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비오는 날 듣는 음악)

추석기간 동안 팝아이가 예쁘게 새단장했네요. (stickey님이 공을 많이 들이신 듯… 대화방도 생기구요…^^) 개인 칼럼란이라니 무지하게 쑥스럽습니다. (사실 별로 쑥스럽진 않고, 그냥 예의상의 멘트…) 오늘 www.yahoo.com에 들어가니까 ‘Typhoon Maemi Hits South Korea, at Least 74 Dead’ 이런 기사가 첫창에 뜨는군요. 매미의 위력이 예상보다 엄청났던 것 같습니다. (매년 태풍으로 진통을 앓더니 어째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나 했지…)
엄청난 태풍을 예고라도 하듯이 올 여름엔 진짜 징그럽게 비가 많이 왔었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사방이 어두컴컴하면 사람 기분도 그에 따라 우중충하게 변하곤 합니다.
어릴 땐 비오는 걸 참 좋아했는데… 어쩐지 시원하게 느껴졌거든요. 괜시리 낭만적인 기분도 들고… (지가 무슨 “소나기”의 주인공이라고…) 헌데 머리가 크면서부터 슬슬 비를 안 좋아하게 되더군요. 특히 서울이랑 대전이랑 왔다갔다하는 요새는 비오면 딱 질색입니다. 첫째는 차 끌고 다니기 힘들어서고, 둘째는 차가 더러워져서 그렇고, 셋째는 비 안오는 데 골라서 주차하려고 하다 보니 주차 공간이 없어서 그렇고… 으아…-_-
비가 오면 확실히 짜증이 나지만… 그래도 가끔씩 집안에서 혼자 분위기 잡고 있을 때 밖에 비가 내리면… 특히 여름에 말이죠. 뭐랄까, 어릴 때 생각도 나고, 괜시리 커피도 마시고 싶고… 센티멘탈해집니다. 다른 지역이야 비 때문에 발칵 뒤집어지건 말건… 확실히 사람은 이기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나만 그런가…

1. Eurythmics – Here Comes The Rain Again
(From The Album TOUCH, 1983)
▶ 유리스믹스의 80년대 초반 히트곡 중 하나… 유리스믹스의 매력은 역시 Annie Lennox의 보컬맛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듣게 되면 애니의 보컬이나 다른 연주 부분보다는 중간중간 깔리는 현악 연주 부분에 더 귀가 끌리더군요. 어딘지 차갑고 음울하게 느껴지면서 적당히 청승맞은 것이… 아주 좋습니다. 이런 곡은 벼락치면서 폭우 쏟아지는 날 들으면 딱일 것 같군요.
▷ 애니 레녹스의 솔로곡 가운데 비오는 날 분위기 잡기 좋은 곡이 또 하나 있죠. 바로 “A Whiter Shade Of Pale”…

2. Bruce Hornsby & The Range – Mandolin Rain
(From The Album THE WAY IT IS, 1986)
▶ 어떤 곡을 듣고나서 그 곡이 너무 마음에 들어 단번에 그 가수의 팬이 되는 경우가 있죠. 제겐 브루스 혼즈비가 그랬답니다. 이 곡은 그들의 데뷔앨범 수록곡으로 “The Way It Is”라는 명곡 못지않게 훌륭한 곡입니다. 애잔한 멜로디와 브루스 혼즈비의 따뜻한 보컬, 제목과 잘 매치되는 만돌린 연주도 아주 멋집니다만 역시 최대의 매력포인트는 피아노 연주입니다. 제목으로는 오히려 “Piano Rain”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라나…
▷ 이 곡 뮤직비디오에서도 비가 줄줄 내리는 저녁에 브루스 혼즈비가 집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죠. 피아노 잘 다루는 사람들 보면   부럽습니다… 난 언제 배워볼까…ㅠㅠ

3. Phil Collins – I Wish It Would Rain Down
(From The Album …BUT SERIOUSLY, 1989)
▶ 대곡 스타일의 발라드곡으로 음울한 멜로디와 필 콜린스의 열창, 그리고 빵빵한 백코러스가 사람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입니다. 이 곡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후반부에 필 콜린스가 숨가쁘게 악쓰다시피 하는 부분… 노래만 들어도 벌써 비맞는 기분이 듭니다. 노래가 끝날 때쯤엔 정말로 비내리는 효과음도 나오지요. 처절한 노래에 하늘도 감동했나…
▷ 이 곡도 뮤직비디오가 인상깊은 곡이었는데… 그야말로 ‘달걀장수 구구’가 뭔지 보여주는 뮤직비디오였죠. 이 멋진 곡을 온 힘을 다해 – 한 손은 배에 대고 – 열창하는 대머리 아저씨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군요. 곡과 뮤직비디오가 안 어울리는 작품 1순위가 아닐라나…

4. John Cougar Mellencamp – Rain On The Scarecrow
(From The Album SCARECROW, 1985)
▶ 우중충한 겨울비를 연상케 하는 곡… 듣는 이의 기운을 쭉 빼다못해 아주 마비를 시키는 곡… 시체놀이에 어울릴 듯 합니다.
▷ 멜렌캠프 아저씨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아저씨는 무슨 노래를 하든 정말 아무생각 없이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냥 힘 쭉 빼고… 아주 가볍게… 무슨 클럽 공연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근데 그런 꾸미지 않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랍니다.

5. Olivia Newton-John – Silvery Rain
(From The Album PHYSICAL, 1981)
▶ 팝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는 곡들이 있습니다.
Rockwell의 “Knife”가 그렇고, Kenny Loggins의 “The More We Try”도 그런 케이스지요. 이 곡 또한 큰 히트곡은 아니었지만 우리 나라 방송에서는 지금도 간간히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애조띤 멜로디와는 대조적인 올리비아의 방정맞은 보컬이 인상적…
▷ 이 곡 제목을 듣고는 은색 비라니 낭만적인 제목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Silvery rain’이란 다름아닌 산성비…-_- 필 콜린스 아자씨가 싫어하겠군요.

6. Madonna – Rain
(From The Album EROTICA, 1992)
▶ 마돈나는 “Erotica” 앨범을 발매하면서 본격적인 육탄공세에 돌입했는데 이 앨범에서 나온 뮤직비디오들이 하나같이 포르노 테입 뺨치는 것들이라 많은 논란을 일으켰죠. ‘인기 떨어질 만 하니까 몸으로 승부하는군’ 소리를 들어야 했던 마돈나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선보인 오랜만의 발라드곡입니다. 봄비의 시원함을 이 곡만큼 잘 살려낸 곡도 드물 듯 합니다. 브릿지 부분에 양쪽 스피커에서 서로 다른 나레이션이 나오는 부분이 압권…
▷ “Erotica” 앨범 지금 들어보면 참 괜찮지 않나요? 감각도 세련되고,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있는데… 성적인 부분을 조금 제거했더라면 더 괜찮은 앨범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말입니다. 이 앨범 수입반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요새는 이 앨범 라이센스반이 더 희귀하답니다. -.-

7. Eddie Rabbitt – I Love A Rainy Night
(From The Album HORIZON, 1980)
▶ 80년대 미국의 인기 컨트리 싱어 중 하나였던 에디 래빗의 싱글차트 1위곡입니다. 비를 노래한 곡들 대부분이 우울하고 슬픈 곡이 많은데 이 곡은 아주 발랄하고 경쾌한 곡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한 장면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 에디 래빗은 ’98년도에 암으로 사망했죠… 가수는 떠나도 노래는 남습니다…

8. Prince & The Revolution – Purple Rain
(From The Motion Picture OST PURPLE RAIN, 1985)
▶ 이 곡은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선정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가사를 읽어보면 에로틱한 면도 꽤 있구요…

▷ 지난 주 일요일에 주문했던 프린스 세 장짜리 히트곡집이 추석 연휴 때문에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내일은 또 서울 가야 되는데… 우씨 -_-;

9. Jennifer Warnes – Famous Blue Raincoat
(From The Album FAMOUS BLUE RAINCOAT, 1987)
▶ 도입부의 고즈넉한 색소폰 소리와 제니퍼 원스의 슬픔을 가득 담은 목소리… 비오는 날 이 곡만큼 좋은 곡도 없을 것 같아요. 특히 가을비에 잘 어울리구요… 이 곡을 들을 때면 마치 분위기 있는 재즈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 기분이 듭니다. Leonard Cohen의 오리지널도 좋지만 전 제니퍼 원스의 곡이 훨씬 마음에 들어요.
▷ 이 곡이 실린 동명앨범 자켓을 보고 제가 제일 처음 한 말 – 이게 레인코트야? 포대기지…

10. Milli Vanilli – Blame It On The Rain
(From The Album GIRL YOU KNOW IT’S TRUE, 1989)
▶ 희대의 사기극으로 유명한 밀리 바닐리의 싱글차트 1위곡으로 Diane Warren이 작곡 솜씨를 발휘한 곡입니다. 다이안 워렌 정도의 이름값이면 아무한테나 곡을 주지 않을 텐데도 감쪽같이 속인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 밀리 바닐리 이후 Black Box니 Seduction이니 모조리 정체가 들통났죠. 하나같이 제가 좋아했던 가수들…-.-
▷ 밀리 바닐리 멤버 한 명이 몇 년 전에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그 소식을 들으니까 문득 가엾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괘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쇼 비즈니스계의 상술에 놀아난 희생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 나라에도 얼마 전에 있었죠. 걸프렌드라고…

11. Ryuichi Sakamoto – Rain
(From The Motion Picture OST THE LAST EMPEROR, 1987)
▶ 영화 “마지막 황제” 사운드트랙에서 메인 테마곡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 인기가 있었던 곡입니다. 현악 연주만으로 진행되는 이 곡은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 이 곡을 듣고 선뜻 ‘비’의 느낌을 떠올리긴 어렵구요, 전 비오기 전의 찌푸린 하늘이 더 연상되는군요.

12. A-Ha – Crying In The Rain
(From The Album EAST OF THE SUN, WEST OF THE MOON, 1990)
▶ 비오는 소리로 시작해 비오는 소리로 끝나는 곡… 비오는 날 특유의 축축 처지는 분위기가 이 곡에서도 느껴집니다. 모튼 하켓 목소리가 은근히 멜랑꼴리하다는 생각이…
▷ 현 고3인 제 친척 동생 한 명이 (맨날 보아나 휘성만 듣는 녀석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이 곡을 들었는지는 미스테리지만) 저한테 아하가 누구냐고 묻더군요. 이 노래가 참 좋더라면서… “Take On Me”의 뮤직비디오 얘기부터 시작해 바이오그래피를 쫙 읊어주니까 다 듣고 마지막에 한다는 소리가… “뭐야… 그럼 구닥다리잖아.”

지금은 비가 그쳐서 날씨가 맑습니다. 얼마만에 맑은 날씨의 주말을 맞는 건지… 이런 날 집에만 계시지 말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태풍으로 피해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말입니다. 어릴 땐 비오고 난 뒤 흙밖으로 기어나온 지렁이 잡아다가 누나 머리위에 올려놓는 게 취미였답니다.

To Be Continued….

writtern by J.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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