 했지…)
엄청난 태풍을 예고라도 하듯이 올 여름엔 진짜 징그럽게 비가 많이 왔었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사방이 어두컴컴하면 사람 기분도 그에 따라 우중충하게 변하곤 합니다.
어릴 땐 비오는 걸 참 좋아했는데… 어쩐지 시원하게 느껴졌거든요. 괜시리 낭만적인 기분도 들고… (지가 무슨 “소나기”의 주인공이라고…) 헌데 머리가 크면서부터 슬슬 비를 안 좋아하게 되더군요. 특히 서울이랑 대전이랑 왔다갔다하는 요새는 비오면 딱 질색입니다. 첫째는 차 끌고 다니기 힘들어서고, 둘째는 차가 더러워져서 그렇고, 셋째는 비 안오는 데 골라서 주차하려고 하다 보니 주차 공간이 없어서 그렇고… 으아…-_-
비가 오면 확실히 짜증이 나지만… 그래도 가끔씩 집안에서 혼자 분위기 잡고 있을 때 밖에 비가 내리면… 특히 여름에 말이죠. 뭐랄까, 어릴 때 생각도 나고, 괜시리 커피도 마시고 싶고… 센티멘탈해집니다. 다른 지역이야 비 때문에 발칵 뒤집어지건 말건… 확실히 사람은 이기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나만 그런가…

1. Eurythmics – Here Comes The Rain Again
(From The Album TOUCH, 1983)
▶ 유리스믹스의 80년대 초반 히트곡 중 하나… 유리스믹스의 매력은 역시 Annie Lennox의 보컬맛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듣게 되면 애니의 보컬이나 다른 연주 부분보다는 중간중간 깔리는 현악 연주 부분에 더 귀가 끌리더군요. 어딘지 차갑고 음울하게 느껴지면서 적당히 청승맞은 것이… 아주 좋습니다. 이런 곡은 벼락치면서 폭우 쏟아지는 날 들으면 딱일 것 같군요.
▷ 애니 레녹스의 솔로곡 가운데 비오는 날 분위기 잡기 좋은 곡이 또 하나 있죠. 바로 “A Whiter Shade Of Pale”…

2. Bruce Hornsby & The Range – Mandolin Rain
(From The Album THE WAY IT IS, 1986)
▶ 어떤 곡을 듣고나서 그 곡이 너무 마음에 들어 단번에 그 가수의 팬이 되는 경우가 있죠. 제겐 브루스 혼즈비가 그랬답니다. 이 곡은 그들의 데뷔앨범 수록곡으로 “The Way It Is”라는 명곡 못지않게 훌륭한 곡입니다. 애잔한 멜로디와 브루스 혼즈비의 따뜻한 보컬, 제목과 잘 매치되는 만돌린 연주도 아주 멋집니다만 역시 최대의 매력포인트는 피아노 연주입니다. 제목으로는 오히려 “Piano Rain”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라나…
▷ 이 곡 뮤직비디오에서도 비가 줄줄 내리는 저녁에 브루스 혼즈비가 집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죠. 피아노 잘 다루는 사람들 보면   부럽습니다… 난 언제 배워볼까…ㅠㅠ

3. Phil Collins – I Wish It Would Rain Down
(From The Album …BUT SERIOUSLY, 1989)
▶ 대곡 스타일의 발라드곡으로 음울한 멜로디와 필 콜린스의 열창, 그리고 빵빵한 백코러스가 사람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입니다. 이 곡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후반부에 필 콜린스가 숨가쁘게 악쓰다시피 하는 부분… 노래만 들어도 벌써 비맞는 기분이 듭니다. 노래가 끝날 때쯤엔 정말로 비내리는 효과음도 나오지요. 처절한 노래에 하늘도 감동했나…
▷ 이 곡도 뮤직비디오가 인상깊은 곡이었는데… 그야말로 ‘달걀장수 구구’가 뭔지 보여주는 뮤직비디오였죠. 이 멋진 곡을 온 힘을 다해 – 한 손은 배에 대고 – 열창하는 대머리 아저씨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군요. 곡과 뮤직비디오가 안 어울리는 작품 1순위가 아닐라나…

4. John Cougar Mellencamp – Rain On The Scarecrow
(From The Album SCARECROW, 1985)
▶ 우중충한 겨울비를 연상케 하는 곡… 듣는 이의 기운을 쭉 빼다못해 아주 마비를 시키는 곡… 시체놀이에 어울릴 듯 합니다.
▷ 멜렌캠프 아저씨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아저씨는 무슨 노래를 하든 정말 아무생각 없이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냥 힘 쭉 빼고… 아주 가볍게… 무슨 클럽 공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근데 그런 꾸미지 않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랍니다.

5. Olivia Newton-John – Silvery Rain
(From The Album PHYSICAL, 1981)
▶ 팝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는 곡들이 있습니다.
Rockwell의 “Knife”가 그렇고, Kenny Loggins의 “The More We Try”도 그런 케이스지요. 이 곡 또한 큰 히트곡은 아니었지만 우리 나라 방송에서는 지금도 간간히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애조띤 멜로디와는 대조적인 올리비아의 방정맞은 보컬이 인상적…
▷ 이 곡 제목을 듣고는 은색 비라니 낭만적인 제목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Silvery rain’이란 다름아닌 산성비…-_- 필 콜린스 아자씨가 싫어하겠군요.

6. Madonna – Rain
(From The Album EROTICA, 1992)
▶ 마돈나는 “Erotica” 앨범을 발매하면서 본격적인 육탄공세에 돌입했는데 이 앨범에서 나온 뮤직비디오들이 하나같이 포르노 테입 뺨치는 것들이라 많은 논란을 일으켰죠. ‘인기 떨어질 만 하니까 몸으로 승부하는군’ 소리를 들어야 했던 마돈나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선보인 오랜만의 발라드곡입니다. 봄비의 시원함을 이 곡만큼 잘 살려낸 곡도 드물 듯 합니다. 브릿지 부분에 양쪽 스피커에서 서로 다른 나레이션이 나오는 부분이 압권…
▷ “Erotica” 앨범 지금 들어보면 참 괜찮지 않나요? 감각도 세련되고,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있는데… 성적인 부분을 조금 제거했더라면 더 괜찮은 앨범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말입니다. 이 앨범 수입반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요새는 이 앨범 라이센스반이 더 희귀하답니다. -.-

7. Eddie Rabbitt – I Love A Rainy Night
(From The Album HORIZON, 1980)
▶ 80년대 미국의 인기 컨트리 싱어 중 하나였던 에디 래빗의 싱글차트 1위곡입니다. 비를 노래한 곡들 대부분이 우울하고 슬픈 곡이 많은데 이 곡은 아주 발랄하고 경쾌한 곡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한 장면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 에디 래빗은 ’98년도에 암으로 사망했죠… 가수는 떠나도 노래는 남습니다…

8. Prince & The Revolution – Purple Rain
(From The Motion Picture OST PURPLE RAIN, 1985)
▶ 이 곡은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선정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가사를 읽어보면 에로틱한 면도 꽤 있구요…

▷ 지난 주 일요일에 주문했던 프린스 세 장짜리 히트곡집이 추석 연휴 때문에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내일은 또 서울 가야 되는데… 우씨 -_-;

9. Jennifer Warnes – Famous Blue Raincoat
(From The Album FAMOUS BLUE RAINCOAT, 1987)
▶ 도입부의 고즈넉한 색소폰 소리와 제니퍼 원스의 슬픔을 가득 담은 목소리… 비오는 날 이 곡만큼 좋은 곡도 없을 것 같아요. 특히 가을비에 잘 어울리구요… 이 곡을 들을 때면 마치 분위기 있는 재즈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 기분이 듭니다. Leonard Cohen의 오리지널도 좋지만 전 제니퍼 원스의 곡이 훨씬 마음에 들어요.
▷ 이 곡이 실린 동명앨범 자켓을 보고 제가 제일 처음 한 말 – 이게 레인코트야? 포대기지…

10. Milli Vanilli – Blame It On The Rain
(From The Album GIRL YOU KNOW IT’S TRUE, 1989)
▶ 희대의 사기극으로 유명한 밀리 바닐리의 싱글차트 1위곡으로 Diane Warren이 작곡 솜씨를 발휘한 곡입니다. 다이안 워렌 정도의 이름값이면 아무한테나 곡을 주지 않을 텐데도 감쪽같이 속인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 밀리 바닐리 이후 Black Box니 Seduction이니 모조리 정체가 들통났죠. 하나같이 제가 좋아했던 가수들…-.-
▷ 밀리 바닐리 멤버 한 명이 몇 년 전에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그 소식을 들으니까 문득 가엾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괘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쇼 비즈니스계의 상술에 놀아난 희생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 나라에도 얼마 전에 있었죠. 걸프렌드라고…

11. Ryuichi Sakamoto – Rain
(From The Motion Picture OST THE LAST EMPEROR, 1987)
▶ 영화 “마지막 황제” 사운드트랙에서 메인 테마곡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 인기가 있었던 곡입니다. 현악 연주만으로 진행되는 이 곡은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 이 곡을 듣고 선뜻 ‘비’의 느낌을 떠올리긴 어렵구요, 전 비오기 전의 찌푸린 하늘이 더 연상되는군요.

12. A-Ha – Crying In The Rain
(From The Album EAST OF THE SUN, WEST OF THE MOON, 1990)
▶ 비오는 소리로 시작해 비오는 소리로 끝나는 곡… 비오는 날 특유의 축축 처지는 분위기가 이 곡에서도 느껴집니다. 모튼 하켓 목소리가 은근히 멜랑꼴리하다는 생각이…
▷ 현 고3인 제 친척 동생 한 명이 (맨날 보아나 휘성만 듣는 녀석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이 곡을 들었는지는 미스테리지만) 저한테 아하가 누구냐고 묻더군요. 이 노래가 참 좋더라면서… “Take On Me”의 뮤직비디오 얘기부터 시작해 바이오그래피를 쫙 읊어주니까 다 듣고 마지막에 한다는 소리가… “뭐야… 그럼 구닥다리잖아.”

지금은 비가 그쳐서 날씨가 맑습니다. 얼마만에 맑은 날씨의 주말을 맞는 건지… 이런 날 집에만 계시지 말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태풍으로 피해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말입니다. 어릴 땐 비오고 난 뒤 흙밖으로 기어나온 지렁이 잡아다가 누나 머리위에 올려놓는 게 취미였답니다.

To Be Continued….

writtern by J. Hyun

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허스키 보이스)

예전에 80snet.com이 popi.com이란 이름으로 제로보드 형식으로 운영되던 시절, J. Hyun님이라는 걸출한 글쟁이가 “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란 이름으로 칼럼을 남겨주시곤 했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게시판이 삭제되는 바람에 다시 복구하는 등의 소란을 피우고 이 사이트가 블로그 형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몇몇 글이 없어지기도 했었고요. 몇 개 살아남은 글들은 옮겨 놓았습니다만 아직 옮겨 놓지 않은 글이 있어 반가운 맘에 다시 퍼 올립니다. 잘 지내시죠? J. Hyun님? 🙂

그의 다른 글들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제가 처음 팝을 접할 때(’83~84년쯤이라고 기억)는 Olivia Newton-John이나 Madonna와 같은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매력적인 목소리에 반해서 팝송을 즐겨듣게 되었습니다. 뭔 말인지는 하나도 몰랐지만 그냥 목소리가 좋아서 좋아하는 곡들도 많았었죠. 어느 정도 팝에 눈을 뜨게 되면서(그 당시 이미 가요는 통달한 수준이었음. 어릴 때 공부는 안하고 음악만 들어서리…-_-;;;) 세상에 참 다양한 목소리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자인데도 Christopher Cross 같은 미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자인데도 Tina Turner와 같은 호쾌하고 걸걸한 보컬의 소유자도 있더군요.

이처럼 여러 가수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듣게 되면서 제가 아주 싫어하는 목소리가 생겼으니 바로 허스키 보이스… 어쩐지 쉰 듯한 소리가 듣기 싫어서(정도가 심한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제 목이 다 이상할 정도-_-) 어릴 때는 허스키 보이스 가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어릴 때는 안 듣던 그 가수들의 곡을 다시 들어보니 의외로 괜찮은 곡들이 많았고, 허스키 보이스에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역시 편견 없이 듣는 게 중요하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오늘 그런 곡들 좀 모아봤습니다.

Bonnie Tyler ESC - United Kingdom 01 crop.JPG
Bonnie Tyler ESC – United Kingdom 01 crop” by Albin Olsson


This file has been extracted from another image: File:ESC – United Kingdom 01.JPG..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1. Bonnie Tyler – Holding Out For A Hero (1984년)
▶ 까놓고 말해 제가 허스키 보이스에 대한 심한 편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보니 타일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제가 처음으로 접한 허스키 보이스였거든요), TV에서 보니 타일러의 어떤 뮤직비디오(하도 오래전이라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별로 히트하지 못한 곡이라고 생각됨)를 보고 나서 그 천갈래 만갈래 갈라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아니 뭐 저런 여자가 가수를 다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 보니 타일러의 곡은 제 안티대상 1호가 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Footloose” 사운드트랙에 실린 이 곡은 정말 괜찮은 곡이에요. 보니 타일러의 매력(?)을 비교적 잘 살린 곡으로 짐 스타인먼의 곡답게 드라마틱하고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 때문에 그녀의 쉰 목소리가 그리 심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또 워낙에 빠른 곡이다 보니 듣고 있노라면 그저 흥겨워서…^^ 우리 나라에서는 민해경의 애창곡이었죠.

▷ 보니 타일러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이미지가 우리 나라 탤런트 권은아와 흡사하다는 생각… 그러나 둘의 목소리는 정반대죠.

2. Mike Leno & Ann Wilson – Almost Paradise (1984년)
▶ “Footloose” 사운드트랙에서 한 곡 더… Loverboy와 Heart의 간판 멤버 두 사람이 부른 멋진 듀엣곡으로 이 곡에서는 오히려 두 사람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낸 것 같습니다. 멜로디도 애절하구요. 특히 앤 윌슨의 보컬이 일품…
▷ 앤 윌슨은 나중에 Cheap Trick의 Robin Zander와 함께 “Surrender To Me”란 곡을 부르기도 하죠. 둘 다 제가 좋아하는 보컬리스트인데 이상하게도 이 곡은 싫더라구요.

3. Rod Stewart – Infatuation (1984년)
▶ 허스키 보이스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로드 스튜어트의 80년대 히트곡(1984년 싱글차트 6위 기록)으로 80년대 유행하던 뉴웨이브 사운드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듀싱 덕분인지 다행히 이 곡에서는 로드 스튜어트의 허스키 보이스가 그리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 로드 스튜어트는 자기 주관없이 유행만 따라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가수라는 이유로 새 앨범 나올 때마다 욕을 좀 먹곤 했었죠… 개인적으로 특히 가증스러웠던 때는 아내한테 바친답시고 언플러그드 공연에서 “Have I Told You Lately”를 부를 때… 전과가 두둑(-_-)한 사람들은 뭘 해도 믿음이 안가더군요…-.-;

4. Bruce Springsteen – Born In The U.S.A. (1984년)
▶ 미국의 소시민층을 대표하는 가수(라고들 하던데 테러 이후 하는 짓 봐선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음)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동명의 앨범 수록곡입니다. 이 앨범은 소위 말하는 ‘명반’답게 투박한 미국록 분위기에 노동자 계층의 애환을 담아낸 가사가 인상적이죠. 이 앨범에서 나온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도입부 브루스의 쩌렁쩌렁한 보컬을 듣고 있으면 미국이고 미역국이고 다 신경끄고 그냥 시원해집니다. ^^ 허스키 보이스만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곡.
▷ 이 곡을 두고 정치적인 곡이라는 둥 전혀 아니라는 둥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

5. John Parr – St. Elmo’s Fire (Man In Motion) (1986년)
▶ 데이빗 포스터가 만들어낸 최고의 명곡이라고 제가 극찬하는 곡…^^ 동시에 허스키 보이스 계열의 가수들의 곡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을 들으면  내가 언제 허스키 보이스를 싫어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곡 분위기에 걸맞게 존 파가 힘차게 쭉쭉뻗는 보컬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가사를 따라부르면 더욱 신나는데(영어라는 언어의 매력이 느껴지는 곡… 곡과 가사가 아주 잘 어울려요.)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코러스 후반부에 ‘Higher and higher~’… 진짜 신나죠. 1986년 싱글차트 1위곡.
▷ “St. Elmo’s Fire” OST 수록곡 가운데 잔잔한 듀엣곡인 “Love Theme”도 참 좋답니다.

6. Journey – Faithfully (1983년)
▶ 도입부의 피아노 반주가 멋진 저니의 발라드곡. “Open Arms”와 함께 저니의 노래 가운데 특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곡이죠. 제가 저니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 이 곡이 주는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아주 솔직담백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사랑 노래들 가운데서도 어떤 곡들은 너무 과장된 가사(특히 남자가수의 곡들. 무작정 기사도 정신… Cheap Trick의 “The Flame”이나 Donny Osmond의 “Soldier Of Love”는 그 정도가 심함)나 지나치게 닭살돋는 분위기(Atlantic Starr의 “Always”… 한마디로 왕느끼)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데 이 곡 “Faithfully”는 같은 사랑고백을 해도 분위기가 왠지 진지하고 정직하게 느껴집니다. 가사는 역시 ‘기사도 정신’인데도… 분위기의 차이인가…
▷ 요런 곡 불러주면서 프로포즈하면 성공확률 높을 듯 한데 상대가 있어야지…

7. Bryan Adams – Heat Of The Night (1987년)
▶ 개인적으로 80년대에 브라이언 아담스가 인기있을 때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역시 목소리 때문) 요새 그 때의 인기곡들을 다시 들어보면 왜 그리도 좋은건지…-_-; 이 곡은 브라이언 아담스의 곡 가운데서도 록적인 느낌이 특히 강한 곡입니다. 사실 브라이언 아담스의 보컬이 제게는 그리 듣기 좋은 편이 아니라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한데, 아마도 멜로디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아요.
▷ 브라이언 아담스 못보던 새에 엄청 늙었더군요. 얼굴에 주름이… 휴~

8. Tina Turner – Let’s Stay Together (1984년)
▶ 브라이언 아담스와 한때 연인사이로 소문나기도 했던 사자부인 티나 터너의 곡입니다. 제가 대학 합격하던 날 그 기념으로 산 앨범이 바로 티나 터너의 베스트앨범 “Simply The Best”였는데, 덕택에 그 날 최고의 기분(^^)으로 이 곡을 듣게 되었답니다. 도입부의 잔잔한 분위기가 티나 터너의 읊조리는 듯한 보컬과 함께 이어지던 도중 갑자기 이를 깨뜨리는 듯한 티나 터너의 ‘Let me! be the one…’하는 강렬한 보컬이 등장하고… 다시 잔잔하다가 또 고조되다가… 이래저래 드라마틱한 곡입니다. 티나 터너가 문자 그대로 ‘열창’을 하는 곡… 1999년도 VH1 Divas Live 공연에서도 티나 터너가 이 곡을 불렀는데 그녀의 콘서트만이 가질 수 있는 열정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더군요. 꼭 한 번 들어보세요.
▷ 우리 나라 코미디언 가운데서는 예전에 김미화가 티나 터너 분장을 곧잘 했었는데 기억나시는 분 계시려나…

9. Terence Trent D’Arby – Wishing Well (1987년)
▶ 테렌스 트렌 다비의 보컬은 허스키라기보다는 정통 소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듯… 흑인적인 느낌이 강한 보컬의 소유자로 등장 당시에 프린스를 연상케하는 외모로도 화제를 모았던 가수… 최근 빌보드 싱글차트를 보면 완전히 그 자체가 블랙싱글차트(한때 R&B 싱글차트를 이렇게 불렀었죠)라고 해도 다름없을 정도로 흑인 음악의 강세가 뚜렷한데 왜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테렌스 같은 가수들은 안 나오나 모르겠어요. (나오긴 나오는데 뜨질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참 아끼는 가수인데…

▷ 예전에 어떤 분에게서 테렌스 트렌 다비가 자기의 데뷔앨범을 두고 ’80년대 최고의 데뷔앨범’이라고 자화자찬했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10. Bon Jovi – Bad Medicine (1988년)
▶ 80년대 팝씬에서 돈냄새를 강하게 풍긴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가수들이 있는데 Def Leppard나 본 조비가 그런 케이스. 제가 본 조비의 곡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이 곡이 수록된 앨범 “New Jersey”가 발매될 당시에는 설문조사까지 해서 상업적인 곡들만 골라 실었네 어쩌네 해서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 솔직히 상업적이건 어떻건 듣기 좋은 건 사실… 어차피 대중가요라는 건 상업적인 성격을 아주 떨칠 수 없는 것이고, 또 음악이란 건 많은 사람들이 즐길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요. 어떤 곡을 두고 ‘이 곡은 지나치게 상업적이기 때문에 안 좋네 어쩌네…’ 한다거나, 어떤 가수가 다소 하드한 록음악을 하다가 후에 대중적인 성격으로 돌아서면(Heart가 대표적) 변절자 어쩌구 하고 비난을 하는 이런 평가들은 어찌보면 조금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 록그룹의 보컬리스트들은 열에 아홉은 다 허스키 보이스 소유자라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진 않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변명이고, 내가 뭐 락을 알아야지…–)

11. Michael Bolton – How Can We Be Lovers (1989년)
▶ 마이클 볼튼의 대표작 “Soul Provider”의 수록곡으로 Diane Warren이 작곡에 참여한 곡입니다. 역동적인 느낌이 강해서 본 조비의 곡 느낌도 나는 곡… 마이클 볼튼의 보컬은 이 곡을 히트시킬 때까지만 하더라도 뭐 고전 소울에 어울린다는 둥, 허스키 보컬답지 않게 유연하다는 둥 비교적 준수한 평가를 받았었는데 이후 “When A Man Loves A Woman”가 발표되면서부터는 최악의 리메이크곡(올인!)이라는 악평과 내놓는 노래마다 그게 그거라는 악평(여기에도 올인!)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Love Is A Wonderful Thing”이란 곡이 100% 표절곡임이 밝혀지면서 순식간에 인기가 추락… 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그 특유의 라면머리도 자른 채 재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가…
▷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마이클 볼튼과 임재범이 똑같아요. -.-

12. Roxette – Listen To Your Heart (1989년)
▶ 록시트는 스웨덴 출신 가수로서 ABBA 이후 가장 성공한 가수라고 할 수 있죠. 이 곡은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1989년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대형 스케일의 발라드곡입니다. 마리 프레드릭슨의 허스키 보이스가 곡의 느낌을 더욱 애절하게 해줍니다. 특히 후반부 에드립과 현악 연주로 끝나는 마지막 부분이 압권…. 거대한 성곽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맨발의 마리를 만날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근사하답니다.
▷ 이 곡은 재미있는 기록을 하나 세웠는데 LP나 카세트 싱글이 아닌 오로지 CD 싱글로만 발매되어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최초의 곡이기도 합니다. 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반영했던 곡…

지금 생각해보니까 허스키 보이스의 가수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앞에서 언급한 가수들 이외에도 블루 아이드 소울을 대표하는 흑인적인 느낌의 허스키 보컬로는 Righteous Brothers의 Bill Medley나 “Up Where We Belong”으로 잘 알려진 Joe Cocker, 리메이크곡들로 인기를 얻은 Paul Young 등을 꼽을 수 있겠구요… 컨트리의 아버지 Kenny Rogers, 투박한 미국록의 분위기를 구사하는 보컬리스트 John Cougar Mellencamp나 80년대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Steve Winwood 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성가수로서는 “Bette Davis Eyes”의 Kim Carnes가 대표적이고 ‘한어깨’하는 가수 Laura Branigan, ‘하얀 티나 터너’로 불리웠던 Taylor Dayne 등이 생각나는군요. 90년대 후반 이후로는 Mariah Carey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_-

To Be Continued…

Duran Duran 블로그에 올라온 Roxy Music DVD 리뷰

One of the most influential bands of all time, Roxy Music gets a well-deserved and expertly produced career retrospective in this new DVD. Originally broadcast by the BBC in late 2008, the documentary covers the entire active recording career of the band as well as their recent reunions. The DVD expands on the original broadcast with nearly a half hour of additional interviews, as well as three previously unreleased live tracks from a 2006 London concert. 전문보기

09.29.09: Seattle — 성난 이의 아침식사

여기 시애틀에서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내게는 선전선동으로 보이는 듯한 기운을 느꼈다. 입에 거품을 물거나 내 요거트를 호텔 다이닝룸에 뿌리는 등 격노하지는 않았다.

그에 대해 다시

오늘자 뉴욕타임스 1면의 사진을 보면 이란의 핵시설이라고 소문이 난 어떤 종류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단지 그러한 것들의 그래픽 스타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 이라크 침공 전에 범람했던 다양한 종류의 사진들을 닮았다. 대량살상무기들이 저장되고, 감춰져 있고, 또는 제조되고 있는 건물들의 사진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우리를 우리가 현재 놓여져 있는 곤경으로 현혹시켜 이끌었던 소문들이었을 뿐임이 증명되었다. 사람들은 당시 그것에 몰두해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의 단편적인 기억력을 감안할 때에 그들은 두 번째 그것에 몰두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난 이것이 절대 핵시설이 아니라고 말하진 않겠다. — 다만 추측성 사실관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의 방식이 똑같다는 점은 지적한다.

전망

같은 면에서는 유럽에서 많은 나라들이 중도우익 정치가를 선출하면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의견을 달리 해줄 것을 간청한다. 기사가 말하는 바, 중도우익은 기존의 “일반적인 복지 혜택, 국유화된 헬스케어, [그리고] 탄소배출에 관한 엄격한 제한”을 수용하였다. 이 세 가지 아이디어라면 미국에서 그들은 좌익으로 분류될 것이다. 비록 작가가 말하길 – 아마도 맞겠지만 – 유럽에서의 좌익은 전통적으로 이보다 더 나아가지만 말이다. 그러한 것들이 아직도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 그리고 현재 정치인들이 “사회주의자”이라는 (그리고 그래서 미국인이 아니라는) 고함치며 소란을 떠는 지적들은 전망의 예정된 “붕괴”에 이르게 하고 있다.

부활

다른 면의 기사에서는 경제가 바닥을 치고 다시 호조를 띄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이 놀랍지 않은 한편 (경제 붕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또는 은행가들의 오만과 탐욕을 제한하기 위한 어떠한 심각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는 일종의 좋은 소식을 위한 좋은 소식일 뿐인 것 같다. — 일종의 기분 좋은(feel-good) 것. 경제는 하도 오랫동안 상태가 안 좋아서 필연적으로 잘못 인도하는 고장 난 시스템의 그 어떤 것의 “재림”이나 회귀를 도모하는 것은 아마도 현재로서는 최선의 아이디어가 아닐 것이다. 이 나라의 많은 것들이 지속 불가능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골드만삭스와 다른 이들이 경기침체로부터 수익을 얻는 등 갈퀴로 부를 그러모으는 동안, 다른 이들은 불평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 that isn’t the real world.

 

이글을 쓴 David Byrne은 전설적인 펑크/뉴웨이브 밴드 Talking Heads의 리더였으며 현재 솔로로 독립하여 음악가, 프로듀서, 화가, 설치 아티스트, 자전거 애호가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블로그에 올린 원문 보기 / Talking Heads 팬사이트 / 한국어 팬사이트

박재범 단상

박재범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재외교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재미교포다. 재외교포 출신의 연예인 중 1세대라 할 수 있는 이현우에서부터, 박정운, 유승준, 지누션, 다니엘 헤니 등 허다한 교포 연예인들이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란 이들이다. 몇몇 소수의 예외라면 남미음악을 선보였던 임병수나 필리핀 국민가수로 2NE1에 합류한 산다라박 정도다.

이는 당연한 이치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세계 대다수의 나라가 그렇듯 영미권의 문화, 특히 미국의 대중문화를 답습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부대에 재즈가 선보인 이후에 미국의 대중문화가 체제에 위협적이지 않는 한은, 미국의 대중문화는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왔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미국의 대중문화를 한국의 대중문화에 한수 가르쳐줄 감수성을 지닌 ‘황색의’ 본토인(!)들이 득세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랩을 해도 뭔가 본토스러운 영어랩을 해주고 미쿡의 어디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는 신비감이 결합되면서 한국의 연예기획사는 마치 겉멋들은 레스토랑이 내용도 알 수 없는 영미권의 하드커버 도서로 벽면을 장식하듯이, 교포들을 수입하여 문화 아이콘으로 키워왔다. 나중에는 한국토종이어도 미국에서 온 것인 양 미국식 이름을 붙였다. 본명이 ‘순자’거나 말거나. 영어를 할 수 있거나 말거나.

재미교포라는 지위가 우리나라에서 일단 다른 나라 출신의 교포보다 – 특히나 연변출신 등 구공산권 교포들 – 우월적 지위에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역시 한국의 내셔널리즘의 프레임에 휘말리면 –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도 부정할 수 없지만 –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군대 안 가려고 미국시민권 획득했다는 혐의를 받고 추방당한 유승준이 대표적이다.

서구적 대중문화 풍토와 별개로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대한 문화적 배타성이 남다른 한국 땅에서 군대 안간 유승준이나 한국인이 싫다고 한 박재범은, 이제 시커먼 피부에 인쇄소에서 일하는 제3세계 이주노동자의 지위로 전락하였다.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도 선진외국 출신이 아닌 국외자 내지는 배신자로 분류된 이주노동자를 잡아둘 이유가 없다.

그렇게 우리 대중문화계는 서구, 특히 미국의 문화 코드를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소비하면서도 그 문화노동자들은 한국의 배타적 민족성을 수용하여야 한다는 이중적인 기준을 가진 소비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연예계 종사자들은 여타 사고방식은 굉장히 쿨하고 서구적이면서도 술잔 받을 때나 군대 갈 때쯤 되면 된장 냄새 진하게 날 정도로 한국스러운 토종으로 돌변해야 한다. 연예기획사는 춤이나 가창력 이전에 그걸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SNS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SNS 이용자들을 위한 팁 하나‘를 참고하실 것.

카셋테잎(cassette 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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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greenjOwn work, CC BY-SA 3.0, Link

얼마 전에 영국의 13세 소년이 소니 워크맨을 다룰 줄 몰라 쩔쩔 맸다는 기사가 올라 나이든 음악 팬들을 웃게 만든 적이 있다. 80~90년대 소년이었던 이들이라면 대부분 머스트해브 리스트에 올랐던 워크맨이 – 특히 소니 – 이제는 추억의 전자기기가 되어 13세 소년에게 굴욕을 당하는 그 기사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재밌어 했을 것 같다.한편 아시다시피 워크맨에는 반드시 도우미가 있어야 했다. 바로 카셋테잎(cassette tape)이다.

아이팟(ipod)으로 치면 하드디스크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용량의 제한으로 마치 플로피디스크처럼 수시로 갈아 끼워야 했던 저장매체다. 때로 기성품으로 이미 노래가 녹음이 된 카셋테잎을 팔기도 했지만 카셋테잎의 장점은 무엇보다 바로 이른바 ‘공테잎’이란 테잎을 통해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처음 카셋테잎이 등장했을 때에는 LP를 주로 제작하던 하드웨어 업체들이 복제가능성으로 인해 음반시장이 고사할 것이라며 극렬 카셋테잎의 시중유통을 막으려했다는 – 확인불가의 – 에피소드가 있다. 마치 한때 mp3시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LP를 죽인 것은 디지털 매체인 CD이지 카셋테잎은 아니었다.그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카셋테잎이 LP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인데다, 음질이 LP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LP를 살 여력이 안 되는 어린 소년 소녀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복제해서 듣기도 했지만 개념 없는 DJ들 때문에 앞뒤 부분이 끊어지기 일쑤였고, 결국 그렇게 익숙해진 노래를 더 좋은 음질로 듣기 위해 꼬깃꼬깃 모은 돈으로 LP를 사곤 했기 때문이다.이렇게 카셋테잎은 LP나 CD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면서 80~90년대 워크맨이나 기타 테잎레코더의 붐과 함께 발전해왔다.

국산 테잎도 곧잘 팔렸지만 일제 테잎은 비싼 가격에도 좋은 음질과 예쁜 디자인 덕분에 곧잘 팔렸다. 단순한 음질의 테잎부터 크롬, 메탈 등의 서브브랜드명이 붙은 고급음질의 카셋테잎이 선보이기도 했다.2007년 현재 카셋테잎이 음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적으로 0.8%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수들은 더 이상 카셋테잎으로는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지 않고 있고, 유수의 워크맨, 카셋테잎 제작업체도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마치 필름의 길이 그러했던 것처럼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아래는 예전 카셋테잎들의 겉표지 디자인들이다. 레트로하고 깔끔한 디자인들이 당시의 멋쟁이들의 눈을 사로잡았을 것 같다.

iPhone과 자유무역

애플(Apple)사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아이폰(iPhone)이 국내에 들어오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말이 많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의 성격이 강한 한국인들을 – 적어도 아이폰에 있어서만큼은 – 레이트어답터(late adopter)로 만들어버린 아이폰의 출시지연에 대해 많은 이들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초조해하고 있다.

왜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중 한 기종에 불과한 아이폰의 국내출시에 애달파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술적 분석은 이미 많은 테크블로거들이 해주셨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footnote]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내가 아이폰을 기다리는 이유는 기존에 써오던 육중한 아이팟과 휴대전화를 한 기기에 쓸 수 있다는 작음 바람 때문일 따름이다[/footnote] 다만 이 글에서는 아이폰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 그 중에서도 이른바 자유무역이라는 관점에서의 아이폰의 위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말해두자면 나는 ‘자유무역’ 반대론자가 아니다. 이 블로그에서의 나의 주장은 다만 현실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자유스럽지 못한 자유무역’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주류 측에서 경제적 효용이 계급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자유무역이 실제로는 특정 계급, 특정 국가에게만 이로울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일 뿐이다.

다시 본 주제로 돌아가 그렇다면 아이폰이 자유무역 경로를 통한 국내시장 접근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증대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footnote]계급무차별적일까 계급차별적일까 하는 의문은 우선 접어두도록 하겠다. 기술에 대한 습득의 계급차별적 효과를 논하는 이들도 있으나 적어도 휴대전화에 있어서 그 차별성은 이용가격에 의한 차별보다는 주로 능동적 선택군과 수동적 선택군의 차이에 의해 나뉘어 진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footnote] 기술 문외한이지만 그동안 주워들은 정보를 근거로 바라보건데 아이폰은 국내 이동통신 기기 시장에 각각 전자의 효과를 가져다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아이폰의 도입은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이용 등에 있어 독점을 행사하려는 국내 이통사의 기득권을 파괴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바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는 사실상 과점의 상태에서 기기 공급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전 세계적인 통신의 대세와는 역행하는 시장 환경을 강요하여 왔다는 심증도 있다. 즉 통신망이라는 소프트 성격의 서비스를 공급하는 이통사는 하드웨어 공급자들인 기기 제조업체보다 우월적 지위에 서서 그 스펙을 조정해오고 있다는 의심이 짙다는 이야기다.

국내 출시 모델은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가 빠지고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성능도 제트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특히 와이파이가 빠진 것을 두고 이통사들이 무선 인터넷 사용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고성능 CPU에 3.5인치 대화면, 와이파이 기능 등을 추가하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간다”며 “이통사가 원해서가 아니라 소비자가 살 수 있는 폰을 내놓기 위해 제조업체 스스로 기능을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삼성 `제트` 한국선 못사…인터넷ㆍCPU 기능 조정]

이통사 관계자는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서 소비자가 살 수 없는 폰이 된다는” 논리인데 그럼 서구에서는 왜 그런 몹쓸 폰을 내놓고 있는지, 그리고 소니 에릭슨은 왜 국내출시된 엑스페리아에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실상은 “와이파이 칩셋을 집어넣으려면 몇백원 수준이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관련글 보기)이라는 데 왜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는 지도 궁금하다. 결국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곳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기능과 이통사가 가격을 부과하고 있는 데이터통신과의 마찰이 더 설득력 있는 와이파이 기능 삭제의 논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로서는 전 세계 같은 스펙으로 통일하여 출시된다는 아이폰이 – 다만 오늘 중국에서는 아이폰도 와이파이를 빼기로 했다는 슬픈 소식이 – 그 협상력을 기반으로 국내 이통사들의 (삼성전자도 못 깨는) 통신독점을 깨버린다면 피동적이기는 하나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범위가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그 과정에서 애플에 의한 새로운 독점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효과는 제켜두고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19세기 초중반 영국경제의 핫이슈였던 ‘곡물법’ 논쟁을 연상시킨다. ‘곡물법(穀物法 , Corn Law)’은 곡물의 수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로 19세기 초반의 영국 법률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소맥의 가격이 일정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수입을 금지함으로써 표면상의 목적은 곡물 가격의 등락에 대해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영국 지주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 악법이었다.

신흥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고용인인 노동자들이 비싼 식료품비로 인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항하여 자유무역의 선봉장 리카도 David Ricardo 등 명망가를 동원하여 이 법의 철폐를 강력히 요구한다. 결국 이 법은 1846년 폐지된다. 어쨌든 자본가들은 그들이 원했던 산업경쟁력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고, 소비자들인 노동자 계급 역시 소비부담을 덜게 되어 지주를 제외한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 이러한 시도는 수구계급인 지주에 대항한 혁신 주도계급 부르주아에 의한 진보였다.

이제 이런 역사적 경험을 현재의 아이폰 해프닝에 빗대어보자. 굳이 비교해보자면 이통사를 지주계급, 애플을 외국 곡물업자, 이통사의 서비스를 영국산 곡물, 아이폰을 외국산 곡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이점은 국내 소비자들의 통신비 등 생계비용으로 인해 임금상승 압박을 받는 국내 고용주들(빗대자면 영국의 부르주아들)과 국내 이통사들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곡물법이 없다는 점이다.[footnote]전자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 어떤 면에서는 이 역할을 KT가 하고 있고 – 후자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데 이 규제가 없다는 점이 아이폰에게는 호재라 할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곡물법에 상응하는 또는 더 높은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통사의 사업권에 의한 주파수 독점일 것이다.[/footnote] 또한 이통사의 서비스와 아이폰이 곡물들처럼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footnote]이 또한 곡물법 상황보다 좋은 여건이다[/footnote]

이렇게 비교를 해보니 결국 곡물법의 폐지가 영국의 지주층을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되었던 것처럼 아이폰의 도입이 국내 이통사를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될 개연성이 높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이통사가 배타적으로 누리던 주파수 독점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서로 챙길 것 챙겨가면서 말이다. 물론 그 전제는 과연 애플사가 스스로 또 하나의 독점공급업자가 되어 데이터이용료 등에서 전횡을 부리지 않는 구도를 만든다는 전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자유무역은 분명 잘만 작동하면 혁신을 전 세계에 저렴한 비용으로 전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 사례에서는 또한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우수성 뿐 아니라, 그것에 덧붙여 앱스토어라는 멋진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이 함께 뛰어들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지게 되고, 이를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향유할 수 있는 시장의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교훈도 안겨주고 있다. 어쩌면 이는 MP3의 출현을 물리적으로 막으려 한 기업보다 그것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기업이 오래 살아남았던 사례의 재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소비자의 선택범위 확대, 저렴한 비용 등의 동일한 논리가 얼마 전에 다른 상품에 적용된 사례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였다. 이 사태에서는 분명 소비자 상당수가 저렴한 비용의 쇠고기보다는 불특정다수에게 발생할지도 모르는 적은 확률의 광우병이라는 사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사례다. 앞서 글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에서처럼 불특정다수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다수의 경제적 효용을 압도할 뻔했던 – 그리고 정부에 의해 진압 당했던 – 사례다.

따라서 자유무역을 통해 혁신전파 또는 경제적 혜택이 가지는 효용을 지나치게 신격화하는 것도 무리가 있음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상품이나 용역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향유하는 소비자층의 선택권과 접근경로가 진정으로 자유로울 때만이 올바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해당 업체, 전문가, 그리고 당사자 국가에서 그러한 소비자 선택의 기반이 되는 정보제공을 게을리 하거나, 심지어 왜곡할 때는 그 자유는 일방적인 자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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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80년대 팝스타들

트위터(twitter)라는 마이크로블로그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당연히 나도 가입하여 재밌게 놀고 있다. 140바이트 이내의 짧은 글을 적으면서 서로 소통하는 이 간단한 이치의 서비스가 현재와 같은 인기를 얻은 데에는 애스톤 커셔,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스타들의 입소문이 단단히 한몫했다. 사람들은 그토록 먼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은 별들이 자기 옆으로 내가 따르고(following), 재수가 좋으면 그들이 날 따라주기도 하고(followers), 같이 이야기를 나누니 마치 내가 스타의 친구라도 된 것인 양 으쓱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쾌감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트위터의 한 측면일 뿐이다. 물론 그러한 계기로 트위터에 가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내 트위터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이전의 다른 서비스들(예를 들면 블로그, 메타블로그, 기타 커뮤니티 등)에서 알고 있던 이들을 다시 만나고 그들의 관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일체감이 서비스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게 된 측면도 매우 크다고 본다. 또한 트위터의 개방성은 여타 관련 서비스들이(예를 들면 사진 올리는 사이트나 인기 트위터러 랭킹을 보여주는 사이트랄지) 같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 마침내는 트위터의 정치적 프로패건더 기능, 비즈니스 기능의 가능성까지 제시되어 그야말로 지구적 커뮤니티로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스타의 트위터 가입에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과연 이 블로그의 주제인 ‘80년대 팝음악’의 관점에서 볼 때 트위터는 얼마나 80년대 팝음악 친화적(?)일까? 과연 얼마나 많은 80년대 팝스타들이 이 서비스에 가입하여 팬들과 소통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내가 열심히 찾아본 결과로 트위터에 가입한 80년대 팝스타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가끔 가짜도 있지만 진짜 원조 80년대 팝스타라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은 Pet Shop Boys, Depeche Mode, Duran Duran, Beastie Boys 정도다. 이외에 얼마전 Michael Jackson 죽음에 크게 슬퍼한 Lenny Kravitz, 레트로 일렉트로닉을 추구하는 Ladytron, Royksopp 정도가 트위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는 Pet Shop Boys다. 이들은 그들의 공연지에 대한 정보나 그들의 주변일, 심지어 이란 사태에 대한 정치적 입장 등을 트위터 뿐만 아니라 각종 사진정보까지 활용하여 세세하게 팬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Duran Duran도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으나 왠지 그들 스스로 올린다기보다는 매니저 혹은 홍보 담당이 글을 올리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스타들도 간간히 글을 올린다.

80년대 팝음악 팬으로서 당연히 더 많은 80년대 팝스타들의 얼굴을 트위터에서 보고 싶은 욕심이다. 개인적으로는 ABC의 Martin Fry, Devo, Talking Heads의 David Byrne(이 이름도 다른 이가 쓰고 있으며 아예 Bio에 not a talking head라고 써있다), Morrissey(이 이름은 수염난 엉뚱한 아저씨가 쓰고 있다. 물론 지 이름도 Morrissey라고 우기겠지만) 등을 트위터에서 보고 싶다. 이들의 과거 이야기, 현재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함께 소통하면 더더욱 트위터의 재미가 배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s. 이 블로그 오른 쪽 하단의 Stars on Twitter 메뉴에서 그들의 트위터 활동이 업데이트되므로 참고하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